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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범죄'에 해당되는 글 11건

제목 날짜
  •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을 뿐인 스트립 댄서들의 합당한 범죄 행각 <허슬러> 2019.12.18
  • 심각한 문제의식을 인상적인 외형으로 보여주다 <위!> 2019.11.29
  • 한국사회 현실 단면을 담아내 표현한 한국영화의 한 전형 <부당거래> 2019.09.29
  • 택시기사 맥스와 청부살인업자 빈센트의 황량하고 건조한 동행 <콜래트럴> 2019.09.07
  • 쿠엔틴 타란티노의 걸출한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 2019.09.01
  • '계획' '계단' '계시' 세 키워드로 들여다보는 <기생충>(2) 2019.06.10
  • 더할 나위 없는 버디 콤비 장르물이자 광폭 우화 <주토피아> 2018.06.29
  • 어설프고 허술한 대규모 범죄 행각의 매력 <로건 럭키> 2018.04.12
  • <마이너리티 리포트> '범죄 없는 세상' 꿈꾼 그들,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다(4) 2015.02.25
  • <땅뺏기>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는 거대한 범죄의 본질은?(2) 2014.09.02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을 뿐인 스트립 댄서들의 합당한 범죄 행각 <허슬러>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9. 12.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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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리뷰] <허슬러>


영화 <허슬러> 포스터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 TCO더콘텐츠온



제니퍼 로페즈라는 사람을 잘 모른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히스패닉계 스타 중 한 명으로, 영화계와 음악계와 사업계에서 모두 정점에 올랐던 적이 있는 전천후 능력자라는 정도밖에는. 특히 영화에서는 애니메이션 목소리가 아니면 그녀를 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 워낙 영화 보는 눈도 없었거니와 연기를 잘 못했으니까 말이다. 기억에 남는 게 20년이 넘은 <아나콘다> 정도일까?


그런 그녀가 지난해 <세컨드 액트>로 죽지 않은 흥행파워를 선보이며 다시금 부활의 날갯짓을 시전하고는, 올해 <허슬러>라는 작품으로 본인 커리어 최초의 북미 1억 달러 돌파의 역사를 쓰는 동시에 커리어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수많은 영화들로 골든라즈베리 시상식 단골손님이었던 그녀가 자그만치 골든글러브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이다. 


도대체 어떤 영화이기에, 도대체 제니퍼 로페즈가 어떤 연기를 펼쳤기에, 접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영화 <허슬러>. 케이퍼 무비의 형식을 한껏 빌려온 여성영화로, 작년 개봉해 흥행에 성공했던 여성 중심의 케이퍼 무비 <오션스 8>이 연상된다. <허슬러>는 스트립 댄서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월스트리트 증권맨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는 점이 흥미를 끄는 한편, 제니퍼 로페즈 한 명으로 시선을 쏠리게 하여 성공했다. 


스트립 댄서들의 합당한 범죄 


2007년, 스트립 클럽 바 초보 댄서 동양인 데스티니는 돈 벌기가 쉽지 않다. 어영부영하는 와중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맏언니 격의 라모나 무대를 목격한다. 온몸을 던지는 화려하고 파워풀한 퍼포먼스와 섹시한 도발이 일품인 무대에 수많은 손님들의 돈이 쏟아진다. 데스티니는 라모나에게 가서 도움을 요청하고 라모나는 데스티니를 가르쳐 자신의 후계자 격으로 키운다. 그들은 의자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이가 된다. 


환상적인 나날들이 계속 되다가 2008년 어느 날 공황이 찾아온다. 미국 발 세계 경제 공황말이다. 월 스트리트 직원 반 이상이 잘리고, 그들을 주요 고객들로 맞았던 스트립 바도 거의 문을 닫기 직전까지 몰린다. 하필 그때 임신을 한 데스티니는 스트립 댄서를 그만 두고 홀로 아이를 키우며 마트 취직이라도 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결국 다시 스트립 바로 돌아가 라모나와 재회한다. 


라모나는 이전의 방식으로는 돈을 많이 벌 수 없을 게 확실하다는 판단 하에 새로운 시도를 이어간다. 돈 많은 증권맨을 물색해 집단으로 미인계를 이용해 돈을 갈취하는 것이었다. 분명 중범죄에 해당하는 사항이었지만, 하룻밤 같이 잘 놀았다는 한 마디면 뒤를 잡힐 리 없는 완벽한 수법이었다. 그들은 다시 한 번 인생의 전성기를 구가하는데...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한 명의 여성이자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을 뿐


영화 <허슬러>의 주요 요소는 '재미'겠다. 범죄를 구상하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오는 쾌락이 담당한다. 범죄는 옳지 않은 짓이지만, 대상이 더 옳지 않다고 한다면 쾌감은 증폭한다. 이 영화의 범죄 대상은 다름 아닌 미국 발 세계 경제 공황의 주범이라 할 만한 월 스트리트 증권맨들이다. 하지만 이런 류의 영화들은 그동안 수없이 나왔으므로 무언가 다른 게 필요하다. 


하여, 주인공들을 색다르게 꾸몄다. 영화는 주지한 데스티니와 라모나를 포함 4명의 여성 스트립 댄서를 메인으로 내세웠는데, 라모나를 제외하곤 나머지 모두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 즉, 삶 자체가 고역인 이들이라는 말이다. 어쩌다 보니, 어쩔 수 없게, 스트립 댄서로 흘러들어 왔지만 잘 해내기가 힘들다. 밑바닥이라 할 만한 직업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운명의 소용돌이 앞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그들이다. 


영화는 자연스레 전체적으로 육체적인 섹시를 내세운다. 스트립 댄서라는 주인공들의 직업에서 기인하는 것일 테다. 하지만 한 발자국 더 안으로 들어가보면 측은함이 밀려온다. 그들은 결코 그 직업을 원한 게 아니다. 결코 자신의 몸으로 돈을 벌고자 한 게 아닌 것이다. 또 한 번 더 들어가면 평범함이 보인다. 그들 모두 스트립 댄서 아닌 한 명의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맹점을 찌른 것에 방점을 찍는다면, 충분한 미덕


영화 구성이 평범하지만은 않은데, 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데스티니가 기자와 인터뷰를 가지며 옛날을 회상하는 형식이다. 범죄를 저지를 정도로 비루한 삶을 살았을 그녀이지만 괜찮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한편 라모나를 비롯 그때 그녀들과는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하여, 포커스가 힘들고 불안했지만 좋았던 그 시절을 돌아보고 있는 것이리라. 


좋았던 그 시절엔 4명의 여성을 필두로 클럽에 소속된 여성들 모두가 함께 즐겼다. 물론 범죄도 공모했지만. 영화는 그 모습을 연대의 형식으로 비춘다. 힘 없는 여성들이 모여 힘 있는 남성들을 제압하기 위해선 그런 방법밖에 없다고, 남성들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훨씬 더 파렴치하고 말 못할 정도로 악랄한 짓을 서슴 없이 저질러 왔을 거라고, 그러니 비슷하게 잘못한 만큼 비슷하게 누려봐야 하는 게 아니겠냐고 말하고 있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목적과 그 수단으로 행한 짓을 전적으로 받아들일 순 없겠지만, 세상을 말아먹었음에도 여전히 호위호식하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은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허슬러>는 두 팔 벌려 환영할 순 없겠지만 맹점을 찌른 건 분명하다. 거기에 방점을 찍는다면, 그 하나로 이 영화의 미덕은 충분히 발휘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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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스트립 댄서, 여성, 월 스트리트, 제니퍼 로페즈, 평범, 허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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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문제의식을 인상적인 외형으로 보여주다 <위!>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9. 11. 2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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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위!>

 

영화 <위!> 포스터. ⓒ미로스페이스


 

벨랑겐동크 스캔들이라 불리는 논란의 재판이 열리는 재판장, 청년 한 명이 증인으로 나와 선서를 하고 있다. 이내 '시몬'이라는 이름의 파트가 시작된다. 벨기에와 네덜란드 국경의 작은 동네, 남자 4과 여자 4으로 구성된 십대들이 함께 아무도 찾지 않는 아지트를 꾸리곤 돈 벌 구상을 한다. 그들의 구상은 다름 아닌 포르노 사이트, 가면을 쓰고 직접 포르노를 찍는다.

 

두 번째 파트는 '루스', 시몬처럼 역시 8명의 십대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지루하기 짝이 없고 정형화되어 있는 세상과 삶에 반기를 들고자 했다. 어김없이 친구들과 야하게 놀다가, 펜케라는 여자친구가 죽고 만다. 때문에 일행에 여자는 루스만 남게 되는데, 그들은 그 자리를 다른 십대 여자들로 채울 뿐이다.

 

'리즐'이라는 이름의 세 번째 파트, 이야기는 보다 심도 깊어진다. 그들은 돈 버는 방법으로 성매매를 일상적으로 생각했다. 펜케의 죽음이 그들과 관련이 있다는 암시를 주고, 그들 때문에 최악의 참사가 벌어졌다는 사실도 밝혀진다. 한편, 리즐은 사진예술가를 꿈꾸고 DJ가 되고 싶었지만 너무 멀리 와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논란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토마스'의 이야기가 마지막이다. 그의 증언과 정반대로 흘러가는 실제 이야기가 가히 충격적인데, 그들은 직접 성매매를 하는 건 물론 성매매 포주가 되는 것도 모자라 협박, 갈취, 폭력, 조작 등의 용서받지 못할 범죄를 저질렀던 것이다. 그 중심에 단연 토마스가 있었다. 그는 남 부러울 것 없는 중산층 이상의 집 막내이다.

 

십대의 범죄행각에 던지는 문제의식

 

<위!>는 접하기 쉽지 않은 네덜란드 영화로, 8명 십대의 범죄행각 실화를 바탕으로 한 문제작이다. 우리나라엔 공식적으로 두 차례 소개된 바 있는데, 지난해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이며 르네 엘러 감독이 내한했었고 이번 여름엔 CGV아트하우스에서 'Cinema Adult Vacation' 기획전을 열어 선보였다. 내용이 내용인 만큼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영화는 'We!(Wij)'라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바 다분히 십대들의 입장에서 그려진다. 그들은 '우리'라는 그들만의 울타리 안 세상을 꿈꿨고 그들 나름으론 성공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아무도 찾지 않는 아지트에서, 어른들에게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짓'을 다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성적 호기심을 적나라하게 채우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범죄로까지 이어졌다는 데 있다.

 

'누구나'라고 할 순 없겠지만 십대 때의 치기 어린 행동은 용인이 가능할 것이다. 나아가 '악랄한' 범죄라고 치부하기 어려운 짓을 하는 것도 용서못할 건 아니다. 하지만, 남에게 일정 이상의 형용할 수 없는 피해를 주고 인생을 파탄에 이르게 하는 범죄 행위는 용납하기 힘들다. 아무리 '아무것도 모르는' 십대의 호기심에서 시작된 행위라고 해도 말이다. 영화는 거기에 문제의식을 던진다.

 

설명 불가능한 선천적 악마 기질

 

영화의 문제의식은 '시몬' '루스' '리즐' '토마스'의 네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 논란에 이르고 급격히 커진다. 처음엔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가 마지막엔 '용서할 수 없겠다'로 바뀌는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행동할 어떤 이유도 발견할 수 없었던 게 크게 작용했다. 감독의 의도였을지 모르나, 종종 비추는 십대들의 세상을 향한 반항적 생각 정도로는 이유가 되질 않는다. 가정이나 학교에서의 심각한 문제가 뒤따르지 않는 것이다.

 

고로, 영화를 보고 나면 십대들에게서 보이는 악마 같은 행동에 이유가 없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의 행동에 반드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까지 나아간다. 설명이 가능한 환경적 경험에 의한 행동도 맞지만, 설명이 불가능한 선천적 기질에 의한 행동도 맞다고 말이다. 8명 중에서도 토마스가 주동자로 다른 이들과 비교할 수 없는 악랄한 짓을 일삼은 걸 보면, 설명할 수 없는 선천적 기질에 힘이 쏠린다.

 

그런가 하면, 영화의 큰 줄기에서 십대 아닌 어른이 저지른 짓도 중요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토마스 이하 8명의 십대들이 저지른 범죄행각의 대상이 다름 아닌 어른이기 때문이다. 즉, 성매매의 대상이자 그를 빌미로 하는 협박과 갈취와 폭력의 대상 역시 모두 어른이기 때문이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그들의 범죄에 어른이 넘어가지 않았다면 행각이 성립되지 않았다. 그들의 범죄에 어른이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인상적인 OST와 색감과 구성

 

르네 엘러 감독은 이 작품이 영화 연출 데뷔작이라고 한다. 하지만 관련 업종에선 30년 가까운 경력을 자랑하는데, 1987년부터 의상 제작을 시작했고, 1990년부터 뮤직비디오와 광고 연출로 명성을 떨쳤다. 하여, <위!>는 충격적이기 짝이 없는 내용과 완전히 반비례하는 환상적인 OST와 색감 어린 장면이 인상적이다. 참으로 어이없고 황당한 아이러니를 대변하는 몇몇 장면만 보고 있으면, 네덜란드와 벨기에 국경의 그곳을 당장 가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보면 알겠지만, 네 개의 파트를 나누는 시작 장면도 굉장히 인상적이다. 네온 불빛 간판 모양으로 이름을 붙였는데, 세련되기 이를 데 없어 OST와 색감의 장점을 훌륭하게 흡수해 위화감 없이 조화를 이룬다. 파트 시작 장면과 색감 어린 장면들과 모든 OST만 따로 떼어내 보관해두고 싶을 정도다. 르네 엘러 감독의 차기작은 얼마나 세련되고 환상적일까 기대되는 이유다. 누구라도 동의할 것이다.

 

한편, 독특한 영화 구성도 인상적이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1950년 영화 <라쇼몽>이 생각나게 하는, 같은 사건이지만 회상하는 이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와 색채와 기조를 띄는 구조. 뒤로 갈수록 판이 점진적으로 커지고 심적으로 와 닿는 감정의 게이지도 커지는 방법론이 근사하다. 두 번 다시 보기 싫은 이유와 계속 돌려보고 싶은 이유가 정확히 50 대 50으로 공존하는 영화로,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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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T, 라쇼몽, 문제의식, 범죄, 색감, 성적 호기심, 십대, 어른,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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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현실 단면을 담아내 표현한 한국영화의 한 전형 <부당거래>

오래된 리뷰 2019. 9.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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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부당거래>


영화 <부당거래>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화려하게 데뷔한 류승완 감독, 2000년대 내내 자그마치 6편이나 스타일 확실한 영화를 연출하며 '류승완표 영화 스타일'을 확실히 한다. 하지만 이 시기 나온 작품들이 적어도 흥행에서는 애매했던지라 류승완 감독의 연출 인생에서 확실한 발돋움을 하진 못했다고 평할 수 있겠다. 2010년대 들어서 비로소 획기적인 발돋움을 할 수 있었다. 


2000년대 류승완표 영화 스타일은 액션과 코미디가 주를 이룬다. 크게 탈피하지 않은 건, 스타일을 정립하기 위함일 수도 있고 나름의 성과를 얻고 있었기에 탈피할 이유가 없었을 수도 있으며 '알'을 까고 나오는 게 힘든 만큼 자신의 스타일을 탈피하기가 힘들었을 수도 있다. 2010년작 <부당거래>는 류승완 감독이 지난 10년간 정립한 스타일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차원에서 성공적으로 탈피한 작품이다. 


<부당거래>는 류승완 감독 개인 필모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계의 사회파 범죄 영화를 한 단계 진일보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현실감 투철하고 탄탄한 각본과 찰진 대사로 무장한 캐릭터들, 그리고 거시적 관계 구도와 미시적 표현들이 유기적으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들어 맞았다. 한국사회 현실 단면을 담아내 표현한 한국영화의 한 전형이라 하겠다. 


대국민 조작 사건의 전말


어린이 연쇄 살인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니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수사를 종용한다. 와중에 유력 용의자가 경찰의 손에 사망하자 경찰은 어떻게든 범인을 잡아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에 광역수사대 에이스 최철기가 투입된다. 그는 경찰대 출신이 아니었고 뒤가 구렸으며 팀 형사들이 뇌물을 받은 전력도 있어 일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경찰 윗선에선 일처리가 확실하지만 뒤탈도 없는 최철기 투입이었고, 최철기 입장에선 어쩔 수 없이 낚였으나 위로 올라가기 위한 유일한 방편이기도 했다. 


최철기는 가짜 범인 이동석을 골라선 은밀히 연결되어 있는 조폭 출신 해동건설 대표 장석구를 시켜 엮어들어가는 데 뒤탈없게끔 한다. 처음엔 거절했던 장석구이지만 태경그룹 회장 김양수에게 큰 공사 건을 뺏길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받아들인다. 한편 검사 주양은 스폰을 해주는 김양수 회장의 비리사건을 두 번이나 주도한 최철기를 주시하기 시작한다. '검찰' 주앙은 '경찰' 최철기의 자신만만함에 부아가 치미는 한편, 최철기가 조작한 가짜 범인 이동석을 넘겨 받는다. 


와중에 장석구는 김양수를 청부살인하고 함께 골프를 치던 주양의 사진을 찍어 최철기와 주양에게 보낸다. 장석구가 최철기 편인 듯 사실 최철기와 주양을 쥐고 흔드는 모양새를 취하는 동시에, 최철기와 주양의 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최철기로선 장석구도 모자라 주양까지 상대해야 하는 판이 된 것이다. 사건이 이상하게 꼬인다. 이 대국민 조작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내리권력의 견고함


<부당거래> 속 대국민 조작은 윗선에서 시작된다. 나라의 수장 대통령의 압박 퍼포먼스(영화 속 모티브가 되는 대통령은 이명박이다)를 보고는 경찰청장 이하 경찰 고위급들에서 시작된 조작의 흐름이 선을 타고 아래로 내려와 해당 사건과는 무관한 금치산자까지 가닿는 것이다. 극중 최철기 반장부턴 엄연한 선이 그어지는 게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한편으론 지극히 영화적인 설정이다. 


그런가 하면 주양 검사는 영화의 주요 맥락에서 한 발자국 떨어진 인물이다. 어린이 연쇄 살인 사건 범인 조작 중 최절기, 장석구와 닿아 있는 김양수가 스폰을 서는 검사일 뿐이었다. 그러다가 의도치 않게 해당 사건을 맡게 된 것이고. 그렇지만 그야말로 자신도 모르게 이 사건의 핵심으로 떠오른다. 검찰의 검사라는 권력에 장인어른 백까지 가진 완전집합체이기 때문이다. 하필 그를 잘못 건드린 겁 없고 백도 없는 최철기. 


영화에 '나쁜놈' 아닌 사람을 눈 씻고 찾아봐도 찾기 힘들다. 주요 3인방 최철기, 주양, 장석구는 물론 모든 인물이 앞뒤 할 것 없이 구린 구석이 있다. 다만, 더 나쁜 것 같은 짓을 일삼는 이들은 출신성분이 하찮은 이들과 가진 것 없이 올라와 더 오르고 싶은 이들이다. 그들은 출신 빵빵하고 가진 것 많은 이들이 내려준 동아줄 하나에 주렁주렁 매달려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는 척 경계한다. 


그러니, 영화는 꼬이고 꼬인 관계 속 명확한 선에 의한 관계 구성도를 보이는 것이다. 위와 아래. 하여 우린 비교적 쉽게 용서받지 못할 자를 선별해낼 수 있다. 하지만 똑같은 짓을 저지르고도 위는 견고하고 아래는 무너지는 영화 속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차라리 모르고 지나쳤을 걸 하는 자괴감이 든다. 내리폭력이라는 사슬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끊어낼 수 있지만, 내리권력이라는 사슬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보다 견고해진다. 


모자람 없이 적절하다


영화는 주지한 거시적 관계 구도에서 오는 현실적이면서도 영화적 흥미 요소 이외에도 우리를 흥분시킬 만한 구성 요소들이 참으로 많다. "검찰이 경찰을 불편하게 하면 안 되지! 아주 큰 실수를 할 뻔 했어 내가"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 "남자가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거지. 어깨 쭉 펴!" 등 영화 한 편에 나올 만한 질과 양을 뛰어넘는 명대사의 향연이 눈부시다. 또한 명대사들이 하나같이 한국사회를 시사하고 있다는 게 절절하다. 


한편 한국사회의 지옥도를 디테일하게 표현한 장면들도 눈에 띈다. 너무나 현실적이라 코미디적 요소가 깔려 있다고 느낄 만한대, 비가 엄청나게 쏟아붇고 있는 와중에 가게 안에서 반장과 국장이 독대하고 팀 식구들은 밖에서 비를 맞으며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나 엄청난 백을 등에 엎고 빅이슈 건을 맡게 된 주양 검사가 일이 잘 풀리지 않자 동료 검사들이 겉으론 덕담을 건네고 실제론 비웃는 장면 등이 그러하다. 


류승완 감독 스타일에서 성공적으로 탈피했다곤 하지만 '액션'에 있어서는 고수했다고 본다. 중반과 후반 최철기가 주도한 길지 않은 1 대 1 액션신은 매우 현실감 넘친다. 화려함, 빠름, 현란함은 쏙 빼고 단단함, 단백함, 투박함, 정확함 등을 투여했다. 오로지 몸과 몸이 부딪혀 자아낸 액션으로, 액션에도 감정이입이 될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까지 받는다. 


전체적으로 모자람이 없었다. 그렇다고 넘치지도 않았다. 적재적소에 굳더더기 없이 알맞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연출, 연기, 각본이 서로를 침범하지 안으면서도 서로를 바라본 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했다. 완벽할 순 없겠지만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았다는 걸 두고 <부당거래>를 내세워도 크게 밑보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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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권력, 류승완, 범죄, 부당거래, 조작,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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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맥스와 청부살인업자 빈센트의 황량하고 건조한 동행 <콜래트럴>

오래된 리뷰 2019. 9. 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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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콜래트럴>


영화 <콜래트럴> 포스터. ⓒUIP 코리아



마이클 만 감독, 연배는 위대한 감독들인 마틴 스콜세지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와 비슷하지만 영화에는 훨씬 늦게 뛰어들었다. 40대를 바라보는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그의 연출 필모는, TV 시리즈 제작을 거쳐 90년대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시작될 수 있었다.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라스트 모히칸> <히트> <인사이더>가 90년대 만들어졌고, 2000년대 들어서도 주기적으로 작품을 내놓았다. 


사이사이 연출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에도 손을 댔고 최초에 연기자로 시작한 필모답게 가끔은 출연도 하였다. 70대인 2010년대에도 여전히 TV와 영화 모두에서 연출과 제작을 진행하고 있는 그, 정력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영화 연출에 있어 사실상 그의 전성기는 15년 전에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04년도 영화 <콜래트럴>을 마지막으로 말이다.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톰 크루즈와 제이미 폭스를 전면 투톱으로 내세운 <콜래트럴>은,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대도시 LA를 배경으로 한 범죄 드라마 영화이다. 범죄 영화로서 남성다운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마이클 만 감독의 스타일이 일면 엿보이는 한편, 대도시의 황량함과 대립되는 인생 추구 방식이 특별하다면 특별하게 다가온다. 


맥스와 빈센트


맥스(제이미 폭스 분)는 LA에서 12년째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다. 누구보다 자신의 일을 잘 알고 잘 하는 그이지만, 언젠가 돈을 모아 리무진 렌탈 서비스 업체를 차리려는 꿈에 부풀어 있다. 그래서 택시기사를 그저 임시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밤 우연히 양복 입은 사내 빈센트(톰 크루즈 분)가 탄다. 그는 700달러를 주며 하룻밤 새 다섯 군데에 들러 일을 보고 공항으로 갈 테니 함께 다닐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아는 맥스지만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처음에 들른 곳부터 일이 꼬인다. 빈센트가 일을 보러 들어간 뒤 얼마 되지 않아 택시로 사람이 떨어진 것이다. 그러곤 바로 나온 빈센트는 당황한 맥스에게 명령해 함께 죽은 사람을 트렁크에 실는다. 그들의 하룻밤 동행은 곧 죽음의 동행이 된다. 알고 보니 빈센트는 살인청부업자로 다섯 군데에 들러 다섯 명을 죽이고 떠나야 했던 것이다. 


죽기 싫은 맥스는 어쩔 수 없이 동행하지만 틈만 보이면 도망칠 궁리를 한다. 실패하지만 빈센트는 그를 죽이지 않는다. 그런 한편, 맥스 때문에 중요한 자료를 모두 잃어버리는 일이 발생하지만 역시 죽이지 않는다. 다만, 빈센트를 대신해 맥스가 얼굴을 팔고 자칫 누명을 뒤집어 쓸 수도 있게 되었다. 빈센트는 한 명씩 죽여가며 점차 목적을 달성하고, 맥스는 빈센트 덕분에(?)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을 버리고 점차 대범해지기 시작하는데... 이들의 동행은 어떻게 끝날까? 


하드보일드한 대도시와 인생 자세의 대립


영화 <콜래트럴>은 깔끔하다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한편 황량한 분위기를 감출 수 없다.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가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만큼 '누와르'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건조하고 비정하고 냉혹한 분위기가 보다 알맞는 듯하니 '하드보일드'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영화가 액션보다 분위기와 결이 닿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중심 내용은 주지했다시피 빈센트의 다섯 명 청부살인 작업에 택시기사 맥스가 껴든 모양새이지만,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건 LA로 대변되는 대도시와 그들이 추구하는 인생 자세의 대립이다. 빈센트는 말한다. LA라는 도시가 싫다고, 누구 하나 남에게 관심을 두는 일 없이 건조하기 짝이 없다고 말이다. 아이러니한 건 그 자신이 비정하고 냉혹한 냉혈한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대도시인 그 자체이다. 하지만, 그는 본인의 일 외에도 다른 일에 관심이 많고 잘 알기도 한다. 


맥스는 승객들에게 관심이 많은 듯하다. 자신의 꿈을 가감없이 전하는 것이다. 다만, 비루한 현재는 숨긴 채.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소시민 그 자체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오히려 남들이나 다른 일에 관심이 없고 잘 알지 못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소심하면 자신에게 천착하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맥스가 빈센트를 만난 건, 겉으로는 죽음의 동행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틀 또는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가는 동행일지 모른다. 참으로 얄궂게 말이다. 그 동행이 맥스에게 득이 될지 해가 될지는 전적으로 그 자신에게 달렸다. 


빈센트 입장에서 보자면, 그는 아마도 평소와 다름 없이 작업을 했을 것이다. 누구나 일을 하면 루틴이 생기는 것처럼, 당연한듯 오랫동안 해왔을 게 분명하다. 거기에,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맥스라면 안성맞춤이지 않았을까. 그런데 결론적으로 '하필 맥스'였다. 그리고 맥스가 변할 수 있게 가장 큰 도움을 준 건 다름 아닌 빈센트이고 말이다. 아이러니는 이 영화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겠다. 


마이클 만 감독 스타일


다큐멘터리적 리얼리즘를 과도하게 추구하는 마이클 만 감독답게, 더욱이 '총'에 있어 더욱 그런 면모를 추구하는 그의 작품답게, 총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청부살인업자 맥스의 솜씨는 일품이다. 잘 몰라도, 총질하는 액션 영화를 봐왔던 이라면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자세가 완벽하다. 극중에서 맥스는 모든 대상에게 가슴에 두 발, 머리에 한 발을 쏘아 죽이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모잠비크 드릴'이라는 기술이라고 한다. 더블탭, 즉 가슴에 두 발을 쏘고 쓰러지지 않은 적을 확인하고 머리에 한 발을 쏴서 확실히 죽이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후 개량되어 가슴에 두 발을 쏘고 확인하지 않은 채 곧바로 머리에 한 발을 쏘는 형식이 되었다고 한다. 


모잠비크 드릴이라는 총격술이 일반인에게 알려진 게 다름 아닌 <콜래트럴> 덕분이라고 한다. 마이클 만 감독이 추구하는 리얼리즘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사실이다. 빈센트로 분한 톰 클루즈가 어느 정도의 훈련을 받았을지 짐작되는 바이기도 하다. 한편, 극중에서 이 모잠비크 드릴 총격술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도 하는데, 그 자체로 범행 흔적이 된 것이다. 추측할 그 어느 것도 남기지 않는 그이지만, 고도의 훈련을 받아 습관이 되어버린 총격술을 바꾸는 건 어려웠을 테다. 


<히트>가 앞서 존재하기에 <콜래트럴>을 마이클 만 감독 스타일의 집대성이라고 할 순 없겠다. 하지만, 이 영화는 독립적으로 충분히 훌륭한 걸작이다. 또한 독특하기까지 하니 범죄 영화를 좋아하지만 단순한 액션 범죄 영화는 저어한다면 단연콘 <콜래트럴>을 추천한다. 오래오래 지속될 여운을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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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의 걸출한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

오래된 리뷰 2019. 9. 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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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저수지의 개들>


영화 <저수지의 개들> 포스터. ⓒ미라맥스



2020년대를 코앞에 둔 지금, 할리우드를 주름잡는 감독들 중 1980~90년대에 걸쳐 걸출한 데뷔를 한 이들이 많다. 코엔 형제의 <블러드 심플>이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고 스티븐 소더버그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90년대로 넘어가면 기예르모 델 토로의 <크로노스>, 크리스토퍼 놀란의 <미행>, 가이 리치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스파이크 존즈의 <존 말코비치 되기> 등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90년대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을 넘어설 데뷔작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아니, 그 영향력으로만 따진다면 전후로 그런 데뷔작이 나오긴 결코 쉽지 않다. 이 영화로 데뷔한 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그는 최근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까지 10여 편의 작품을 내놓았는데, 2번째 작품인 <펄프 픽션>과 함께 <저수지의 개들>을 최고작으로 삼는 이들이 많다. 


물론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고 할 순 없는 것이, 그는 2010년대 들어서도 꾸준히 좋은 작품을 내놓고 있다. 그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이후 한 작품만 연출하고 감독에서 은퇴해 책과 연극 각본에 매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는데, 과연 이루어질지 의문이긴 하나 과연 그다운 생각이라고 본다. 여전히 막강한 파급력이 있는 '건강한' 모습으로 뒤로 물러선다면 그것 만큼 완벽한 게 어디 있겠는가. 


다이아몬드 도매상 털기, 하지만 스파이가...


쿠엔틴 타란티노가 <저수지의 개들>을 만들기 전 비디오 가게에서 일하던 영화광 점원이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유명한 사실이다. 그는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은 건 물론 주연의 소소한 한 축으로도 활약한다. 불과 수천 만원의 소규모 독립영화로 만들 예정이었던 이 영화는, 우연이 겹쳐 예산이 10억 단위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영화를 만들기엔 터무니 없이 적은 예산이었지만. 


영화는 여덟 명의 사내들이 식당에서 시시콜콜한 잡담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별다른 내용 없이 지나간 후, 배에 총을 맞은 미스터 오렌지를 미스터 화이트가 차에 태우고 은신처 창고로 향하는 장면이 나온다. 죽어가는 오렌지, 괴로워 하는 화이트, 이내 미스터 핑크가 오고 미스터 블론드가 온다. 미스터 블루와 미스터 브라운은 죽은 듯하다. 


그들은 조 캐봇과 그의 아들 에디의 수주를 받고 다이아몬드 도매상을 털고자 모인 이들이다. 혹시 잠복해 있을지 모를 경찰 스파이 때문에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르게 했다. 하지만, 작업을 하고 밖으로 나오니 떼로 몰려 총을 겨누고 있는 경찰들로 보아선 여덟 명의 공모자들 중 스파이가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일행은 창고에 모여 네가 잘났네 내가 잘났네 하며 옥신각신한다. 그런가 하면 화이트, 블론드, 오렌지 순으로 어떻게 조와 에디를 만나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한편, 다이아몬드 도매상을 털고 난 직후의 모습들도 볼 수 있다. 정작 중요한 듯한 작업의 순간만을 빼놓은 채 전후 사항을 다(多) 시점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다분히 쿠엔틴 타란티노가 의도한 게 아닐까 싶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연출 스타일 정립


쿠엔틴 타란티노는 <저수지의 개들>로 사실상 영화 연출 스타일을 정립했다. 이후 그가 꾸준히 보여주는 연출 스타일이 총망라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전매특허이다시피 한 잔인하고 잔혹한 폭력 위의 범죄, 뭔가 있을 것 같아서 영화 내용과 이어질 만한 게 나올 것 같아서 유심히 들어 보지만 아무 상관 없는 잡담인 게 드러나는 비속어 다분히 섞인 대사, 실명이 거론되며 광범위하게 인용되는 다방면의 대중문화코드. 


무엇보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이 시점과 시간과 장소를 넘나들며 전개되는 이야기가 특출나다. 서사가 있는 영화라면 왠만하면 순서대로 진행될 텐데, 이 영화는 퐁당퐁당 형식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것도 아닌 것이 몇 가지 시점을 넘나드는 것도 모자라 시점 속에 가짜 이야기까지 넣는 대범함을 보였다. 우리는 그게 가짜 이야기라는 걸 알지만 극중 인물들은 진짜라고 믿는 게 재밌다. 


이쯤 되면 알아차릴 수 있는 건, 그 '가짜' 이야기들은 영화에서 있으나 마나 할지 모르지만 쿠엔틴 타란티노가 전하고자 하는 게 바로 거기에 있다는 점이다. 그는 다름 아닌 그 가짜 이야기를 팔고 있는 것이니까. 우리는 가짜 같은 진짜 혹은 진짜 같은 가짜에 열광한다. 그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우리와 함께 놀고 있는 거다. '내가 기가 막힌 이야기 한 편 들려줄까? 재미있을 거야.'


재미있는 이야기


우린 언제든 그가 건넨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지금까지 30여 년 가까이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그를 '이야기꾼'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리 불러도 이상한 게 없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는 이야기꾼이라기보다 '영화꾼'이다. 영상이 아닌 글로만 봤으면 이 만큼의 환희를 맛보진 못했을 거다. 그는 영화를 위한, 영화에 의한, 영화를 만든다. 


<저수지의 개들>에서 통상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강탈 장면이 생략되어 있다는 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당시 예산이 부족해 찍지 못했다고도 하는데, 그는 그런 현실적인 제약을 영화적 장점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강탈 장면의 삭제라는 선택을 했고, 대신 강렬한 캐릭터들 하나하나에 보다 집중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면서도 딱히 이상하다는 걸 느끼진 못할 것이다. 우린 그가 의도한대로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으니 말이다. 마치 놀이동산에 온듯, 우린 쿠엔틴 타란티노가 만든 영화 세상에서 영화 기구를 타며 즐기기만 하면 된다. 다방면의 다양한 대중문화 코드들과 쌈박하다 못해 웃기기까지 해 속이 시원해지는 비속어들이 반길 것이다. 굳이 깊이 해석하려 들지 말고 의아해하지 말고. 혹시 이상한 게 있으면 지체 없이 그에게 말하라. 그는 언제나 아주아주 심도 깊은 토론을 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결코 못 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안 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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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계단' '계시' 세 키워드로 들여다보는 <기생충>

모모 큐레이터'S PICK 2019. 6. 1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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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큐레이터'S PICK] <기생충>

 

영화 <기생충>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이제 막 50대에 접어든 젊은 감독, 장편 연출 필모가 채 10편이 되지 않는 그는 봉준호다.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했던가, 본인은 부끄러워 하지만 새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에 내놓은 <플란다스의 개>부터 달랐다. 이후 3~4년을 주기로 내놓은 작품들, 이를 테면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까지 하나같이 평단과 대중 모두의 입맛을 충족시켰다. 어느 하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봉준호 하면 박찬욱, 김지운과 더불어 2000년대 한국영화 감독 트로이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하지만 박찬욱처럼 전 세계 영화제와 씨네필이 사랑한다고 하기엔 좀 애매하고 김지운의 미장셴처럼 그만의 독창적인 영화 스타일을 구축했다고 하기에도 좀 애매하다. 대신 그는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완벽함을 자랑한다. 굳이 '봉테일'이란 별명을 가져오지 않아도 그가 영화를 완벽하게 만든다는 걸 잘 안다.

 

사실 그는 저 둘뿐 아니라 한국영화 감독들을 통틀어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감독 중 하나이다. 6편의 장편을 내놓으며 약 31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했다. <옥자>는 32만 명을 동원했는데, 넷플릭스 배급작이었거니와 당시 모든 멀티플렉스들이 상영을 반대했음에도 거둔 성과였다. <옥자>가 멀티플렉스에도 정상적으로 개봉했다면 730만 명 정도의 관객이 들었을 거란 예측도 있다. 여기에, <기생충>이 1000만 명 이상 관객이 들 게 확실시되는 상황이니 만큼 흥행에서 비교불가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한국영화 100주년이라는 적절한 타이틀이 붙은 시기에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탄 것이다.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칸, 베니스, 베를린 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칸영화제의 명명백백 최고의 상인 황금종려상. 이미 흥행에서 비교불가가 된 봉준호 감독에게 평단의 비교불가 딱지가 붙어버렸다. 일찍이 임권택, 이창동, 홍상수, 김기덕, 박찬욱 등이 세계 3대 영화제를 휘젓고 다녔지만 해당 영화제 최고 상을 탄 건 김기덕의 <피에타>가 베니스 황금사자상을 탄 게 유일하다.

 

계획 

 

키워드 1 '계획'.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식탁에 앉아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끝이 보이는 반지하 집에 사는 기택(송강호 분)네 네 식구, 어쩌다 보니 네 명 모두 백수로 지낸다. 돈이 없으니 핸드폰은 있는데 인터넷을 신청하지 못하니 윗집이나 근처 카페 와이파이를 빌리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짠하다. 그들에게도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가 있으니 기택 아들 기우의 절친 민혁이다. 그는 기택네를 잘 챙겨주는 것 같은데 곧 유학을 떠난다며 기우에게 본인이 하던 부잣집 딸 과외를 부탁한다. 비록 기우는 대학을 다니지 않지만 네 번이나 수능을 본 경험으로 충분히 거짓말을 칠 수 있다.

 

<기생충>은 등장인물들을 통해 몇몇 단어들을 자주 언급하는데 '계획'이 그중 하나다. 보아 하니 기택네 네 식구가 굶어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계획인 듯한대, 그 시작이 우연히 그리고 거짓으로 시작된 부잣집네 딸 과외인 것이다. 기우의 말마따나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 계획적 행위는 현실 탈출 아닌 현실 유지의 의지에 맞닿아 있다. 반'지상' 아닌 반'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건 언감생심, 지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노력하는 그들이다.

 

영화 속 기택네 식구들의 계획이 잘 성공하길 바라면서도, 그런다고 무엇이 바뀔까 하는 생각과 함께, 그들을 응원하고 동조하고 공감하고 있는 내 자신이 싫어지기도 한다. 아직은 영화가 불편하거나 불편하지 않다. 씁쓸하지만 자못 웃기기까지 하다. 한편, 영화 속 이들의 계획과는 달리 영화 밖 봉준호 감독의 계획은 시작부터 완벽해 보인다. 현실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하면서도 다분히 판타지적인 <기생충> 속 세계는 흐트러짐 없이 완벽하게 직조된 직물과 같다. 기택네라는 씨실과 박사장네라는 날실의 교차가 너무나도 정교하다.

 

계단

 

키워드 2 '계단'.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잘 나가는 IT기업 CEO 박 사장(이선균 분)네 역시 네 식구다. 아내 연교(조여정 분)는 착하고 쿨하고 나이스한데 남편도 그러하다. 흔히 생각하는 상류층의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박 사장은 '선'을 중요시한다. 층과 단과 급을 구분짓는 선을 넘나드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기택네는 그걸 이용해 계획을 짰고 성공한다. 과연 그들도 박 사장의 선을 잘 지킬 수 있을까? 똑똑한 그들이니 이성적으로 잘하겠지만 그만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면 선이 허물어지는 건 한순간이 아닐까.

 

<기생충>의 또 다른 중요 키워드는 '계단'이다. 기택네 계획이 계단으로 상징되는 계급·계층을 허물거나 자유롭게 오르내리는 게 아니라는 건 앞서 언급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똑똑한 그들이니 만큼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았을 테다. 그러하기에 이 영화에서 계단은 감독이 다분히 일부러 만들어놓은 상징이다. 그 자체로 특별한 뜻이 있다기 보다 기택네와 박 사장네를 오가고 교차하고 비교하는 표의 모습을 띠고 있는 것이다. 기택네는 계단을 비롯해 끊임없이 이곳저곳을 오르내리지만 결국 원래대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봉준호 감독은 필모를 통해 일관적으로 사회 비판적 성격을 유지해왔다. 자연스레 대안 없는 자본주의 하에서 겉으로는 아닌 척 하지만 극명하게 나뉘어져 있는 계급·계층을 형상화하여 드러내고자 했다. <설국열차>가 기차라는 수평적 구조의 소재를 가져와 아이러니하게도 촘촘히 나뉘어져 있는 계급·계층의 단면을 보여주려 했다면, <기생충>은 계단이라는 수직적 구조의 소재를 가져온 듯하다. 알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구조는, 그래서 더욱더 극명하게 대조되며 한편 절대 서로 맞닿을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 이쯤 되면 불편하다.

 

계시

 

키워드 3 '계시'.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기택네와 박 사장네의 조우는 자못 훌륭해 보인다. 별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이다. 기택네는 기필코 선을 넘으려고 하진 않고 박 사장네는 선만 넘지 않으면 쿨하고 나이스하지 않나. 그냥 그렇게 제 자리를 지키며 살면 만사형통할 것이다. 하지만, 뭔가 하나 빠진 것 같지 않나. '지상'의 박 사장네와 반'지하' 또는 반'지상'의 기택네라면, '지하'에도 누군가가 존재해야 하지 않겠나. 수직적 구조가 완성되어야 한다면 말이다.

 

<기생충>을 이루는 세 개의 '계'가 있다면 '계획' '계단'과 함께 '계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인간으로선 알 수 없는 진리를 신이 가르쳐 알게 한다는 뜻의 계시. 영화에서 '선'과 함께 박 사장네를 통해 자주 언급되는 '냄새'가 깨달음을 준다. 그건 영화 속 기택네에게도 영화 밖 우리네에게도 동일하게 통용될 수 있을 듯한대, 씁쓸과 불편을 넘어 불쾌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소이다. 99%라고 일컬어지는 절대다수 소시민이 이 영화를 보고 깨닫게 되는 그것, '계급·계층은 냄새로 구분지어 진다'는 섬뜩하고 불쾌하지만 부정하기 힘든 명제.

 

기택네가 박 사장네에 기생하는 기생충이라는 1차 현실적 깨달음, 박 사장네가 사회에 기생하는 기생충이라는 2차 자조적 깨달음, 층과 단과 급을 구분짓는 선이 사실 본능적 냄새로 구분짓게 된다는 3차 명제적 깨달음. 물밑듯이 들이닥치는 개인 정신파괴적이지만 사회 체제파괴적이지는 않은 깨달음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 영화는 결코 부정적이기 짝이 없는 암흑세계가 아닌 다분히 지금 여기의 현실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명백한 디스토피아 영화이다. 지금 여기의 현실이야말로 최악의 디스토피아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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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여강여호
    2019.06.10 15:12 신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너무 무겁지 않게 비판하는 게 봉준호만의 매력인 듯 합니다.
    이 영화만은 꼭 봐야지 했는데 여태 못 보고 있네요..ㅎㅎ..

    • BlogIcon singenv
      2019.06.10 16:02 신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안 볼 수가 없었어요~ 개봉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되었는데, 무지 오래된 것 같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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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할 나위 없는 버디 콤비 장르물이자 광폭 우화 <주토피아>

오래된 리뷰 2018. 6.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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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주토피아>


<주토피아>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1930년대 시작된 디즈니 애니메이션, 월트 디즈니 살아생전 황금기를 보냈지만 1960년대 중반 그의 사후 오랫동안 부침을 겪는다. 1990년대 들어 완벽한 부활, 그야말로 디즈니 역사상 최고의 르네상스를 구축한다. 그 시기에 나온 모든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고전이자 명작이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2000년대 들어 암흑기가 부활, 2006년 픽사와 합병하여 존 라세터가 돌아와 디즈니를 진두지휘하기 전까지 계속된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존 라세터의 영향력이 본격적으로 뻗치면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완벽하게 부활한 것도 모자라 제2의 르네상스를 연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하면 픽사였던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할까. 연일 고전 명작에 오를 만한 작품들을 내놓고 있다. <주토피아>는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다. 최소한 디즈니의 두 번째 암흑기와 제2의 르네상스 시대를 통틀어 최고라 할 수 있을 듯하다. 


<주토피아>는 현 시대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스로에게 던지는 우화로, 애니메이션으로서의 기술적 측면과 스토리와 장르와 캐릭터성의 엔터테인먼트적인 측면, 그리고 최소한 청소년 이상은 되어야지만 제대로 이해해보려는 마음가짐이나마 가질 만한 수준높은 주제의식까지 두루 갖춘 잡식성 완벽함을 자랑한다. 


'멍청하고 약해 빠진 토끼'에게 주어진 임무


<주토피아>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토끼 주디 홉스는 부모님은 물론 아는 모든 동물들에게서 반대와 멸시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최초의 토끼 경찰이 되어 세상을 좀 더 살기 좋게 만드는 게 꿈이다. 그는 340km 떨어진 곳에 있는 위대한 도시 '주토피아'로 향한다. 그곳은 동물들의 이상향으로 '누구나 뭐든지 될 수 있다'는 도시이다. 주디는 우여곡절 끝에 주토피아 경찰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최전선 제1구역에 배치된다. 


주디에게 떨어진 임무는 고작 주차 단속. 그가 아무리 경찰 학교 수석이라지만, 그는 멍청하고 약해 빠진 '토끼'였다. 그럼에도 주디는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여 참으로 많은 주차 딱지를 끊는다. 어느 날 수달 오터톤 부인이 남편 실종 건으로 찾아온다. 아무 이유 없이 사라질 사람이 아닌데, 실종된 지 열흘이나 되었다는 것이다. 


주디는 선뜻 나선다. 서장은 그에게 48시간 동안 찾을 것을 명령하고 그렇지 못할 시 주디에게 경찰복을 벗으라고 한다. 주디는 곧 단서를 찾아내는데, 하필 그 단서의 시작점이 되는 주인공이 일전에 안면 있는 사기꾼 여우 닉 와일드였다. 주디는 닉에게 당한 뒤통수 치기를 이용해 꼬득여 수사를 진행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어마어마한 사건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더할 나위 없는 장르물


<주토피아>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주토피아>는 그 자체로 해석의 여지가 필요 없이 훌륭한 장르물이다. 초짜 경찰이 우연히 또는 필연적으로 분수에 맞지 않는 사건을 아무런 지원 없이 홀로 맞서게 되고, 콤비를 이루는 게 경찰이 아닌 범죄자라는 점이 콤비 범죄물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콘셉트인 것이다. 그걸 애니메이션으로 위화감 없이 그려냈다는 점을 높이 살 만하다.


퀘스트를 완료하듯 하나 하나 실마리를 풀어내는 진행 방식 또한 주목할 만하다. 영화적 재미라는 한 마리 토끼를 이쯤에서 완전히 손에 쥔 격이라 하겠다. 여기에 주인공들이 사람 아닌 동물이라는 게 화룡정점이다. 애니메이션으로서, 장르물로서, 반드시 쟁취해야 하는 캐릭터성을 동물보다 더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는 게 있을까. 


특히 양육강식 동물 세계에서 최하층에 속하면서 동물로서의 귀여움은 최상급에 속하는 토끼가 동물들의 낙원인 주토피아를 지키는 경찰이 된다는 설정은, 영화적 해석 즉 영화가 줄 수 있는 영화 외적인 교훈이나 감동 또는 깨달음적인 측면을 차치하고서라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토끼의 성장 또는 좌충우돌이 기대되는 것이다. 


토끼와 콤비를 이루는 동물은 하필 여우다. 토끼와 상극이랄 수 있는 여우는 늑대나 하이에나 등과 더불어 가장 미움을 받는 동물 또는 가장 잘못된 상식이나 편견을 지니고 있는 동물이다. 영화에서 토끼가 상식과는 정반대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여우는 편견 그대로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주토피아>가 주는 영화적 해석은 바로 그들, 토끼와 여우에게서 비롯된다. 


차별과 편견에 대한 우화


<주토피아>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명백한 우화 <주토피아>는 그 자체로 더할 나위 없는 재미를 선사함에도 캐릭터와 배경과 대사 모두 인간 세계에 대비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린 이 영화가 다른 손으로 완전히 쥔 또 한 마리의 토끼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편견과 차별에 관한 이야기, 멍청하고 약한 토끼와 비열하고 믿을 수 없는 여우. 그들은 각자의 타율적 시선을 이유로 세상을 지키고 더 좋은 쪽으로 바꾸는 일을 할 수 없다. 


차별 이전에 편견이 존재한다. 인간 세상에서 전통적으로 약자라고 통칭되는 노인, 아이, 여자는 약하기 때문에 스스로가 아닌 타율적으로 한계가 정해져 버린다. 오랜 시간 고착해 되어온 그 한계는 편견이라는 상대적으로 여지가 있는 두루뭉술한 개념에서 머물지 않고 명백한 행동으로 이어지는 차별로 나아간다. 돌이키기 쉽지 않다. 


영화는 여기에서도 한 발 더 나아가, 약자에의 편견과 차별만이 아닌 강자에의 편견과 차별 즉, 역차별까지도 다루는 광폭 행보를 보인다. 사실, 여우를 투 톱 중 하나로 내세운 것에서 엿보이는 부분인데 여우에의 편견과 차별이 분명 존재하지만 여우가 동물 세계에서 약자에 속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영화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고 있는 '약자에의 편견과 차별' 또한 그 자체로 편견과 차별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편견과 차별에 대응하는 개념이 평등이라고 한다면, 평등을 약자에 대응하는 개념인 강자에게도 적용해야 하는 게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너무나도 훌륭한 개념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선 동물 세계에의 우화로서 너무 많이 간 게 아닌가 싶다. 아니, 인간 세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동물 세계에서는 강자가 강자로서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게 당연하다. 인간은 어떤가? 당연하지 않은 게 정설이지만, 당연해졌다. 


동물이나 인간 세계가 똑같다. 완벽한 우화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드는 건 동물 세계에서 역차별이 존재하느냐는 점이다. 태초부터 강자인 상황에서 강자라는 이유로 다수의 약자로부터 어떤 조치를 당하는 건 강자가 주체가 되는 차별의 차원이 아닌 약자가 주체가 되는 생존의 차원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류의 고찰이 직선적이고 일차원적이었던 점이 살짝 아쉬웠던 <주토피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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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프고 허술한 대규모 범죄 행각의 매력 <로건 럭키>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8. 4.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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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로건 럭키>


영화 <로건 럭키> 포스터. ⓒ스톰픽쳐스코리아



스티븐 소더버그는 20대 때 내놓은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로 선댄스와 칸을 휩쓸며 굴지의 천재감독으로 이름을 떨쳤다. 이후 그는 연출과 각본뿐만 아니라 편집과 촬영과 기획, 그리고 제작에 이르는 영화판 일련의 작업을 거의 모두 섭렵했는데 진정 영화를 즐기는 느낌이랄까. 데뷔 30년이지만 아직 50대 한창의 나이다. 


2000년대 극초반 <에린 브로코비치> <트래픽> <오션스 일레븐>을 잇달아 내놓으며 최전성기이자 지금까지 보건대 마지막 전성기를 맞이했다. 특히 <오션스 일레븐>으로 범죄 전문가들이 한 탕을 계획하고 치밀한 전략 하에 다채로운 기법으로 흥미로운 강탈 범죄를 저지르는 '하이스트 무비'(케이퍼 무비)의 전형을 수립했다. 


2010년대 흥행과 비평에서 나쁘지 않은 작품들을 내놓으며 부활의 날개짓을 펴고 있다.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려는 것인가? 와중에 하이스트 무비 <로건 럭키>가 눈에 띈다. 현대판 하이스트 무비의 전형을 세운 장본인인 만큼 기대가 되는 게 사실이지만, <오션스 일레븐>의 후속편들이 워낙 처참했기에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스티븐 소더버그의 하이스트 무비라면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않나 싶다. 


비(非) 범죄 전문가들의 대규모 범죄


영화 <로건 럭키>의 한 장면. ⓒ스톰픽쳐스코리아



고교 시절 미식 축구 스타였지만 부상으로 다리를 다쳐 지금은 공사장 인부 일하는 지미 로건(채닝 테이텀 분)은 어느 날 갑자기 다리 부상을 이유로 해고를 당한다. 이혼도 한 마당에 살길도 막막하고 할일도 없는 그는 세계 최대 규모 레이싱 대회의 금고를 털 '한탕' 계획을 세운다. 레이싱 경기장 보수 공사 인부로 일하던 중 그 수많은 돈이 어떻게 지하 금고로 모이는지 그 원리를 터득한 덕분이다. 


그는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이라크 파병을 나갔다가 왼쪽 팔꿈치 아래를 잃고 지금은 바텐더로 근근히 생활하는 남동생 클라이드 로건(아담 드라이버)과 미용사로 일하고 있는 여동생 멜리 로건(라일리 코프 분)의 '로건 남매', 그리고 감옥에 있는 일명 폭파 전문가 조 뱅(다니엘 크레이그 분)와 두 남동생들의 '뱅 형제'. 


문제는, 그들 중 누구도 '범죄 전문가'라 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로건 남매는 범죄 전문가는커녕 제대로 된 범죄를 저질러 본 적도 없는 시골 촌뜨기 블루칼라 노동자들이다. 어설프고 허술하기까지 한 그들이 어떻게 세계 최대 규모 레이싱 대회의 금고를 터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자. 


매력적인 소소함, 어설프고 허술함


영화 <로건 럭키>의 한 장면. ⓒ스톰픽쳐스코리아



영화는 기대완 다르게 소소하다. 앞서 말한대로 어설프고 허술하다. 아둥바둥 사는 모습이 범죄를 저지를 때까지 이어지는 느낌이랄까. 그 스스로가 정립한 전형적인 하이스트 무비의 범죄자 같지 않은 이들이 저지르는 깔끔하고 체계적이고 완벽하리만치 믿을만한 행각이 이 영화엔 전혀 나오지 않다시피 한다. 


그 점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점이 '기대완 다르다'는 말의 한 꼭지에 해당한다. 전문가 아닌 우리도 이들처럼 어마어마한 강탈을 저지를 수도 있겠다(?) 하는 환상 아닌 환상을 품게 해주는 면도 있겠지만, 그들의 아둥바둥 지리멸렬 좌절과 실패를 겪으면서도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 자체에 연민이 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범죄 행각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비록 꽤나 치밀한 전략을 세웠지만 너무도 쉽게 쉽게 실행에 옮기는 장면들에서는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영화 한 편 또는 드라마 한 편 전체를 할애하는 탈옥을 몇 초만에 실현시키지 않나, 수많은 리허설로도 실패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금고까지의 초행길을 역시 몇 초만에 실현시키는 것이다. 


반면 영화는 캐릭터들의 개인사에 초점을 맞추는 듯하다. 그들이 그런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연유을 되짚어보는 게 아닌, 그들이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된 연유를 말이다. 이는 그들이 어설프고 허술하고 소소하기까지 한 이유임과 동시에, 한편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휴머니티와 이어진다. 


트럼프 시대를 향한 이유 있는 항변


영화 <로건 럭키>의 한 장면. ⓒ스톰픽쳐스코리아



자본주의 세상에서 휴머니티란 무엇일까. 반자본주의까진 아니더라도 자본주의에서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로건 남매가 금고를 터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누구도 납득할 만한 명분이라는 게 없다. 


몸이 성하지 않다는 이유로, 블루칼라라는 이유로 해고당하고 무시당하는 것이 그들의 솔직한 명분이랄까. 자본주의, 그 핵심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레이싱 대회의 금고를 터는 걸로 세상에 소소한 하이킥을 날리는 것이다. 스티븐 소더버그는 영화 외적으로도 메이저 배급사를 통하지 않는 배급으로 자본주의 세상에 소소한 하이킥을 날렸다. 


영화는, 그래서 스티븐 소더버그의 이유 있는 항변이라 할 수 있다. 어떤 항변이냐, 어디를 향한 항변이냐. 자본주의 세상, 더 파고들면 미국의 현 트럼프 시대다. 그는 통계로도 나와 있듯이 블루칼라의 절대적인 지지를 등에 엎고 그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실상은 어떤가, 영화에서도 단편적으로 볼 수 있듯이 여전히 형편 없는 대우를 받고 있지 않은가. 그중에서도 영화의 배경이 되는 미국 남부 웨스트 버지니아는 최악. 


상당히 노골적인 반 트럼프 어조를 영화 전반에 깔고 있음에도 잘 느끼지 못하는 건, 그 진지할 수 있는 어조를 상쇄시키는 발랄한 어조의 연출과 촬영과 편집 센스 그리고 그동안의 연기톤을 180도 바꾼 다니엘 크레이그를 비롯 배우들의 대체적인 톤 다운 덕분이었겠다. 그런 한편, 만연해 있고 당연시 되는 차별과 혐오의 풍토가 현 시대를 잠식하고 있어 잘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은 서늘한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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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건 럭키, 범죄, 소소, 스티븐 소더버그, 자본주의, 트럼프 시대, 하이스트 무비, 허술, 휴머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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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범죄 없는 세상' 꿈꾼 그들,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다

오래된 리뷰 2015. 2.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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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마이너리티 리포트>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 20세기 폭스



평소 SF 장르에 관심이 없거나 필립 K. 딕을 모르더라도, 심지어 영화를 잘 보지 않더라도 영화 <매트릭스>, <토탈 리콜> 등을 들어는 보았을 것이다. 이 밖에도 <이퀄리브리엄>, <블레이드 러너>,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의 영화까지, 모두 필립 K. 딕의 SF 장·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또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제작되었다. 이들 영화는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의 작품들로, 그의 소설은 꾸준히 사랑받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다.

 

그의 소설들은 SF 장르가 갖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결코 킬링타임 용으로 읽을 수 만은 없다. 생전(1928~1982)에는 마니아층에서만 사랑을 받은 작가에 불과하였다고 전해지지만, 20세기 후반에 와서 포스트모더니즘 비평가들에게 재평가를 받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대표격이 영화인 것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또한 그의 단편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이다. 2054년 미국 워싱턴. 범죄를 예측해 사전에 막는다는 설정. 이는 세 명의 예지자의 능력을 바탕으로 한 프리크라임(precrime) 시스템이 있기에 가능하다. 존 앤더튼(톰 크루즈 분)은 이 시스템을 관장하는 예방범죄국(프리크라임)의 반장이다. 그는 6년 전 유괴로 아들을 잃은 슬픔으로 수사관이 되었고, 천부적 감각과 능력으로 프리크라임 시스템의 완벽함에 일조한다.

 

존 앤더튼이 예지자들의 영상을 보며 열심히 작업하고 있을 때 흘러나오는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긴박한 넘치는 액션과 스릴의 SF 특성과는 맞지 않을 듯한 클래식 음악이지만, ‘미완성’ 교향곡은 이 영화의 주제에 잘 부합되는 듯하다. 완벽하다고 믿고 신봉하다시피 하는 프리크라임 시스템의 미완성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어김없이 세 명의 예지자들이 범죄를 예측한 어느 날, 앤더튼은 뜻밖의 예상 범죄자를 본다. 그 예상 범죄자는 바로 그 자신인 존 앤더튼. 그는 믿을 수 없는 사실 앞에 실망을 금치 못하고 도망치기에 이른다. 그의 앞을 막는 연방정보국 수사관 대니 워트워(콜린 파렐 분). 앤더튼은 워트워가 꾸민 함정이라고 굳게 믿고 그의 미래를 위한 여정을 떠난다.

 

앤더튼은 동료였던 수사관들의 끈질긴 추격을 겨우 물리치고, 프리크라임 시스템을 만든 아이리스 하인먼을 찾아간다. 그녀에게서 여러 가지 충격적인 사실들을 접하고, 예방범죄국 안으로 잠입해 세 예지자 중 한 명인 아가사를 데려와 그녀 안의 내재된 앤더튼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한다.

 

영화는 곳곳에 예상치 못한 웃음 코드를 장착시켜 놓았다.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아이디어인지는 알 수 없지만, 뜻밖의 행동으로 몇몇 장면에서 웃음이 뿜어져 나왔다. 주로 앤더튼의 행동에서 비롯되는데, 완벽함을 추구하는 앤더튼에게도 불완전한 모습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했던 것일까. 그래서 프리크라임 시스템의 완벽함을 믿고 신봉하기까지 했던 앤더튼의 불완전한 모습과 프리크라임 시스템의 불완전함을 대치 시키려 했던 의도일까. 아니면 SF 특유의 진지함과 무게감을 유머로 풀어보려 했던 것일까.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 ⓒ 20세기 폭스


 

앤더튼이 아이리스 하인먼에게서 들었던 프리크라임 시스템에 대한 충격적인 내용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존재였다. 즉, 하나의 범죄에 대해 세 명의 예지자가 모두 동일한 예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떨 때는 다른 예측들을 한다는 것이다. 고위층은 이를 알고 있음에도 시스템의 완벽함을 지키기 위해 무시한다는 것이었다. 앤더튼은 이런 생각을 해본 적도 해보려고 했던 적도 없었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도 말이다.

 

영화는 앤더튼이 자신의 미래를 보기 위해서 예지자가 예측한 대로의 범죄 현장까지 가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또 한 번의 충격적인 사실을 듣는다. 앤더튼의 예상 범죄가 조작되었다는 사실이었다. 6년 전에 잃었던 아들을 유괴했다는 거짓말로 앤더튼으로 하여금 가짜 유괴범을 죽이게끔 한 것이다.

 

이후 영화의 전개는 급변한다. 이때부턴 원작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의 전개를 띠기 시작한다. 또한 원작이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상징하는 ‘소수의 의견’에 더 중점을 둔 반면, 영화는 어느 정도의 액션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추리적 기법을 차용한 심리 싸움에 치중한다. SF를 위시한 범죄액션스릴러에 가깝다.

 

과연 앤더튼은 무서운 진실에 맞닥뜨려 무릎을 꿇을 것인가. 이겨낼 것인가. 완벽할 것만 같았던 프리크라임 시스템. ‘범죄 없는 세상’을 꿈꾸며 좋은 취지로 시작한 시스템의 추악한 인간의 ‘오류’ 내지 ‘결점’이 침투하여 상처를 내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고 말 것인가.

 

원작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더해 더욱 많은 걸 담아내려 했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스피디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은 조금 과한 것 같기도 하다. 또한 영화를 보다 보면 생각할 거리들이 너무 많아짐을 느낀다.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답까지 해야 하고, 액션과 범죄 스릴러의 범위까지 아울러야 했으니, 욕심이 지나쳤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큰 결점 없이 군더더기 없는 전개에, 역시 스티븐 스필버그구나 하는 말이 나온다. 한 번 보고 또 보고 싶어지는, 그리고 또 봐야 이해가 될 것 같은 영화였다.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와 주연 배우인 톰 크루즈에 있어, 큰 영광도 그렇다고 큰 해악도 끼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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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마이너리티 리포트, 범죄, 스티븐 스필버그, 프리크라임 시스템, 필립 K. 딕
  • BlogIcon 空空(공공)
    2015.02.25 09:53 신고

    이 영화 못 본 영화인데 기억하겠습니다^^

    • BlogIcon singenv
      2015.03.01 16:36 신고

      재미도 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는 영화예요.

  • BlogIcon 늙은도령
    2015.02.25 21:15 신고

    이 영화는 SF 영화 중에서 스토리가 탄탄한 영화에 속합니다.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명화 중 하나입니다.

    • BlogIcon singenv
      2015.03.01 16:36 신고

      원작이 워낙 탄탄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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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뺏기>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는 거대한 범죄의 본질은?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4. 9. 2.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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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는 또 다른 이유 <땅뺏기>


<땅뺏기> ⓒ레디앙

마다가스카르는 아프리카에 속하는 나라로,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이며 전 세계 동식물 5%의 원산지이기도 하다. 또한 전 세계 동식물 중에서 75% 이상이 이 섬에만 존재한다. 한마디로 '자원의 보고'이다. 이 나라는 2009년 큰 위기를 겪었고, 한 가운데에 대한민국 기업 '대우'가 있었다. 


2008년 11월 마다가스카르 정부는 대우 그룹과 정체 경지 면적(250만 헥타르)의 절반이 넘는 130만 헥타르에 이르는 땅의 농지개발권을 99년 간 무상으로 빌려주는 협정을 체결하였다. 야당 세력은 "부정직한 거래가 있었으며 이는 새로운 식민주의의 형태이고 자국 땅을 팔아먹는 행위'라고 정부와 대통령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당시 마다가스카르는 정치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는데, 이 사건이 폭로 되고 이슈화 되어 정부에 대한 시위로 이어졌다. 급기야 대통령이 사임하기에 이른다. 


여기서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바로 99년 간 무상으로 농지개발권을 빌려주는 협정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정치적 위기는 있을 수 있지만, 이처럼 황당무계하기까지 한 협정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들은 어떤 생각으로 이런 협정을 체결한 것일까? 자원은 많지만 자본이 없는 '약자'와 자본은 많지만 자원은 없는 '강자'의 일방적인 관계로 보아도 무방할까? 어찌 하여 21세기에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평등과 자유를 외친 인류의 역사는 퇴행하고 있는 것일까?


책 <땅뺏기>(레디앙)을 읽고 있으면, 이런 나의 생각이 굉장히 아주 굉장히 순진하게 느껴진다. 내 자신이 한없이 무지하다고 여겨진다. 세상이 참으로 무섭다고 생각된다. 대우와 마다가스카르 정부와의 말도 안 되는 협정은 세계 곳곳에서 무수히 다양한 형태로 그러나 아주 전형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신식민주의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 


이 모든 비극적 이야기의 시작은 2007~8년의 식량 위기이다. 식량 위기는 굉장히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인구 증가, 기후 변화, 바이오 연료 확대, 금융 위기에 의한 투기 자본의 침투 등. 그리고 식량 위기는 지구에 많은 변화를 이끌고 왔다. 그중에서 '땅뺏기'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이 책은 전 세계의 땅뺏기 현상을 심층 취재한 결과물이다. 


"에티오피아의 토지를 대규모로 임대하는 현상은 전형적인 시장 작동 원리가 낳은 결과이다. 2007~8년 세계적인 규모의 식량 위기가 발발해서 쌀, 밀, 옥수수, 설탕 같은 기본 식량의 가격이 폭등한 뒤, 식량 수요는 절박한 요구가 되었다. 아라비아 만 국가들은 막대한 현금 자원을 보유하고도 식량이 고갈 되는 사태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의 통치자들은 더 빠른 해결책을 선택했다. 다른 나라에서 필요한 식량을 생산하기로 한 것이다." (본문 중에서)


전 세계 땅뺏기 현상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 자본은 많고 자원은 국가의 극비 프로젝트 '땅뺏기'. 그 프로젝트를 같이 수행하는 수많은 기업들. 그리고 이에 더해 자원은 많지만 자본이 없는 나라들.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 이 나라 정부는 땅을 무상 혹은 턱없이 싼 값에 임대 해주면서 그들이 뭔가 해줄 거라고 기대한다. 사회 기반 시설을 지어주고, 고용을 창출하고, 선진 문화와 기술을 보급하고... 그야말로 식민지론의 전형이 아닌가?


그렇지만 또 그것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들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여전히 논쟁 중이라는 얘기다. 땅뺏기를 감행하는 측에서는 이것이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그리고 가장 최적의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상생'을 통해 농촌에도 여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땅을 뺏긴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그 먹여 살려야 하는 인구에 자신들은 속하지 않는 것이냐고 항변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말하는 먹여 살려야 하는 인구에는 도시인 밖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상생'이라는 개념이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이 둘은 단순히 서로 다른 발전 모델일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 모델이기도 하다. 첫 번째 모델은 지구를 단순하게 점점 늘어나는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산업 차원의 생산을 하는 장소라고 본다. 두 번째 모델은 들판의 생활 전통, 대지와 인간의 관계, 몇 백 년에 걸쳐 전해 내려온 전문적 농사 기술 등을 옹호한다. 첫 번째 모델은 도시 세계와 급증하는 도시 인구를 먹여 살릴 필요성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반면 두 번째 모델은 농촌에 굳게 뿌리를 둔다. 첫 번째 모델을 신봉하는 이들이 보기에 나머지 사람들은 근대화에 완강하게 반항하면서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옹호하는 시대착오적인 야만인 종자들이다. 두 번째 집단의 시각에서 보면, 상대방은 대화가 무의미하며 그저 전력을 다해 저항해야 할 괴물일 뿐이다." (본문 중에서)


저자의 취재는 직접적인 땅뺏기에서 바이오 연료로 자연스레 넘어간다. 사실 넘어갔다고 할 수 없는 것은 땅뺏기를 시도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바이오 연료 때문이다. 이는 식량 위기, 그중에서도 식량 가격 폭등과 관련이 있다. 


쉽게 말해서, 에탄올은 자동차를 굴러가게 할 수 있다. 에탄올은 옥수수에서 추출할 수 있는데, 그 결과로 옥수수를 재배하는 토지의 양이 늘어난다. 따라서 다른 작물의 가격이 폭등하고 식량을 수입하는 다른 나라들이 고통을 받는다. 결국 굶주린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 나와 시위를 한다. 


땅을 뺏고 바이오 연료를 추출하는 사람들은 이를 부정한다. 식량 가격 인상은 유가 인상이나 유통 체계 같은 많은 요소들 때문이고, 자신들은 큰 메커니즘에 속한 작은 변수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의 저자이자 전 UN 식량권 특별보고관 '장 지글러'의 말을 들어 보면 또 다른 측면이 보인다. 그는 바이오 연료를 '대량 살상 무기'에 비유하곤 했다. 과연 연료가 우선일까, 식량이 우선일까? 


책은 기본적으로 땅뺏기 현상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일방적인 시선이 아닌 최대한의 자료적 중립을 지키려 한다. 양 측의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주장과 상황을 두루 살피고 정확히 맞물리는 사항들을 나열해서 보여준다. 이 객관적인 사항들을 보고 개인적 판단은 각각 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땅을 빼앗는 다는 표현이 맞는 것인지, 땅을 빼앗는 표현이 맞다는 빼앗는 이들과 빼앗기는 이들의 주장에서 어느 쪽이 더 합당한지, 각각의 주장을 전 지구적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아니면 미시적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더 들어가 식량이 우선인지 연료(환경)이 우선인지, 과연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이 거대한 현상에 옳고 그름이 기준이 되어야 하는지 등. 저자의 결론은 이렇다. 


"구체적인 상황이나 위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색조로 진행되는 땅뺏기는 본질적으로 소농들의 땅과 생계수단을 빼앗는 거대한 사기극이다. 하지만 핵심적인 쟁점, 문제의 중심은 다른 곳에 있다. 토지를 무차별적으로 매각하는 이 범죄의 주범은 각국 정부다." (본문 중에서)


필자의 입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직접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는 이들은 정부가 아닌 기업이지만, 이 거대한 범죄를 획책하고 있는 이들은 각국 정부인 것이다. 옛날 식민지 시대 당시 전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친 '동인도회사'의 주인은 누구였던가? 영국, 네덜란드 등 정부였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현상의 주체도 다름 아닌 정부이다. 그 정부는 땅을 빼앗는 정부 말고도 자신의 땅을 내놓는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그 나라의 정부야말로 자국의 소농들을 굶주림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악의 화신이 아니겠는가? 일제 시대, 일본 제국보다 더한 악한이 바로 친일파 아니었던가? 이와 다를 바가 무엇이랴. 땅뺏기의 본질은 여기 있을 지 모른다.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땅뺏기, 바이오 연료, 범죄, 상생, 식량 위기, 자본, 자원, 토지
  • BlogIcon 제철찾아삼만리
    2014.09.02 09:19 신고

    요즘..식량관련 글을 좀 읽고있는데....우리가 풍성하다고 느끼는 것과는 다르게 엄청 심각하고 이문제가 우리들 모두 전인류를 집어삼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니...멍해지더이다..
    그 연장선이 아닐까..싶은데... 우야튼..우리가 지금 ..어떤세상에 살고있는지를 똑똑히 알아가는 것..그것이 중요할듯..해요.. 글 잘읽고 갑니다~

  • BlogIcon 아잇
    2014.09.02 10:33 신고

    이 책 나왔다고 해서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서지정보를 통해 간단히 읽은 것보다 더 묵직한 내용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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