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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짙은 슬픔이 묻어나는, 이런 사건이 또 없습니다 <소피>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1996년 12월 23일, 아일랜드 좌남단 코크주의 웨스트코크 지방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살인 사건이야 일상다반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일일 텐데, 이 사건은 남달랐다. 작고 한적한 해변 마을 스컬에서 일어난 첫 번째 살인 사건이었고, 살해당한 이가 '소피 토스캉 뒤 플랑티에'로 프랑스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남편 다니엘은 유명 영화 제작자였고, 그녀 자신도 작가이자 제작자였다. 소피는 스컬의 해변가 언덕에 별장을 구입하고 해마다 찾았다고 하는데, 불과 30대 후반의 나이에 살해당하고 만 것이다. 집 앞에서 둔기로 머리를 강타당한 채 이미 시신이 된 후 발견되었는데, 당시만 해도 과학 수사가 초창기였기에 DNA는 무용지물이었다. 현장엔 범인을 특정지을 만한 어떤.. 더보기
까치와 함께 집단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가족의 이야기 <펭귄 블룸>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호주의 블룸 가족, 아빠 캐머런 블룸과 엄마 샘 블룸과 큰아들 노아 그리고 두 작은아들까지 거의 모든 게 완벽했던 그들은 2013년 태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괜찮았던 태국 여행, 하지만 한순간에 가족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어느 관광지 옥상에서 난간에 기대 있던 샘 블룸이 바닥으로 추락한 것이다. T6라고 부르는 등 한복판 척추를 다쳐 그 아래로 마비가 되어 쓸 수 없게 되었다. 호주로 돌아와 일상을 영위하는 가족, 1년이 지났건만 회복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사고 전 활동적이기 그지 없었던 샘은 육체적·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겪으며, 육체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노아가 해변에서 위기에 처한 새끼 까치 한 마리를 집으로 데려온다. .. 더보기
홀로 이편에서 슬픔의 나락과 절망의 어둠을 응시하다 <그녀의 조각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출산이 임박한 부부 마사와 숀, 병원을 찾지 않고 집에서 조산사와 함께 아기를 낳기로 한다. 마사는 회사에 휴가를 신청하고, 다리를 만드는 현장에서 일하는 숀은 아기를 볼 설렘에 들떠 있다. 마사의 엄마는 선물로 부부에게 근사한 한 대를 사 줬다. 숀의 말에 가시가 돋힌 걸로 보아 평소에 그리 사이가 좋진 않아 보이지만, 아기가 태어나면 모든 게 잘 봉합될 터였다. 마사와 숀이 함께 있던 저녁, 양수가 터지고 마사로선 믿을 수 없게 아픈 시간이 시작된다. 조산사 바버라한테 연락하지만, 그녀는 다른 산모의 아기를 받는 중이라 올 수 없다. 하여 다른 조산사 에바가 온다. 부부를 진정시키고 아기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초음파를 한다. 정상이다. 이후, 출산이 처음인 부부로선 어리둥.. 더보기
드러나지 않지만 진정한 유대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자기 앞의 생>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자기 앞의 생'이라는 제목의 소설, 관련하여 아주 유명한 일화가 있다. 영화 같은 이야기이다. 변호사 연수를 하고, 제2차 세계대전에 공군 대위로 참전했으며, 외교관으로 오랫동안 일하면서, 많은 소설을 남겨 42살 때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해 스타로 떠오른 '로맹 가리'. 20여 년이 지나며 비평가들은 그를 두고 한 물 갔다고 했는데, 그는 다양한 필명으로 활동하며 압박을 피하려 했다. 그러던 61살이 되던 1975년에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이 공쿠르상을 수상한 것이다. 에밀 아자르 즉, 로맹 가리는 수상을 거부했지만 공쿠르 아카데미 측에서 밀어붙였다. 공쿠르상은 같은 작가가 두 번 이상 수상할 수 없다는 원칙이 있었는데, 당시 '에밀 아자.. 더보기
멈춰버린 시간을 사는 일상이란 <한강에게> [모모 큐레이터'S PICK] 진아(강진아 분)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첫 시집을 준비하고 있는 시인이다. 그녀는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고 술도 마시고, 합평회나 낭독회에도 나가 자리를 빛낸다. 하지만, 왜인지 잘 타던 자전거를 팔아버린다. 마치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그녀에겐 10년 동안 사귀었던 남자친구 길우(강길우 분)가 있었다. 하필 그와 크게 싸우던 나날이 이어질 때 그에게 사고가 났다. 결과는 의식불명, 진아는 사고 현장에 있지 않았지만 자기 탓인 것만 같다. 매일, 매순간이 괴롭다. 시가 써지지 않는다. 그녀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백이면 백 그녀의 소식을 듣고 그녀에게 묻는다, 괜찮냐고. 안 괜찮다고 할 수 없으니 괜찮다고 말하는데, 사실 전혀 괜찮지 않다. 10년 동안 헤어질 거라 생각.. 더보기
부정할 수 없는 괴물, 무엇이 그 괴물을 만들었나 <몬스터> [오래된 리뷰] 에일린(샤를리즈 테론 분)은 불우한 가정 환경으로 13살 나이에 창녀가 된다. 그 사실을 안 동생들에게서 쫓겨난 그녀는 고향을 떠나 떠돌며 창녀 생활을 계속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돌아보고 삶을 마감할 결정을 한 그녀, 마지막으로 목을 축이러 들어간 바에서 셀비(크리스티나 리치 분)을 만난다. 사랑에 굶주린 에일린과 레즈비언 셀비는 사랑에 빠진다. 에일린은 달라진 게 없다. 그녀가 가야 할 곳은 여지없이 길 위, 그리고 창녀 생활. 어느 날 에일린은 남자 한 명을 죽인다. 그는 에일린을 묶고 학대와 가학적인 섹스를 행했던 것이다. 이후 에일린은 셀비와 함께 일주일만 함께 하자는 말로 하여 싸구려 모텔을 전전하며 도피 행각을 벌인다. 도피 행각 도중 문득 깨달은 에일린은 창녀 생활 아.. 더보기
모든 엄마에게 보내는 아름다운 헌사, 하지만 끔찍한 현실 <툴리> [리뷰] 마를로(샤를리즈 테론 분)는 두 아이를 키우는 임산부다. 큰딸은 의젓하지만 그래도 아직 어리기에 관심과 사랑을 주어야 하고 챙겨주어야 한다. 둘째 아들은 조금 특별하다, 조금 다르다. 예민한 게 정도를 지나칠 때가 많다. 와중에 그녀는 이제 곧 세 아이의 엄마가 될 운명이다. 육아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셋째가 태어나자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전쟁에 돌입한다. 큰딸을 최소한으로 챙기고 둘째 아들에게는 여전한 관심을 쏟는 와중에, 정녕 밤낮 없이 셋째 키우기가 계속된다. 와중에 남편은 아이들과 적당히 놀아주고는 게임 삼매경이다. 끝이 없을 것 같고 변함도 없을 것 같다. 사소한 것부터 큼직한 것까지 모든 게 아이에게 맞춰져 있다. '나'라는 존재는 없다. 마를로의 오빠는 자신들이 야간 보모의 .. 더보기
아이들을 통해 아이들을 보여주는 마법 같은 영화 <프리다의 그해 여름> [리뷰] 더 이상 아이가 아니지만, 아이의 생각과 시선과 행동을 알 수 없게 되었지만, 아이들을 바라보고 대하는 내가 아닌 아이들이 바라보고 대하는 무엇에는 관심이 없어졌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아이는 특별하고 신기한 존재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를 짓게 하기도 하지만 분노를 일으키게 하기도 하는. 어른들이 보기에 아이들은 참으로 답답할 존재일 것이다. 생각을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만 일삼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동물 아닌 인간인 바 어떤 식으로든 소통이 가능하다. 어른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아이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유추하고 내보인다. 아이들을 이해하려는 시도일까. 창작 콘텐츠에 한해, 글과 그림 하다못해 사진은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 그것이 진짜 아이들의 생각과 행..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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