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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

그녀가 진짜로 원하는 건 뭘까 그녀가 원하는 건 뭘까. 참으로 오랫동안 고심해왔다. 고심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다. 흔적의 하나가 변하고자 노력한 거다. 그녀의 바람에 맞게, 우리의 미래를 위해. 그런데 노력을 어필하려 할 때마다 그녀가 하는 말이 있었다. "변하려고 노력하지마. 오빠의 본 모습도 사랑해야 진짜 사랑이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난 그러려고 하니까. 그녀의 어떤 모습이든 다 사랑스러우니까. 물론 바꼈으면 하는 모습도 있지만, 바뀌면 더 이상 그녀는 내가 아는 그녀가 아니다. 내가 택한 그녀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어김없이 또 다툼이 생기면 다른 말을 한다. "너무 노력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 아냐? 내가 변하지 말랬다고 노력하지 말라는 건 아니잖아. 우리를 위해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 흠... 그녀가 원하는 .. 더보기
그녀와의 설레는 첫 데이트! 그러나... 우린 데이트를 했다. 전형적인 코스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당시 한창 빠져서 매일같이 먹은 음식이 있었는데, '미시엔'이었다. 쌀로 만든 국수인데 조금 통통했다. 그렇다고 우동같은 느낌은 아니었고, 여하튼 굉장히 맛있었다! 당시 우린 중국어를 잘 못했었기에, 대충 시킬 수밖에 없었다. 기억으로는 10위안(1,800원 정도) 짜리였던 것 같은데, 그걸 시켜서 둘이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내가 보기엔 상당히 많은 양이었기 때문에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그녀는 딱 보기에도 잘 먹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는 양에서 심히 불만을 느꼈단다! 너무 적다는 것이었다. 10위안 짜리를 두 개 시켜서 먹었어야 했다고 불평했다. 그녀는 다음 날 혼자 가서 10위안 짜리를 시켜먹었댄.. 더보기
우리, 친해지지 않았니? 그 모임으로 난 그녀와 친해졌다고 생각했다. 얼굴도 트고, 말도 트고, 술도 트고. 당연히 친해진 게 아닌가? 다음 날 아침 댓바람부터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그녀의 방으로 직행했다. (운명의 장난이었는지 우린 같은 8층에 있었다. 그 대학 기숙사는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남녀 공용이었다. 같은 방을 쓰는 게 아니라, 같은 건물을 썼다.) 그런데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방에서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지체없이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주 친근하게. "어디 있니? 너네 방에 왔는데, 아무도 없는 것 같아~" 돌아온 문자는 뜻밖이었다. 기대했던 반응이 아니었다. "예? 아, 저 시내 서점에 왔는데요. 그런데... 왜 오셨어요?" 왜 오셨다니? 이 무슨... 우리 어제 친해지지 않았나? 이 반응을 보니.. 더보기
[내가 고른 책] '괴물이 된 대학' 그리고 '거짓말' [내가 고른 책] '괴물이 된 대학' '거짓말' 이번 주 내가 고른 책은시대의창의 (김창인)한겨례출판의 (한은형)은 사회이고, 은 한국 문학입니다. 은 기업화된 대표적 대학이자 그 선봉에 서 있는 중앙대학교를 자퇴한 학생이 저자이네요. 저자는 2009년 입학해서 6년 동안 중앙대와 두산 그룹을 상대로 구조조정 반대 투쟁을 벌였다고 합니다. 그러곤 그 투쟁을 지속하기 위해 자퇴를 선택했다고 하네요. 일전에 이라는 책을 읽고 서평을 쓴 적도 있는데요. (자본의 논리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그곳에서) 그 책 또한 중앙대와 두산 그룹을 상대로 구조조정 반대 투쟁을 벌였던 중앙대 출신의 저자가 쓴 책이었죠. 문제가 심각하긴 심각한가 봅니다. 중앙대에 두산 그룹이 들어온 게 2008년이니까 8년 째인데, 달라진 게 .. 더보기
우리, 잘 아는 사이죠? 한 학기 동안의 중국 유학. 그곳에서 첫 전체 모임이 있던 날. 그녀도 역시 그 자리에 있었다. 다만 나와는 정반대로 저 멀리 어딘가 있었다. 20명이 넘게 모인 긴 탁자의 끝과 끝. 그건 곧 그녀와 나의 물리적, 정신적, 육체적(?) 거리였다. 그 거리는 단번에 좁혀졌다. 그 많은 아이들 중에서 내가 가장 연장자이자 가장 높은 학번이었는데, 여기저기 두루두루 아이들을 보살펴야 한다는 명분 하에 반대편으로 전격 진출한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그녀와 나의 거리는 불과 30cm가 되었다. 그러면 뭐하나. 어리석고, 어색하고, 어리숙한 '3 어'의 소유자인 나인데. 정작 그녀한테는 한 마디 말도 붙이지 못하고 애꿎은 술만 홀짝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다시 반대편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했을.. 더보기
[내가 고른 책] '앵무새 죽이기' 그리고 '그해 여름' [내가 고른 책] '앵무새 죽이기' '그해 여름' 이번 주 내가 고른 책은 열린책들의 (하퍼 리 지음/김욱동 옮김)이숲의 (마리코 타마키 글/질리안 타마키 그림/심혜경 옮김)는 소설, 은 만화네요. 는 일찍이 1999년에 한겨레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큰 사랑을 받았죠. 2010년에는 문예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는데요. 이번 2015년에 열린책들에서 다시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미국에서 자그마치 55년 전인 1960년에 출간되어 역사적인 사랑을 받았고 저자인 하퍼 리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올해 55년 만에 하퍼 리의 두 번째 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이라는 소설로, 의 프리퀄로 알려지면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더군요. 부끄럽지만 개인적으로 를 아직 보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읽어.. 더보기
이런 걸 '운명'이라고 하나? 제가 넘겨드릴까요? 아니요, 괜찮아요^^ 내가 그녀와 처음 말을 나눈 순간이었다. 대학 강의 시간이었는데, 그녀의 발표 후 바로 내가 발표를 하였다. 그녀가 내 발표 PPT를 넘겨주겠다는 제안이었는데, 내가 거절했다. 왜 그랬는지 기억이 나진 않는다. 그렇게 1년 반 동안의 '지켜봄'이 시작되었다. 이런 걸 운명이라고 하나? 그녀와 난 같은 과였는데, 1년 반 동안 즉 3학기 동안 같은 수업을 5개나 들었던 것이다. 매학기마다 1~2개의 강의를 같이 듣게 되었다. 서로 대화를 나눈 적도 없는, 당연히 친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같은 수업을 선택했을까? 더욱이 필수로 들어야 하는 수업이 아닌 것도 있었다. 처음 봤을 때 반했는지, 매학기마다 같은 수업을 들으니 점점 호감이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녀에게 .. 더보기
[내가 고른 책] 'DP-개의 날' 그리고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 [내가 고른 책] 'DP-개의 날'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 이번 주 내가 고른 책은 씨네21북스의 (김보통 지음)창비의 (박태균 지음)은 만화이고, 는 한국사네요. 은 육군 헌병대 군무이탈체포조 DP 이야기를 다루는 만화입니다. 저자가 군대에 있을 때 DP였다고 하네요. 그래서 인지 아무도 모를 만한 소재를 굉장히 현실감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상당히 수준 높은 만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탈영을 하는 이유가 참 많겠지요. 군 내 가혹행위가 제일의 이유라고 할 수 있겠네요. 대부분의 탈영병들이 우발적으로 탈영을 한다고 해요. 저도 군대 있을 때 옆 사단 무장 탈영병 때문에 고생한 기억도 있고... 그 밖에도 관련해서 수없이 많은 이슈들이 있었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는 객관적이지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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