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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사랑과 생존에의 치열하고 특별한 모습들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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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


영화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 포스터. ⓒ이수C&E



사랑을 표현할 때 위대하다는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 글자 그대로 사랑을 하면 능력이 뛰어나지고 훌륭해지기 때문이기도 할 테지만, 보다 넓은 의미로 우리 인류가 지금에 이르게 된 결정적 이유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좋은 쪽으로 가게 된다면 갈 수 있다면 그 가장 큰 이유가 다름 아닌 사랑 덕분일 것이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하기 싫은 사람이 여기 있다. 그(그녀)는 혼자가 아닌 둘 이상이 되면 뭐든 할 수 있을 거다. 그럴 땐 '혼자'만 아니면 된다. 하지만 나라는 사람은 중요하지 않게 될지 모른다. 내가 함께 하는 우리가 아닌 우리에 속한 내가 되는 것이다. 반면 사랑을 하게 되면 전혀 다른 우리가 된다. 


사랑을 할 때 혼자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육체적으로 혼자 있을 때도 정신적으로 함께하고, 정신적으로 혼자 있을 때는 육체적으로 함께할 수 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함께하지 않을 때도 언제나 함께 있을 수 있는 게 사랑이다. 그리고 모든 면에서 함께 하게 되었을 때 너와 내가 함께 우리가 된다. 영화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는 그런 이야기다. 


긴 항해


영화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의 한 장면. ⓒ이수C&E



남태평양 한 가운데 타히티섬, 자유로운 영혼 태미(쉐일린 우들리 분)와 바다를 사랑하는 리처드(샘 클라플린 분)가 우연히 만난다. 그들은 사랑에 빠지는 흔하디 흔한 절차를 따른다. 눈이 가고, 눈에 남고, 밥을 먹고, 서로를 알아가고, 데이트를 하고, 미래를 약속한다. 그리고 바다를 닮고 바다를 사랑하는 이들답게 긴 항해를 시작한다. 


한편, 태미와 리처드가 처음 만나 사랑을 키워 가는 동시에 망망대해 한복판에서 뒤집히다시피 한 보트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태미가 고군분투하는 표류 이야기가 함께 진행된다. 하지만 그녀 옆에 리처드가 보이지 않는다. 곧 근처에 떠다니는 리처드를 발견하고 건저내지만 그는 이미 심하게 다친 상태이다. 


꿈의 섬 타히티에서의 달달하고 환상적인 로맨스를 즐기는 태미와 리처드, 동시에 어딘지도 알 수 없는 태평양 망망대해에서 오직 생존을 위해 버티고 버티는 태미와 리처드. 영화는 사랑과 생존이라는 정반대에 위치해 있을 것 같은 두 모습을 교차로 보여주며, 사실은 두 모습이 다르지 않다고 하나라고 말한다. 


사랑과 생존


영화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의 한 장면. ⓒ이수C&E



생존은 치열하다. 살기 위해서는 그 무엇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해야만 한다. 평소의 내가 아닌, 그곳엔 다른 내가 또는 진짜 내가 존재한다. 사랑은 어떨까. 사랑도 치열하다. 나보다 네가 더 중요하고, 그런 너를 위해 보다 나은 내가 되려 한다. 역시 그곳엔 평소의 내가 아닌 다른 내가 존재한다. 너로 인해 더 특별해진 내가 말이다. 


그뿐이랴. 생존의 상황처럼 사랑의 상황도 특별하다. 생존만을 위한 상황에 처하는 건 일생에 있어 굉장히 특수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 처할 때가 생기지 않을 수 있을 만큼 말이다. 말로는 뭘 못하랴 하겠지만, 치열한 생존에의 사투를 이겨 지나오는 것에는 진짜 나를 알게 되는 특별함이 담겨 있을 것이다. 


사랑은 누구나 다 하는 보편적 상황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랑이라 생각하는 것들이 진짜 사랑이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그건 진짜 사랑을 아무도 알 수 없고 아무도 정의 내릴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와중에 사랑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느낄 수 있다면, 단언컨대 그 자체로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사랑과 생존에의 치열하고 특별한 모습들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준다. 혹자는 교차편집으로 이 영화의 로맨스 깊이가 옅어졌고 산만해졌다고 했지만, 난 다름 아닌 이 교차편집 덕분에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사랑과 생존의 수평적 등가 대치가 훌륭히 보여졌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사랑은 생존만큼 치열하고 특별하다. 


당당함과 나아감


영화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의 한 장면. ⓒ이수C&E



교차편집의 한 장면인 로맨스는 다른 장면인 생존 표류에의 긴장감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현실적인 힘을 얻는다. 긴장 어린 가슴 떨림은 설렘으로 수평적이게, 망망대해의 막연함과 외로움은 함께 하는 우리에의 감사한 기억으로 역변적이게 치환된다. 


생존 표류는 로맨스에의 달달함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영화적 힘을 얻는다. 추상적이고 전체적인 사랑에의 모양이 아닌, 구체적이고 순간적인 사랑에의 모습들이 생각나 오직 그 기억들로만으로도 살아가게 된다. 


한편 영화는 35년 전 실제로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 여주인공 태미의 주체적인 모습을 곳곳에 담았다. 자신의 삶을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 선택하고 계획하고 실천한다. 거기엔 지금은 물론 당시엔 더더욱 여자로서 그런 모습으로 하기 힘들었을 사랑과 생존의 당당함이 있다. 


사랑과 생존은 그 자체로서 수평적 등가의 모습을 주고 받지만, 한 여성에게도 마찬가지로 모습으로 다가가서 그녀에 의해서 동일하게 나아간다. 시종일관 계속되는 태미의 주체적이고 열정적인 생존에의 나아감은 종반의 반전으로 사랑과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게 합일된다. 반전은 뒤통수를 후려치는 스릴을 선물하는 대신, 슬프고 가슴 아프고 얼얼하다. 그럼에도 태미는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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