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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여운 콤비인가! <고양이와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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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고양이와 할아버지>


10살 고양이 타마와 75세 할아버지 다이키치의 사랑스럽고 귀여운 일일. 더이상 주인과 애완동물이 아니다. 반려자이자 동반자이다. <고양이와 할아버지> 표지. ⓒ미우



장기간의 경기 침체로 모든 것들이 하향세에 있다. 뿐만이랴. 제로에 수렴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 직접적인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청년들이 그러한데 취업, 연애, 결혼, 집, 출산 등이 그렇다. 반대급부로 1인(2인) 가구의 증가는 엄청나다.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도 1인 가구의 증가를 부추긴다. 


그들에게 반려동물은 특별한가보다. 또 다른 가족이라 할 만한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며 친밀감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텐데, 예전처럼 단순히 애완의 개념이었다면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외로움과 고독감을 해소하기 위함이 아니라, 함께 인생을 설계하고 살아가는 의미이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콤비의 일일


10살 고양이 타마와 75세 할아버지 다이키치의 일일을 선사하는 만화 <고양이와 할아버지>, 그 둘은 더 이상 주인과 애완동물 사이가 아니다. 서로가 서로의 반려자이자 동반자이다. 1000만 명에 육박하는 반려동물 인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자 원하는 이상향이 아닐까 싶다. 누구든 이 사랑스럽고 귀여운 콤비를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거다. 


다이키치 할아버지는 2년 전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10년 전 집 마루 아래에서 주운 고양이 타마와 함께 살아간다. 평소 무뚝뚝하기 그지 없는 다이키치, 함께 살자는 아들의 부탁을 가차 없이 거절하는 꼬장꼬장한 성격의 그는 귀엽고 시크한한 타마한테는 꼼짝 못한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할아버지를 잘 부탁한다'는 비밀약속을 지키고자 최선을 다하는 타마, 심심하고 불쌍한 다이키치를 위해 자주 놀아준다. 


만화는 고양이만의 특징을 아주 잘 잡아내 웃음을 선사한다. 주인을 하인이라고도 생각하고, 주인이 아니라 자기가 놀아주고 챙겨주는 거라고 생각하며, 자기가 고양이가 아니라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물의 본능을 억제하지는 못하는 바, 고양이로서의 본능에 충실하다. 


가만히 있어도 귀엽기 짝이 없는 고양이들의 매력이 바로 거기에 있는데, 만화가 그 점을 아주 잘 포착한다. 굳이 과하게 표현할 필요도 없이, 있는 그대로. 아이구, 귀엽다. 힐링? 고양이만 보고 있어도 된다. 이 만화의 고양이는 실제 그대로다. 


인간과 동물, 반려자이자 동반자


인간은 결코 반려동물을 대신할 수는 없을 거다. 자연스럽게 반려동물도 인간을 대신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하기 쉽다. 말을 할 수도 없고 경제 활동을 할 수도 없고 하다 못해 알아서 밥을 챙겨먹을 수도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오히려 인간을 대신해 반려동물이 할 수 있는 게 많다. 


<고양이와 할아버지>가 보여주는 일상이 대변한다. 뭐가 다른가 싶다. 타마가 어렸을 땐 부부의 자식과 다름 없었고, 타마가 컸을 땐 혼자가 된 타마의 친구와 다름 없다. 혼자가 된 그에게 타마가 없다고 생각하면, 오래지 않아 할머니를 따라간다고 해도 이상한 게 없다. 고독에 몸부림치며 외로움을 달래지 못할 것 같다. 고양이 한 마리로 완전히 다른 삶이 꾸려지는 것이다. 


잔잔하고 평화로운 마을에서 여생을 즐기는 그들에게 뜻밖의 일이 닥칠 뻔한다. 언제 무슨 일이 닥쳐도 크게 이상할 것 없는 나이, 다이키치는 언젠가 가슴에 찌를 듯한 통증을 느끼곤 쓰러진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혼자 있게 될 타마이다. 오랫동안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을 것만 같은 생각에, 자신이 고독사 하면 타마도 갇혀 있다가 죽게 되지 않을까. 다행히 큰 일은 없었지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 


반려동물이 많은 사랑을 받고 또 반려동물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지는 건 좋은 현상이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1인 가구의 증가가 있다. 그 이면의 이면에는 강제로 잔잔해지는 경제가 있고. 건드리긴 싫지만 건드릴 수밖에 없게 되는 부분이다. 그 부분은 반려동물이 어떻게 해줄 수 없지 않은가. 씁쓸하다. 


귀여움, 따뜻함, 잔잔함의 조화


만화가 다른 콘텐츠보다 유리한 점은 단연 그림에 있다. 그림이 마음에 들면 글이든 캐릭터든 스토리든 무슨 상관이랴. 이 만화는 수체화풍의 그림체가 일품인데, 분위기를 잘 살릴 뿐더러 고양이라는 캐릭터가 가지는 귀여움을 극대화 했다. 꼬장꼬장한 할아버지조차 귀여우니 무슨 할 말이 더 있으랴. 


만약 고양이의 귀여움을 다른 식으로 극대화하려 했다면, 이렇게 고즈넉한 곳에서의 한가하기 짝이 없는 일상을 이렇게 따뜻하게 표현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자칫 무의미하고 건조하게 보일 수 있었다. 본래 만화가의 그림체가 그랬을 텐데, 고양이 만화에 최적화된 듯하다. 


거기에 일본 특유의, 일본 콘텐츠만이 제공할 수 있는 잔잔한 일상의 힘이 한 몫 했다. 화려하지 않고 복잡하지 않아도 많은 걸 줄 수 있고 많은 걸 느낄 수 있다. 이 만화에서 그 깊은 내공을 엿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만화를 보는 눈의 확장을 체험할 수 있었다. 참으로 귀중한 체험이다. 조만간 2권으로 다시 찾아온다는데, 어떤 귀여움과 따뜻함으로 힐링을 선사할지 기대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만큼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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