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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큐레이터'S PICK

꿈과 현실 사이에 여성이 자리잡았을 때 <와일드 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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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큐레이터'S PICK] <와일드 로즈>


영화 <와일드 로즈> 포스터. ⓒ판씨네마(주)



영국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 로즈 린은 미국 내슈빌에서 컨트리 가수로 스타가 되는 게 꿈이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보다도 못한데, 마약 사건에 타의로 휘말려 감옥에 1여 년간 수감되어 있었고 20대의 어린 나이임에도 아빠 없이 두 아이의 엄마로 있다. 성격은 불 같아서, 예전에 활약했던 클럽에 다시 찾아가서는 전과자를 받아주지 않는다 하여 깽판치고 나오기도 했다. 


로즈 또한 아빠 없이 엄마 마리온이 생활 전반을 도와주는데, 엄마 친구를 통해 로즈는 부잣집 청소도우미로 취직할 수 있었다. 가수의 꿈은 언제 어디서든 꿀 수 있는 것, 주인 수잔나가 나가 있는 사이 집을 누비며 노래를 불렀는데 딸과 아들이 와서 보고는 감탄을 금치 못한다. 수잔나는 그녀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고, 이리저리 발품을 팔아 로즈의 노래 모습을 런던 BBC의 유명 프로듀서에게 전달하게 해준다. 


하지만, 로즈에겐 두 아이가 있지 않은가. 언제까지 아이들을 할머니께 맡겨둘 순 없는 노릇. 더군다나 마리온은 딸 로즈의 허무맹랑한 미국 내슈빌 진출을 반대한다. 그럼에도, 로즈에게 기회가 오고 있는 걸 느낄 수 있다. 로즈에게 음악이란? 로즈에게 가족이란? 로즈에게 로즈란?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할까,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정답은 없다, 최선의 해답도 있을 것 같지 않다. 


음악, 여성, 가족


영화 <와일드 로즈>는 가진 것 목소리와 열정밖에 없는 미혼모이자 전과자 로즈의 현실적인 성장을 그린다. 동시에 한편으론 음악영화이자 여성영화이자 가족영화이기도 하다. 각각에서 핵심들만 뽑아와 적재적소에 잘 배치해 긍정적인 시너지를 끄집어냈다. 정형화된 스토리에 소소하지만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들이 활기를 더한다. 재미와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영리하게 잡은 것이리라. 


우선 음악영화로서 더할 나위 없는 음악성을 뽐낸다. 아무래도 주연의 노래 실력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 로즈 역으로 분한 제시 버클리는 2008년 영국 BBC의 오디션 프로그램 <I'd Do Anything> 준우승자 출신 답게 극중에서 가창력은 물론 심금을 울리는 깊이를 전달한다. 노래를 부를 때만은 다른 세계의 다른 사람이 된 듯한, 노래로의 진심이 묻어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노래 또한 연기와 마찬가지로 효율적이고 감흥 깊은 전달이 목적일 텐데, 로즈에게 받은 감동과 여운이 깊다. 특히 극중 로즈가 직접 부르거나 배경으로 깔리는 OST의 가사가 인상적인데, 모두 자신의 얘기를 직접적으로 풀어냈다. 그녀의 말 못할 사정과 진심을 노래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여성으로서, 가장으로서, 그리고 성장을 위해. 


꿈과 현실 그리고 여성


영화는 로즈를 주축으로 마리온과 수잔나가 그녀를 받치는 두 축이다. 비록 로즈에겐 지켜야 할 가족들이 있고 고된 꿈에의 길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는다. 꿈에 있어서는 한 치의 흩트러짐도 없다. 꿈이 있었지만 가난하였기에 현실에 두 발을 꼭 붙이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수잔나는, 그녀를 물심양면 돕는다. 여성으로서의 연대가 빛을 발하는 순간들이다. 


하지만 수잔나는 로즈의 속사정을 전혀 모르는 바, 로즈에겐 홀몸으로 20년 동안 빵집에서 일하며 가족을 부양하는 엄마가 있고 할머니 손에서 키워지다시피 하는 두 아이도 있다. 그들을 뒤로 한 채 홀로 갈 길을 가려 하는 게 올바른 건지는 또 다른 문제이겠다. 다만, 이 영화에서 극에 큰 영향을 끼치는 남자가 없다는 게 눈에 띈다. 로즈와 수잔나, 로즈와 마리온의 관계 자체가 여성영화로의 모습을 상징한다 하겠다. 


로즈가 여자가 아닌 남자였다고 가정해보자. 볼 것도 없이 두 아이는 할머니가 키웠을 테고, 로즈는 가장이지만 가족을 지키지 않고 가족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자신의 성공을 위해 직행했을 테다. 하지만 현실은 그녀는 여자이고 가장이며 성공에의 꿈을 꾸기보다 가족을 지켜야 한다. 영화를 보며 생각해야 할 것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꿈인가, 현실인가의 두 갈래에 여성이 자리잡았을 때 선택의 기준과 방향과 옳고 그름은 무엇이 될까. <와일드 로즈>가 여러 신호탄 중 하나가 되길 바란다.


성장하는 법


영화가 택한 건 성장이다. 로즈 그리고 마리온의 성장. 성장에 있어선 여성 키워드는 빠진다. 그렇다고 꿈과 현실에서 갈팡질팡하는 것도 아니다. 바로 인지상정,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보통의 생각이다. 아픈 아이를 두고 성공의 목전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가? 이는 여성과 남성을 떠나, 꿈과 현실을 떠나, 인간으로서의 고민이다. 참으로 영리한 영화이다.


마리온의 성장은 다시 꿈과 현실의 선택이다. 그녀도 꿈이 있었을 터, 하지만 실현되지 않아 20년간 빵집에서 일하게 된 것이 아닌가. 딸의 진심을 깨닫고 그녀의 꿈을 응원한다. 인지상정이 꿈과 현실의 선택으로 교묘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게 흥미롭다. 성장의 다층적이고 다채로운 모습을 짧지만 굵게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성장해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성장은 아니다. 때론 뒤로 물러서는 것, 양옆으로 새는 것, 정해진 길 없는 곳으로 향하는 것도 모두 성장의 면면이다. 즉, 일차원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와일드 로즈>는 쉽게 보여주지만 그 이면은 결코 일차원적이지 않은 성장이 시종일관 함께한다. 참으로 멋진 영화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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