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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

흩어져 있는 작은 힘들이 모여 소소한 혁명을 일으킨다 <장기왕: 가락시장 레볼루션> [리뷰] 2014년 의 성공으로 2016년 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개봉했다. 그리고 2017년 초 급기야 (이상 '장기왕')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개봉했는데, 독립영화계의 한 축을 이루는 듯하다. 비단 제목뿐만 아니라, 제목에서 풍겨져 나오는 코미디 요소를 듬뿍 품은 공통점이 있다. 또한 이들은 우중충하고 직설적으로 사회 고발을 하는 기존의 독립 영화와 다른 면모를 선보인다.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장기'와 '가락시장'과 '레볼루션'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의 나열이 이 영화의 제목을 이루는데, 아마 그대로 영화를 구성할 듯하다. 아마 주인공은 장기를 엄청나게 잘 둘 것이고, 배경은 가락시장일 것이며, 일상의 소소한 혁명을 이루며 끝날 것이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데엔 일단 성공, 끝까지 잘 이어나갈 .. 더보기
행복이란 무엇인가? 벤은 파괴자인가, 소외자인가? <다섯째 아이> [지나간 책 다시 읽기] 도리스 레싱의 1960년대, 해리엇과 데이비드는 직장 파티에서 한 눈에 서로를 알아본다. 사람들은 그들을 보수적이고 답답하며 까다롭다고 말했지만, 그들은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생각했다. 곧 결혼한 그들은 천생연분이었고, 함께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나가길 원했다. 굉장히 전통적인 형태의 가정을. 많은 자식을 낳아 키우며 주기적으로 여기저기 흩어진 가족들을 불러 함께하길 원했다. 그래서 그들은 반대를 무릅쓰고 분수에 맞지 않는 큰 집을 산다. 큰 집을 사는 것도 사는 거지만, 무엇보다 많은 자식을 낳는 것에 반대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너무 서두른, 그래서 모든 걸 다 움켜쥐려 한다는 인상. 기어코 그들은 많은 자식을 낳는다. 막상 그들을 반대했던 사람들은 그 모습에 심취한다. 허.. 더보기
한국형 정통 느와르,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명작 <초록물고기> [오래된 리뷰]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0년 전, 1997년 2월 초에 영화 한 편이 개봉한다. 한 영화감독의 데뷔작, 심상치 않다. 이런 영화가 이전에 있어나 싶다. 흥행 미풍, 호평 일색이다. 제목은 , 감독은 이창동. 거장의 출현을 알린다. 당시 그는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 1983년에 데뷔한 중견 소설가였다. 이 작품 이전에 각본과 조연출을 성공리에 마치고, 각본으로 이름을 떨친다. 그러니 초짜가 아닌 중고 신인의 데뷔작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이 작품은 한국 영화계의 사건 중 하나였다. 물론 그 중심엔 이창동 감독이 있다. 그는 이후 20년 동안 단 5편의 연출작을 남기는데,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다. 부터 시작해 까지, 앞의 세 편으로 이미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라.. 더보기
68 혁명의 신호탄이라 불리는 책의 통렬하고 강렬한 메시지 <비참한 대학 생활> [서평] 매주 토요일 촛불집회는 이제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그동안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이들만 해도 수백만 명에 이르니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 하야 운동은 전국민이 바라는 일이다. 비단 대통령 하야뿐만이 아니다. 최순실 게이트 규명, 세월호 사건의 진상 밝히기, 사드 배치 반대, 백남기 농민 문제 해결 등 모든 현안들에서 반정부 비판의 목소리가 함께 하는 것이다. 그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게 대학생들이다. 지난 10월 26일,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입학 및 학사관리 특혜 의혹 등으로 시끄러웠던 이화여대에서 최초로 시국선언을 한 후 전국적으로 수십 여개의 대학교에서 연이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는 시대를 이끄는 지식인으로서의 대학생, 그런 이들의 시국선언으로 봐야 하겠다.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시국에서.. 더보기
<원미동 시인> 여성 특유의 감성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그리다 [한국 대표 소설 읽기] 1990년대였던 거 같다. 고모할머니가 봉천동에서 슈퍼를 운영하셔서 자주 갔었다. 내가 사는 동네도 만만치 않은 달동네였기에 신기하거나 이상하다는 감정은 없었다. 20년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건, 달동네가 풍기는 꾀죄죄함과 정겨움. 너무 멀고 힘들다는 느낌 정도. 지금 가보면 이런 생각이 들겠지.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살아?' 1980년대는 경제적으로는 최고의 안정기, 정치적으로는 최악의 혼란기를 겪었다. 시대를 그리려는 소설가들에게는 최고의 시기였을까. 명작들이 소설들이 쏟아져 나온다. 역사를 통해 현재를 조명하려는 대하역사소설, 정치의 혼란기에서 꿋꿋이 재 몫을 하면서 또 노동자로서의 가치를 일으켜 세우려는 이들을 그린 노동소설, 경제 호황의 거대한 그림에서 소.. 더보기
나약한 인간이 세상과 싸우는 법은 자기혐오? [지나간 책 다시읽기] 다자이 오사무의 대학교 1학년 시절은 그리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쉽사리 적응할 수가 없었다. 온갖 열등감에 시달렸던 것 같다. 내성적인 성격과 변하지 않는 외모, 너무나 말랐던 몸 등. 결정적이었던 건, '나는 얘들과 달라. 이곳은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야'라는 의식이었다(고백하건대, 모의고사 점수보다 수능점수가 상당히 많이 떨어져 원하지 않은 대학교를 갔다. 당시에는 많이 후회를 했고 오랜 시간 콤플렉스로 남아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이겨냈다). 절대적 열등감과 상대적 우월감이 아주 교묘하게 자리 잡아 나를 괴롭혔었다. 그렇다고 인간을 멀리하거나 왕따가 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모임에 꼬박꼬박 참석하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친구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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