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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 결혼, 이 사랑은 시작부터 잘못된 걸까?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신작 영화 리뷰] 영국 남부의 작은 해안도시 시포드, 시 선집을 엮는 그레이스와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에드워드는 29주년 결혼기념일을 코앞에 두고 있다. 그레이스는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반면 에드워드는 소극적이고 조용한 듯하다. 그때쯤 오랜만에 찾아온 아들 제이미, 부모님 댁이 그리 반갑지는 않은 눈치다. 그런데 하필 그때 사달이 난다. 다그치는 그레이스와 반응이 없는 에드워드 그리고 반응이 없는 에드워드가 답답한 그레이스와 계속 몰아부치는 그레이스를 피하고 싶은 에드워드 말다툼을 벌인 것이다. 그레이스는 에드워드를 자극하고자 에드워드에게 손찌검을 하고 아침 밥상을 엎어 버린다. 에드워드는 자리를 피한다. 제이미는 아빠를 몰아 세우고 손찌검까지 하는 엄마를 이해하기 힘들다. 그레이스가 성당에 간 사이.. 더보기
의사 작가가 훑어내린 내 몸 구석구석 이야기 <내 몸 내 뼈> [편집자가 독자에게] 베스트셀러 의사가 쓴 몸 에세이 잘 만들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나름 에세이 팀을 맡고 있으니 에세이 베스트셀러를 자주 훑어 봅니다. 최신작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점령하는 속도가 '경제경영'보단 못하지만, '인문' '역사'보단 빠르며, '자기계발'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독자들한테 사랑받는 분야로 중간은 간다고 판단할 지표라고 볼 수 있겠지요. 에세이라는 분야가 품을 수 있는 한도가 워낙 넓어, 종종 타 분야를 넘나드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엔 자기계발 분야와 발을 걸치고 있는 책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인문, 가정살림, 건강 분야까지 넘나드는 책도 나오곤 합니다. 출판사에선 당연히 한 가지 분야를 상정하고 책을 만들었겠지만, 서점에서 자의적으로 추가 분야를 상정하는.. 더보기
문학적 철학적 신화적 질문들을 던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SF <나의 마더>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인류가 완전히 멸망한 다음 날, 인류 재건 시설에서 인간 여자아이 한 명이 태어난다. 시설에는 63,000개의 인간 배아가 있는데, 로봇 하나가 모든 걸 관리한다. 태어난 인간 아이의 양육도 그의 몫, 로봇은 '엄마'가 되고 인간 여자아이는 '딸'이 된다. 시간이 지나 인류가 완전히 멸망하고 13867일이 지났다. 그런데 딸은 10대 중반에 불과한 듯하다. 수십 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엄마와 딸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화로운 나날을 보낸다. 무엇보다 딸은 엄마의 다방면에 걸친 완벽한 교육으로 모르는 게 없고 못하는 게 없다. 나아가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윤리적인 문제까지 낱낱이 짚고 넘어간다. 이보다 완벽한 인간이 있을 수 없을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딸은 바.. 더보기
'각본집' 유행, 그 이면에는? 문학 작품의 영화화는 어느덧 오래된 주제입니다. 문학만이 가지는 고유의 문학적 상상력을 어떻게 스크린에 구현해내느냐가 주된 포인트죠. 그렇게 참으로 많은 영화들이, 좋은 영화들이 좋은 문학을 원작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앞으로도 그들의 공생 관계는 영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 시류가 달라졌습니다. 현 세계 영화시장을 여전히 좌지우지하고 있는 할리우드로부터 시작되었는데요. '문학'의 영화화는 이어지고 있지만, 여기에서 문학이 가지는 원작 콘텐츠로서의 자체 확장성에 주목한 것이죠. 마블과 DC로 대표되는 코믹스 작품의 영화화입니다. 코믹스, 문학의 한 부분으로 충분히 편입 가능한 분야입니다. 흔히 '그래픽 노블'이라고 부르는 명작 만화들이 존재하죠. 마블과 DC의 영화 원작들이 이 범주에 들 .. 더보기
사랑, 인간, 문학이라는 가깝지만 먼 개체들의 소용돌이 <은교> [지나간 책 다시 읽기] 박범신 소녀는 데크의 의자에 앉은 채 잠들어 있었다. 이적요 시인은 소녀에게 낯선 감정을 느낀다. 그건 저돌적이기 그지 없는 '욕망'. 그는 우주의 비밀을 본 것 같다고 말한다. 소녀의 이름은 '은교', 머지 않은 곳에 사는 17살 아이다. 그 아이는 이적요의 서재를 청소하게 되었다. 소설 (문학동네)의 모든 건 은교의 출현에서 비롯된다. 소설은 이적요 시인이 남긴 노트와 그의 제자 서지우 작가가 남긴 일기, 그리고 시인의 후견인이라 할 수 있는 Q변호사의 현재 시점이 번갈아 가면서 진행된다. 진정한 주인공이라 할 만한 은교의 시점은 끝내 비춰지지 않는다. 시작은 '시인이 마지막 남긴 노트'인데, 이곳에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사건 전체가 담겨 있다. 소설은 시작하며 그 모든 걸 .. 더보기
힘들고 힘든 이야기, 그래도 알아야 한다 <물결의 비밀> [서평] 아시아. 세계 최대의 대륙으로, 세계 육지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인구도 가장 많다. 세계에서 10억 넘는 인구를 자랑하는 나라가 둘 있는데, 아시아의 중국과 인도이다. 세계 경제도 쥐락펴락한다. 2015년 현재 세계 경제 순위(GDP 기준) 2, 3, 7, 11위가 각각 아시아의 중국, 일본, 인도, 한국이다. 이밖에도 역사, 문화, 예술 등에서 아시아는 가장 중요한 유산이다. 그런데, 우린 아시아를 잘 모른다. 잘 모를 뿐더러 잘 알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가 속해 있음에도 낯설고 어색하다. 신비롭고 흥미롭긴 하지만 한없이 멀고 멀다. 그래도 우린 아시아를 알아야 한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곳을. 무작정 가까이 다가갈 순 없다. 섣불리 다가갔다가 더 멀어질 수도 있다. 그럴 땐 그 문.. 더보기
한국 문학 표절 사태 6개월, 이제 어디로? 지난 6월이었죠? 한국을 뒤흔들었던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메르스 사태와 신경숙 표절 사태. 한국 전체로 보자면 메르스가 훨씬 깊고 넓게 알려졌지만, 신경숙 표절 사태가 출판계와 문학계에 끼친 영향에 비해서는 작게 느껴집니다. 신경숙 표절 사태가 메르스 사태 이슈의 유일한 대항마였으니까요. 적어도 문학계에서는 역대 최악의 위기로 다가왔습니다. 이는 곧 오랫동안 한국 문학계를 장악했던 문학권력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문학권력들은 어떻게든 책임을 져야 했죠. 먼저 '문학동네' 창간부터 20년을 함께한 편집위원 1기가 2015년 겨울호를 끝으로 전원 사퇴합니다. 편집위원 중 한 명인 서울대 서영채 교수가 겨울호 권두에 '작별인사'를 남겼죠. "권력이라는 말은 '권위.. 더보기
[100년의 문학용어 사전] '무협 소설' [100년의 문학용어 사전] '무협 소설' 武俠小說 무사나 검객들의 이야기를 그린 대중 소설의 한 분야. =무협지 무협 소설이 그리는 '무협'의 세계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무협'이라는 말 자체도 1904년 『소설총화』에서 처음 쓰였다. 그러나 무협과 비슷한 사회 현상은 실제로 존재했고, 무협 소설은 그것을 연원으로 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전형준은 춘추 시대의 유협 - 한의 호협 - 당의 민간협으로 이어지던 순수 무사 계층으로서의 '협'이 송대 이후에는 세속화되어 무림, 녹림(산도적), 비밀 결사 등으로 존재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협'은 "절개와 의리를 승승하며 개인의 존엄을 중시하고 간악함을 제거 하기 위해 노력하는 무덕이 높은 자"를 가리키는 개념이었다. 무사들은 고대 중국의 강호라는 가상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