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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

힘겨운 시대의 젊은이들을 위한 현실공감판타지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리뷰] 파라다이스 같은 곳에서의 뜬구름 잡는 희망섞인 대화에서, 썩어가는 포도와 출근 준비를 하는 찌든 얼굴의 남자로 이어진다. 그리고는 좁은 사무실에 우루루 모여 있는 직장인들의 모습들까지. 아오야마는 홀로 도쿄에 올라와 자취를 하며 오랜 취업활동 끝에 영업사원으로 발탁되었다. 하지만 상사에 의한 일방적인 갈굼, 당연히 수당을 받을 리 없는 야근, 한밤중까지 걸려오는 상사의 전화로 더 이상 살아갈 마음이 없다. 어느 날 밤늦게 퇴근하던 그, 너무 힘들어서 쓰러진 것인지 자살하려고 했던 것인지 지하철이 들어오던 찰나 선로로 떨어지려 한다. 간발의 차이로 그를 살려내는 이, 야마모토. 다짜고짜 만면의 웃음을 띄며 아오야마의 초등학교 동창이란다. 그러며 한잔 하러가 서로를 알아간다. 그것도 모자라 아오야마.. 더보기
세계적인 문학상들의 면면을 들여다보자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서평] 지난 10월 5일 발표된 2017년 노벨문학상, 그 영광은 일본계 영국인 가즈오 이시구로에게로 돌아갔다. 그 직전까지 매년 치르는 한바탕 소동을 이번에도 되풀이 했는데,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기 때문이겠다. 다름 아닌 고은 시인 덕분이다. 지난 2002년부터 장장 15년 간 강력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내리고 있는 그 아닌가. 이미 많은 국제적 문학상을 수상해오며 그 문명(文名)을 전 세계에 알린 그가, 아이러니하게 국내에서는 노벨문학상 수상 실패로 가치 절하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도대체 노벨문학상이 뭐길래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것인가. 분명 세계 최고의 문학상 중 하나이긴 할 테지만 그밖에도 저명한 문학상이 많지 않을까 싶다. 또, 우린 우리나라 사람이 후보에 오르내리지 않은 문학상에 대해선.. 더보기
어떤 길을 가든 우리는 그녀를 응원한다 <어메이징 메리> [리뷰] 몸에서 힘을 빼면 더 좋은 연기를 선 보일 수 있을 거라는, 알듯 말듯한 조언이 있다. 비단 연기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통용되는 조언이겠다. 이는 다분히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말일 텐데, 진짜로 힘을 잔뜩 들인 것들만 맡다가 가끔 전혀 힘이 실리지 않은 가벼운 것을 맡기도 한다. 분위기 전환이랄까, 쉬어가는 시간이랄까, 아니면 그것이 진짜 하고자 하는 바일까. 마크 웹 감독은 데뷔작 로 또 하나의 현대판 클래식 주인이 되었다. 매우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특유의 감각으로 특별함을 끄집어 냈다. 그런 그를 할리우드가 가만히 놔두지 않았던 바, 그만의 감각만 쏙 빼어내 블록버스터를 만들게 했다. 다. 극히 나쁘진 않았지만, 전혀 좋지 않았다. 라는 작품으로 데뷔적의 감성과 감각을 다시 선보이려 한다... 더보기
베트남 최고의 소설가가 전하는 나직한 목소리, 큰 메아리 <미에우 나루터> [편집자가 독자에게] 응웬 옥 뜨의 벌써 10년 전입니다. 2007년, 베트남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소설 한 편이 한국에 상륙합니다. 2005년 출간한 소설집 으로 베트남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응웬 옥 뜨의 (아시아)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베트남 소설은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었죠. 바오 닌의 (90년대에 출간되었다가 2012년에 아시아 출판사에서 재출간), 반 레의 , 응웬 반 봉의 정도의 이름 있는 베트남 소설이 눈에 띕니다. 여하튼 은 베트남에서처럼 국내를 응웬 옥 뜨 열풍으로 몰아넣지는 못했지만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적어도 '베트남 소설' 하면 이 생각나게끔 말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3쇄를 찍고 절판을 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찾는 .. 더보기
위대한 실화가 전하는 가족, 동물, 유대인을 향한 무한 애정의 의미 <주키퍼스 와이프> [리뷰] 흔한 소설의 구성인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또는 '기-승-전-결'을 소설을 위시한 콘텐츠들에서 그대로 발현하는 건, 이제 식상하다 못해 능력의 부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끊임없이 새롭고 참신한 걸 원하는 이 시대에 형식의 파괴는 어느 정도 당연한 것이 되었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보수(변하지 않는 것)에 가깝고 보수가 편한 인간의 성향에 부합하는 건 오래전부터 내려온 구성과 형식이다. 주제와 소재가 확실히 정해져 있는 경우엔 더욱 그러할 것이다. 20세기를 넘어 21세기에도 최고의 화두 중 하나인 '홀로코스트'는 샛길로 새면 안 되는 성역이다. 제시카 차스테인이 열연한 는 동물을 향한 무한애정과 함께 홀로코스트를 비당사자이지만 가장 위험하게 관련된 한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정면으로 바라.. 더보기
문소리가 전하는 여성의 현주소, 여배우의 현주소, 영화의 현주소 <여배우는 오늘도> [리뷰] 모든 콘텐츠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그, 그녀, 그들, 우리, 너도 모두 '나'이다. 그래서 창의적이고 참신하고 독특하고 전에 없던 이야기들이,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놀랍도록 황홀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궁극적으로 '보편타당'을 지향하는 것이다. 아니, 굳이 지향하지 않아도 이야기는 거기에서 출발해 거기로 나아간다. 글쓰기의 기본이라 하면 자신의 하루를 돌아보는 '일기'이다. 그렇다면 글쓰기의 끝은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는 자서전 정도가 될까? 이를 영화로 옮겨보면 어떨까. 연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우선 자신을 돌아보는, 그중에서도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부분을 영화로 만드려 할 것이다. 올해로 18년차 '여'배우 문소리, 한국을 넘어 세계에 자랑하는 연기파 배우다. 하지만 본.. 더보기
결국 '여성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딸에 대하여> [서평] 일찍 남편을 보내고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나', 남편이 유일하게 남긴 유산인 집에 서른을 훌쩍 넘었어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대학교 시간강사로 살아가는 '딸애'를 들인다. 딸애는 7년 간 사귀어 왔다는 '그 애'와 함께다. 나로선 정녕 상상하기도 싫고 어려운 그들과의 동거지만, 딸애의 부탁을 져버릴 순 없지 않은가. 서로를 그린과 레인으로 부르는 그들은 레즈비언 커플이다. 딸애는 안 그래도 어렵게 살아가는 시간강사의 삶 위에 학교를 상대로 시위를 하는 삶을 얹혀 놓았다. 딸애처럼 레즈비언 시간 강사가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났기 때문인데, 나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의 일로 딸애가 그러는 걸 이해할 수 없다. 그건 내가 요양원에서 보살피는 무연고 치매노인 '젠'을 보면.. 더보기
아슬아슬 경계에서 줄타기하는 천재의 영화 <시인의 사랑> [리뷰] 제주도 토박이 시인(양익준 분)은 등단만 했을 뿐 동인 합평회에서 심심찮게 까이는 수준의 재능을 지녔다. 겨우 방과후교실 선생님으로 활동하지만 아이들에게도 무시당하는 입장이다. 그야말로 시인으로서의 능력도 없고 가장으로서의 능력도 없다. 대신 가정을 이끌다시피하는 아내(전혜진 분)가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해서 늦은 나이가 걱정되어 병원에 갔는데, 아내의 노산은 걱정할 필요가 없고 시인의 정자감소증이 문제가 된다. 급기야 남자로서의 능력도 없는 것이다. 모든 면에서 능력과 의욕 상실의 시인은 어느 날 아내가 건네준 도넛을 먹고 눈이 번쩍 뜨인다. 환상적인 도넛 맛에 감동을 금치 못한 것, 매일 같이 동네에 새로 생긴 도넛 가게로 달려가 도넛을 무지막지하게 먹어댄다. 그 힘 덕분일까? 동인 합평회에..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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