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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영화 <지슬>로 제주 4.3 사건을 돌아보다 [기획] 제주 4.3 사건 70주년을 기해서 올해가 '제주 4.3 사건' 70주년이다. 1948년 제주도 각지에서 남로당을 주축으로 한 무장대가 남한 단독 정부 수립 반대와 조국 통일, 완전한 민족해방 그리고 경찰과 서청의 탄압 중지 기치를 내걸고 봉기를 일으켰다. 이는 5.10 총선거까지 이어졌는데, 제주도는 5.10 총선거를 거부한 유일한 지역이 되었다. 선거 이후 제주도에서의 문경과 무장대의 대립은 더욱 첨예해진다. 같은 해 8월 15일 남한 단독 정부가 수립되고 제주도에 대한 강경 진압 수위를 높여간다. 제주도 근해에 소련 선박 또는 잠수함이 출현했다는 소문을 조작하여 대대적인 토벌전이 준비되는 것이다. 10월 "해안선 5km 이외 지역에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그곳에 있는 사람은 폭도로 간주해 총살.. 더보기
'그래닛 마운틴 핫 샷' 영웅들의 비극적 실화 <온리 더 브레이브> [리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모티브만 따오고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각색한 유형, 그리 유명하지 않지만 그 사건 안에 충분한 내러티브와 메시지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가 많다. 내용은 같은데 재해석한 유형, 유명하지만 논란의 여지가 많은 사건을 다룬 경우가 많다. 그리고 모티브도 내용도 메시지도 캐릭터도 모두 거의 그대로 가져오되 큰 틀이 바뀌지 않게 영화적 요소들만 가미한 유형, 유명하거니와 논란의 여지도 없고 충분한 내러티브와 메시지와 감동까지 있는 실화를 다룬 경우라 하겠다. 전무후무한 사건에 휘말린 사람(들)이 더할 나위 없는 인간 승리의 모습을 선사하면 100%이다. 영화 는 전무후무한 사건에 휘말린 사람들의 실화를 다뤘다. 불과 5년 전, 미국 애리조나주의 주도인 피닉스.. 더보기
세 개의 광고판으로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 장인의 솜씨 <쓰리 빌보드> [리뷰] 미국 중서부 미주리주 에빙 외곽, 사람 발 길이 뜸한 도로 옆에 세워진 허물어져 가는 큰 광고판 세 개가 탈바꿈한다. 딸이 죽어가면서 강간을 당한 후 불에 타 돌아왔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은 채 1년이 지난 현재를 사는 엄마 밀드레드(프란시스 맥도맨드 분)가 책임자 윌러비 서장(우디 해럴슨 분)을 향해 직격타를 날린 것이다. 푸른 잔디 위에 선명히 대조되는 새빨간 바탕으로 검정색 글씨의 메시지를 세 개의 광고판에 써 놓았다. RAPED WHILE DYING(내 딸이 죽어가면서 강간을 당했는데), AND STILL NO ARREST?(그런데 범인을 아직도 못 잡았다고?), HOW COME, CHIEF WILLOUGHBY?(어떻게 된 건가, 윌러비 서장?). 이에 마을에서 존경받고 명성높은 윌러비 서.. 더보기
입체적 인물 캐서린의 체제 전복 <레이디 맥베스> [리뷰] 온몸을 뒤덮는 베일을 쓴 한 소녀, 불안한 눈빛으로 두리번 거린다. 보이진 않지만 옆에는 남편될 사람인 듯하고, 뒤에는 늙은 남자와 흑인 여자가 서 있다. 결혼식이다. 뭔가가 빠져 있는 결혼식. 곧이어 첫날밤, 모습을 드러낸 남편은 소녀 캐서린(플로렌스 퓨 분)에게 벗으라고 명령하고는 혼자 침대로 들어가 몸을 돌려버린다. 이해할 수 없는 첫날밤. 일반적인 결혼식과 첫날밤의 모습이 아니다. 19세기 영국, 알고 보니 캐서린은 탄광을 소유한 명가에 팔려온 이였다. 남편은 원하지 않았고 남편이 극도로 싫어하고 증오하는 아버지가 사온 것. 일련의 이상함들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캐서린이 이 집에서 할 일은 없다. 집에서 나가지 말고 가만히 성경이나 읽고 있으면 된다. 여자로서의 본분을 지키면 되는 것이.. 더보기
영화 '따위'가 주는 위대하고도 위대한 깨달음 <그을린 사랑> [오래된 리뷰] 드니 빌뇌브 감독의 완벽에 가까운 영화를 보고 난 후 느끼는 참혹함을 아는가? 그때만큼은 다른 어떤 영화도 보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한다. 적어도 그때만큼은 '이제 영화를 졸업해야 하는 건가?' 같은 황당무계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영화를 좋아하고 즐겨보는 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테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이 나에게 그런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일찍이 느껴보지 못한 당혹감인데, 다름 아닌 감독의 면을 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드니 빌뇌브는 불과 서른한 살의 나이에 첫 장편영화를 내놓는다. 전 세계적인 호평 일색. 이어 내놓은 작품들도 마찬가지. 2010년에 내놓은 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에도 소개된다. 하나 같이 명감독의 걸작들이다. 2010년대에 는 전 세계적으로 큰 호평을 .. 더보기
다른 세상은 없다는 빙퉁그러진 진리를 알아버린 비성숙의 비극 <아무것도 아니야> [서평] "의미 있는 건 없어. 나는 오래전부터 그걸 알고 있었어. 그러니까 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 그럴 가치가 없으니까. 나는 이제야 그걸 깨달은 거야."(분문 7쪽) 의미 있는 건 없고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은 안톤은 학교를 떠났다. 그리고는 마을 자두나무에 걸터앉아 학교를 같이 다녔던 친구들에게 설파했다. 의미나 가치 있는 건 없고,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아이들은 안톤의 말에 흔들렸다. 그가 던진 그 무엇이 한참 앞에 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무언가가 되어야 했고, 누군가가 되어야 했다. 가치 있는 무언가, 의미 있는 누군가. 그렇게 그들은 무언가를 하기로 한다. 의미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버려진 목공소.. 더보기
엄마와 아들, 그들에게 찾아온 비극에 대하여 <케빈에 대하여> [오래된 리뷰] 화려한 붉은 물결의 토마토 축제, 그 한가운데 자유로운 영혼의 여행가 에바(틸다 스윈튼 분)가 있다. 하지만 다음 화면에 그 붉은 물결은 끔찍하게 변한다. 더러운 소굴 같은 집안에서 깬 에바는 누군가에 의해 악의적으로 붉게 칠해진 집과 자동차를 마주한다. 이상하리만치 별 반응 없이 차를 타고 에바가 도착한 곳은 한 여행사, 그녀는 화려한 경력에 걸맞지 않은 말단 자리에 발탁된다. 신나서 집으로 가려는 찰나 길에서 마주친 중년여자가 "좋은 일이라도 생겼나 보네. 신나 죽겠어?"라고 말하더니 대뜸 에바의 뺨을 후려치고는 지옥에나 떨어져 버리라고 악담하면서 가버린다. 지나가던 이가 경찰에 신고한다는 걸 만류하며 에바는 "아니에요. 제 잘못이에요."라고 말하곤 가버린다. 대체 무슨 일인가? 중간.. 더보기
<허삼관 매혈기> 부모님, 이제는 당신을 위해 사세요 [지나간 책 다시 읽기] 몇 년 전, 일명 '현대판 라푼젤' 브라질 소녀가 10년 동안 길었던 머리카락을 600만 원 가량에 판매해 소형 주택을 장만했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다. 얼마후엔 영국 여성들이 돈이 필요해 머리카락을 팔았다는 기사도 났었다. 몸의 한 부분을 팔아서 돈을 장만하는 것만큼 절실한 건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부모님께 물려받은 몸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신조가 널리퍼진 나라에서는 더욱 말이다. 그럼에도 불과 몇 십년전, 국가 전체가 가난에 찌들었을 당시에는 머리카락을 팔아 간간히 연명하는 집들도 많았다고 한다. 그리 옛날 일도, 그리 먼 일도 아닌 것이다. 요즘은 여간해서 한 가지 일만 해서 먹고 살기가 힘든 것 같다. 그래서 '투잡 시대'라고 하는가 보다. 불황의 그림자는 정말 깊고..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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