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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천재 각본가 아론 소킨의 영화 연출 데뷔작 <몰리스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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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몰리스 게임>


영화 <몰리스 게임> 포스터. ⓒ영화사 빅



할리우드 천재 각본가의 연출 진출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같은 영화계에 종사하지만 각본과 연출의 결은 엄연히 다르기도 하지만, 많은 천재 각본가가 천재 연출가를 겸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와중에 영화 연출로도 진출해 여전한 실력을 자랑한 천재 각본가들이 있다. 찰리 카우프만, 테일러 쉐리던, 아론 소킨이 그들이다. 


<존 말코비치 되기> <이터널 션사인>의 찰리 카우프만은 2007년에 연출 데뷔를 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고 오랜 시간이 흐른 2015년 <아노말리사>로 베니스에서 심사위원대상을 탔다. <시카리오> <로스트 인 더스트>의 테일러 쉐리던은 2016년 연출 데뷔작 <윈드 리버>로 칸에서 감독상을 탔다. 


<어 퓨 굿 맨> <대통령의 연인> <소셜 네트워크> <머니볼> <스티브 잡스>의 원조 '천재 각본가' 아론 소킨은 2017년 <몰리스 게임>으로 영화 연출을 데뷔했다. 그는 이미 2012~2013년에 미드 <뉴스룸 1, 2>로 훌륭한 연출 데뷔를 이룩한 바 있다. 그 이름 하나만으로 무한 기대가 가는 <몰리스 게임>이 북미 개봉 1년 여만에 한국에 찾아왔다. 


'포커 프린세스' 몰리 블룸의 실화


영화 <몰리스 게임>의 한 장면. ⓒ영화사 빅



영화는 20대에 할리우드 사설 도박장을 장악한 '포커 프린세스' 몰리 블룸의 실화를 옮긴 책 <몰리 블룸>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이다. 그녀는 엄격한 심리학자 아버지 밑에서 한때 올림픽에도 진출한 스키선수 유망주였지만 부상으로 포기하고 만다. 그녀의 인생 첫 번째 실패, 그리고 어김없이 이겨내는 그녀의 첫 번째 반전은 로스쿨이다.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술집 알바를 시작하는 몰리, 그녀는 도박장을 운영하는 부동산 거물 딘의 개인비서로도 일하며 투잡을 한다. 유명인들이 드나들며 엄청난 판돈이 오가는 그곳에서 팁만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몰리, 결국 독립해 자신만의 사설 도박장을 열기에 이른다. 두 번째 실패에 이은 두 번째 반전이랄까. 


이쯤 되면 그녀의 세 번째, 네 번째 계획되는 실패와 반전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자릿세를 걷지 않고자 하기에 완전한 불법으로의 길을 걷진 않지만, 사설 도박장 자체가 불법의 영역에 있기 때문에 언제 실패와 좌절을 겪을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누가 봐도 눈에 들어오는 출중한 외모와 매력의 소유자가 아닌가. 


그런 한편 FBI의 급습으로 체포된 그녀의 변호인 찰리와의 설전도 흥미진진하다. 그는 그녀의 이야기를 온전히 믿을 수 있는가. 그녀는 그의 실력을 믿을 수 있는가. 그녀와 그, 그와 그녀는 그녀의 이야기 이면의 진짜 이야기를 말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가. 


그녀에게 '도박'이란? '신뢰'는?


영화 <몰리스 게임>의 한 장면. ⓒ영화사 빅



영화는 2010년 가장 바쁜 여배우 중 하나인 제시카 차스테인이 원톱으로 오롯이 이끈다. <인터스텔라> <마션> 등에서의 2순위 주연의 느낌이 아닌, <제로 다크 서티> <미스 슬로운> 등에서의 신념 어린 카리스마를 선보이는 단독 주연의 당당함을 다시 한 번 선보이는 것이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영화 속 몰리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모든 걸 잃을 위기에 빠진 몰리는, 그럼에도 끝까지 지키려고 하는 게 있다. 자신이 운영했던 불법 도박장을 드나들었던 주요 고객들의 신상명세. 찰리가 원하는 건 당연히 그들의 인생 따위가 아닌 의뢰인 몰리의 인생, 하지만 몰리의 신념을 꺾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몰리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로는 제시카 차스테인밖에 없는 것 같다. 


그녀의 길지 않은 삶에서 도박이란 무엇일까. 무엇이길 바란 걸까. 영원한 일등도 영원한 꼴등도 없는 롤러코스터의 순간순간을 살아가는 삶의 진리? 누구나 선망하고 우러러 보고 닮고 싶은 거물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얻는 삶의 진리? 


그것보다 '신뢰'가 우선이고 제일일까. 도박장 운영자와 도박장 고객 간의 철저한 믿음과 신뢰 하에, 대부분의 고객들은 돈을 쓰며 놀다 가고 어떤 고객들은 인생을 건 게임을 하며 어떤 고객들은 일을 한다. 몰리는 팁을 받고 자릿세를 걷는 대신 책임 지고 그들을 지켜준다. 


완벽하게 직조된 서사와 내러티브


영화 <몰리스 게임>의 한 장면. ⓒ영화사 빅



아론 소킨의 각본과 연출 방식은 굉장히 '영화적'이다. 의미와 메시지보다 사건에 집중하고, 사건보다 캐릭터에 집중하고, 캐릭터보다 대사에 집중하고, 대사보다 흐름에 집중한다. 즉, 내러티브를 가장 위에 두는 것이다. 관객은 눈 돌릴 새도, 생각할 새도 없이 영화에 집중하고 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의 내러티브 방식은 할리우드의 큰 흐름 중 하나를 형성했다. 지금의 할리우드 영화는 대규모 스케일과 리얼리티, 영원히 남을 캐릭터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영화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직조된 서사와 내러티브 형성을 지향한다. 영화가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수렴되는, 보다 원론적인 영화의 모습에 가깝다. 


그런 면에서 <몰리스 게임>은 참으로 신통하다. 크나큰 사건 하나가 아닌 자잘한 사건사고가 끝없을 정도로 이어지는 서사의 모양새가 재미와 지루함의 경계에 교묘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장인이 치밀하고 정교하게 직조한 명품으로 보일 수 있지만, 꾸역꾸역 끝까지 끌고 가다시피 한 '멱살 캐리'의 불안한 상품으로 보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재미보다 지루함이 앞섰지만 불안한 상품보다 어중간한 명품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런 한편 어떻게 이런 내러티브를 선사하고 어떻게 이런 대사 집중력을 보일 수 있는지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마치 긴 드라마를 축약해 영화로 만든 느낌이랄까. 아무래도 아론 소킨은, 각본은 영화만, 연출은 드라마까지도 잘 해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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