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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기억조차 하기 싫은 그날을 기억하는 것, 이 소설이 아름다운 이유 <소년이 온다> [지나간 책 다시 읽기] 5.18은 내게 결코 가깝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이승복 기념관을 해마다 찾았고, 그 '투철한 반공정신' 때문에 희생된 이승복 어린이의 정신을 길이 새기며 치를 떨었다. 5.18은 저 멀리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승복 어린이와 일가족이 처참하게 죽어간 그 모습만 떠오를 뿐 그 이면의 정신과 사상이 떠오르진 않는다는 것이다. 그 폭력과 상처만 깊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렇게 5.18이 다가올 수 있었다. 5.18을 온전히 폭력과 상처의 입장으로 보아야 5.18은 상당 기간 논란거리였다. 지금도 그렇다. 수많은 추측이 난무하는 와중에 정치적으로 다양하게 이용해먹었다. 지금도 그렇다. 그렇지만 부정할 수 없는 게 있다면, 그곳엔 폭력과 상처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더보기
<스틸 앨리스> 그녀에 대한 기억이 사라져도 연기는 남을 것이다 [리뷰] 알츠하이머병. 각종 콘텐츠의 단골 손님이다. 2004년 정우성, 손예진 주연의 영화 , 같은 해 같은 달에 개봉해 진검 승부를 벌였던 영화 , 2013년 김영하 작가의 소설 , 그리고 작년 2014년 장예모와 공리의 재결합 까지. 이 밖에도 셀 수 없을 정도이다. 그만큼 '기억의 소멸'은 그 자체로도 깊은 슬픔을 안겨준다. 알츠하이머병 못지 않게 루게릭병 또한 단골 손님인데, 알츠하이머병이 정신적으로 기억이 쇠퇴해 소멸되어 가는 거라면 루게릭병은 육체적으로 세포가 쇠퇴해 소멸해 가는 것이다. 20세기 공전의 베스트셀러 이 대표적이다. 이 병이 무서운 건 거의 무조건 사망에 이른 다는 점이다. '기억의 소멸'과 '육체의 소멸'. 우열을 가릴 수 없겠지만, 인간으로서 기억의 소멸이 더욱 치명적일 것.. 더보기
기억을 잃어가는 늙은 살인자, 그 섬뜩한 마지막은? [서평] 김영하의 신작 25년 전쯤 살인을 그만두고 개점휴업에 들어간 일흔의 늙은 살인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김병수로 프로페셔널 살인자였다. 살인 충동이나 변태 성욕 따위 때문이 아니라, 순수한 쾌감을 위해 살인을 해왔다. 그리고 뒤처리도 아주 깔끔해서 열여섯에 처음 살인을 한 후 수십 명을 죽였지만, 경찰은 그의 존재를 몰랐다. 그런데 자꾸 넘어지고 실수하고 잊어먹는다. 딸 은희의 권유로 병원에 가 보았다. 검사를 하니 알츠하이머라고 한다. 치매란 말이다. 그렇게 점점 기억이 사라지고 혼란이 찾아온다. 그 혼란 속에서 동네에 여대생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제발 우리 은희에게 아무 일이 없어야 할 텐데... 알고 보면, 섬뜩하기 그지없는... 소설가 김영하의 신작 (문학동네)은 알츠..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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