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브링 허 백>

시각 장애를 가진 소녀 파이퍼와 문제아 출신 소년 앤디는 이복 남매다. 서로 친해 보이는 그들은 어느 날 아빠를 잃고 흩어질 위기에 처하나 앤디의 간청으로 한 위탁 가정으로 향한다. 그렇게 3개월 동안, 앤디가 성년이 될 때까지 지낼 로라의 집에 도착한다. 중년 여성 로라, 그리고 섬뜩해 보이는 아이 올리버가 있었다.
로라에겐 딸 하나가 있었는데 익사해 죽었다고 하고 올리버는 실어증을 앓고 있다고 했다. 그들은 함께 파이퍼, 앤디의 아버지 장례식에 갔는데 앤디는 아버지를 극렬히 피하는 모습이다. 그전부터도 그랬지만 그 후부터 로라는 앤디를 못 살게 군다. 정확히는 파이퍼와 앤디 사이를 떼어 놓으려 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 조금씩 로라를 따르는 파이퍼와 다르게 앤디는 조금씩 실체에 다가가고 있었다. 로라는 도대체 왜 그런 이상한 행동을 하는지. 올리버는 또 왜 그런 이상한 행동을 하는지. 하지만 정확한 실체를 알아내는 건 요원하다. 초자연적인 무엇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과연 남매는 무사히 3개월을 보낼 수 있을까?
섬뜩, 불편, 불쾌한 공포 영화
호주의 90년대생 대형 유튜버 필리푸 쌍둥이 형제는 2023년 혜성같이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한다. 미국 독립영화계의 메이저 A24가 배급한 공포 영화 <톡 투 미>는 흥행 대성공은 물론 좋은 평가를 받으며 필리푸 형제를 단숨에 기대주로 올려놓았다. 빠르게 다음 작품이 제작되었고 이번에도 A24가 배급했다.
필리푸 형제의 두 번째 작품 <브링 허 백>은 분위기 하나만으로 소위 '먹고 들어간다'. 올리버도 올리버지만 로라가 은근슬쩍 앤디를 무시하고 파이퍼를 챙기다가 갈라 치기의 수위를 점점 높여가는 과정이 매우 섬뜩하다. 불편하고 불쾌한 것도 모자라 불행하기까지 한 것 같다.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다는 게 이런 걸까.
작품은 크게 두 개의 얼개로 이뤄진다. 우선 로라의 이야기다. 그녀는 올리버가 괴로워할 때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스너프 필름을 돌려 보곤 따라 하는데, 주술 의식으로 악령을 잠재우는 것 같다. 그렇다면 올리버는 악령에 씌운 것인가? 악령의 정체는 누구일까? 로라는 왜 그런 일을 저지르는 걸까? 둘의 관계는?
또 다른 하나는 앤디의 이야기다. 그는 이복 남매 파이퍼를 극진히 생각하고 또 보살핀다. 그런 한편 왠지 모를 앙심도 품고 있다. 아버지한테서 당한 모종의 차별 어린 폭력 때문인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는 파이퍼는 아무 잘못이 없지만 파이퍼라는 존재 자체가 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겠다.
공포 영화의 외피를 쓴 가족 영화
파이퍼의 존재 자체는 로라에게도 중요하다. 그러니 앤디와 어떻게든 떼어놓고 무슨 짓인가를 행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예측해 보건대 죽은 딸과 올리버에 관한 것일 테다. 특히 파이퍼는 앞이 보이지 않으니 휘두르고 조종하고 통제하기 더욱 쉬울 것이다. 뭔가 잘 되지 않는 것 같은 올리버 대신 파이퍼에게 주술적인 의식을 행하려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가족 영화다. 공포 영화의 외피를 씌웠으나 실상 가족 이야기다. 부모 없는 이복남매지만 친남매보다도 더 가까운 듯한 앤디와 파이퍼, 그리고 앤디와 아버지와의 관계가 얽히고설켰다. 한편 로라에겐 딸이 있었는데 익사하고 말았다. 올리버와 함께 살고 있으나 전혀 아들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가족의 죽음으로 만난 그들, 앤디로선 아버지의 죽음이 크게 와닿을 것 같진 않은데 죽은 아버지가 꿈으로도 나오고 환영으로도 나온다. 그 자신도 모르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로라는 외견상 잘 지내고 있다. 누가 봐도 별 문제가 없다. 딸의 죽음에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말한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슬픔이 도사리고 있다.
상실의 슬픔은 그 무엇과도 비견할 수 없다. 다시 돌이킬 수 없으니 다신 볼 수 없다. 한 번이라도 보고 싶은데 말이다. 그 마음이 극단으로 흐르면 해선 안 될 짓을 할 수도 있을 테다. 제목 <브링 허 백>처럼 다시 되돌려 놓으려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누가 어떻게 그 슬픔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인가, 또는 내보낼 수 있을 것인가. 슬퍼서 슬프고 슬프니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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