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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그대 그리고 나

우리, 잘 아는 사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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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 동안의 중국 유학. 그곳에서 첫 전체 모임이 있던 날. 그녀도 역시 그 자리에 있었다. 다만 나와는 정반대로 저 멀리 어딘가 있었다. 20명이 넘게 모인 긴 탁자의 끝과 끝. 그건 곧 그녀와 나의 물리적, 정신적, 육체적(?) 거리였다. 


그 거리는 단번에 좁혀졌다. 그 많은 아이들 중에서 내가 가장 연장자이자 가장 높은 학번이었는데, 여기저기 두루두루 아이들을 보살펴야 한다는 명분 하에 반대편으로 전격 진출한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그녀와 나의 거리는 불과 30cm가 되었다. 


그러면 뭐하나. 어리석고, 어색하고, 어리숙한 '3 어'의 소유자인 나인데. 정작 그녀한테는 한 마디 말도 붙이지 못하고 애꿎은 술만 홀짝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다시 반대편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했을 때였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우리 잘 아는 사이죠? 한잔 받으세요!

어? 어... 어, 그래. 잘 알지 하하하. 한잔 하자!

선배님, 잔 다 비우고 받으셔야죠^^ 

어, 어, 그래, 그렇지. 뭘 좀 아네 하하하. 


지금이야 '그녀'라고 하지만, 당시에는 제일 어린 까마득한 후배 녀석이 감히 최연장자한테 무슨 말버릇이! 라는 생각을 조금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바로 그런 모습이었다. 내가 평소에 그리던 이상형이. 당돌하고 톡톡 튀는 매력을 원했다. 


한편으론 지난 1년 반 동안 지켜보기만 했던 그녀였는데, 이리도 쉽게 가까워진 듯하다니. 인생 참 어떻게 될 지 모른다. 어리둥절, 어절씨구, 어화둥둥! 더욱이 '우리 잘 아는 사이죠?' 라니. 그렇다는 건 지난 1년 반 동안 매 학기 같은 강의를 1~2개 씩 들었던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게 아닌가? 그녀도 날 알고 있었다... 지난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날 나는 기분이 너무 좋아서 큰형님으로 100위안(우리나라 돈으로 18,000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곳에서는 체감 상 최소 5배는 더 나갈 듯한 상당한 금액이다.)을 더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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