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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괜찮은 영화, 이정도면 충분하지 아니한가 <베이비 드라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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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베이비 드라이버>


완벽한 운전 실력과 비례하는 완벽한 음악 선곡 실력의 베이비. 흥이 난다. ⓒ소니픽쳐스코리아



완벽한 운전실력 하나로 거대 범죄 프로젝트 집단의 일원으로 활약하는 '베이비'(안셀 엘고트 분). 그는 범죄 행위에 직접적으로 가담은 하지 않고 오로지 차로 탈출하는 데 도움을 줄 뿐이다. 소싯적에 범죄 프로젝트 기획자 '박사'(케빈 스페이시 분)에게 진 빛을 다 갚을 때까진 계속 이어나가야 하지만, 그래도 그는 범죄에 가담하지 않는다. 


한편 베이비에게 절대적인 게 하나 있다. 본격적으로 탈출을 시도하기 전 그에 맞게 아이팟으로 음악을 시전하는 것. 그리고 가지각색의 아이팟을 기분에 따라 바꾸는 것. 선글라스는 기본으로 따라오는 소품이다. 하루종일 음악을 듣고 있는 것 같은데, 어릴 때 당한 사고로 이명증을 앓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런 그에게 일생일대의 여자 '데보라'(릴리 제임스 분)가 나타난다. 살아생전 엄마가 일했던 가게를 자주 찾는 베이비인데, 그곳에 새로 들어온 종업원이다. 어쩔 수 없이 듣게 되어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음악과 더불어, 운명의 여신이 점 찍어준 인연이 될 것임에 분명한 데보라가 그의 모든 것이 될 것이었다. 


음악과 액션, 그리고 캐스팅


베이비에 의한 음악, 그리고 영화의 주를 이루는 액션, 화룡정점을 찍는 캐스팅. ⓒ소니픽쳐스코리아



<베이비 드라이버>는 음악과 액션의 리듬이 완벽한 합을 이룬 초반 압도적인 아우라가 영화 전체를 지탱한다. 범상치 않은 패션과 분위기의 강도 세 명이 은행을 털고 베이비는 그저 기다리며 음악을 듣고 리듬을 탈 뿐이다. 그리고 시작되는 대탈출 드라이브, 생각은 소멸되고 장면과 음악만 남는다. 그것이 이 영화의 운명인가.


영화는 얼핏 주옥같은 음악들 빼곤 할 말도 할 생각도 별로 없어 보인다. 익히 알려진 감독의 4년 간 플레이리스트 선곡 작업으로, 영화 내적 외적 상황을 씨줄과 날줄로 하여 치밀하게 직조한 음악들의 나열과 배열은 전무후무, 최소한 영화사에 남을 것만은 분명하다. 그 유명한 <라라랜드>가 많이 거론되는 이유이다. 


여기에 액션이 추가되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그것도 급이 다른 선곡된 음악들과 함께 하는 액션. 급이 확 올라가는 것이다. 오로지 자동차로만 액션이 이루어질 것 같은 느낌의 오프닝씬을 뒤로 하고, 오밀조밀하면서 은근한 날 것의 액션도 뒤따른다. 유머와 드라마는 덤이지만 나쁘지 않은 수준. 자동차 액션으로만 보면 <분노의 질주> 수준은 아닌 듯하다. 


정말 화끈한 건 캐스팅이다. 케빈 스페이시와 제이미 폭스라는 당대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이 믿음을 심어주고, 어린 배우들과 베테랑 배우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형세다. 사실 요즘 왠만한 영화에 이만한 캐스팅이 아닌 경우가 어디 있겠느냐만, 이건 대놓고 킬링타임용 오락영화가 아닌가. 물론 시간만 죽이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도 죽이지만. 


베이비를 들여다보자


이 영화를 더 즐기려면, 베이비를 좀더 들여다보아야 한다. ⓒ소니픽쳐스코리아



이쯤에서 주인공 '베이비'에 대해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에겐 사연도 있거니와 사연이 생길 예정이고, 영화의 주요 분곡점에 그가 지대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몇몇 주조연의 베이비와 관련된 행동변화 또한 이 영화에서 은근히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베이비는 어릴 때 눈앞에서 엄마아빠가 처참하게 죽는 사고를 당한다. 그것도 서로 악다구니 쓰며 싸우다가 말이다. 사고 당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었던 그는 그 사고로 귀가 울리는 이명증을 앓게 된다. 그는 어째서 운전을 하게 되었고 왜 그리 운전을 잘하게 되었는가는 이 부분에 연유가 있지 않은가 싶다. 그가 항상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이유도. 


트라우마가 생겼을 법한대 오히려 그 반대인 건 그때 그 사건을 잊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그가 끊임없이 선곡된 음악을 들으며 귀에 울리는 소리를 지워버리고자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에게 운전과 음악은 한몸인 거다. 이는 다분히 감독의 의도가 투영된 결과라고 해도 무방하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보한 에드가 라이트 감독.


십수 년 전에 <새벽의 황당한 저주>로 데뷔해 10년 전 <뜨거운 녀석들> 정도의 기억나는 작품을 남기고 서서히 잊히고 있던 에드가 라이트는 그야말로 베이비로 현신한듯 자신의 모든 것, 자신의 스타일을 완전히, 완벽히 보여주었다. 베이비를 들여다보면 에드가 라이트가 보인다. 


이유 있는 액션, 괜찮은 영화


액션 그 자체로는 크게 튀는 맛이 없다. 하지만 액션까지의 과정을 보면, 충분히 그 자체로 튄다. ⓒ소니픽쳐스코리아



여기에 베이비가 트러블메이커 뱃츠(제이미 폭스 분)에게 행하는 일격, 베이비와 뭔가가 맞는 것 같았지만 연인을 잃자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드는 버디(존햄 분)와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았지만 베이비의 진정한 사랑에의 열의를 보고 한순간 희생모드로 돌변하는 박사의 급격한 변화는 전부 액션을 위한 액션이 아닌 마음을 위한 액션이다. 즉, 이유 있는 액션이랄까. 


이유 없는 액션만큼 허무한 게 없지만, 또 그만큼 시간을 훌륭히 죽이는 거리도 없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그런 액션을 찾고 즐기며, 그에 맞게 그 어느 때보다도 감독과 제작자들은 그런 액션을 잘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와중에, 나름 출중한 액션을 선보이는 와중에 이유까지 따지는 것이다. 


아무리 이 영화의 내용이 내용이랄 것까지도 없다 하지만, 초반을 제외하곤 크게 기억에 남는 액션이 없는 것 같지만, 에드가 라이트의 스타일이 뒤로 갈수록 부담스러워지는 것 같지만, 그밖에 거의 모든 것들에 이만큼 신경을 쓰고 이만큼 완벽하리만치 이룩해내고 있으니 어찌 를 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괜찮은 영화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엄청난 호평을 받고 있는 만큼 엄청난 기대를 안은 채 영화를 봤을 때 격게될 실망 아닌 실망의 두서없는 강약에는 책임지기 싫다. 호불호가 갈릴 것 같진 않고 대체적으로 호평 속에 'not bad' 이상의 수준이 예상되는데, 'good' 'very good' 이상은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치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