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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위기의 암담한 일본, 일본 남자의 삶과 죽음 <하나-비> [오래된 리뷰] 기타노 다케시의 일본이 낳은 전천후 예능인 기타노 다케시, 그는 1970년대 초 코미디언으로 연예계에 진출해 그야말로 평정하다시피 하고는 1980년대 후반 큰 사건을 치르고 난 후 돌연 영화계로 진출한다. 그 전에도 간간이 영화에 얼굴을 비췄지만, 이번에는 감독과 주연을 맡은 것이다. 물론이라고 해도 될 만큼 처음엔 반응이 별로였지만, 계속해서 감독과 주연을 맡은 좋은 작품들을 내놓아 빛을 보았다. 그는 1990년대만 7개의 작품을 내놓는다. 직접 감독과 주연을 맡은 작품들 말이다. 주연만 맡은 작품은 물론 더 있다.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기타노 다케시의 작품들은 2000년대 이후일 것이다. 주연을 맡은 이라던지, 여지없이 감독과 주연을 맡은 라던지. 아마도 일본 영화가 1998년 말에야.. 더보기
꿈을 찾아 떠날 때 내가 누군지 알게 된다, 영화 <대관람차> [리뷰] 오사카에 출장 온 선박회사 대리 우주(강두 분), 출장 마지막 날 낮에는 덴포산 관람차를 타고 저녁에는 일본 쪽 담당자 스즈키와 저녁을 먹는다. 스즈키와 헤어진 후 술에 취한 채로 핸드폰도 팽개치고는 선배인 과장 대정을 닮은 사람을 보고 무작정 쫓아간다. 우주는 선박 사고로 실종된 대정을 대신해 오사카에 출장을 왔었다. 자전거 탄 사람을 쫓는 건 역시 무리, 놓치고는 근처의 고즈넉한 바 '피어 34'를 찾아들어간다. 이곳은 '대정'이라는 곳이란다. 익숙한 이름이다. 맥주 한 잔을 걸치고 뻗어버린 우주는 다음 날 깨어난다. 한국으로 돌아갈 비행기 시간을 놓쳐버렸다. 주인장의 말 때문인지 평소 생각 때문인지 대정과의 진지한 대화 때문인지 그저 홧김인지, 우주는 회사를 그만둔다. 무작정 피어 34로 .. 더보기
어느 좀도둑 가족을 통해 들여다본 현대 일본의 수치, 영화 <어느 가족> [리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감독 누구 좋아하냐고 물을 때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럴 만한 감독이라는 인정과 함께, 내가 그 감독을 좋아할 거라는 예상의 적중이 내포된 끄덕임이다. 고레에다의 영화들은 일상적이고 일관적이고 안정적이고 파격적이다. 그의 영화를 관통하는 건, 일본의 우익화를 극구 비판하는 그의 성향에 빗대어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이 아닌가 싶다. 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를 좋아하지만 많이 접하진 않았다. 아니, 그의 필모를 들여다볼 때 안 본 게 더 많으니 어디 가서 그의 영화를 잘 안다고 할 입장이 아니다. 물론 앞으로 그의 영화를 빠짐없이 섭렵하려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알 것 같다. 그리고 감히 다다랐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보기
일본의 '전쟁에의 길', 그 사실과 진실은? [서평] 어느 한 나라의 역사는 결코 그 한 나라의 역사적 맥락 안에서만 흘러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세계사적 역사의 흐름에만 맞물려 혹은 휩쓸려 흘러가지도 않는다. 세계는 모든 나라들 구석구석에 영향을 주고, 반대로 모든 나라들의 내부적 목소리가 세계에 영향을 끼친다. 이는 역사를 대하는 또다른 태도와 일맥상통한다. 로 유명한 영국의 역사가 에드워드 카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라는 아주 유명한 구절을 남겼다. 이는 결코 과거, 현재의 한 때만을 빌어 당시 혹은 다른 시대의 역사를 규정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역사는 모든 순간, 모든 곳, 모든 이들과 연관되어 있거니와 연관하여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일본의 저명한 역사가 가토 요코는 (서해문집)를 통해 세계사적 흐름과 내부적 목소리가.. 더보기
모든 면에서 절대적인 마스터피스 <아키라> [오래된 리뷰] 일본 애니메이션, 일명 '재패니메이션' 하면 의 '데즈카 오사무'와 30년 넘게 최고의 영향력 위에서 군림하고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떠오를 것이다. 그들 덕분에 재패니메이션은 그 어떤 문화 콘텐츠와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니 그보다 더 위에서 굽어보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1980~90년대 재패니메이션의 진정한 중심에는 일명 '사이버 펑크' 장르가 있었다. 너무나도 유명한 것도 모자라 전설이 되어버린 , 세 작품만으로도 충분하고도 넘친다. 이 세 작품은 1990년대 태생이다. 굳이 명명하자면, 일본의 버블경제 시기에 태어난 작품들. 이들이 보여주는 디스토피아는 현재진행형이었던 것이다. 반면, 이들보다 거의 10년 가까이 먼저 태어난 시조격의 작품이 있.. 더보기
전후 일본의 핵심, '전쟁 패전 부정' <영속패전론> [서평] 우리의 역사인식에서 '일본'은 절대 떼려야 뗄 수 없다. 조선이라는 나라의 운명을 바꿀 만한 초유의 전쟁인 임진왜란은 그렇다 치더라도, 19세기말에서 20세기, 나아가 21세기에 이르는 일본에 의한 한반도 침략과 수탈과 망언의 역사는 지겹도록 계속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함없이 말이다. 그래, 침략과 수탈까지 다 좋다. 인류 역사상 수많은 나라들이 침략과 수탈을 자행했다. 그런데 여전히 계속되는 망언의 이유는 무엇인지, 왜 이해할 수 없고 납득하기 힘든 언행을 반복하는 것인가. 잊을 만하면 튀어나오는 망언들은 이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정도가 되었다. 그래도 궁금하다, 그 메커니즘이. 도대체 왜? 일본의 젊은 정치사상가 시라이 사토시 교수의 (이숲)은 정녕 허무할 정도로 속시원하.. 더보기
거장이 만든 침묵 속으로 그저 들어가보면 될 일 <사일런스> [리뷰]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17세기 중반 일본, 천주교 박해가 한창이다. 그 한가운데에서 떨고 있는 페레이라 신부(리암 니슨 분). 그의 표정을 보니 흔들리는 것 같다. 그렇게 그의 소식은 끊겨버렸다. 몇 년이 흘렀다. 페레이라 신부의 제자들인 로드리게스(앤드류 가필드 분)와 가르페(아담 드라이버 분)가 스승의 부정적 소문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자 일본으로 떠난다. 물론 복음 전파의 목적도 있었다. 페레이라 신부의 부정적 소문은 다름 아닌 '배교'였다. 불교로 개종하고는 일본 여자와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두 신부는 마카오에서 일본인 안내책 키치지로를 만나 함께 일본으로 향한다. 그들을 맞이한 건 철저히 종교적 신념을 숨기며 살아가는 독실한 천주교도들이었다. 모두 일본인으로, 두 신부.. 더보기
만점에 가까운 평점을 부여하고 싶은 애니메이션 <쿠보와 전설의 악기> [리뷰] 작품 퀄리티와 흥행이 항상 비례하진 않는다. 외려 퀄리티가 좋은 만큼 흥행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대중적인 면모를 저멀리 두곤 하기 때문이다. 흥행으로 옳고 그름이 판가름나는 상업 시장에서 봤을 땐 참으로 안타까운 광경이다. 그 대표격이 여기에 있다. 2005년 미국에서 탄생한 '라이카 스튜디오'. 단 세 편의 영화로 '스톱모션'의 강자로 발돋움했다. 그중 첫 번째 작품인 은 작품 그 자체로서도 빛을 발해, 절대적인 지지와 찬사를 받았다. '스톱모션'은 프레임마다 촬영 대상의 움직임에 미세한 변화를 주어 촬영한 다음 그 이미지들을 연속으로 재생하는 방식으로, 사람이나 동물 또는 기계 등에 센서를 달아 대상의 움직임 정보를 인식해 영상에 재현하는 방식인 '모션캡쳐' 방..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