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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독이 든 성배를 든 제임스 완, 기대와 걱정을 희망으로 <아쿠아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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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DC의 마지막 희망 <아쿠아맨>


영화 <아쿠아맨> 포스터. ⓒ워너브러더스코리아



2008년 <아이언맨>으로 시작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슈퍼히어로 영화계를 넘어 영화계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파워를 얻게 되었다. 마블 코믹스 원작은 이전에도 계속 영화로 만들어져 왔는데, <판타스틱 4> <데어데블> <엘렉트라>처럼 완전히 망해버린 영화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무렴 DC만 하랴. 


2013년 <맨 오브 스틸>로 시작된 DC 익스텐디드 유니버스(DCEU)는 시작부터 삐그덕거려 이후 2년 동안 영화가 나오지 못했고 2017년 <원더우먼> 정도를 제외하곤 모두 망작으로 분류되는 참혹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유니버스를 만들기 이전엔 슈퍼맨과 배트맨만을 앞세워도 마블보다 훨씬 인지도가 높았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것인지. 


DCEU는 단순히 절망의 수준을 넘어 존폐 위기로 몰렸고 '마지막 희망'으로 제임스 완을 불러들여 <아쿠아맨>을 만든다. 사실 <아쿠아맨>은 잘 알지도 못하는 캐릭터와 세계관일 뿐더러 별로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제임스 완이라면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공존했다. 


제임스 완이 누구인가. <쏘우> 시리즈, <인시디어스> 시리즈, '컨저링' 유니버스를 창조하고 모조리 성공시킨 공포영화의 귀재이자, '분노의 질주' 최고의 흥행작이자 수작인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을 연출한 차세대 명감독이 아닌가. 그가 만든 <아쿠아맨>은 어떨까. 


괜찮은 슈퍼히어로 오락영화


DC로선 최상의 결과물을 도출할 괜찮은 슈퍼히어로 영화 <아쿠아맨>. 영화 <아쿠아맨>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쁘지 않은' DC치고는 '굉장한' 오락영화였다. 영화사적으로나 영화 내적으로 논할 가치는 없다고 해도, 그럴 바엔 차라리 재밌게 즐길 만하면 되지 않겠나 싶은 마음을 대변해줬다 하겠다. 스토리라고 해봐야 역시 별 말 할 게 없지만 소소한 소구점은 있다. 


아틀란티스 왕국의 공주 아틀라나(니콜 키드만 분)는 정략결혼을 피해 육지로 온다. 평범한 등대지기 토마스에 의해 발견되어 이후 둘은 사랑에 빠지고 아이 커리가 태어난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아틀라나는 아틀란티스로 돌아가 정략결혼을 하고 옴을 낳지만 결국 쫓겨난다. 


이 세계와 저 세계, 바다와 육지를 잇는 유일한 다리 커리는 커서 근육질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 분)이 된다. 무지막지한 힘과 함께, 바다와 육지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다. 한편, 육지의 공격에 옴(패트릭 윌슨 분)은 아틀란티스 7왕국을 모아 육지와의 전쟁을 치르려 한다. 


이에 옴의 약혼녀이자 동맹국 제벨의 공주 메라(앰버 허드 분)는 아쿠아맨을 찾아와 옴을 몰아내고 왕위에 올라 육지와의 전쟁을 멈출 것을 간청한다. 아쿠아맨은 옴의 최측근이지만 사실은 아틀라나와 아쿠아맨의 최측근인 벌코(윌렘 대포 분)에게 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러기 싫다고 거절한다. 하지만 옴의 야망이 도를 지나쳐 수많은 이들이 죽고 다칠 게 분명하기에, 아쿠아맨은 메라와 함께 벌코의 지원을 받으며 육지와의 전쟁을 멈춘다는 명분을 앞세워 왕위를 찬탈하기 위한 먼 여행을 떠난다. 


볼 거리 반석 위에서 순혈주의 비판


화려한 액션과 볼 거리를 장착하곤 순혈주의 비판에 힘을 기울인다. 영화 <아쿠아맨>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아쿠아맨>은 가장 걱정거리이자 가장 기대되기도 하는 바닷속 화려한 액션과 전투를 기본 장착인 것처럼 자유자재로 내비친다. 바닷속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랄까. 바닷속 액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그 반석 위에 영화는 하고픈 얘기를 마음껏 펼치고 보여주고 싶은 소소한 장면들을 마음껏 내보인다. 좋고 말고 할 것 없이 '짬뽕'이라고 해두자. 시작부터 다른 세계, 다른 계층의 두 남녀가 결혼하여 낳은 혼혈이 주인공이 되어 왕위에 오르려 하고 나아가 영웅이 되려 한다니. 


제임스 완 감독 본인이 말레이시아 화교 출신의 말레이시아 태생 호주인으로 미국에서 살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해 하고 싶은 말도 해야 될 말도 많았을 것이다. 더욱이 그가 살고 있는 곳은 미국, 미국은 트럼트가 대통령이 되고 난 후 이른바 순혈주의 노선이 주가 되었다. 순혈주의는 국수주의로 나아갈 수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도 난민 문제가 괘를 같이 한다. 


영화 시종일관 대사와 행동과 캐릭터를 통해 순혈주의를 비판하고, 정녕 장면장면마다 위에서 언급한 두 영화 말고도 <아바타> <인디아나 존스> <쥬라기 공원> 심지어 <타이타닉> 등 온갖 영화들이 생각나는 건 또는 생각나게 하는 건 전부 의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걸 스토리와 따로 또 같이 노골적으로,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건 감독의 능력이라 하겠다. 


후속편, 명배우, DC의 희망


후속편을 염두에 둔 점, 명배우들이 출연한 점, DC의 희망으로 작용한 점 등 할 얘기가 많은 영화다. 영화 <아쿠아맨>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는 후속편을 염두해두는 작업도 소홀히 하지 않았는데, 옴의 야망을 실현시킬 명분이자 아쿠아맨이 왕위에 오를 명분이기도 한 육지와의 전쟁이 제대로 시작되지 않았던 점이다. 이를 어떤 식으로 풀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육지의 공격 양상이 현재 인간이 자행하는 자연을 향한 수많은 만행과 다름 아니고 이에 바다가 대항하는 양상이 인간이 말하는 자연재해와 다름 아니라는 점이 흥미롭다. 


2편이 만들어진다면, 1편에선 '그들'과 '우리'의 좁은 의미로 순혈과 혼혈이 싸우는 양상이었다면 2편은 보다 넓은 의미로 인간과 자연이 싸우는 양상이 아닐까 예상해본다. 큰 희생을 막기 위한 작은 희생, 큰 전쟁을 막기 위한 작은 전쟁,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 평화를 위한 전쟁을 어떤 식으로 내보일지도 궁금하다. 


2010년대 들어서 영화계를 뒤흔드는 슈퍼 히어로 영화, 단순히 무지막지한 자본을 앞세워 화려한 볼거리와 수많은 흥밋거리로 관객들을 불러오는 게 아니다. 명감독과 명배우들이 함께 한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아쿠아맨>에도 명배우들이 함께 했다. 


아카데미, 골든글러브, 베를린를 석권한 명배우 니콜 키드만과 베를린, 베니스를 석권한 명배우 윌렘 대포가 아쿠아맨과 메라와 옴을 보필한다. 물론 옴을 분한 패트릭 윌슨은 연극과 뮤지컬과 드라마 부문에서 자타공인 최고의 연기파 배우이기도 하다. 


<아쿠아맨>은 DCEU 이전부터 꾸준히 DC가 추구했던 특유의 '진지함'을 한껏 몰아내고 명품 오락영화 감독에게 전권을 주어 보다 대중친화적으로 세계관 자체를 살려낸 케이스이다. 한편 씁쓸하지만, 한편 이후 마블과의 훌륭한 라이벌 관계로 보다 건설적인 앙상블이 기대된다. 관객으로선 볼 거리가 많아져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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