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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의 만남, 그리고 이야기들 <두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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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두 교황>


영화 <두 교황> 포스터. ⓒ넷플릭스



브라질 출신의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은 2000년대를 화려한 경력으로 수놓았다. 2002년 역대급의 범죄스릴러 <시티 오브 갓>을 선보인 이후 <콘트탄트 가드너> <눈먼 자들의 도시> 등으로 평단의 환호를 받았다. 특히 <시티 오브 갓>은 미국 아닌 브라질 범죄 이야기를 스토리, 스타일, 이미지의 완벽한 삼박자를 갖추어 그려내어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많은 이들에게 '인생작'으로 남아 있을 테다. 


2010년대 들어선 연출 자체를 자주 하지 않았다. 특히 후반기에는 전무하다가 2020년대로 들어서기 직전 한 작품을 들고온다. 앞서 서술한 그의 세 작품 모두 유명 소설이 원작이었는데, 이 작품 <두 교황>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 <다키스트 아워> <보헤미안 랩소디> 각본으로 유명한 앤서니 매카튼이 각본을 담당해 품격을 높였다. 


2019년 <아이리시맨> <결혼 이야기> 등과 함께 넷플릭스 오리지널 회심의 한 방이기도 한 <두 교황>은, 두 전설적 대배우의 존재가 절대적이다. 베네딕토 16세의 이례적인 사임과 프란치스코로의 이양 과정과 이면을 그린 영화에서, 베네딕토 16세로 분한 안소니 홉킨스와 프란치스코로 분한 조나단 프라이스가 그들이다. 그들이라면 영화 속에서도 충분히 본인들의 아우라를 내뿜을 수 있었을 테지만, 철저히 영화 속 인물로 분한 것이다. 우린 황송하게도 이 다큐멘터리 아닌 영화로 두 교황을 접견할 수 있었다. 


베네딕토 16세와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의 만남


2005년, 승하한 성 요한 바오르 2세 교황의 뒤를 이을 265대 교황 선출 투표가 진행된다. 강력한 후보 라칭거 추기경의 무난하지만은 않은 즉위, 정작 본인은 원하지 않았지만 주위에서 밀어준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결국 라칭거가 베네딕토 16세로 교황이 된다. 베르고글리오는 아르헨티나로 돌아가 그곳에서 은퇴할 결심을 한다. 교황청 개혁은 늦춰지고 더욱 보수적인 색채를 띄게 되었다. 


2012년, 교황청 내부의 비리와 암투가 고스란히 담긴 책이 출간되어 전 세계적 파장이 인다. 이 책이 출간되는 데 극비문서를 전달한 혐의로 교황의 최측근 집사가 체포된다. 책에는 가톨릭계 내의 성 추문이 그려져 있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교황이 직접 임명한 바티칸 은행장이 해임된다. 이 모든 걸 알고 있지만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은 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베네딕토 16세이다. 


아르헨티나에 있던 베르고글리오는 바티칸으로 향한다. 교황께 은퇴를 허락받기 위해서였다. 교황도 그를 불러야 했다. 물론 전혀 다른 이유였다. 그를 은퇴시키기는커녕, 자신은 종신의 교황직에서 사임하고 그가 나서서 뒤를 수습해주었으면 했다. 즉, 그가 베네딕토 16세는 베르고글리오가 교황에 올라 흐트러지고 무너지고 있는 교황청과 가톨릭을 다시금 일으켜세우진 못해도 안정시켜주었으면 한 것이다. 


그들은 교리에서는 공통으로 어쩔 수 없이 보수적이지만 교외적인 지도자로서는 보수와 개혁진보로 나뉘었다. 교리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동의하지 못해 언쟁이 오가지만, 그 밖의 무수히 많은 얘기들로 진정 서로를 생각하고 존경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아무도 모르는, 아무도 모르길 바라는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두 교황의 인간적인 면모


영화 <두 교황>은 현 교황 프란치스코와 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이야기가 전부다. 특히 2012년 어느 날들의 만남,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의 은퇴 요청에 베네딕토 16세가 짐짓 모르는 체하며 그를 후임 교황으로 이끄는 이야기 말이다. 물론 이는 음모론의 하나일 수 있다. 교황 선출은 엄연히 추기경들의 교황선출회합인 콘클라베에서 철저한 비밀 하에 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수백 년만에 전임 교황이 살아 있는 와중에 진행된 교황선출투표인 만큼 변수가 있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영화는 이 음모론의 중심이 될 수 있는 베네딕토 16세와 베르고글리오의 만남을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것으로 그린다. 음모론과도 하등 거리가 멀거니와, 베네딕토 16세와 교황청 나아가 가톨릭계 전체를 뒤흔드는 스캔들조차 끼어들 틈이나 생각날 틈이 없다. 그만큼 그들의 대화, 생각, 행동에 품위가 넘친다. 비단 신과 함께 하는 사제로서의 품위뿐만 아니라 지극히 인간적인 품위도 엿보이는 게 신기하고 색다르다. 


비록 실물로 베네딕토 16세나 프란치스코를 보진 못했지만, 이 영화로 충분히 대신하고도 남을 만하다. 주지했듯 안소니 홉킨스와 조나단 프라이스에 각각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가 '빙의'라도 한 듯한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어려웠을 건 언어일 텐데, 베네딕토 16세는 독일 출신이고 프란치스코는 이탈리아 출신 아르헨티나인이다. 안소니 홉킨스와 조나단 프라이스 둘다 영국 출생의 로열연극아카데미 출신으로, 정통 앵글로 색슨족이 아닐까 싶다. 그들이 연기한 두 교황은 그들보다 10여 년씩 더 나이가 많기도 하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종교적이면서 종교적이지 않은 영화


한 달여 빠르게 개봉한, 거장 빔 벤더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프란치스코 교황: 맨 오브 히스 워드>에는 프란치스코의 소탈하고 소박하고 소시민적이기까지한 인간적 면모가 한껏 드러난다. 3만 명 이상이 관람하며 흥행에 성공했는데, 아무래도 많은 가톨릭인이 함께 하지 않았을까 싶다. 반면 <두 교황>은 종교적이면서도 다분히 비종교적이다. 배경이 교황청이고, 주인공들이 교황과 추기경이며,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주요 소재인 대화에서 언쟁의 중심에 교리가 있기 때문에 종교적이지 않을 도리가 없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영화를 비종교적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건 프란치스코, 즉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의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이야기들 덕분이다. 그의 이야기는 종종 과거로 향하는데, 사랑했던 연인에게 프로포즈를 하지 못하고 사제의 길로 들어선 일이나 자신이 속했던 예수회의 존속을 위해 당시 아르헨티나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군부와 결탁 아닌 결탁을 하게 된 일 말이다. 지상에 두 발 붙이고 살아가는 우리네 '일반인'과 하등 다를 바 없는 고민의 결과이니 만큼, 알 수 없는 먼 곳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영화가 다방면으로 다층적으로 사려 깊은 만큼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톨릭은커녕 아무런 종교를 제대로 믿고 있지 않지만, 마음 속 깊이에는 이 시대의 진정한 지도자로 교황을 생각하고 있을 게 확실하다. 나는 그를 우러러 보지 않을지 몰라도, 그는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를 살피지 않겠는가. 하여, 교황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게 되는 건 마냥 신기한 일이기만 한 게 아니다. 일종의 시험이랄까, 과연 그에게 지도자의 격이 있는가? 이 영화는 아주 살짝이나마 교황이 갖춘 지도자의 격을 엿보는 데 충분한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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