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극한직업>
영화 <극한직업>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이병헌' 감독은 2008년 <과속스캔들> 각색 작업으로 영화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뒤 쉼없이 일에 매진해왔다. 코미디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에 특화된 그는, 영화와 방송을 넘나들며 각색뿐만 아니라 각본, 감독, 제작에 이어 직접 출연도 했다.
<힘내세요, 병헌씨>라는 저조 섞인 짠하고 웃긴 코미디 드라마 독립영화로 장편 데뷔 후 <스물>로 크게 히트했다. 하지만 그도 소포모어 징크스는 피해가지 못했는지, <바람 바람 바람>으로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크게 좋지 못했다.
그의 '결'이 아닌 '길'은 장진 감독이 생각나게 한다. 장진 감독처럼 확고한 작가주의로 '사단'을 형성할 것 같진 않지만, 꾸준히 코미디 드라마 장르를 추구하며 다양한 웃음을 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연출한 작품을 내놓았다. 2010년대 초중반 그야말로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급성장했지만, 이후 지금까지 내놓는 작품마다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쓰디쓴 맛만 보고 있는 류승룡이 단단히 벼르며 재기를 노린 작품 <극한직업>이다. 아주 잘 빠진 코미디 액션 영화로, 이병헌 감독과 류승룡 배우의 재기는 따놓은 당상처럼 보인다.
잠복이냐, 치킨이냐
잠복근무냐, 치킨판매냐. 그것이 문제로다.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옆동네 강력반에서 마약사범 검거까지 하는 마당에 중간책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하는 마포경찰서 마약반, 고반장(류승룡 분)을 필두로 어리바리한 듯 5명은 해체 위기에서 고반장의 후배인 강력반 최과장의 비밀 제안을 받고 최후가 될지 모를 작업에 나선다.
국제 마약 조직에서 마약을 국내에 밀반입한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 고반장, 장형사(이하늬 분), 마형사(진선규 분), 영호(이동휘 분), 재훈(공명 분)은 파리 날리는 치킨집에서 잠복수사를 시작한다. 한데, 치킨집이 곧 문을 닫는다고 한다. 마땅한 잠복처를 찾지 못한 그들은 고반장의 퇴직금을 털어 치킨집을 인수한다.
24시간 잠복수사 풀가동의 거점을 마련한 마약반, 그런데 파리만 날리던 치킨집에 하루에 10팀이 넘는 손님이 오는 게 아닌가. 문을 닫거나, 오는 손님을 계속 돌려보내면 더 눈에 띌 터, 그들은 직접 치킨을 만들어 팔기로 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 마형사가 부모님께서 오랫동안 해오신 수원왕갈비 소스로 만든 치킨이 대박이 나 맛집이 된 것이다.
잠복근무는커녕 몰려오는 손님들 덕분에 한없이 바쁘기만 한 마약반이다. 잠복근무를 하려고 치킨을 파는 건지, 치킨을 팔려고 잠복근무를 하는 건지. 너무 바빠서 아무 생각이 없는 그들, 그러던 어느 날 잠복근무에서도 치킨판매에서도 비상이 걸린다.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은 잠복근무를 계속할 것인가 치킨판매를 계속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웃음을 위한 영화의 모든 것
순도 100% 웃음을 위한 코미디, 코미디를 위해 영화는 모든 것을 건다.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원활한 잠복근무를 위해 치킨집을 인수했다가 대박이 난다는, '이게 뭐야'라는 말과 함께 슬쩍 웃음이 지어지는 참신한 소재를 앞세운 영화 <극한직업>. 정녕 영화의 모든 것이 웃음을 주려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작정하고 웃긴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걸 제대로 알게 해주는 이 영화는, 쓸데없이 또는 어설프게 무게 잡고 시선을 끌기 위해 웃기려 했던 요즘 한국영화에게 던지는 일침이다. '너무 무게 잡지 말고, 웃기려면 제대로 웃깁시다.'
그야말로 대놓고 코미디에 올인하는 건 사실 많은 걸 포기하는 것이다. 요즘 한국영화에 '메시지' 하나 제대로 넣지 않은 게 없지 않은가. 사회, 개인, 가정, 학교, 회사 등 장르 불문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고 유추하게 하고 질문, 대답하게 한다.
반면, 이 영화는 '치킨'으로 대변되는 서민의 애환조차 코미디로 희석시켜 버린다. 자칫 눈살 찌푸리게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오직 코미디'로 돌파해 버린다. 대사와 캐릭터와 장면장면들에서 장르를 짬뽕시키고 파설괴시켜 버리는 것이다.
웃음뿐만 아니라, 진지함과 액션
경찰과 마약조직의 이야기다 보니 진지함과 액션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데, 상당히 괜찮다.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킬링타임용'이라 함은, 할 것도 없는데 시간 때우기 적당한 영화 없나 할 때 알맞은 영화를 말한다. 이 영화는 그런 점에서 100% 일치하는데, '시간 때우기'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왜냐, 시간이 가는 게 야속할 정도로 쉼없이 웃기고 나도 모르게 웃기고 예측 가능과 예측 불가능을 막론하고 마구잡이로 웃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 웃음의 융단폭격을 날리는 와중 나름의 진지함과 액션이라는 괜찮은 무기를 장착하고 있다. 진지함을 권총 정도의 강력함과 정확도로 날린다고 한다면, 액션은 저격총 정도의 강력함과 정확도로 날린다. 즉, 액션은 생각 외로 볼 만하다.
완벽한 영화가 아닌 바에야, 스토리에 수많은 구멍들과 쉼표들이 있다. 아니, 어쩌면 그것들이 있어야 완벽한 영화라 하겠다. 숨 돌릴 타이밍이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극한직업>은 어떤 구멍이나 쉼표를 찾기 힘들다. 그것들을 모조리 코미디로 채워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후반에 이르러서는 웃음 동력이 조금 떨어지는 감이 있다. 그런가 싶더니 밀도와 타격감과 정확도 높은 액션이 그 빈 자리를 채우는 게 아닌가.
흥행전선 이상 없이 설날 연휴를 관통해 2월달도 접수할 것으로 보인다. 1000만 명 돌파도 꿈은 아닐 듯한대, 류승룡 배우로서는 재기는 물론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 <명량>에 이어 또다시 1000만 영화 주연 신화를 쓸지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힘을 빼니 대박을 친 영화 속 수원왕갈비통닭처럼, 류승룡 배우도 힘을 빼니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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