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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

혈육의 굴레에서 빠져나오려는 처절한 몸부림을 들여다보니... [신작 영화 리뷰] 작은 극단에서 연극과 잡일로 생계를 꾸려 나가고 있는 수연, 그녀는 밥을 깨작대며 잘 먹지 않고 먹어도 토하기 일쑤다. 거식증이다. 그리고 우울해 보인다. 사연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는다. 할머니가 전세를 들어 사는 집이 철거되니 와서 집 정리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할머니 영순은 요양병원에 있다고 했다. 수연은 마지못해 통영으로 향한다. 영순은 작가다. 정확히 말해 소설가다. '딸'을 소재로 한 소설이 꽤 히트쳐서 잘 나갔고 덕분에 지금도 대접받고 있는 듯하다. 수연은 영순의 집에 들렀다가 병원으로 향한다. 7년 만에 조우한 할머니와 손녀, 하지만 그들 사이엔 반가움이나 애틋함은커녕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난 것처럼 으르렁거림만 있을 뿐이다. 그들 .. 더보기
"가족 간에도 선이 필요하다, 우린 남이니까" <라인> [신작 영화 리뷰] 알프스 산맥이 훤히 보이는 한적한 마을의 어느 집,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살기 어린 눈빛으로 기어코 엄마 크리스티나의 빰을 때려 버린 큰딸 마르가레트. 크리스티나는 쓰러지면서 피아노에 왼쪽 귀를 다쳐 청력을 거의 잃는다. 마르가레트는 집에서 쫓겨났고 3개월간 엄마로부터 100미터 접근 금지 명령을 받는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 있을까 싶다. 12살짜리 막내딸 마리옹이 중재에 나선다. 막무가내로 엄마를 만나고자 하는 마르가레트에게 엄마의 상태를 말해 주지 않으면서 더 이상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 하고, 확실하게 하고자 파란 페인트로 100미터 선을 긋는다. 그러며 마르가레트에게 영성체 수업을 받는다. 주기적으로 마르가레트와 만나며 살피고 또 정보를 주고받으려 한 것이다. 하지만 엄마와.. 더보기
이 막장 가족은 불행하지 않다! <애비규환> [신작 영화 리뷰] 대학생 토일은 1년 꿇은 고등학교 3학년생 호훈을 가르치다가 눈이 맞아 임신을 하게 되고 5개월간 숨겼다가 양가 부모님들께 알리며 '출산 후 5개년 계획'을 세워 제출한다. 하지만 토일의 부모님 선명과 태효는 그녀를 지지해 주지 않고 큰 상처를 안기기에 이른다. 그런가 하면 호훈의 부모님은 토일의 임신을 축하하며 한참 모자란 아들을 데려가 결혼하라고 종용한다. 갈피를 잡지 못한 토일은 무작정 대구로 내려간다. 대구는 토일이 태어나 어렸을 적 살았던 고향으로, 연락이 끊긴 친아빠 환규를 찾고자 내려간 것이었다. 최씨 성의 기술가정 선생님, 이 단서 하나로 대구의 학교들을 모조리 뒤지는데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우연히 환규와 맞딱뜨리게 되는데, 토일은 정작 고생 끝에 찾은 그를 두고.. 더보기
어른아이에게 덧씌워진 비극과 불행, 영화 <홈> [리뷰] 열네 살 준호는 축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중학생이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괴롭힘을 당하고 집에서는 그리 예쁨을 받진 못하는 것 같다. 준호에게는 어린 동생 성호가 있다. 귀엽고 똘망똘망한 동생을 돌볼 때면 이런저런 시름을 잃는다. 아빠는 없는 듯하고 엄마 선미는 있다. 보험일에 치여 집안을 잘 돌보지 못한다. 그런 엄마마저도 준호와 성호의 눈앞에서 교통사고로 의식이 없다. 그녀와 함께 사고를 당한 이는 그녀가 바람핀 유부남 강원재의 부인이다. 원재는 보살펴줄 이 없는 성호를 딸 지영이 있는 자기 집으로 데려간다. 성호는 준호와 성호의 엄마와 강원재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이다. 준호의 아버지는 따로 있다.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준호다. 선미는 상태가 좋지 않고, 원재는 준호를 보살필 법적 의무는 없다.. 더보기
잔잔하고 묵직하게 다가오는 웰메이드 성장 드라마 <몬스터 콜> [리뷰] 2년 전 개봉해 찬사를 받은 명품 애니메이션 . 무스타파라는 현자가 말하는 삶의 진리와 사랑 이야기를 9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최대한의 시너지로 풀어내었다. 직설적으로 전달되는 진리의 향연이 90여 분이라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내내 계속되기에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 애니메이션은 아니지만, 현자 같은 이(몬스터)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야기는 애니메이션화되어 이해를 도우며 결국 삶의 진리와 사랑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가 생각나게 하는 은 다양한 은유의 결정체다. 현재를 기반으로 하되 다분히 판타지, 그것도 다크 판타지적인 세계관이 이를 가능케 한다. '성장'과 '가족'을 주요 키워드로, 인생과 작별과 마음 등의 키워드가 뒤를 받힌다. 데인 드한이 생각나게 하.. 더보기
SF로 풀어낸 소통, 시간, 사랑... 인류보편적 고전이 될 영화 <컨택트> [리뷰] 비극적으로 끝날 것만 같은 OST와 평화로워 보이는 장면들의 부조화가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날 듯한,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듯한, 그런 분위기. 아니나 다를까. 어느 날 갑자기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의문의 물체, 친숙한 UFO라고 하기엔 뭔가 이질적인, 12개의 그것은 '쉘'이라 불린다. 알 수 없는 신호를 보내고, 18시간마다 문이 열린다. 그때 비로소 그들과 접촉할 수 있다. 언어학자 루이스 박사(에이미 아담스 분)는 정부에서 파견된 콜로넬 대령(포레스트 휘태커 분)과 함께 쉘에 근접해 있는 기지로 간다. 이론물리학자 이안 박사(제레미 레너 분)도 합류한다. 도대체 그들은 누구인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어디서 왔는지 등을 언어학적으로,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게 이들의 임무다... 더보기
<가짜 우울> 너무 슬프고 우울해...혹시 우울증에 걸린거 아냐? [서평] 10년 전 쯤, '우울증'이라는 용어를 처음 들어 보았다. 겉보기에는 아무런 이상없이 활발한 편이었던 지인이 어느 날 말하기를, "사실 나 우울증에 걸렸다."라고 하는 게 아니겠는가. 그거 자살까지 하게 만드는 심각한 '병'이 아니냐고, 병원에 가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을 건넸더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하였다. 알고보니 자가진단으로 우울증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 당시는 우울증이 시대의 화두였다. 많은 사람들이 힘들고 외롭고 슬픈 감정을 우울증이라고 생각하며, 마치 자랑거리인 양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녔다. 그 지인의 우울증 이유는 '힘듦'이라고 했다. 3년여가 지나, 나에게도 '우울증'이 찾아왔다. 당시 1년여 동안 외국생활을 했는데, 너무 외롭고 고독했다. 그 감정들을 추수리기가 너무 힘들었..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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