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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

가난한 이들에겐 죽음조차도 사치일 수 있겠구나... <축복의 집> [신작 영화 리뷰] 젊은 여성 해수는 공장에서 온몸이 땀에 쩌들 만큼 일하곤 빠르게 어디론가 향한다. 지하철을 타고 가며 누군가한테 전화를 걸지만 받지 않는다. 어느새 그녀는 식당에서 불판을 닦고는 잔반을 정리한다. 일을 끈내곤 늦은 밤 다시 빠르게 어디론가 향한다. 이번엔 집앞이다. 하지만 무슨 연유에선지 선뜻 들어가지 못한다. 집 근처 계단에서 다시 누군가한테 전화를 걸어 보지만 받지 않는다. 집으로 들어선 해수는 녹물이 충분히 나오게끔 한 후 샤워를 한다. 다음 날 아침 현금을 두둑히 챙겨 집을 나선다. 그녀가 사는 동네는 지구 전체가 재개발이 한창인 듯하다. 일을 하러 가지 않고 의사를 찾아가 25만 원을 주고 시체검안서를 뗀 해수, 어느 중년 남성의 차에 올라 타 집으로 향한다. 집에는 해수 어.. 더보기
본능이 시킨다, "불편한 건 없애버려" <미스틱 리버> [오래된 리뷰] 클린트 이스트우드, 1930년생으로 90세이지만 여전히 최전선에서 종횡무진하는 현역이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이미 서른 작품을 연출했고 최근의 까지 80대 2010년대에만 여덟 작품을 내놓았으니 2020년대에도 작업을 계속 이어갈 것 같다. 한편으론 그가 계속 작업하는 게 믿기 힘들지만, 한편으론 그가 더 이상 작품을 내놓지 않는 게 믿기 힘들다. 50년대 연기 경력을 시작해 연기자로 60~70년대 최고 전성기를 보낸 후 70~80년대 상대적으로 감독으로서 암흑기라고 할 만한 시기를 지난 후 90년대 안정을 찾는다. 2000년대 들어선 왠만한 사람이라면 은퇴할 나이인 70대에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꽃을 피운다. 2010년대에도 이어진 감독으로서의 전성기에 그는 수많은 걸작들을 .. 더보기
불친절하고 불쾌하며 불편한 영화, 그럼에도? <에이프릴의 딸> [모모 큐레이터'S PICK] 우리나라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유망한 감독들이 많다. 그들은 주로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두각을 나타내 이름과 얼굴과 필모를 알리는 경우가 많은데, 멕시코의 젊은 거장 후보인 미셸 프랑코 감독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녀 뒤에서 빛나고 있는 멕시코라는 '후광'이 한 몫을 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겠는데, 지금 현재 전 세계 영화계를 주름잡는 '멕시코의 세 친구들' 알폰소 쿠아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기예르모 델 토로의 영향력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이다. 이 세 명의 거장이 구축한 각각의 독특하고 확고한 작품 세계를 씨네필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사랑해 마지 않게 된 이유를 '멕시코'라는 공통분모로 굳이 생각해 볼 때, 미셸 프랑코 감독을 향해 기대의.. 더보기
권력, 사랑, 여성을 앞세운 요르고스 란티모스식 불편한 비틀기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리뷰] 18세기 영국, 프랑스와의 전쟁을 계속 해야 하는지 화친해야 하는지를 두고 국정이 둘로 나뉘어 치열하게 대립 중이다. 절대권력 여왕 앤(올리비아 콜맨 분)은 죽 끓듯 하는 변덕을 내뿜을 뿐 국정에 이렇다할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조력자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여왕의 조력자 사라(레이첼 와이즈 분)는 어릴 적 앤 여왕을 구해준 후 궁전에 들어와 여왕과 우정을 나누며 비선실세로 사실상 권력의 최정점에서 군림하고 있다. 그녀의 당면한 과제는, 프랑스와의 전쟁을 계속하여 사령관인 남편 말버러 공작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사라에게 친척이라며 몰락한 귀족 여인 애비게일(엠마 스톤 분)이 찾아온다. 궁전 하녀부터 시작하는 그녀, 사라 몰래 여왕의 통풍을 완화시켜줄 약초를 캐와 눈에 들고는 사라의 전.. 더보기
비열하고 악랄하게 인종차별하는 심리공포 <겟 아웃> [리뷰] 할리우드 저예산 공포영화는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되어 가는 것 같다. 해마다 더 나은 모습으로 찾아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관객들을 깜짝 놀래킨다. 그러며 평론가들에게서도 칭찬을 받는다. 아마 1999년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것 같은데, 이후 등의 대표 시리즈를 지나 등에 이르렀다. 특히 작년이 정점이었던 것 같다. 올해에도 으로 찾아 왔는데, 어김 없이 짧은 러닝타임과 군더더기 없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기존과 다른 게 있다면, 시각적으로 무섭다고 할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의 메인 홍보 문구였던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 타이틀은 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렇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고 생각할 타이밍을 갖는다면 그 어느 공포영화보다 공포스럽게 다가올 게 분명하다. 여기서.. 더보기
<나는 조용히 미치고 있다> 불편하지만 외면해서는 안 되는 우리 역사 [서평] 만화로 보는 한국현대인권사 우리나라 만화계의 경우, 여타 문화 전반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귀엽고 미성숙한 모습의 그림체, 혼을 쏙 빼놓는 액션 위주의 스토리 등. 그래서인지 몰라도 만화를 생각하면, 재미가 있어야 하고 그림체는 예뻐야 하며 어린 친구들만 봐야 하는 것이라고 규정을 내버리곤 했다. 하지만 일본의 만화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미국(및 유럽) 만화계는 일찍이 그 방향을 크게 틀었다. 이른바 '그래픽 노블'이라 불리는 장르가 출현했고 주류를 차지하게 되었다. 문학과도 견줄 수 있는 스토리와 철학이 아닌 만화는 거의 퇴출되다시피 하였다. 그들에게 만화는 더이상 우리나라처럼 미풍양속을 해치고 어린 친구들에게나 읽히는 B급 내지 하류가 아니게 된 것이다. 이는 일본도 마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