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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도서

그곳엔 공포의 광활한 대지가 있을 뿐...<달콤한 노래> [서평] 2016년 공쿠르상 프랑스 파리 10구 오트빌 가의 근사한 아파트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한 보모가 자신이 기르던 아이 둘을 살해하고 자신 또한 죽으려 했다. 남자 아기는 즉사했고 여자 아이는 병원으로 가던 도중 사망했다. 이 충격의 시작점은 어디인가. 보모는 왜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 아이들은 왜 죽었어야 했을까. 시간은 아이들의 부모가 버티다 못해 보모를 들이려는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폴과 미리암은 둘째를 낳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음을 알았다. 무리해서라도 보모를 들여야 했다. 루이즈는 완벽한 보모다. 처음 본 순간부터 아이들을 완벽히 다루었다. 하지만 그녀의 실생활은 너무도 불안하다. 집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일터로 가서 아이들을 케어하고 일터를 완벽히.. 더보기
길 잃은 바링허우 세대, 어찌해야 할까? [서평]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나 세대를 규정짓는 움직임이 있다. 우리나라는 '58년 개띠' '386 세대'를 지나 '88만원 세대'와 'N포 세대'에 이르렀다. 일본도 마찬가지, '단카이 세대'를 지나 '사토리 세대'가 있다. 이에 비해 중국은 생소할 수 있다. 중국은 '링허우'라는 말로 50년대부터 최근 90년대까지 10년 단위로 세대를 구분한다. 그중에서도 중국의 80년대생을 일컫는 '바링허우'는 특별한 함의를 지닌다. 1980년대 직전, 1978년 10월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을 상징하는 문화대혁명을 부정하고 중국 사회주의의 현대화와 개혁개방정책 노선을 결정한다. 중국사회는 완전한 전환기를 맞이한 것이다. 이후 1가구 1자녀 정책 아래 태어난 바링허우들은 '소황제'라 불리며, 나라와 가정의 전과 비교.. 더보기
실리콘밸리의 혁신을 주도하는 인간쓰레기들 이야기 <카오스 멍키> [서평] '소설처럼 재미있다'는 말이 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만큼 잘 어울리지 않고 통용되지 않는 장르도 드물 것이다. 아무리 읽기 쉽게 변형을 가한다고 해도, 기본이자 본질이 되는 곳에 도사리고 있는 건 언제나 교훈이 아닌가. 그리고 그것들은 이야기가 아닌 사례에서 파생된다. 이야기가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과 다르게, 사례는 그 자체로 수단이 되어 교훈에 목적이 있다. 경제경영서와 자기계발서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혁신'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 장르의 책들은 절대 기존의 것을 완전히 바꾸어 새롭게 한다는 뜻의 혁신을 행하지 않는다, 못한다. 온갖 혁신적인 사례와 교훈을 들먹이며 혁신의 찬가를 불러대도 말이다. 여기 '혁신'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는 책 한 권이 있다. .. 더보기
세계적인 문학상들의 면면을 들여다보자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서평] 지난 10월 5일 발표된 2017년 노벨문학상, 그 영광은 일본계 영국인 가즈오 이시구로에게로 돌아갔다. 그 직전까지 매년 치르는 한바탕 소동을 이번에도 되풀이 했는데,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기 때문이겠다. 다름 아닌 고은 시인 덕분이다. 지난 2002년부터 장장 15년 간 강력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내리고 있는 그 아닌가. 이미 많은 국제적 문학상을 수상해오며 그 문명(文名)을 전 세계에 알린 그가, 아이러니하게 국내에서는 노벨문학상 수상 실패로 가치 절하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도대체 노벨문학상이 뭐길래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것인가. 분명 세계 최고의 문학상 중 하나이긴 할 테지만 그밖에도 저명한 문학상이 많지 않을까 싶다. 또, 우린 우리나라 사람이 후보에 오르내리지 않은 문학상에 대해선.. 더보기
베트남 최고의 소설가가 전하는 나직한 목소리, 큰 메아리 <미에우 나루터> [편집자가 독자에게] 응웬 옥 뜨의 벌써 10년 전입니다. 2007년, 베트남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소설 한 편이 한국에 상륙합니다. 2005년 출간한 소설집 으로 베트남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응웬 옥 뜨의 (아시아)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베트남 소설은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었죠. 바오 닌의 (90년대에 출간되었다가 2012년에 아시아 출판사에서 재출간), 반 레의 , 응웬 반 봉의 정도의 이름 있는 베트남 소설이 눈에 띕니다. 여하튼 은 베트남에서처럼 국내를 응웬 옥 뜨 열풍으로 몰아넣지는 못했지만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적어도 '베트남 소설' 하면 이 생각나게끔 말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3쇄를 찍고 절판을 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찾는 .. 더보기
결국 '여성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딸에 대하여> [서평] 일찍 남편을 보내고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나', 남편이 유일하게 남긴 유산인 집에 서른을 훌쩍 넘었어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대학교 시간강사로 살아가는 '딸애'를 들인다. 딸애는 7년 간 사귀어 왔다는 '그 애'와 함께다. 나로선 정녕 상상하기도 싫고 어려운 그들과의 동거지만, 딸애의 부탁을 져버릴 순 없지 않은가. 서로를 그린과 레인으로 부르는 그들은 레즈비언 커플이다. 딸애는 안 그래도 어렵게 살아가는 시간강사의 삶 위에 학교를 상대로 시위를 하는 삶을 얹혀 놓았다. 딸애처럼 레즈비언 시간 강사가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났기 때문인데, 나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의 일로 딸애가 그러는 걸 이해할 수 없다. 그건 내가 요양원에서 보살피는 무연고 치매노인 '젠'을 보면.. 더보기
감정을 들여다보고 내보이자, 공유하고 공감하자 <감정 시대> [서평] 요즘 어떠냐고 묻는 말에 '괜찮아' 정도의 긍정적 답변을 하기도 듣기도 매우 어렵다. 난 대체로 '불안하다'라고 말하는 편인데, 가족끼리 종종 진지한 자리를 가지는 자리에서도 그런 대답을 자주한다. 문제는, 무엇이 그리 불안한지 정확히 말할 수 없는 데 있다. 그저 불안전한 현재와 불투명한 미래가 불안할 뿐이다. 그렇다면, 현재와 미래가 왜 불안할까. 비단 나뿐만 그런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끼는 걸까. '불안'말고 다른 느낌이나 감정은? 역시 부정적일까, 혹은 긍정적일까. EBS 다큐프라임에서 '감정시대'라는 주제로 지금 한국 사회를 떠도는 가장 지배적인 감정이 무엇인지 찾아보았고, (윌북)라는 책으로도 나왔다. 대략 6개로 압축할 수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부정적인 감정이다. 미래에 대한 .. 더보기
고은의 시를 끝없이 다시 보게 만드는 자리 <고은 깊은 곳> * 고은 시인의 성추행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이 글을 지우지 않고 계속 놔두겠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가치가 있길 바랍니다. 물론, 요청이 있을 시 바로 삭제토록 하겠습니다. [편집자가 독자에게] 편집자 일을 하면서 가장 기분 좋을 때가 언제인지 아시는지요. 내가 만든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수많은 독자들께 읽히는 걸 볼 때, 더 자세히는 길거리에서 내가 만든 책을 누군가가 읽으며 지나가는 걸 볼 때. 저한테는 아직 이 두 상황이 찾아오지 않은 것 같아요. 앞으로 그런 날이 올까요? 그러면, 편집자로서 가장 설레는 건 무엇일까요. 위대한 작가의 원고를 책이 나오기 전에 받아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그 원고를 책으로 만들어 간다는 것. 저는 이 상황..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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