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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SF로 풀어낸 소통, 시간, 사랑... 인류보편적 고전이 될 영화 <컨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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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컨택트>


그 명성은 오래전부터 익히 들어왔던 대작 <컨택트>. 제목이 바뀐 건 조금 이해가 안 가지만, 감독이 '드니 빌뇌브'이니 아무렴 어떠랴. 믿고 보면 된다. ⓒUPI코리아



비극적으로 끝날 것만 같은 OST와 평화로워 보이는 장면들의 부조화가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날 듯한,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듯한, 그런 분위기. 아니나 다를까. 어느 날 갑자기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의문의 물체, 친숙한 UFO라고 하기엔 뭔가 이질적인, 12개의 그것은 '쉘'이라 불린다. 알 수 없는 신호를 보내고, 18시간마다 문이 열린다. 그때 비로소 그들과 접촉할 수 있다. 


언어학자 루이스 박사(에이미 아담스 분)는 정부에서 파견된 콜로넬 대령(포레스트 휘태커 분)과 함께 쉘에 근접해 있는 기지로 간다. 이론물리학자 이안 박사(제레미 레너 분)도 합류한다. 도대체 그들은 누구인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어디서 왔는지 등을 언어학적으로,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게 이들의 임무다. 그렇지 않으면 전지구적인 전쟁이 시작될 것이었다. 


영화 <컨택트>는 보다시피 SF영화이다. 그렇지만 그건 수단, 목적은 굳이 말하자면 인문에 가깝다. <그래비티> <마션> <인터스텔라>로 이어진 일련의 '지적 SF' 계보를 따르면서, 한 발 더 나아가 인문적인 깨달음까지 선사한다. 거기엔 소통, 시간, 사랑의 키워드가 존재한다. 어디에서도 접하기 힘든 SF영화, 아니 영화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SF적 요소, 즉 비쥬얼에 신경을 쓰지 않았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영화도 앞엣것들이 보여준 신기원적인 비쥬얼에 버금가는 비쥬얼을 선보인다. 상대적으로 가려졌을 뿐이다. 그 중 압권은 단연 '쉘', 그리고 '소통'의 장면들. 지극히 압도하는 장엄한 비쥬얼을 목도할 준비가 되었는지?


'소통', 해낼 수 있겠는가?


외계인의 출현, 분명 SF 영역에 속하는 영화. 하지만 그 자체가 목적은 전혀 아니다. 영화는 다른 걸 말하고자 한다.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소통'. ⓒUPI코리아



외계인인지 새로운 인류인지도 불분명한 상황, 그들이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나타난 것인지 알기 위해선 우선 대화가 통해야 한다. 루이스는 우선 자신이 누구인지 밝힌다. '루이스', 이름부터 밝히는 게 순서. 그녀는 단순한 번역자가 아닌듯, 언어가 가지는 가치와 의미를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말이 통해야 뭐라도 하지 않겠는가. 급기야 그녀는 자신을 내놓는다. 혹시 모를 바이러스에 대비해 꼼꼼하게도 차려 입은(?) 팀원들의 경고와 만류를 뒤로 하고 맨몸으로 다가서는 것이다. 언어란 말만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는 걸 몸소 보여준다. 마음, 행동, 눈빛, 분위기도 언어인 거다. 


이질적인 무엇이 눈 앞에 있을 때 우리가 하는 행동은 '적으로 상정하기', '눈살 찌푸리기', '두려움에 떨기', '눈 돌리기', '멀찌감치 떨어지기'. 즉, 너와는 대화는커녕 눈도 마주치기 싫다는 뜻이다. 당연히 상대방도 나를 똑같이 대할 것이다. 그 순간 벽이 생기고 그 벽은 깨지지 않는다. 


우리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건 완전히 다르다. 실천해야만 하는 100가지 중에 한 가지만 실천해도 세상은 많이 바뀌겠지만, 그 한 가지도 실천하기 쉽지 않다. 루이스는 그 한 가지를 실천한 것뿐. 그 한 가지 한 가지가 모두 '위대한 능력'이다. '소통', 해낼 수 있겠는가?


정해진 불행, '사랑'으로 나아간다


'소통'과 더불어 이 영화의 또 다른 중요 키워드는 '사랑'이다. 단순한 사랑이 아닌, 엄청난 불행을 그것도 정해진 불행을 뚫고 나가는 그런 사랑. ⓒUPI코리아



영화는 루이스와 딸아이의 장면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이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커갔을 때, 사춘기를 오롯이 보냈을 때, 그리고... 사랑스러운 아이와의 마지막. 이 장면들은 과거인가, 현재인가, 미래인가. 


이질적인 존재와의 대화 도중 떠오르는 장면들, 다름 아닌 아이의 모습이다. 그런데, 적어도 현재 그녀는 아이가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남편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그런 걸 보여줄 겨를도 없이 바로 현장에 투입되었으니 알 도리가 없다. 적어도 현재는 아닌 바, 왠지 미래의 모습인 것 같다. 


과거의 모습이 회상되는 거라면 별다른 특별할 게 없다. 반면, 미래의 모습이라고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다름 아닌 아이가 죽음을 맞이할 게 아닌가. 그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지 않은가.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런 삶을 택하게 될 게 아닌가. 이보다 더 가혹한 게 무얼까. 


그녀가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영웅이 될 순 있겠다. 전 지구를 구할 순 있겠다. 다만, 그 끝엔 정해진 미래가 있다. 예정된 불행으로의 미래가 말이다. 그래도 그녀는 그 길을 갈 것이다. 다름 아닌 '사랑'이 있으니까. 후회없이 사랑할 자신이 있으니까. 사랑을 한다면 여한이 없으니까. 도망치는 건 의미가 없으니까. 


영역의 고전이 될 영화


결단코 이 영화는 최소 일정 영역의 고전이 될 것이다. 인류보편적 키워드들을 이와 같이 풀어낸 영화는 일찍이 없었다. 무엇보다 감독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UPI코리아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이런 영화는 처음 봤다. 최근 SF 영화를 선도한 '지적 SF'도 하찮게 보일 정도다. 기존 SF의 수준을 몇 단계 높였다거나 SF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는 경지가 아니다. 아예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냈다. 새로운 SF 영화가 아니라.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블레이드 러너>처럼 영역의 고전이 될 게 분명하다. 


고전이 되기 위해선 장르를 벗어던지고서도 통할 수 있는 줄기가 있어야 한다. 장르를 발판삼거나 또는 장르를 목적으로 삼는다면 기껏 해당 장르의 고전이 될 것이다. 반면, 장르를 수단으로 삼아 장르가 주는 재미를 한껏 취하면서도 진정 하고자 하는 얘기를 잘 풀어낸다면 만인의 고전이 될 수 있다. <컨택트>는 그런 여지가 있다. 


소통, 시간, 사랑 등은 지극히 인류보편적인 키워드들이다. 그만큼 풀어내기 쉽지만, 충족시키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 영화는 그 불가능을 장르의 힘을 빌어 해결한 것이다. 드니 빌뇌브 감독이 선택했던 건 주로 드라마였는데, 점차 외연을 넓혀 스릴러, 미스터리, 그리고 SF까지 왔다. 


차기작은 그 유명한 <블레이드 러너>의 속편인 <블레이드 러너 2049>. 올해 개봉할 예정이다. 아마도 그의 절정 작품일 듯한대, 과연 어떤 작품을 선사할지 지극히 기대된다. <컨택트>로 확인한 수준 정도라도 가히 또 하나의 인생작일 것 같다. 우린 또 한 명의 거장 탄생을 목격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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