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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무엇이 그녀를 화나게 만들었는가 <불도저에 탄 소녀> [신작 영화 리뷰] 19살의 작은 소녀 혜영은 왼쪽 팔을 가득 채운 용 문신을 팔토시로 가린 채 신경질난 얼굴로 욕설을 퍼붓고 다닌다. '다수의 폭력에서 약자를 보호하고자' 폭력을 행해 나름 억울하게 법정에 서기도 했지만 '정도는 미약하나 폭행을 계속'하니 그녀의 성향을 알 만하다. 혜영에겐 중국집을 운영하는 아빠 본진과 어린 남동생 혜적이 있는데, 본진과는 도무지 부녀지간으론 보이지 않는 관계이고 혜적과는 여타 남매지간보다 훨씬 애틋함이 묻어난다. 그러던 어느 날, 본진이 중국집에서 요리 도중 화상을 입더니 보험 3개를 한 번에 갱신하고 다음 날 사고를 쳐 병원에 실려간다. 남의 차를 훔쳐 타 인적 드문 곳에서 누군가를 들이박았다는 것이었다. 그 사이 경찰에게서 본진이 폭력을 휘둘렀다는 말도 들었다. .. 더보기
"실패해도 괜찮아, 나만의 길이 있어" <불펜의 시간> [신작 도서 리뷰] 한국에 존재하는 수많은 문학상들, 그중에서도 몇몇은 한때 위세가 굉장했다.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이 대표적인데 그밖에도 이효석문학상, 김유정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등이 뒤를 받치는 형국이다. 아니, 그랬었다. 2020년대 들어선 지금은, 주지한 문학상들 대부분이 명맥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각종 논란과 함께 금전적인 여력이 더 이상 없지 않았나 싶다. 그럼에도 꾸준히 명맥과 함께 이슈까지 몰고 오는 문학상들이 있으니,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긴 '젊은작가상'과 어느덧 3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한겨레문학상'이 대표적이다. 이중 '젊은작가상'은 전통적인 방식의 문학상이라 할 수 없기에 '한겨레문학상'이야말로 사실상 현존 유일이자 대표 문학상이라 해도 .. 더보기
의사 작가가 훑어내린 내 몸 구석구석 이야기 <내 몸 내 뼈> [편집자가 독자에게] 베스트셀러 의사가 쓴 몸 에세이 잘 만들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나름 에세이 팀을 맡고 있으니 에세이 베스트셀러를 자주 훑어 봅니다. 최신작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점령하는 속도가 '경제경영'보단 못하지만, '인문' '역사'보단 빠르며, '자기계발'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독자들한테 사랑받는 분야로 중간은 간다고 판단할 지표라고 볼 수 있겠지요. 에세이라는 분야가 품을 수 있는 한도가 워낙 넓어, 종종 타 분야를 넘나드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엔 자기계발 분야와 발을 걸치고 있는 책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인문, 가정살림, 건강 분야까지 넘나드는 책도 나오곤 합니다. 출판사에선 당연히 한 가지 분야를 상정하고 책을 만들었겠지만, 서점에서 자의적으로 추가 분야를 상정하는.. 더보기
중국 영화의 새로운 '믿보' 조합, 청궈샹 감독과 저우둥위 배우 <소년시절의 너> [신작 영화 리뷰] 여배우 발굴의 엄청난 능력을 자랑하는 장이머우 감독에 의해 발탁되어 2010년 로 화려하게 데뷔한 저우둥위, 이후 차근차근 필모를 쌓아 중화권 최고의 여배우로 우뚝 섰다. 우리에게는, 지난 2016년 이준기와 함께 열연한 로도 얼굴을 비췄지만 1년 뒤 청궈샹 감독과 함께한 로 크게 이름을 알렸다. 이후 쉴 새 없이 작품활동을 이어나갔는데, 넷플릭스를 통해 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청궈샹 감독과 함께한 로 본인 필모뿐만 아니라 그의 연기를 보는 우리에게도 '인생 영화'를 경신하였다. 작년 11월 중국 현지에서 개봉하여 흥행(2019년 중국 흥행 TOP 10 안에 듦)과 비평, 파급력과 영향력 등에서 모두 좋은 모습을 보인 바 있는 이 작품, 개인적으로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코로.. 더보기
인류보편에 속하는 그녀 그리고 나의 이야기 <그리고 베를린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현재의 이야기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 유대인 하시디즘 공동체 소속의 에스티는 17살이 되자 중매결혼한다. 그녀는 집을 떠난 엄마와 주정뱅이 아빠 대신 할머니 손에 길러졌는데, 반면교사 삼아 결혼에 대한 기대와 환상이 있었다. 하지만, 시댁 모두의 '감시' 아래 그녀에겐 오직 아이를 낳아 길러야 하는 의무만이 있을 뿐이었다. 시간이 흘러, 에스티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엄마가 왜 떠났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녀 또한 엄마와 똑같은 수순을 밟고 있었다. 유일하게 외부와 소통하는 창구였던 외부인 피아노 교사를 통해 독일 베를린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엄마가 집을 떠나면서 그녀에게 주고간 증서 덕분이기.. 더보기
소리를 잃고 싶어 하는 보리를 응원한다 <나는보리> [신작 영화 리뷰]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선을 갖는 건 매우 중요하다. 나라는 사람이 가진 생각의 총량은 하찮기에, 온전히 받아들이진 못하더라도 대략이나마 보려고 노력하면 좋은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이롭다거나 도움을 준다기보다, 세상 자체를 풍요롭게 하기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한 곳만 보고 살아도 빠듯한 세상살이 아닌가. 그렇다면, 내 안에서 다양성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지 모른다. 당연히 나는 내가 살고 있고 내가 보고 느끼고 있는 세상이 평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거기에서 어떤 다양성 또는 다름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찾아보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존재한다고 말하고 싶다. 여기, 자신의 삶에서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선의 한 갈래를 찾아내어.. 더보기
평범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아름다움 <에델과 어니스트> [리뷰] 영화 한 편으로 한 방면이나마 역사를 훑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굉장히 거시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주요 사건들을 미시적으로 들여다보아야 공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등이 생각난다. 한 시대를 고스란히 살아온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굉장히 평범하거나 굉장히 특출나다. 하지만 접근 방법은 같다. 이들 모두는 우리와 다름 없는 삶을 살았거나 우리와 함께 살았던 것이다. 우린 이 영화들을 사랑했고 이 영화의 주인공들에게 대체로 동질감을 느꼈다. 자전적 애니메이션 는 이 범주에 속하는 영화라 하겠다. 1920~60년대 영국의 지극히 평범한 한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영국의 20세기 초중반 40년을 훑는 작업 말이다. 우린 이 영화로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동질감을 느끼며 동시에 영국의 20세기 초중반.. 더보기
다른 세상은 없다는 빙퉁그러진 진리를 알아버린 비성숙의 비극 <아무것도 아니야> [서평] "의미 있는 건 없어. 나는 오래전부터 그걸 알고 있었어. 그러니까 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 그럴 가치가 없으니까. 나는 이제야 그걸 깨달은 거야."(분문 7쪽) 의미 있는 건 없고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은 안톤은 학교를 떠났다. 그리고는 마을 자두나무에 걸터앉아 학교를 같이 다녔던 친구들에게 설파했다. 의미나 가치 있는 건 없고,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아이들은 안톤의 말에 흔들렸다. 그가 던진 그 무엇이 한참 앞에 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무언가가 되어야 했고, 누군가가 되어야 했다. 가치 있는 무언가, 의미 있는 누군가. 그렇게 그들은 무언가를 하기로 한다. 의미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버려진 목공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