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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잔잔하고 묵직하게 다가오는 웰메이드 성장 드라마 <몬스터 콜> [리뷰] 2년 전 개봉해 찬사를 받은 명품 애니메이션 . 무스타파라는 현자가 말하는 삶의 진리와 사랑 이야기를 9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최대한의 시너지로 풀어내었다. 직설적으로 전달되는 진리의 향연이 90여 분이라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내내 계속되기에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 애니메이션은 아니지만, 현자 같은 이(몬스터)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야기는 애니메이션화되어 이해를 도우며 결국 삶의 진리와 사랑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가 생각나게 하는 은 다양한 은유의 결정체다. 현재를 기반으로 하되 다분히 판타지, 그것도 다크 판타지적인 세계관이 이를 가능케 한다. '성장'과 '가족'을 주요 키워드로, 인생과 작별과 마음 등의 키워드가 뒤를 받힌다. 데인 드한이 생각나게 하.. 더보기
악의 근원에 맞서 희망을 외치는 휴먼 스토리 <몬스터> [지나간 책 다시 읽기] 우라사와 나오키의 뇌리에 박혀 한 장면, 어쩌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지 모르는 한 장면, 누구에게나 그런 한 장면이 있을 테다. 나에게도 여러 장면이 있는데, 그 중 한 장면이 만화책에 관한 것이다. 여전히 만화책은(만화가 아닌 만화책이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바, 그 장면이 종종 생각난다. 막 중학생이 되었을 때 쯤이었나, 그때는 아직 동네에 도서대여점이 성행 중이었다. 반경 500미터 안에만 족히 5개는 있었을 것이다. 여하튼 당시 내가 주로 보는 장르는 학원물, 스포츠물, 판타지물 등이었다. 그야말로 그 나이에 걸맞는 장르가 아닌가. 그런데 한두 살 정도나 많은 형이, 당시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전혀 보고 싶지도 않은 장르의 만화책을 빌려가는 .. 더보기
비극과 고통에서 행복과 사랑을 끄집어내다 <젖은 모래 위의 두 발> [서평] 책을 읽는 많은 이유 중 하나가 나와 다른 삶을 구경하고 싶은 욕망에서 기인한다. 나보다 못한 삶 또는 나보다 나은 삶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망이다. 아무래도 나보다 나은 삶보다는 못한 삶을 들여다보는 게 편할 것이다. 그래서 나은 삶은 거의 자기계발 영역으로 빠졌다. 반면 못한 삶은 소설이나 에세이, 자기계발에서 예전 삶으로 다방면으로 가능하다. 은 자전적 에세이이다. 그것도 치명적인 비극과 불행을 그리고 있다. 못한 삶의 정도가 한계를 넘어선 듯 보인다. 그럼에도 끝까지 책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저자의 필력뿐 아니라 치명적인 비극과 불행에 의한 압도적인 슬픔보다 그보다 더한 사랑과 용기 덕분이다. 이제까지 봐왔던 최루성 콘텐츠와는 결을 달리한다. 서서히 죽어가는 두 아이와 함께 하게 .. 더보기
이보다 불편한 영화를 찾기 힘들다, 그러나 완벽하다 <마돈나> [리뷰] 2002년 으로 나의 독립 영화 사랑이 시작되었다. 2005년엔 이, 2008년엔 가, 2011년엔 이, 2013년엔 이, 2014년엔 이 즐거움을 주었다. 지극히 상업적인 '영화'라는 채널을 이용함에도, 자본에 종속되지 않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려는 감독들이 있어 매년이 행복했다. 2015년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라는 작품이다. 기존에 보았던 독립 영화들과 결을 같이 하는, 잘 된 작품들의 전철을 따라가는 듯하지만 그럼에도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강렬한 작품이다. 단단한 내공이 엿보인다. 독립 영화를 거론할 때 빠짐 없이 리스트에 오를 영화이다. 위에서 거론한 영화들에는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좋은 독립 영화들만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공통점들은 스포일러라고 할 수 없다. 끝.. 더보기
<5일의 마중> 페르소나 '공리'와 함께 돌아온 '장예모' 감독의 신작 [리뷰] 공리의 데뷔작이기도 한 1988년 으로 데뷔한 장예모 감독. 그는 이후 중국 영화사에서 5세대라 칭하는 감독군의 중심에 서게 된다. 5세대는 기본적으로 사회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였지만, 엄격한 검열 때문에 은유와 상징으로 표현하곤 했다. 한편 중국 전통의 '민족의식'을 신비롭게 포장하여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로 하여금 이국적인 정서를 풍부하게 느낄 수 있게 하였다. 그는 이후 1990년대를 완전히 석권한다. 1991년에 나온 을 시작으로, 5개의 작품이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을 탄 것이다. 이미 1988년 데뷔작 으로 베를린 영화제를 제패했던 그다. 거장은 2000년대 들어서 중국형 블록버스터로 눈을 돌린다. 2002년의 , 2004년의 , 2006년의 까지. 2년.. 더보기
<허삼관 매혈기> 부모님, 이제는 당신을 위해 사세요 [지나간 책 다시 읽기] 몇 년 전, 일명 '현대판 라푼젤' 브라질 소녀가 10년 동안 길었던 머리카락을 600만 원 가량에 판매해 소형 주택을 장만했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다. 얼마후엔 영국 여성들이 돈이 필요해 머리카락을 팔았다는 기사도 났었다. 몸의 한 부분을 팔아서 돈을 장만하는 것만큼 절실한 건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부모님께 물려받은 몸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신조가 널리퍼진 나라에서는 더욱 말이다. 그럼에도 불과 몇 십년전, 국가 전체가 가난에 찌들었을 당시에는 머리카락을 팔아 간간히 연명하는 집들도 많았다고 한다. 그리 옛날 일도, 그리 먼 일도 아닌 것이다. 요즘은 여간해서 한 가지 일만 해서 먹고 살기가 힘든 것 같다. 그래서 '투잡 시대'라고 하는가 보다. 불황의 그림자는 정말 깊고.. 더보기
정의와 인간애가 승리했지만, 악과 죽음과 폭력도 승리했다 [지나간 책 다시읽기] 전후 세대에게 전쟁은 고통, 슬픔, 분노, 아픔 등과는 거리가 멀다. 그것은 아마도 전쟁마저도 상품으로 팔아 먹으려는 자본주의의 첨병들 때문이다. 그들은 전쟁을 겪어 보지 못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듯, 전쟁을 게임, 영화, 드라마, 소설 등의 각종 콘텐츠부터 레크레이션이나 일일 체험으로까지 발전시켰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여 실제와 거의 흡사한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전쟁을 겪어 보지 못한 이로 하여금 전쟁의 진면목을 겪게 할 수는 없다. 이는 오히려 전쟁을 이용하려는 자들에게는 잘된 바, 전장에서의 긴장감은 스릴로, 죽고 죽이는 고통은 쾌감으로, 전쟁의 시작과 끝에서 겪는 아픔과 허무함은 각각 설렘과 영웅적 자부심으로 바뀌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전쟁의 고통.. 더보기
<가짜 우울> 너무 슬프고 우울해...혹시 우울증에 걸린거 아냐? [서평] 10년 전 쯤, '우울증'이라는 용어를 처음 들어 보았다. 겉보기에는 아무런 이상없이 활발한 편이었던 지인이 어느 날 말하기를, "사실 나 우울증에 걸렸다."라고 하는 게 아니겠는가. 그거 자살까지 하게 만드는 심각한 '병'이 아니냐고, 병원에 가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을 건넸더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하였다. 알고보니 자가진단으로 우울증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 당시는 우울증이 시대의 화두였다. 많은 사람들이 힘들고 외롭고 슬픈 감정을 우울증이라고 생각하며, 마치 자랑거리인 양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녔다. 그 지인의 우울증 이유는 '힘듦'이라고 했다. 3년여가 지나, 나에게도 '우울증'이 찾아왔다. 당시 1년여 동안 외국생활을 했는데, 너무 외롭고 고독했다. 그 감정들을 추수리기가 너무 힘들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