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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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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조차 하기 싫은 그날을 기억하는 것, 이 소설이 아름다운 이유 <소년이 온다>(2) 2016.06.03
  • <스틸 앨리스> 그녀에 대한 기억이 사라져도 연기는 남을 것이다(8) 2015.05.04
  • 기억을 잃어가는 늙은 살인자, 그 섬뜩한 마지막은?(2) 2013.08.21

기억조차 하기 싫은 그날을 기억하는 것, 이 소설이 아름다운 이유 <소년이 온다>

지나간 책 다시읽기 2016. 6. 3. 08:00



[지나간 책 다시 읽기] <소년이 온다>


<소년이 온다> 표지 ⓒ창비



5.18은 내게 결코 가깝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이승복 기념관을 해마다 찾았고, 그 '투철한 반공정신' 때문에 희생된 이승복 어린이의 정신을 길이 새기며 치를 떨었다. 5.18은 저 멀리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승복 어린이와 일가족이 처참하게 죽어간 그 모습만 떠오를 뿐 그 이면의 정신과 사상이 떠오르진 않는다는 것이다. 그 폭력과 상처만 깊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렇게 5.18이 다가올 수 있었다. 


5.18을 온전히 폭력과 상처의 입장으로 보아야


5.18은 상당 기간 논란거리였다. 지금도 그렇다. 수많은 추측이 난무하는 와중에 정치적으로 다양하게 이용해먹었다. 지금도 그렇다. 그렇지만 부정할 수 없는 게 있다면, 그곳엔 폭력과 상처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젠 거기에 도달할 때가 되었다.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5.18을 제대로 본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창비)는 그 시작점이자 정점이다. 5.18을 온전히 폭력과 상처의 입장에서 보는 것. 


잘 알려져 있다시피 5.18이 한강 작가에게 끼친 영향은 엄청나다. 광주에서 태어나 서울로 이사한 후 아버지(한승원 소설가)가 구해온 5.18 사진집을 몰래 펼쳐보고 '내 안의 연한 부분이 소리 없이 깨졌고'(199쪽)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된 비밀스러운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에게 <소년이 온다>는 소설가로서 인간으로서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던 것이다. 5.18을 온전히 폭력과 상처로 보는 시작점이자 정점이 <소년이 온다>라면, 한강 작가 개인에게도 소설가로서 인간으로서 넘어야 할 산의 시작점이자 정점이 <소년이 온다>라고 할 수 있겠다. 


당연하겠지만, 그동안 5.18에 대한 소설은 상당히 많이 나왔다. 임철우의 <직선과 독가스> <봄날>, 홍희담의 <깃발>, 박혜강의 <꽃잎처럼> 등이 있다. 소설은 물론 영화로도 웹툰으로도 나온 바 있다. 장선우 감독의 <꽃잎>,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 그리고 강풀 작가의 <26년>이 그것들이다. 어쩌다 보니 5.18에 대한 거의 모든 콘텐츠를 접했는데, 하나같이 치명적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 <소년이 온다>는 여기서도 정점을 이룬다. 


작가가 들려주는 6개의 광주 이야기


중학교 3학년생 동호는 가족과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도청에 남으려 한다. 그건 곧 죽음을 의미하지만, 그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 친구 정대를 버리고 도망친 자신을 말이다. 정대는 죽었다. 그의 혼은 아직 그의 육신에서 완전히 떠날 수 없다. 결국 자유로워진 그의 혼은, 그렇지만 갈 곳도 없다. 어디든 갈 수 있지만 갈 수 없다. 


은숙은 5.18에서 살아남았다. 처음부터 살아남으려고 했던 건 아니지만, 결국 살아남았고 그녀의 영혼은 부서졌다. 그렇게 살아남아 출판사 직원이 되었고,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그들을 기억하는 것이다. 진수는 도청에 끝까지 남아 항전한 이들을 이끌었다. 결국 붙잡혀서 모진 고문을 받은 후 수감되었다. 풀려나고서도 그는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없었다. 유리 조각 같이 산산히 부서진 영혼을 되살릴 방도가 없었다. 


작가가 들려주는 6개의 이야기는 서로 얽히고설켜 있다. 모두 5.18 당시의 폭력과 상처로 얼룩진 열흘에 대한 이야기다. 너무 아픈 그 이야기들은, 처음엔 살며시 다가와 조곤조곤 가벼울 수 있는 폭력의 기억을 전하다가 갑자기 그날의 칼날 같은 기억을 전하며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그날의 기억이 영혼을 도려내고 부숴버린다면, 그날이 아닌 그날에서 파생된 폭력의 기억은 가볍기까지 한 것이다. 


아이러니한 건, 그가 들려주는 폭력과 상처의 서사가 왜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냐는 것이다. 단순히 문장이 가진 아름다움이나 인간의 역사가 아이러니하게도 폭력과 아름다움을 추구해왔다는 당위론적인 얘기가 아니다. 분명 이 소설은 고통스럽기 짝이 없다. 만약 그 잔혹한 참상만을 드러내는 데 천착했다면 이토록 고통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그 참상과 폭력에 더해 기억과 상처를 드러냈다. 우린 그 기억과 상처에서 예상치 못한 충격과 더 심한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아름다움의 원천, '기억의 복원'


그렇다면, 바로 그 예상치 못한 충격과 더 심한 고통에서 일종의 가학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한강 작가가 특기를 살려 그려낸 금식한 충격과 고통에 대응하는 극도의 아름다움을 곳곳에 심어놓은 것일까? 내 생각은 이렇다. 이 소설은 다분히 한강 작가의 시선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강 작가가 그동안 추구했던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 그는 그 답으로 폭력과 그로 인한 고통을 짊어지고 사는 게 삶이라고 말해왔다. 거기서 더 나아갈 수 없다고도 말해왔다. 이 소설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면 되는데, 한 단계 더 나아간 듯하다. 태초의 폭력과 고통으로 돌아가서 그 안에 상처받은 존재들을 보듬는, '기억의 복원'까지 진전된 것이다. 바로 그 기억의 복원이 아름다움의 원천이 아닐까. 단지 기억하는 것조차 어려운 그날을, 기어코 기억하려는 것 자체가 아름다운 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날 광주에는 울려 퍼졌다. 


"여러분, 지금 나와주십시오. 계엄군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 우리는 광주를 사수할 것입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주십시오. 그리고 기억해 주십시오."


그날은 많은 사람들에게 잊고 싶은 기억일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 소설은 그날 희생당한 사람들을,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사람들을 되살린다. 특히 절대적 피해자였지만 살아서도 가해자로 자신을 인지하고 불우하게 살았던 이들의 기억을 복원하는 게 크게 다가온다. 아프고 고통스럽고 또다시 상처받겠지만, 잊지 말고 그날을 기억해야 한다. 그날은 당사자들만의 기억도, 광주만의 기억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기억인 것이다. 


언제쯤 우린 매일 같이 소년이 찾아 와도 웃으며 맞이 하고 그 아픈 기억을 보듬을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아니, 그래선 안 될 것이다. 그 아픔은 평생 함께 짊어지고 가야 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인지하고 기억해야 한다. 다시는 그와 같은 아픔과 상처를 되물림하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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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5.18, 광주, 기억, 상처, 소년이 온다, 아름다움, 폭력, 한강
  • BlogIcon 둘리토비
    2016.06.04 22:38 신고

    인상적인 서평, 잘 보았습니다.
    사실 오늘 서점에서 한강의 이 소설과 채식주의자를 살까말까 하다가 구입하지는 않았습니다.
    좀 더 호흡을 길게 가지고 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밤, 일요일 맞아하시길~

    • BlogIcon singenv
      2016.06.05 13:13 신고

      감사합니다^^
      한번쯤 읽어보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채식주의자는 저도 보지 않았습니다, 보지 않을 예정이에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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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앨리스> 그녀에 대한 기억이 사라져도 연기는 남을 것이다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5. 5. 4. 08:00




[리뷰] <스틸 앨리스>



영화 <스틸 앨리스> 포스터 ⓒ소니 픽처스 클래식스



알츠하이머병. 각종 콘텐츠의 단골 손님이다. 2004년 정우성, 손예진 주연의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같은 해 같은 달에 개봉해 진검 승부를 벌였던 영화 <노트북>, 2013년 김영하 작가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그리고 작년 2014년 장예모와 공리의 재결합 <5일의 마중>까지. 이 밖에도 셀 수 없을 정도이다. 그만큼 '기억의 소멸'은 그 자체로도 깊은 슬픔을 안겨준다. 


알츠하이머병 못지 않게 루게릭병 또한 단골 손님인데, 알츠하이머병이 정신적으로 기억이 쇠퇴해 소멸되어 가는 거라면 루게릭병은 육체적으로 세포가 쇠퇴해 소멸해 가는 것이다. 20세기 공전의 베스트셀러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대표적이다. 이 병이 무서운 건 거의 무조건 사망에 이른 다는 점이다. 


'기억의 소멸'과 '육체의 소멸'. 우열을 가릴 수 없겠지만, 인간으로서 기억의 소멸이 더욱 치명적일 것 같다. 내가 더 이상 나일 수 없다는 게 너무 끔찍하다. 아무것도 모르고 딱히 어떤 고통이 수반되지 않으니 당사자한테는 괜찮을까? 영화 <스틸 앨리스>가 그리는 알츠하이머병은 어떨까. 


과장되지 않게 편하면서도 빛나는 연기


앨리스(줄리안 무어 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언어학자이자 자그마치 콜럼비아 대학교 교수이다. 그녀는 이제 50대에 진입해 그야말로 절정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갑자기 찾아온 불행. 다름 아닌 희귀성 알츠하이머병. 누구보다도 똑똑한 언어학자가 서서히 언어를 잃어버리게 된다니. 도무지 믿을 수 없지만 받아들여야 하고, 그녀는 미래의 '나' 한테 메시지를 남겨 자살을 중용한다. 


그녀에겐 듬직한 남편과 4 남매가 있지만, 일찍이 10대 때 보낸 엄마와 여동생이 그립다. 그 기억이 그녀를 지탱해주는 힘이다. 한편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지워버렸다. 그는 알콜 중독으로 죽었다. 앨리스와는 달리 일찍 아내와 딸을 보내고 남은 세월을 술에 의지했을 것이다. 기억의 파편들이 그녀를 괴롭힌다. 



영화 <스틸 앨리스>의 한 장면 ⓒ소니 픽처스 클래식스



영화는 주인공 앨리스 역을 맡은 줄리안 무어에 의해 흘러간다.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를 모두 석권하고 아카데미까지 접수한 그녀, 작년 말에 개봉한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의 '줄리엣 비노쉬'를 생각나게 한다. 명성이나 실력으로 영화를 거의 혼자 이끌고 가다시피 하는 원톱 여자 배우로서, 과장되지 않게 편하면서도 빛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둘의 옆에 있던 '크리스틴 스튜어트'. 그녀는 <트와일라잇> 시리즈 등으로 2013년 최악의 여우주연상을 탈 때와는 너무나 다른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1990년 생의 현재 할리우드의 제일 핫한 여배우인 그녀가, 마치 지난 날의 방종을 뉘우치고 다시 태어나고자 대배우들에게 사사받는 느낌인 것이다. 그녀의 행보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차라리 암이었으면 좋겠어


한편 앨리스는 알츠하이머병 확진이라는 믿기 힘든 사실에 더해 그녀가 앓는 병이 희귀하게도 가족력이 있어 자식들과 그 자식들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또다시 좌절한다. 자식들에게 알릴 수밖에 없었고, 그녀는 자신을 힐책한다. 바보가 되어가는 것도 모자라 직접적인 피해까지 주다니. 남편에게는 이런 말도 서슴지 않는다. 


"차라리 암이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부끄럽지는 않잖아."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언어 능력이 쇠퇴하는 도중 담당 의사의 주선으로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대신해 연설을 하기도 한다. 길지 않은 원고를 작성하는 데만 3일이 걸렸다는 그녀. 아마 이 작업은 그녀가 그녀일 수 있을 때 할 수 있었던 최후의 일이었을 것이다. 이 연설은 영화의 끝에 나옴 직 하지만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했다. 



영화 <스틸 앨리스>의 한 장면 ⓒ소니 픽처스 클래식스



연기, 그리고 연기


영화에서 앨리스는 크게 보아 3단 변신을 한다. 초반의 똑똑하고 지적인 언어학자이자 교수로서의 모습. 중반의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기억이 쇠퇴하고 스스로를 컨트롤 할 수 없게 되어 가는 모습. 후반의 모든 기억을 잃고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된 완연한 환자의 모습. 표정과 행동, 무엇보다 눈빛의 변화가 완벽하다. 


한편 100분의 짧은 듯한 러닝 타임이 조금 애매했다. 의도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앨리스의 알츠하이머병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지나치듯 말하는 대사로 유추할 뿐이었다. 대략 몇 년의 시간이 지난 걸로 나오는 데, 체감 상 몇 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듯하다. 영화 자체가 너무 연기와 분위기에 치우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놓친 혹은 포기한 부분이리라. 


영화는 반전 없이 예상한 대로 흘러간다. 앨리스는 점차 기억을 잃어 가면서도 옛날 엄마와 여동생이 살아 있을 때는 거의 끝까지 잊지 않는다. 오랫동안 남편(알렉 본드윈 분)이 그녀를 간호해 왔지만 일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떠나게 되었고 그 자리를 막내 딸 리디아(크리스틴 스튜어트 분)이 대신한다. 그녀는 엄마 앨리스가 제일 걱정하고 또 제일 못 미더운 딸이었는데, 아이러니다. 


사랑, 그리고 가족


이 영화는 결국 '사랑'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최고의 언어학자지만 다른 무엇보다 사랑한 가족들의 기억을 끝까지 끌어안고자 했다. 사랑하는 가족들만이 끝까지 그녀가 그녀일 수 있게 해주었으며, 끝까지 옆을 지켰다. 그녀는 기억을 모두 잃고 서도 '사랑'을 느꼈을까? 리디아는 앨리스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글을 읽어준다. 그리고 앨리스에게 묻는다. 이 글이 무엇에 대한 것이냐고. 앨리스는 답한다. '사랑'. 모든 걸 잊어도 사랑은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앨리스의 연설 중 한 소절을 전해드리고자 한다. 영화에서는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나오는데, 그 중 한 부분이 위에서 말한 '차라리 암이었으면 좋겠어.'이고 다른 한 부분이 바로 이 연설이다. 


"우린 우스꽝스럽고, 무능하고, 웃겨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은 우리가 아닙니다. 우리의 병일 뿐이지요. 저는 살아 있습니다. 사는 동안 하고 싶은 일도 있습니다. 저는 아직 인생에 행복한 날들과 즐거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제가 고통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고통 받는 것이 아니라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이 기억은 사라질 거예요. 내일이면 잊을지 몰라요.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것은 제게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의사소통에 매료되어 굉장히 열정적이었던 옛날의 제 자신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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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가족, 기억, 사랑, 스틸 앨리스, 알츠하이머, 언어학자, 연기, 줄리안 무어, 크리스틴 스튜어트
  •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5.05.04 11:24 신고

    이 영화 보려는데 상영관에서는 시간이 마지 않아
    못보는군요
    보고 싶은 영화인데..

    • BlogIcon singenv
      2015.05.10 16:49 신고

      블록버스터가 아니다 보니 첫 주나 둘째 주 아니면 볼 수가 없죠ㅠ

  • BlogIcon 별밤러
    2015.05.04 18:13 신고

    아직도 앨리스의 표정이나 말투가 잊히질 않네요.. ㅜ

    • BlogIcon singenv
      2015.05.10 16:49 신고

      정말 그녀의 연기란...

  • BlogIcon 까칠양파
    2015.05.05 11:17 신고

    보고 싶은 영화인데, 너무 많이 울거 같아서 고민이에요.
    아무래도 참았다가, iptv로 나오면 방에서 혼자 펑펑 울면서 보는게 좋겠죠.ㅎㅎ

    • BlogIcon singenv
      2015.05.10 16:50 신고

      그렇다면 집에서 맘 편히 펑펑 우는 게 나을듯요~

  • BlogIcon 제철찾아삼만리
    2015.05.05 23:43 신고

    이영화 너무 괜찮았어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족들의 반응이여요. 과거를 잃어버리고 나를 잃어버리고있는 사람에게 오늘의 추억을 같이 만드는것을 했으면 더 좋았을거란 생각이여요. 물론, 그것조차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기억나지않은것에 집착하기보다는 오늘을 같이 행복하게 만드는일에 집중한다면, 그리 아픈일은 아닐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쉽지않죠. 자기들을 못알아보는데..
    저는 저같아보였어요. 저도 조금씩 기억이 사라지고 있으니깐요. 언젠간 아주 작은 조각들의 기억만 남을터지만.. 굳이 병이 아니여도.
    나를 잃는다는건..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들고.. 그 기억을 떠올리기위해..몸부림치는..그런날이 언젠간 나에게도 올듯해서요.. ㅠㅠㅠ

    • BlogIcon singenv
      2015.05.10 16:51 신고

      맞아요ㅠ 저도 누구도 조금씩 기억이 사라지지요...ㅠ
      모든 기억이 사라진 후에는... 상상할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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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어가는 늙은 살인자, 그 섬뜩한 마지막은?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3. 8. 21. 07:15


[서평] 김영하의 신작 <살인자의 기억법>


25년 전쯤 살인을 그만두고 개점휴업에 들어간 일흔의 늙은 살인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김병수로 프로페셔널 살인자였다. 살인 충동이나 변태 성욕 따위 때문이 아니라, 순수한 쾌감을 위해 살인을 해왔다. 그리고 뒤처리도 아주 깔끔해서 열여섯에 처음 살인을 한 후 수십 명을 죽였지만, 경찰은 그의 존재를 몰랐다. 

그런데 자꾸 넘어지고 실수하고 잊어먹는다. 딸 은희의 권유로 병원에 가 보았다. 검사를 하니 알츠하이머라고 한다. 치매란 말이다. 그렇게 점점 기억이 사라지고 혼란이 찾아온다. 그 혼란 속에서 동네에 여대생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제발 우리 은희에게 아무 일이 없어야 할 텐데...


<살인자의 기억법> ⓒ 문학동네

알고 보면, 섬뜩하기 그지없는...

소설가 김영하의 신작 <살인자의 기억법>(문학동네)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늙은 살인자가 벌이는 사투를 그린다. 1인칭이기 때문에 사투라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극 중에서 다른 인물들이 보기엔, 치매 걸린 노인이 정신 못 차리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겠다. 

이 소설이 아주 잘 읽히고 또 비록 싸늘하지만 웃음 짓게 하는 농담이 곳곳에 있어 재밌게 생각됨에도, 섬뜩하기 그지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욱이 1인칭이기에 독자들로 하여금 기억을 잃고 혼란에 빠진 노인의 심정이 되어 가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오직 나한테만 찾아오는 끝없는 고독의 심연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이다. 

한편, 김병수는 딸 은희 주변을 맴도는 한 사람 박태주를 알게 된다. 김병수의 눈엔 그가 여지없는 연쇄살인범으로 보인다. 그런데 얼마 후 은희가 만나는 사람이 있다며 박태주를 집에 데리고 오는 것이 아닌가? 그 살인자와 결혼을 하고 싶다고? 김병수는 그가 이유 없이 싫었다. 낯이 익은데 말이다. 

이제 김병수는 점점 더 기억을 잃어간다. 마당에 알짱거리는 똥개가 옆집 개인지 우리 집개인지 조차 분간하지 못한다. 어느 순간 갑자기 정신이 돌아와 여기가 어디인지, 왜 여기 있는지 조차 모를 때가 많다. 알츠하이머를 진단받고 어떤 일을 하든지 기록을 하는 습관을 들여놨는데도 별 소용이 없는 것 같다. 살인자로 살다보니 안 그래도 작아진 나의 세계가, 점점 더 작아지는 걸 느낀다. 

반면, 방금 기억과 최근 기억은 홀라당 까먹어도 옛날 기억들은 더욱 생생해진다. 특히 젊은 시절을 수놓았던 살인의 추억. 미래는 아예 사라지고, 현재는 뒤죽박죽, 과거는 눈앞에서 벌어진 듯 생생하다. 살인을 해서 다행인건가? 이렇게 생생하고 강렬한 과거의 기억을 눈앞으로 불러와주니? 살인자가 기억하는 건 살인밖에 없는가 보다. 그게 살인자의 기억법인가. 

유머 감각이 뛰어난 살인자?

이 소설은 장편 소설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조금 어색할 정도로, 굉장히 짧은 분량을 자랑한다. 뒷부분의 해설을 제외하고 나면 140쪽 안팎에 불과하다. 또한 기록들 사이의 공간을 제외하면 많아야 120쪽 안팎일 것이다. 분량만 치자면, 잘 쳐줘야 경장편이고 중편 내지 단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신기한 것이, 이 살인자의 뒤죽박죽 띄엄띄엄 기억의 파편들과 그가 읽은 책의 잠언들이 아주 짜임새 있게 서사적으로 들어맞아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분량으로는 절대 장편 소설이 될 수 없음에도, 그 서사적 짜임새로 인해 가능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자주 눈에 띄는 단어들이 있다. 주인공이자 화자가 살인자이니까 당연히 살인이 제일 많이 나올 테고, 알츠하이머 환자이니까 기억도 많이 나올 테다. 의외로 농담이란 단어가 눈에 많이 띈다.(김병수가 직접 말하고 생각하는 농담 즉, 독자로 하여금 웃게 만드는 농담과 김병수가 어느 때에 맞이하는 농담 같은 상황) 초반에는 살인에 관련한 농담이 주를 이루고, 후반으로 갈수록 기억에 관련한 농담이 주를 이룬다. 

이 소설이 잘 읽히는 이유는 비단 분량 때문만은 아니다. 위에서 말한 농담 중에 김병수가 직접 말하고 생각하는 농담, 즉 독자로 하여금 웃게 만드는 농담은 사실 유머에 가깝다. 극 중에서 그는 분명 유머 감각이 출중하다. 그리고 이를 인지하는 것 자체가 작가가 의도한 게 아닌가 싶다. 살인자에게 유머 감각이 있다니? 알츠하이머로 죽어가는 노인에게 유머 감각이 있다니? 

섬뜩함과 유머의 앙상블

앞서 말했듯이 이 소설은 섬뜩하다. 겉으로 보면 기억을 잃어가는 늙은 살인자가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해 그녀를 해하려 하는 다른 살인자를 죽이려 한다는, 살인의 관점을 적용한 아주 간단한 내용이다. 그것만 본다면 이 소설은 단언컨대 그냥 재미있고 잘 읽히는 소설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기억의 섬뜩함이 존재한다. 시간이 감에 따라 기억이 없어지고 세계가 없어지고 결국에는 나라는 존재가 없어지는. 해설에서는 무너져 내린다고 표현했는데, 내가 보기엔 소멸해간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김병수는 그 사실을 인지한 후 무서워하고 두려워한다. 극 중에서도 김병수가 말하지 않는가.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본문 속에서)

소설은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는다. 거기에는 분명 김병수의 성격이 작용하고 있다. 사실 사이코패스라고 할 수 있는 이 늙은 노인의 독백. 그 시크하고 냉랭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가끔은 포커페이스가 웃길 때가 있듯이. 

나이가 먹어갈수록 무뎌지는 그의 악(惡)이, 과거의 전유물이 되고 지금은 껍데기만 남아 있는 것이다. 그렇게 섬뜩함을 잃어버린 그의 시크한 말투와 생각들은 반대급수의 재미를 양산한다. 이빨 빠진 호랑이를 보고 조소를 보내는 것과도 조금 비슷하다고 하겠다. 

그 김병수 개인이 갖고 있었던 섬뜩함을,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표출했던 섬뜩함을 이제는 자신이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오직 그만이 철저히 느끼게끔. 1인칭임에도 독자는 그가 느끼는 철저한 고독감과 두려움, 허탈감을 느낄 수 없다. 다만 섬뜩함을 느낄 뿐이다. 처음 읽을 때는 유머를, 두 번째 읽을 때는 섬뜩함을 느낄 것이다. 그 이후에는 어떤 느낌이 찾아갈 지 직접 읽어보시길...


살인자의 기억법 - 10점
김영하 지음/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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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기억, 김영하, 농담, 늙은 살인자, 살인자의 기억법, 시간, 알츠하이머, 유머, 책으로 책하다

  • 2013.08.30 17:42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singenv
      2013.08.30 17:43 신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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