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조선자본주의공화국>


<조선자본주의공화국> 표지 ⓒ비아북



북한 핵 위협, 일명 '북핵'으로 대표되는 북한의 끝없는 질주. 그를 둘러싸고 최소 한, 중, 일, 미, 러 5개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연일 논의에 논의를 거듭한다. 그럼에도 북한은 멈추지 않는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기에. 대내외적으로 '우린 아직 건재하다' '우리에게 관심을 줘라' 하고 말하는 것 같다. 


북핵에 대한 관심은 일반인에게서만큼은 멀어져 간다. 수 년 전만 하더라도 북핵 실험에 마음을 졸였지만, 이젠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 일쑤다. 그저 북한이 '또' 미사일 발사했네, '또' 핵실험을 감행했네 정도의 관심 정도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북한 자체에 대한 관심 또한 멀어져 간다. 그동안 우리에게 북한이라는 나라는 다른 무엇도 아닌 '위협'과 동일어였으니 말이다. 


유일하게 북한에 대해 알게 되는 통로인 언론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실상 같은 건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북핵만 보도할 뿐이다. 종종 기획보도로 실상을 알리고자 하지만, 이미 독자의 입장에서 안중에도 없어졌다. 우리는 북한의 실상, 북한의 일반 주민 생활을 알 도리가 없게 된 것이다. 


1990년대 중반 대기근 이후 북한의 실상


우리나라에서 북한은 오랫동안 가장 금기시된 단어이고 가장 알아선 안 되지만 한편으로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곳이었다. 이젠 아무려면 어떠냐는 식이 되어버렸지만. 그럼에도 궁금하다. 군대에 있을 때도 북한 주민은 '적'이 아니라고 배웠다. 헌법상 한반도 전역이 대한민국 영토인 만큼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겠는가. <조선자본주의공화국>(비아북)의 출간이 반갑게 다가왔다. 


영국 출신의 두 수재 기자이자 특파원 제임스 피어슨과 다니엘 튜더가 전해주는 북한의 실상을 담았다. 최소한 내 기준으로 보아도 굉장히 희귀하고 독특하고 소중한 저작물인데, '북한 정부'가 아닌 '북한 사회'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동안 수없이 접해 왔던 북한은 대부분 '정부'였고, 그 '사회'는 여지없이 굶주리고 헐벗고 무기력한 이들의 집합소였다.


이런 생각에 찬물을 확 끼얹는 것처럼 저자는 북한 사회가 굉장히 역동적이거니와 북한 주민도 우리만큼 일상적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북한도 한국처럼 '재벌과 대기업의 나라'가 되어 간다는 충격적인 말도 전한다. 1990년대 중반에 북한의 사회를 송두리째 바꾼 대기근 때문이라는 것. 최소 수십 만 명이 희생된 대참사 이후 북한 주민들은 각자 살길을 찾아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조선 시대, 임진왜란으로 나라가 송두리째 바뀐 것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족히 수백 만 명은 희생되었을 게 분명한 그 참사 이후 조선 백성들은 각자 살길을 찾아가게 되었다. 나라는 더이상 버팀목일 수 없었다. 대기근 이후 북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더이상 '공산주의체제'가 가지는 의무를 다하지 못했고, 주민들은 유사 자본주의체제의 시장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대기근 이후 변한 북한의 실상을 스캔하는 입문서로 더할 나위 없다 하겠다. 


우리를 흔드는 북한의 충격적 변화들


지금은 당연한 게 되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돈이면 다 된다'는 말이 굉장히 이상하게 들렸었다. 그 말은 이제 북한에게도 통용되는 말이 되었다. 저자에 따르면, 북한에서 돈이면 안 되는 게 거의 없다고 한다. 한 마디로 '법 위에 돈이 있다'는 것이다. 명백한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로의 진입, 아니 거기에 허울상의 무너져가는 체제일지라도 '봉건주의제 왕조국가'의 이름을 붙여주어야 맞겠다. 


이 거대한 충격적 변화 속에 자잘한 충격적 변화들이 우리를 흔든다. 더이상 정부가 완벽한 통솔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건 고사하고, 오히려 자본주의를 장려하다 못해 직접 사업에 뛰어들어 시장경제체제로의 길을 닦는 건 충격에 들지도 못한다. 정부가 아닌 일개 개인이 사업을 한다든지, 외국 TV와 영화를 시청하고 컴퓨터와 휴대폰과 USB는 물론 초소형 SD카드와 태블릿까지 사용하며, BB크림을 바르고 스키니진을 입고 다니며 성형수술까지 감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놀라움을 금치 못해 전혀 현실과 동떨어진 영화나 소설을 보는 느낌이다.


이보다 훨씬 많은 자잘한 충격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일일이 다 열거하면 그 충격이 오히려 사그라들 것 같아 말을 아낀다. 충분히 충격일 줄 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와 역학 관계는 여전히 쉽지 않다. 2017년을 기해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이 취임했다. 내년이면 중국에서는 시진핑이 5년 중임제 국가주석에 새롭게 연임하게 될 것이고, 일본에서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있어 아베 신조의 교체가 유력시되고 있다. 


각국 지도자의 변화에 따라 북한에 대한 대응이 시시각각 바뀌는 것이다. 그 사이에서 결코 덮어두고 넘어가지 말아야 할 게 있겠다. 북한의 진짜 모습, 북한의 밑바닥부터 시시각각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실상을 말이다. 이 책은 현 시점으로선 그에 대한 가장 완벽한(가장 최신은 아니지만) 정보를 전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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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env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