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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원작과 같은 듯 또 다른, 충분하고 충분한 영화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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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알라딘>


영화 <알라딘> 포스터.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지난 2014년 <말레피센트>로 '디즈니 실사영화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1년에 한 편 이상씩 선보였는데, <신데렐라> <정글북> <미녀와 야수>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 <덤보>까지 이어졌다. <정글북>과 <미녀와 야수>의 기록적 흥행으로 힘을 받아 2018년, 2019년 2편 이상을 선보일 계획을 세웠지만 2018년에는 망했고 2019년 첫 주자 <덤보>도 맥을 못추렸다. 


하지만 '필살기'가 있었으니 2019년 7월 개봉 <라이온 킹>으로, <아이언맨> <정글북>의 존 파브로 감독이 또 한 번의 역대급 대박을 준비하고 있다. 그 바로 전 6월에는 <알라딘>이 개봉했는데, <라이온 킹>의 개봉 전 이벤트격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감독은 가이 리치로, 20여 년 전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스내치>로 데뷔와 동시에 할리우드 최고 기대주가 되면서 10살 연상 마돈나와 결혼까지 했지만 곧바로 추락한 이력이 있다. 2010년대에 들어 <셜록 홈즈> 시리즈로 재기했지만 최근 다시 추락하고 있다. 


거기에 주연은 어떤가. 지니 역의 윌 스미스, 1990~2000년대 최고 스타였지만 2010년대 거짓말처럼 추락해 나오는 영화마다 융단폭력을 당했고 당하고 있으며 당할 게 자명해 보였다. 알라딘 역의 메나 마수드,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보는 얼굴이고 실제로도 <알라딘>을 포함해 단 두 편의 영화를 찍었을 뿐이다. 자스민 공주 역의 나오미 스콧, 역시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보는 얼굴인데 메나 마수드보다는 이력이 조금 더 풍부하다. 디즈니 라이브액션 프로젝트의 하나라는 점과 '알라딘'이라는 타이틀을 제외하면 기대를 할 여지가 거의 없다 하겠다. 


뚜껑을 열어보니, 이토록 뻔하지만 마음을 들썩이게 만드는 재주는 역시 디즈니를 따라갈 수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다. 그건 디즈니와 경쟁하는 할리우드의 메이저 제작배급사는 물론이고 관객들도 마찬가지이겠다. 원작을 철저히 답습한다는 점에선 별다를 게 없거니와 시덥잖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현대적으로 업그레이드된 메시지와 OST 그리고 싱크로율과 윌 스미스의 연기 등이 자잘하게 역할을 했다. 


아그라바 왕국, 알라딘과 자스민 공주와 지니


영화 <알라딘>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원작을 봤다면 굳이 줄거리에 눈길을 두지 않아도 되겠지만, 혹시 본 적이 없거나 필자같이 봤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면 줄거리에 눈길을 두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사막 속 아그라바 왕국, 좀도둑 알라딘은 원숭이 아부와 함께 여지없이 소소하게 훔치고 도망다니고 있다. 와중에 자스민 공주를 곤경에서 구해준다. 공주는 처음엔 자신을 공주의 시녀 자스민이라고 속인다. 하지만 곧 이웃나라에서 왕자가 방문하고 공주는 궁으로 돌아간다. 알라딘은 아부가 훔친 달리아의 팔찌를 돌려주러 궁으로 향해 결국 공주를 만난다. 


한편, 아그라바 왕국에는 술탄이 나라를 다스린다. 그의 슬하엔 자스민 공주밖에 없기에 하루빨리 공주를 다른 나라 왕자와 결혼시키려 한다. 이에 자스민은 본인이 술탄의 자리에 오르고 싶어하지만, 여자는 술탄에 오르지 못한다는 법과 1000년 역사에 전례가 없는 율령에 의해 모두가 반대한다. 재상 자파는 밑바닥에서 산전수전을 겪고 그 자리에 오른 인물로 2인자에 머물 마음 없이 술탄의 자리에 오르려 한다. 


자파는 신비의 동굴 속 마법의 램프를 찾고자 한다.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가 사는 램프를 찾기만 하면 술탄의 자리에 오르는 건 식은 죽 먹기다. 하지만 동굴은 죽음이 상존하는 매우 위험한 곳, 자파는 알라딘을 꿰어내 공주도 좋아할 만한 재력의 부자로 만들어줄 수 있다며 신비의 동굴로 가 마법의 램프를 가져오라고 한다. 알라딘은 바로 동굴로 향하는데... 알라딘은 무사히 램프를 가져올 수 있을까? 자파에게 줄까, 본인이 직접 지니를 불러낼까? 자스민 공주와 잘 될까? 아그라바 왕국은 어떻게 될까?


가치, 자유, 침묵


영화 <알라딘>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알라딘>은 디즈니 영화답게 균형감을 중심에 두고 뒤탈 없을 만큼 적당하고 누구나 알아듣기 쉬울 만한 메시지들을 주요 캐릭터들의 삶과 생각에 맞게 배치시켜 풍성하게 마무리한다. 이번에는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진실'이라는 메시지를 중심에 두고, 알라딘에게는 '가치'를 지니에게는 '자유'를 자스민 공주에게는 '침묵'이라는 메시지를 부여했다. 영화는 알라딘에 치중하지 않고 주요 캐릭터들에 고루고루 시선을 분산해 고유의 신조를 발산하게 했다. 균형감이 풍성함으로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었다. 


일찍이 고아가 된 알라딘은 좀도둑으로 빌어먹고 있지만 자신에겐 자신만의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정작 그가 잘하는 건 쥐도 새도 모르게 자잘한 물건들을 훔치는 것과 좀도둑다운 날렵한 몸놀림으로 도망가는 것뿐인 듯하다. 하지만 그에게도 이타적 마음이라는 가치가 있다. 그게 매력으로도 발산해 동네 사람들이 좀도둑에 불과한 그를 이리저리 돕는 게 아니겠는가. 비록 내면적 가치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자신은 물론 남들은 더욱더 발견하기 어렵겠지만 말이다. 


만 년을 살면서 지난 천 년 동안은 램프에서 나올 일이 없었던 지니, 그의 소원은 의외로 자유를 찾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그이지만, 두 팔목에 장착된 족쇄 때문에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더욱이 램프를 문질러 그에게 소원을 비는 주인님이 아니면 램프에서 나올 수도 없다. 그래서 지니는 족쇄를 풀고 영원히 사는 삶에서 벗어나 인간이 되는 자유를 누리고 싶다. 그건 오직 주인님의 소원으로만 가능하다. 지난 만 년 동안 그런 소원을 빌어준 주인은 당연히 한 명도 없었다. 


아그라바 왕국의 유일한 상속자 자스민 공주, 하지만 법으로 정해진 바 그녀는 술탄이 될 수 없다. 아무리 남자보다 출중한 문무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술탄은 법을 바꿀 수 있기에 아버지 술탄이 바꾸면 가능하지만 왕국이 새워진 이래 1000년 동안 그런 전례가 없었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자스민 공주는 그저 공주라는 신분에 만족한 채 침묵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으려 한다. 나라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술탄으로서의 능력을 두루 갖춘 자신이, 그 자리에 오르지 못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OST 그리고 윌 스미스의 끼


영화 <알라딘>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주지한 여러 메시지 중 자스민 공주의 경우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현재 추세상 매우 적합했는데, 예상했지만 역시 업그레이드된 신선함을 느꼈다. 특히 파워풀한 노래 speechless로 지금의 심정과 앞으로의 행동을 내보인 게 인상적이었는데, 아주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잘 살려냈다. OST의 준수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원작 때부터 유명했던 A whole new world은 추억 어린 감동을 다시 한 번 불러일으켰고, 지니가 주측이 되어 힙합 스웩 다분하게 끼를 발산한 Friend like me는 흥을 돋우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OST조차 주요 세 캐릭터에 골고루 분산시키는 전략을 짠 <알라딘>, 균형 분산은 이뿐만이 아니다. 알라딘에게는 원숭이를 자스민 공주에게는 호랑이를 자파에게는 앵무새를 붙여놓아 또 다른 종류의 보는 즐거움과 요밀조밀세밀한 맛을 느끼게 했다. 들여다보면 알겠지만 오히려 알라딘에게 가장 적은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는데, 그 덕분에 그와 함께 다니는 원숭이 아부와 날으는 마법 양탄자가 부각되어 균형을 맞췄다. 


이 영화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것, 이 영화의 흥행 성공에 절대적 지분을 차지하는 것, 지니로 분한 윌 스미스의 연기다. 아니, 연기라기 보다 '끼'의 분출이라고 해야 맞을까. 1990~2000년대 전성기의 윌 스미스 그 이상의 빨려들어갈 것 같은 끼를 선보였다. 시쳇말로 '약 빤 연기'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그 모습에 '윌 스미스가 다시 돌아왔구나' 하는 느낌마저 든다. 한편, 그런 윌 스미스의 지니가 원작과 싱크로율이 그리 맞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다면 그외에 대부분의 장면장면이 원작을 답습한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똑같다.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보는 메리트를 확실히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의외의 성공을 이룩하였고, 의외의 성공작으로 분류되어 길이남을 영화 <알라딘>. 비록 전체적으론 별다른 특이점을 찾기 힘들고 자못 유치했지만, 대상이 어린과 아이 모두라는 점을 인정했을 때 명백한 건 보는 내내 행복했다는 것이다.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없이 힐링되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걸로 충분하지 않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걸로 충분하다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충분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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