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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

"언론이 질문 못하게 하면 나라가 망해요" <공범자들> [리뷰] 최승호 감독의 지난 9월 4일, KBS와 MBC 노조는 공영방송을 회복하기 위한 파업에 돌입했다. 실질적 목표는 고대영 KBS 사장과 MBC 김장겸 사장의 퇴진, 그리고 불공정 보도 시정 등이겠다. 대한민국에 큰 소용돌이가 지나가고 이전보다 좋은 세상으로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와중에 대대적인 언론 총파업이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뭣 모르고 봤을 땐 KBS와 MBC 모두 공영방송인 만큼 정부에 반하는 파업이기 때문이다. 한꺼풀만 벗겨보면 알 수 있다. 두 방송국의 현 사장이 전 정권의 하수인이었다는 걸. 정부의 충실한 하수인으로서 언론의 자유를 묵살하고 통제해왔는데, 정부가 바뀌고서도 그 기조를 바꾸지 않았다. 이젠 현 정부의 언론 자유 불가침을 이용해 스스로가 권력의 정점이 되어 전횡.. 더보기
나치 전범을 통해 악을 논하다 <악의 해부> [서평] 제2차 세계대전 하면 생각나는 건 단연 '홀로코스트'다. 통칭으론 대학살을 뜻하지만, 일반적으론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 대학살을 말한다. 인류 역사상 수많은 전쟁과 대학살이 있어 왔지만, 이토록 어마어마한 전쟁과 대학살이 동시에 이뤄진 건 일찍이 없었다. 당연히 홀로코스트에 대한 시각은, '왜'와 '어떻게'로 쏠린다. 왜 나치는 홀로코스트를 자행했고, 나치는 홀로코스트를 어떻게 자행했는가. 거기에 홀로코스트를 결정하고 실행에 옮긴 핵심인사들을 향한 관심도 있다. 히틀러, 히믈러, 하이드리히, 아이히만 등이 그들이다. 이들을 비롯 나치는 그렇게 '악마'가 된다. 나라 대 나라의 전쟁이 아닌 일방적인 학살로 수백만 명에 달하는 사람을 죽게 한 그들이 악마가 아니라면, 무엇으로.. 더보기
대중을 향한, 대중에 의한, B급의 메이저화 <킬러의 보디가드> [리뷰] 저급하리만치 돼먹지 못한 말들의 향연에 의한 코믹, 지극한 사실성과 과도한 잔인성을 앞세워 오히려 현실감 없이 재밌게만 느껴지는 액션의 극단적이고 모순적인 조합의 영화가 최근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2015년 과 2016년 이 그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데, B급의 메이저화 또는 메이저의 B급화이겠다. 공교롭게도, 아니 의도한 것이겠지만 두 영화에서 극단적 조합에 결정적 역할을 한 두 배우가 한 영화에서 뭉쳤다. 제목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이 흐르는, . 의 라이언 레이놀즈와 의 사무엘 L. 잭슨이 그들인데, 성공적 캐릭터를 거의 그대로 가져 왔다. 백인과 흑인의 버디 케미 코믹 액션은 1980~90년대 시리즈, 1990~2000년대 시리즈로 상종가를 쳤다. 자신의 한계를 완벽히 깨닫고.. 더보기
그저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소설가, 온다 리쿠의 정점 <꿀벌과 천둥> [서평] 온다 리쿠의 중2 음악 시간, 선생님께서 종종 수업 대신으로 영화 한 편을 보여주셨다. 족히 20년은 흐른 지금까지도 개인적인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꼽는 를 그때 처음 보았고, 여전히 뒷골을 송연하게 만드는 절정의 영화 도 그 시간을 통해 처음 보았다. 공교롭게도 둘 다 서양 클래식 음악을 다뤘고 그 덕분인지 몰라도 오랫동안 클래식은 나의 조그마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유독 그때 그 음악 시간은 클래식 음악 숙제가 많았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의 대표곡들을 듣고 감상문을 써오는 숙제, 직접 오페라 콘서트 실황을 보고 감상문을 써오는 숙제 등. 우리나라 교육의 폐해였을까. 악기를 직접 연주하는 건 리코더나 멜로디언 정도였고, 나머진 사실 글쓰기 과제였던 거다. 음악 감상의 느낌을 글로 .. 더보기
입체적 인물 캐서린의 체제 전복 <레이디 맥베스> [리뷰] 온몸을 뒤덮는 베일을 쓴 한 소녀, 불안한 눈빛으로 두리번 거린다. 보이진 않지만 옆에는 남편될 사람인 듯하고, 뒤에는 늙은 남자와 흑인 여자가 서 있다. 결혼식이다. 뭔가가 빠져 있는 결혼식. 곧이어 첫날밤, 모습을 드러낸 남편은 소녀 캐서린(플로렌스 퓨 분)에게 벗으라고 명령하고는 혼자 침대로 들어가 몸을 돌려버린다. 이해할 수 없는 첫날밤. 일반적인 결혼식과 첫날밤의 모습이 아니다. 19세기 영국, 알고 보니 캐서린은 탄광을 소유한 명가에 팔려온 이였다. 남편은 원하지 않았고 남편이 극도로 싫어하고 증오하는 아버지가 사온 것. 일련의 이상함들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캐서린이 이 집에서 할 일은 없다. 집에서 나가지 말고 가만히 성경이나 읽고 있으면 된다. 여자로서의 본분을 지키면 되는 것이.. 더보기
전후 일본의 핵심, '전쟁 패전 부정' <영속패전론> [서평] 우리의 역사인식에서 '일본'은 절대 떼려야 뗄 수 없다. 조선이라는 나라의 운명을 바꿀 만한 초유의 전쟁인 임진왜란은 그렇다 치더라도, 19세기말에서 20세기, 나아가 21세기에 이르는 일본에 의한 한반도 침략과 수탈과 망언의 역사는 지겹도록 계속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함없이 말이다. 그래, 침략과 수탈까지 다 좋다. 인류 역사상 수많은 나라들이 침략과 수탈을 자행했다. 그런데 여전히 계속되는 망언의 이유는 무엇인지, 왜 이해할 수 없고 납득하기 힘든 언행을 반복하는 것인가. 잊을 만하면 튀어나오는 망언들은 이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정도가 되었다. 그래도 궁금하다, 그 메커니즘이. 도대체 왜? 일본의 젊은 정치사상가 시라이 사토시 교수의 (이숲)은 정녕 허무할 정도로 속시원하.. 더보기
전에 없는 '날 것'의 공포를 선사하는 프랑스산 카니발리즘 <로우> [리뷰] 완고한 채식주의자 부모님 밑에서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는 쥐스틴, 어쩐지 불안한 심리와 어딘지 불편한 몸의 상태가 엿보인다. 그들은 함께 쥐스틴이 입학할 생텍쥐베리 수의학교로 향한다. 그곳은 다름 아닌 쥐스틴의 부모님이 다녔던 데는 물론 언니 알렉스도 다니고 있는 데다. 그녀에겐 광란에 찬 오리엔테이션과 혹독한 신고식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동물의 피를 흠뻑 뒤집어쓴 채 토끼 생간을 먹어야 했다. 하지만 쥐스틴은 채식주의자가 아닌가? 채식주의자일 언니 알렉스는? 칸, 토론토, 런던, 선댄스, 시체스 영화제 등 세계 유수 영화제를 섬렵하고 한국의 부천 영화제에 상륙해 호평을 받은 영화 의 시작이다. 프랑스 태생인 이 영화는 자그마치 '줄리아 듀코나우'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흔치 않은 프랑스 호러공포.. 더보기
재벌과 대기업의 나라가 되어 가는 북한의 속살 <조선자본주의공화국> [서평] 북한 핵 위협, 일명 '북핵'으로 대표되는 북한의 끝없는 질주. 그를 둘러싸고 최소 한, 중, 일, 미, 러 5개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연일 논의에 논의를 거듭한다. 그럼에도 북한은 멈추지 않는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기에. 대내외적으로 '우린 아직 건재하다' '우리에게 관심을 줘라' 하고 말하는 것 같다. 북핵에 대한 관심은 일반인에게서만큼은 멀어져 간다. 수 년 전만 하더라도 북핵 실험에 마음을 졸였지만, 이젠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 일쑤다. 그저 북한이 '또' 미사일 발사했네, '또' 핵실험을 감행했네 정도의 관심 정도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북한 자체에 대한 관심 또한 멀어져 간다. 그동안 우리에게 북한이라는 나라는 다른 무엇도 아닌 '위협'과 동일어였으니 말이다. 유일하..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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