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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사랑하는 아내와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려는 노인 [신작 영화 리뷰] 70대 중반의 제르맹, 아들 딸과 손자 손녀들 그리고 부인과 지지고 볶으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노인이다. 그는 딱히 노년을 즐기는 것 같진 않은데,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아내 리즈는 현대 무용을 배우러 다닌다. 그렇게 열정적이고 건강하던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부엌에서 쓰러져 세상을 뜬다. 허망한 가족들, 장례를 치르고 남은 가족들이 번갈아 가며 제르맹을 들여다보고 또 보살피기로 한다. 정작 제르맹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리즈와의 약속, 먼저 세상을 뜬 사람이 살아생전 마지막까지 하다가 이루지 못한 걸 대신해 주는 것이다. 제르맹은 세계적인 무용가 리 리보트의 현대 무용단에 무작정 입단한다. 가족들 몰래. 입단은 했는데 영 맞지 않는 것 같다. 이걸 춤이라고 할 수 있는지 해괴망측해.. 더보기
젊은 천재 피아니스트와 중년 괴짜 교수가 만나면? <올드 위키드 송> [신작 연극 리뷰] 미국의 극작가 존 마란스의 대표작 이 국내 사(4)연으로 2년 만에 찾아왔다. 1995년 미국에서 초연했을 당시, 이듬해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걸 비롯해 LA 드라마 로그 어워드와 뉴욕 드라마 리그 어워드 그리고 오티스 건지 최고 연극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뿌렸다. 국내에는 미국 초연 이후 20년 만인 2015년에 소개되었다. 인터미션을 제외하고라도 2시간이 넘는 긴 시간을 단 두 명의 주인공이 채우는데, 지루한 구석을 찾기 힘들고 비어 보이는 느낌을 받기 힘들다. 스토리, 무대 구성, 메시지, 연기 등 작품을 이루는 모든 게 따로 또 같이 최상의 결과물을 도출했을 테다. 특히 이 연극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이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음악만 들어도 좋으니.. 더보기
짙은 슬픔이 묻어나는, 이런 사건이 또 없습니다 <소피>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1996년 12월 23일, 아일랜드 좌남단 코크주의 웨스트코크 지방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살인 사건이야 일상다반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일일 텐데, 이 사건은 남달랐다. 작고 한적한 해변 마을 스컬에서 일어난 첫 번째 살인 사건이었고, 살해당한 이가 '소피 토스캉 뒤 플랑티에'로 프랑스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남편 다니엘은 유명 영화 제작자였고, 그녀 자신도 작가이자 제작자였다. 소피는 스컬의 해변가 언덕에 별장을 구입하고 해마다 찾았다고 하는데, 불과 30대 후반의 나이에 살해당하고 만 것이다. 집 앞에서 둔기로 머리를 강타당한 채 이미 시신이 된 후 발견되었는데, 당시만 해도 과학 수사가 초창기였기에 DNA는 무용지물이었다. 현장엔 범인을 특정지을 만한 어떤.. 더보기
까치와 함께 집단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가족의 이야기 <펭귄 블룸>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호주의 블룸 가족, 아빠 캐머런 블룸과 엄마 샘 블룸과 큰아들 노아 그리고 두 작은아들까지 거의 모든 게 완벽했던 그들은 2013년 태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괜찮았던 태국 여행, 하지만 한순간에 가족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어느 관광지 옥상에서 난간에 기대 있던 샘 블룸이 바닥으로 추락한 것이다. T6라고 부르는 등 한복판 척추를 다쳐 그 아래로 마비가 되어 쓸 수 없게 되었다. 호주로 돌아와 일상을 영위하는 가족, 1년이 지났건만 회복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사고 전 활동적이기 그지 없었던 샘은 육체적·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겪으며, 육체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노아가 해변에서 위기에 처한 새끼 까치 한 마리를 집으로 데려온다. .. 더보기
홀로 이편에서 슬픔의 나락과 절망의 어둠을 응시하다 <그녀의 조각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출산이 임박한 부부 마사와 숀, 병원을 찾지 않고 집에서 조산사와 함께 아기를 낳기로 한다. 마사는 회사에 휴가를 신청하고, 다리를 만드는 현장에서 일하는 숀은 아기를 볼 설렘에 들떠 있다. 마사의 엄마는 선물로 부부에게 근사한 한 대를 사 줬다. 숀의 말에 가시가 돋힌 걸로 보아 평소에 그리 사이가 좋진 않아 보이지만, 아기가 태어나면 모든 게 잘 봉합될 터였다. 마사와 숀이 함께 있던 저녁, 양수가 터지고 마사로선 믿을 수 없게 아픈 시간이 시작된다. 조산사 바버라한테 연락하지만, 그녀는 다른 산모의 아기를 받는 중이라 올 수 없다. 하여 다른 조산사 에바가 온다. 부부를 진정시키고 아기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초음파를 한다. 정상이다. 이후, 출산이 처음인 부부로선 어리둥.. 더보기
드러나지 않지만 진정한 유대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자기 앞의 생>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자기 앞의 생'이라는 제목의 소설, 관련하여 아주 유명한 일화가 있다. 영화 같은 이야기이다. 변호사 연수를 하고, 제2차 세계대전에 공군 대위로 참전했으며, 외교관으로 오랫동안 일하면서, 많은 소설을 남겨 42살 때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해 스타로 떠오른 '로맹 가리'. 20여 년이 지나며 비평가들은 그를 두고 한 물 갔다고 했는데, 그는 다양한 필명으로 활동하며 압박을 피하려 했다. 그러던 61살이 되던 1975년에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이 공쿠르상을 수상한 것이다. 에밀 아자르 즉, 로맹 가리는 수상을 거부했지만 공쿠르 아카데미 측에서 밀어붙였다. 공쿠르상은 같은 작가가 두 번 이상 수상할 수 없다는 원칙이 있었는데, 당시 '에밀 아자.. 더보기
멈춰버린 시간을 사는 일상이란 <한강에게> [모모 큐레이터'S PICK] 진아(강진아 분)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첫 시집을 준비하고 있는 시인이다. 그녀는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고 술도 마시고, 합평회나 낭독회에도 나가 자리를 빛낸다. 하지만, 왜인지 잘 타던 자전거를 팔아버린다. 마치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그녀에겐 10년 동안 사귀었던 남자친구 길우(강길우 분)가 있었다. 하필 그와 크게 싸우던 나날이 이어질 때 그에게 사고가 났다. 결과는 의식불명, 진아는 사고 현장에 있지 않았지만 자기 탓인 것만 같다. 매일, 매순간이 괴롭다. 시가 써지지 않는다. 그녀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백이면 백 그녀의 소식을 듣고 그녀에게 묻는다, 괜찮냐고. 안 괜찮다고 할 수 없으니 괜찮다고 말하는데, 사실 전혀 괜찮지 않다. 10년 동안 헤어질 거라 생각.. 더보기
부정할 수 없는 괴물, 무엇이 그 괴물을 만들었나 <몬스터> [오래된 리뷰] 에일린(샤를리즈 테론 분)은 불우한 가정 환경으로 13살 나이에 창녀가 된다. 그 사실을 안 동생들에게서 쫓겨난 그녀는 고향을 떠나 떠돌며 창녀 생활을 계속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돌아보고 삶을 마감할 결정을 한 그녀, 마지막으로 목을 축이러 들어간 바에서 셀비(크리스티나 리치 분)을 만난다. 사랑에 굶주린 에일린과 레즈비언 셀비는 사랑에 빠진다. 에일린은 달라진 게 없다. 그녀가 가야 할 곳은 여지없이 길 위, 그리고 창녀 생활. 어느 날 에일린은 남자 한 명을 죽인다. 그는 에일린을 묶고 학대와 가학적인 섹스를 행했던 것이다. 이후 에일린은 셀비와 함께 일주일만 함께 하자는 말로 하여 싸구려 모텔을 전전하며 도피 행각을 벌인다. 도피 행각 도중 문득 깨달은 에일린은 창녀 생활 아..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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