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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

메뚜기 떼로 형상화한, 극한 상황의 심리 공포 <더 스웜>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남편을 잃고 홀로 큰딸 로라와 작은 아들 가스통을 부양해야 하는 비르지니, 미래의 식량이라 불리는 식용 메뚜기로 활로를 뚫어 보고자 한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식용 메뚜기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을 뿐더러, 메뚜기들이 짝짓기를 하지 않으며 충분한 물량이 확보되지 못한 것이다. 아직까지는 아랍인 친구 카림의 더 큰 도움을 거절할 정도의 상황이지만, 이대로라면 버티지 못할 상황에 처하게 될 게 불 보듯 뻔했다. 어느 날 메뚜기를 키우는 온실 안에서 넘어지고 만 비르지니, 시간이 꽤 흐른 후 깨어나 보니 그녀가 흘린 피를 먹은 메뚜기들의 상태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 튼실해지기도 했고 번식에 적극적이어진 것이 아닌가. 실험 한번 해 볼 겸 상처 난 팔을 온실 안으로 들이밀어 .. 더보기
소외된 이가 소외된 이를 들여다보는 역설의 위로 <무브 투 헤븐>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소방관 출신의 한정우는 아들 한그루와 함께 '무브 투 헤븐'이라는 업체를 운영하며 유품정리사로 일한다. 한정우는 몸이 좋지 못하고 아내는 일찍 세상을 떠났으며 한그루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 길 건너편 치킨볼 가게 딸 윤나무가 한그루를 편견 없이 대하는 유일한 친구다. 한정우와 한그루의 마지막은 갑자기 다가온다. 낌새가 좋지 않았는지 변호사를 통해 아들의 후견인을 정하고 오는 길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는 한정우, 혼자가 된 한그루에게 어느 날 갑자기 조상구가 찾아온다. 한정우가 살아생전 한그루의 후견인으로 정해 둔 그의 배 다른 동생이었다. 한그루에겐 삼촌인 셈인데, 행색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 그는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이제 막 감옥에서 출소해 오는 길이었고 뒷.. 더보기
소외와 차별의 사회문제, 화끈한 블랙코미디로 들여다보다 <개 같은 날의 오후> [오래된 리뷰] 40도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더위의 어느 여름 날 5층 짜리 조그마한 아파트 단지, 전압을 이기지 못한 변압기가 터지니 주민들은 집안에서 버티지 못하고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땀을 식히고 있던 그들 앞으로 정희가 도망쳐 나오고 뒤이어 남편 성구가 쫓아오더니 때리며 끌고 가려 한다. 거친 그 모습을 보고 분노한 아파트 여자들이 모여 성구를 집단구타한다. 같이 나와 있던 남자들이 각자의 아내를 말리려 하지만, 이내 싸움에 휘말려 여자 대 남자의 싸움이 되고 만다. 싸움이 한창일 때 경찰이 도착한다. 몇몇 남녀가 나 몰라라 도망간다. 남자들은 경찰 쪽으로 가서 사건 경위를 고하고 여자들 9명은 옥상으로 도망간다. 옥상에서 선탠 중이던 독신녀도 휘말려 10명이 된다. 그녀는 옥상에 올라온 9명의 .. 더보기
1980, 90년대 한국 사회의 찌질한 천태만상 <우묵배미의 사랑> [오래된 리뷰] 장선우 감독의 화려한 옛시절을 간직하지 못하고 뒤로 한 채 한국 영화계 최악의 영화로 길이 남을 의 감독으로 이름이 드높은 그, 장선우. 그는 세기말에 로 한국 영화계 최고의 파격을 선보였던 바, 와 더불어 괜찮지 못한 길로의 발을 내디뎠다. 한국이 낳은 명감독 반열에 오르는 갈림길에서 선택을 잘못했다. 그는 일찍이, 그러니까 80년대부터 '좋은' 영화들을 선보였다. 90년대 들어 보다 논쟁적으로 변했지만 자못 성공적으로 당대를 비췄다. 단 한 작품도 빼놓지 않고 연출은 물론 각본까지 직접 수행했다. 주로 원작이 있는 작품들이었는데, 이 대표적이다. 올해 출연배우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서 30여 년만에 재개봉한 은, 1990년에 개봉하여 그야말로 90년대 한국 영화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작.. 더보기
디즈니월드 건너편, 귀엽고 천진난만한 친구들의 소외된 이면 <플로리다 프로젝트> [리뷰] 명랑하고 귀여운 젊은 포르노 배우와 냉소적이고 일면 괴팍한 늙은 할머니의 특별한 우정을 다룬 , 세계적인 대도시 LA의 다운타운에서 벌어지는 몸 파는 트렌스젠더들의 바람둥이 남자친구 찾기 소동을 다룬 으로 전 세계 평단을 들었다 놓은 션 베이커가 돌아왔다. 다. 마이너한 감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아이폰 5s로만 촬영한 의 혁신적인 면모를 이어받아 아이폰 6s와 35mm 필름으로만 촬영했다고 한다. 더욱이 '소외', 그중에서도 특별한 소외의 아이콘답게 이번에도 쉽게 생각하기 힘든,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디즈니월드 건너편 모텔에 장기투숙해 사는 이들이다. 또한 그의 영화에는 반드시 완전한 신인이 출현하는데, 에서는 신인들이 대거 출현했다. 모든 주조연 아이들이 신인이고, 그 .. 더보기
차별과 혐오의 시대를 가로지르는 사랑과 연대 <셰이프 오브 워터> [리뷰] 기예르모 델 토로는 알폰소 쿠아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와 더불어 멕시코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하나이다. 그는 명성에 비해 많은 영화를 연출하진 않았는데, 대표작 등으로 그만의 공고한 판타지적 세계를 구축하였다. 그러면서도 현실과 밀접하게 또는 현실의 이면을 그려내어 비평적으로 많은 찬사와 함께 대중적으로는 마니아층을 공고히 했다. 그는 2008년 이후 5년 여 동안 연출이 아닌 주로 제작에 전념했는데, 이후 시리즈의 각본을 책임지고는 다시 연출에 살짝 발을 담군 모양새다. 굳이 언급하지 않고 필모만 훑어도 드러나는 그의 천재성은, 이번에 작심하고 제작 원안, 각본 연출을 모두 섭렵한 으로 다시 한 번 만개했다. 는 제74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영예의 황금사자상, 제75회 글든글러브 2.. 더보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독특한 연출작 <히어애프터> [오래된 리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 단연 튀는 작품이 있다. 가 그 작품이다. 그의 연출 특징상 어떤 사건을 다루든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느낌을 드러내곤 하는데, 그래서인지 SF나 초자연적인 소재를 다루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는 건너기 힘든 강이 있지 않은가. 는 죽음 이후를 다룬다는 점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특이하다 하겠다. 더 눈길이 가는 건, 비현실적인 소재임에도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현실적인 연출이라는 데 있다. 어떻게 비현실에서 현실을 끄집어낼까 자못 궁금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답지 않은 소재를 가져와 클린트 이스트우드답게 풀어낸 것이리라. 그의 필모에서 등.. 더보기
미국이 가장 들추기 싫어할 모습, 하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문라이트> [리뷰] 제89회 아카데미 작품상 지상 최대 영화 '축제'인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지난 2월 26일 미국 LA에서 열렸다. 언제나처럼 쟁쟁한 후보들을 앞세운 사전 마케팅이 활개를 쳤는데, 이번엔 싱겁게 끝나버린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다름 아닌 때문인데, 일찍이 골든글러브 6관왕으로 역대 최다 수상을 하였고 아카데미에도 14개 노미네이트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바 싹쓸이가 예상되었었다. 제목 'la la land'도 아카데미의 성지 LA를 그대로 차용하지 않았는가. 그야말로 아카데미를 위한 영화였으니. 하지만 고작(?) 6관왕에 그치고 말았다. 그것도 메인 상 중 감독상과 여우주연상만 탔다. 한편 8개 노미네이트 와 가 뒤를 따랐는데, 둘 중에는 가 압승을 거두었다. 수상 개수를 떠나, 가 작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