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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

21세기에 되돌아보는 '진정한' 20세기 <우리의 20세기> [리뷰] 1979년 미국 서부 산타 바바라, 약관 15세 제이미(루카스 제이드 주만 분)는 40살 많은 엄마 도로시아(아네트 베닝 분)와 함께 산다. 하숙하는 사람이 둘 있는데, 20대 애비(그레타 거윅 분)와 40대 윌리엄(빌리 크루덥)이 그들이다. 그리고 매일 같이 제이미 방에 몰래 놀러와 자고 가는, 제이미의 친구 17세 줄리(엘르 패닝 분)가 있다. 각자 소소한 일을 겪으며 살아가는 그들, 제이미 덕분에 또는 때문에 뭉친다. 제이미가 더 나은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도로시아가 혼자서는 자신이 없으므로 애비와 줄리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다. 제이미를 보살펴 주고 가르쳐 주라고 말이다. 즉, 제이미를 함께 키우자는 뜻이었다. 애비와 줄리는 지극히 열려 있는 여성으로서 남자가 알아야 할 것들을 .. 더보기
감정을 들여다보고 내보이자, 공유하고 공감하자 <감정 시대> [서평] 요즘 어떠냐고 묻는 말에 '괜찮아' 정도의 긍정적 답변을 하기도 듣기도 매우 어렵다. 난 대체로 '불안하다'라고 말하는 편인데, 가족끼리 종종 진지한 자리를 가지는 자리에서도 그런 대답을 자주한다. 문제는, 무엇이 그리 불안한지 정확히 말할 수 없는 데 있다. 그저 불안전한 현재와 불투명한 미래가 불안할 뿐이다. 그렇다면, 현재와 미래가 왜 불안할까. 비단 나뿐만 그런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끼는 걸까. '불안'말고 다른 느낌이나 감정은? 역시 부정적일까, 혹은 긍정적일까. EBS 다큐프라임에서 '감정시대'라는 주제로 지금 한국 사회를 떠도는 가장 지배적인 감정이 무엇인지 찾아보았고, (윌북)라는 책으로도 나왔다. 대략 6개로 압축할 수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부정적인 감정이다. 미래에 대한 .. 더보기
한 편의 완벽한 정통고전추리소설 <인비저블 게스트> [리뷰] 성공한 젊은 사업가 아드리안은 불륜녀 로라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몰린 상황이다. 아드리안은 극구 부인하지만, 로라가 살해된 호텔방에는 아드리안밖에 없었고 다른 누군가가 들어왔거나 나간 흔적이 전혀 없었다. 아드리안은 완벽한 승률을 자랑하는 변호사 버지니아를 선임해 난관을 타개하고자 한다. 버지니아는 오자마자 심각한 사항을 들이민다. 검사가 사건을 반전시킬 만한 증인을 확보했고 3시간 안에 출두해 증언을 할 거란 얘기였다. 아드리안은 진실을 말했다고 하며 아무 문제 없을 거라 주장하지만, 그녀는 더 자세하고 진실된 얘기를 원한다. 아드리안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버지니아는 모든 걸 이미 알고 왔다는 듯이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러곤 아드리안에게 압박을 가하며 감옥에 가기 싫거든 절대 거짓말.. 더보기
아픔과 슬픔의 설원... 그럼에도 희망의 작은 불씨 <윈드 리버> [리뷰] 2015년 , 2016년 로 칸을 사로잡으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테일리 쉐리던. 그는 이 두 편의 웰메이드 영화 각본을 책임졌다. 아무래도 영화 스텝 중에선 연출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클 텐데, 각본이 각광받는 영화가 종종 있다. 이야기가 주는 힘이 어마어마한 경우가 그렇다. 테일리 쉐리던이 다시 1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 영화로 찾아왔다. 이번엔 각본에 더해 연출까지 책임진 다.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에 위치한 '윈드 리버'라는 곳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꾸려지는데, 그곳은 인디언 보호구역이거니와 끝없는 설원이 펼쳐져 있다. 8월까지 눈이 내려 쌓인다. 아무래도 사건이 단순히 사건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할듯, 상징과 비유가 보는 이의 머리와 가슴을 뒤흔들고 후벼팔 것이다... 더보기
전쟁의 끔찍함 속 유머, 그보다 더한 원칙과 시스템의 황망함 <어 퍼펙트 데이> [리뷰] 1992년부터 시작된 보스니아 내전이 끝난 1995년 발칸반도의 어느 곳, 내부인과 외부인 콤비가 차를 이용해 우물에 빠진 시체를 끌어내려고 한다. 하지만 시체의 육중한 무게로 밧줄이 끊어지면서 실패한다. 이내 동료들이 당도하는데, 그들도 밧줄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밧줄이 없으면 시체를 건지지 못하고, 24시간 안에 시체를 건져 우물을 청소하지 못하면 마을의 유일한 식수가 완전히 오염될 것이었다. 그들은 튼튼한 밧줄이 필요하다. 한편, 더 이상의 오염을 막기 위해 시체를 건져낼 때까지 우물을 막아야 한다. 그건 UN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다. 4명인 그들은 2명씩 짝지어 각각 밧줄을 구하기 위해, UN의 도움을 얻기 위해 길을 나선다. 사실 하등 어려울 것 없는 일들이다. 튼튼한 밧줄 하나 없을.. 더보기
괜찮은 영화, 이정도면 충분하지 아니한가 <베이비 드라이버> [리뷰] 완벽한 운전실력 하나로 거대 범죄 프로젝트 집단의 일원으로 활약하는 '베이비'(안셀 엘고트 분). 그는 범죄 행위에 직접적으로 가담은 하지 않고 오로지 차로 탈출하는 데 도움을 줄 뿐이다. 소싯적에 범죄 프로젝트 기획자 '박사'(케빈 스페이시 분)에게 진 빛을 다 갚을 때까진 계속 이어나가야 하지만, 그래도 그는 범죄에 가담하지 않는다. 한편 베이비에게 절대적인 게 하나 있다. 본격적으로 탈출을 시도하기 전 그에 맞게 아이팟으로 음악을 시전하는 것. 그리고 가지각색의 아이팟을 기분에 따라 바꾸는 것. 선글라스는 기본으로 따라오는 소품이다. 하루종일 음악을 듣고 있는 것 같은데, 어릴 때 당한 사고로 이명증을 앓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런 그에게 일생일대의 여자 '데보라'(릴리 제임스 분)가 나타난.. 더보기
고은의 시를 끝없이 다시 보게 만드는 자리 <고은 깊은 곳> * 고은 시인의 성추행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이 글을 지우지 않고 계속 놔두겠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가치가 있길 바랍니다. 물론, 요청이 있을 시 바로 삭제토록 하겠습니다. [편집자가 독자에게] 편집자 일을 하면서 가장 기분 좋을 때가 언제인지 아시는지요. 내가 만든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수많은 독자들께 읽히는 걸 볼 때, 더 자세히는 길거리에서 내가 만든 책을 누군가가 읽으며 지나가는 걸 볼 때. 저한테는 아직 이 두 상황이 찾아오지 않은 것 같아요. 앞으로 그런 날이 올까요? 그러면, 편집자로서 가장 설레는 건 무엇일까요. 위대한 작가의 원고를 책이 나오기 전에 받아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그 원고를 책으로 만들어 간다는 것. 저는 이 상황.. 더보기
잔잔하고 묵직하게 다가오는 웰메이드 성장 드라마 <몬스터 콜> [리뷰] 2년 전 개봉해 찬사를 받은 명품 애니메이션 . 무스타파라는 현자가 말하는 삶의 진리와 사랑 이야기를 9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최대한의 시너지로 풀어내었다. 직설적으로 전달되는 진리의 향연이 90여 분이라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내내 계속되기에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 애니메이션은 아니지만, 현자 같은 이(몬스터)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야기는 애니메이션화되어 이해를 도우며 결국 삶의 진리와 사랑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가 생각나게 하는 은 다양한 은유의 결정체다. 현재를 기반으로 하되 다분히 판타지, 그것도 다크 판타지적인 세계관이 이를 가능케 한다. '성장'과 '가족'을 주요 키워드로, 인생과 작별과 마음 등의 키워드가 뒤를 받힌다. 데인 드한이 생각나게 하..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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