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혼

'인간을 향한 최소한의 예의'를 이토록 상스러우면서도 고급스럽게 말하는 작품 [영화 리뷰]   2025년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종 승자(?)이자 주인공은 션 베이커 감독의 였다. 속칭 'BIG 5'로 불리는 5개 주요 부문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니 말이다. 비록 제77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으며 화제를 일으켰지만 가 주요 부문을 휩쓸다시피 할 거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1970년대생의 젊은 감독 션 베이커는 2000년부터 활동하여 이 작품이 어느덧 8번째 장편이다. 우리에겐 네 번째 작품 부터 소개되었고 과 로 이름을 알렸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거의 모든 작품을 직접 제작, 연출, 각본, 편집하고 촬영까지 도맡아 하는 경우도 있다. 그야말로 미국 '독립영화'의 표본.그의 작품들은 대체로 소위 '하위계층' 또는 '소외계.. 더보기
소소한 행복을 바란 결혼 예정 커플에게 일어난 일 [영화 리뷰]   부산 모라동, 건축학과 시간강사 선우와 바리스타를 준비하는 카페 직원 우정은 비록 집은 장만하지 못했고 오래된 차를 끌고 다니는 형편이지만 겨울에 결혼하기로 한다. 아직 예식장도 마련하지 않았고 심지어 상견례도 하지 않았으니 사실상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상견례 자리를 마련했는데 그날에 선우의 아빠 철구가 쓰러진다. 선우는 일찍이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고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1년에 한두 번 보는 아빠는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런데 법적 보호자가 아들이니 철구의 뒷수습을 선우가 해야 했다. 문제는 철구가 신용불량자에 건강보험에도 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건강보험에라도 들어야 병원비, 수술비에 0 하나가 줄어들 수 있었다. 물론 그래도 비용을 마련하기 힘든 건 마찬.. 더보기
N년 차 부부의 바이블로 삼아 두고두고 볼 만한 영화 [신작 영화 리뷰]   유지로는 대형 마트 부점장이다. 일상에서의 잡학다식, 일에서의 주인의식, 그리고 친절함으로 중무장해 직장 생활을 순탄하게 이어가고 있다. 후배가 손님맞이에 힘들어하면 도와주고, 내부 결재도 무리 없이 처리하며, 심지어 후배가 결혼할 때 축사를 점장님 아닌 부점장 유지로에게 부탁할 정도다. 한마디로 실력과 신망이 두터운 것이다.어느 날 회사 동료가 알려주길 '남편 데스노트'라는 험담 커뮤니티가 있는데 '찰리'라는 아이디를 쓰고 있는 이의 글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했다. 글을 들여다보니 다름 아닌 유지로의 이야기다. 즉 찰리는 유지로의 아내 히요리였던 것이다. 더군다나 찰리는 히요리와 유지로 부부가 키우는 올빼미의 이름. 유지로에겐 그야말로 천천병력이다.그런 와중에 회사의 여자 후배가.. 더보기
난니 모레티의 진심 어린 열정이 전해지니, 이 영화 사랑스럽다 [신작 영화 리뷰]   난니 모레티는 1970년대 중반 이후 50여 년간 활동해 온 이탈리아의 대표 거장이다. 로베르트 베니니, 잔니 아멜리오와 더불어 1990년대 이탈리아 영화계를 대표했다. 세계 3대 영화제(칸, 베를린, 베니스)에서 모두 상을 받은 바 있다. 그를 두고 '감독'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가 있는데, 그는 연출뿐만 아니라 각본, 제작, 배우, 배급까지 도맡아 한다.철저한 분업 시스템을 지향하는 현대 사회에서 문화자본주의의 첨병으로 활동 중인 '영화'를 1인이 A부터 Z까지 도맡아 한다는 건 그 자체로 굉장한 도박이다. 다방면에서 웬만큼 천재적이지 않으면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가 하면 난니 모레티만큼 '영화'를 잘 아는 사람도 없지 않을까 싶다. 이른바 영화의 안팎 말이다.영화 는 난니 모레.. 더보기
깡패가 꿈이었던 소년이 모두의 존경을 받기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퀸시 존스, 그 이름은 이곳저곳에서 수없이 들어왔다. 음악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전설적인 인물이라는 말과 함께. 그런데 정확히 정체가 뭔지 알지 못했다. 굳이 찾아볼 필요가 없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노래를 직접 부른 가수가 아니면 잘 모르거나 몰라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퀸시도 가수는 아니니까 잘 모르는 게 이상하진 않을 테다. 그런데 그가 프로듀서로서 제작한 면면만 조금 훑어도 그의 위대함을 단번에 캐치할 수 있다. 프랭크 시나트라, 레이 찰스, 마이클 잭슨, 투팍 샤커, 스티비 원더 등과 함께했고 마이클 잭슨의 가 특히 유명하며 자선기금 프로젝트 일환으로 만든 Africa for America의 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인의 귀를 호강시.. 더보기
왜 아이들이 처연한 물음을 고민해야 하는가 <흩어진 밤> [신작 영화] 아무런 설명도 없이 들이닥친 사람들, 열 살 소녀 수민은 어리둥절하게 지켜만 볼 뿐이다. 한 달만에 집에 온 아빠가 그들을 상대했는데, 반응이 미직쩌근했다. 집이 쉽게 팔릴 것 같진 않다. 수민에겐 네 살 위의 오빠 진호가 있다. 그리고 진호가 닮고자 하는 똑부러지고 능력 있는 엄마도 있다. 오랜만에 한 집에 모였지만, 분위기는 어색하고 집은 팔려야 하는 상황이다. 아빠 승원과 엄마 윤희는 아이들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곧 따로 살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아이들은 따로 산다는 현상은 바로 알아차리고 받아들였지만, 따로 산다는 현상의 본질은 알아차리기 힘들다. 아니, 이해할 수 없어 보인다. 도대체 왜 따로 살아야 하는 걸까? 같이 살면 안 되는 걸까? 엄마 아빠는 서로 친하다고, .. 더보기
결혼에서 이혼으로 가는 선상의 순간들 <결혼 이야기> [모모 큐레이터'S PICK] 10년, LA에서 잘 나가던 배우 니콜(스칼렛 요한슨 분)이 연극 연출가 찰리(아담 드라이버 분)와 결혼하면서 뉴욕으로 떠나 생활한 세월이다. 그 사이 그들은 아이도 낳고 찰리의 극단에서 연출가와 배우로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니콜은 LA로 돌아가고 싶었고 찰리에게 제안했지만 뉴욕 브로드웨이에 입성하는 게 꿈인 찰리는 듣지 않았다.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하는 관계. 불에 기름 부은 격으로 니콜과의 잠자리를 뜸하게 하던 찰리가 극단 동료와 불륜을 저지른다. 물론 찰리는 원나잇이었을 뿐이라고 하지만. 때마침 니콜에게 드라마 배우 제안이 들어오고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그녀는 아이와 함께 LA로 향한다. 그들은 자연스레 별거 수순으로 들어가고 이혼 조정 과정에 들어간다. .. 더보기
사랑 없는 세상에서 찾는 사랑 그 자체로 충만한 사랑 <러브리스> [모모 큐레이터'S PICK] 전 세계 영화제가 사랑하는 러시아 감독 안드레이 즈비안긴체프, 2003년 장편영화 데뷔작 으로 베니스를 석권하며 국내에 개봉되기까지 했다. 이후 2편은 국내에 개봉되지 않았고 2014년작 으로 다시금 소개되었다. 이 작품으로 그는 진정한 거장으로 거듭났다는 평이다. 그리고 2017년 로 다시금 거장의 면모를 선보였다. 우리나라엔 2년 만에 소개되었다. 안드레이 즈비안긴체프 감독의 소식은 일찌감치 들어 알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정식으로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너무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통에 보지 못할 줄 알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던 차 개봉 소식은 그 자체로 훌륭하다 말할 수 있겠다. 국내 예술영화 시장이 아직은 존재하고 있구나 하는 반증이랄까. 가깝지만 먼 나.. 더보기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