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닥터 스트레인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3'의 두 번째 타자로, '멀티 버스'의 시작을 알린 <닥터 스트레인지>가 개봉했다. 엄청난 기대감을 오롯이 받을 텐데, 그에 부응할까?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몇 년 전에 이미 개봉일이 잡혀 체계적으로 사전 마케팅을 해오며 기대감을 한층 부풀어 올렸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가 대망의 막을 올렸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포문을 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 3'의 두 번째 타자로, 2016년 마지막 영화이기도 하다. MCU의 14번째 영화이기도 한 바, 현재 22번째까지 예정되어 있는 MCU의 주요 연결고리이자 새로운 세계관의 시작이기도 하다. 즉, '멀티 버스'의 시작이다.
어벤져스와는 다른 차원의 적에 대항하는 이들이 주를 이룬다. 그들은 현실에서 온 '마법사'다. 그렇다는 건 누구나 마법을 배울 수 있다는 말이 되는데, 영화는 거기까지 제대로 설명해줄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대신, 아이들이라면 정녕 넋을 놓고 황홀하게 바라볼 장면들을 선사한다. 이 영화의 키포인트이자 사실상 전부가 바로 그 장면들이다. 더불어 그와 맥을 같이 하는 여러 비쥬얼 쇼크들이다.
전형적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
이 영화는 '전형적'이다. 전형적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이다. 결과가 보여주는 바, 여기에서의 '전형적'이라는 말은 좋은 의미로 비춰질 수 있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는 항상 세계관과 속편과 (시리즈) 후속편을 염두에 두는 MCU 영화답게 진행된다. 또한 새로운 캐릭터와 세계관의 시작을 알려야 하는 영화이다 보니, 이야기의 본격적인 시작이 상당히 늦다. 모든 걸 다 보여주려 하지 않고, 군데군데 그리고 마지막까지 여지를 남긴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MCU 영화다. MCU 영화라는 단어가 생긴 것과 더불어 어느새 '전형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줄 수 있는 위치가 된 것이다. 이 수식어가 시리즈 자체에 악영향이 아니라 선영향을 끼칠 것 같다.
천재 신경외과의 스티븐 스트레인지, 언제나 유머러스하고 쿨하다. 가히 그 천재적인 솜씨로 다 죽어가는 환자를 살려내지만, 동료 의사를 거의 묻어버리다시피 하는 데도 일가견이 있다. 실력으로 똘똘뭉친 오만방자함 그 자체인 것이다. 비오는 어느 날, 여지 없이 비싼 것들을 걸치고는 비싼 차를 끌고 미친 듯한 속도로 길을 떠난다. 당연한듯 사고를 당해 하필 두 손만 쓸 수 없는 지경이 되는 스트레인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그는 온갖 방법으로 손을 고치려 한다.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수술을 해보기도 하고, 엄청난 노력으로 물리치료를 해보기도 한다. 다 부질 없다. 그 와중에 찾아낸 어느 환자의 기록. 그 환자는 예전 절대 가망없을 거라 판단하고 수술을 거부했던 환자였다. 지금 그는 살아있는 건 당연하고 걸어다닐 수도 운동을 할 수도 있는 상태였다. 스트레인지는 그를 찾아가 비법을 묻는다. 그가 가르쳐준 건, 네팔의 카마르-타지였다. 스트레인지는 당장 그곳으로 떠난다. 그의 앞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별 것 없는 스토리, 말할 게 없는 연기, 공감할 만한 유머
마블의 히어로 영화가 갖는 여러 요소를 갖추었다. 정작 들여다보면 별 게 없는 이야기, 캐릭터가 워낙 강해 연기랄 게 없는 하고, 중심에 선 인물의 유머는 빛을 발한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스토리는 더 이상 알려드릴 게 없다. 스트레인지는 그렇게 '단시간'에 엄청난 능력을, 마블 히어로 최강의 능력을 소유하게 되었고 역시 마블 히어로 최강 최악의 빌런을 그만의 방식으로 물리친다. 그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가진 아가모토의 눈을 조종할 수 있게 된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절정이다.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 지구를 지키는 소서러 슈프림인 '에이션트 원'을 배신하고 떠나 다크 디멘션의 힘을 업고 그들을 치려는 케실리우스의 주장이다. 그는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적이기 때문에, 영원한 시간을 약속하는 다크 디멘션이야말로 우리들이 따라야할 진정한 '선'이라고 말한다. 그 앞에서 한낫 지구를 지키고자 하는 그들은 맥이 풀릴 수 있다. 이처럼 영화는 철학적인 이야기를 어렴풋이 내비치려 하지만, 거기서 끝나고 만다. 스트레인지는 그에 반대하고, 영화는 다시 비쥬얼 쇼크를 준비한다.
연기도 뭐라 말할 게 없다. 캐릭터에 배우들이 완벽하게 이입했다는 정도라고 말할 수 있겠다. 배우들의 면면이 화려함 그 이상인데, 수없이 많은 상을 타며 압도적인 연기력을 입증한 배우들이 출연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찌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연기' 경력에서만큼은 흠으로 남을 수 있는 배역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무리 없이 오로지 캐릭터에 맞춰져야 하는, 연기력이 출중한 이들에겐 힘들 수 있는 역할을 하나 같이 잘 해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 레이철 맥아담스, 틸다 스윈튼, 매즈 미켈슨, 치웨텔 에지오포가 그들이다.
반면 베네딕트 컴배비치만이 할 수 있는 유머는 영화의 격을 높이는 데 크게 한몫했다. 비록 <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생각나게 하는데, 한층 더 대중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공감할 만한 유머라는 말이다. 스트레인지 역할에 베네딕트 컴배비치보다 적절한 배우가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오직 비쥬얼 쇼크, 그리고 적재적소의 묘미
전에 없는 비쥬얼 쇼크를 선보인다. 가히 충격적이다. 하지만 그 여파가 오래가진 않는다. 이제까지 봐왔던 여러 영화들에서 봐왔기에. 다만,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묘미를 선보였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비쥬얼을 말하지 않을 수 없고, 중요하게 다루지 않을 수 없다. 그것밖에 남는 게 없고, 그것이 단연 압권이다. 사정없이 뒤틀리는 시공간을 보여주며 영화를 시작하는데, <인셉션>이 생각나지 않는 사람이 없을 듯하다. 물론 훨씬 정교해지고 스케일이 커졌다. 이런 류의 시공간의 뒤틀림은 영화의 액션 장면에 도맡아 출현한다.
스트레인지가 손을 치료하기 위해 네팔로 찾아가 에이션트 원에게 수련을 받는 장면은 단연 <매트릭스>를 생각나게 한다. 물론 액션 영화에서 동서양의 만남이 종종 있어 왔지만, 분위기가 분위기인 만큼 <닥터 스트레인지>와 <매트릭스>만큼은 따로 생각하기 힘들 것 같다.
그뿐인가? 오만방자한 스트레인지에게 에이션트 원이 세계의 진면목을 알려주기 위해 '세상 구경'을 시켜주는 장면은 <인터스텔라>가, 영화의 숨은 조연 '리비테이션 망토'는 <해리포터>가 연상된다. 이처럼 대놓고 따라하는 영화는, 패러디 영화를 제외하곤 본 기억이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그것들이 불편하게 다가오지 않았던 건 '재미' 덕분이다. 여기저기에서 가져온 것들을 '덕지덕지' 붙여 놓은 느낌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배치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다른 게 아니라 바로 그게 재미의 요소인 것이다. 이는 MCU 영화가 추구하며 보여주는 퍼즐 맞추기 느낌과 궤를 같이한다. 찾아보는 재미와 함께, 얼마나 더 멋지고 화려하게 재탄생시켜 구현해냈는지 구경하는 재미를 보장한다. 비쥬얼의 신세계나 신기원을 열어젖히진 못했을지라도, 그동안 봐왔던 비쥬얼의 집대성, 그리고 한층 발전한 비쥬얼 쇼크나 향연을 질릴 만큼 보여주기에 그 자체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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