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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거의 모든 면에 연관되어 있는 미생물 <내 몸속의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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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내 몸속의 우주>


<내 몸속의 우주> 표지 ⓒ문학동네



먼지에도 우주가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인간에도 우주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우주'는 universe 자체가 아닌 그 광활함과 복잡함이라고 하겠다. 우주의 시선에서 보자면 인간은 먼지만도 못한 존재겠지만, 그 먼지만도 못한 존재 안에 우주만큼의 세계가 펼쳐져 있는 것이다. 그게 과연 어느 정도일지? 우리는 약 10조 개의 인간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보다 10배 더 많은 무엇이 우리 몸에 있다고 하면 믿겠는가? 그게 무엇일까? 다름 아닌 '미생물'이다. 우리 몸속과 피부에 사는 미생물은 세포 수로 약 100조 개에 이른다고 한다. 종류는 200~2000만 여종, 무게를 다 합치면 1.3킬로그램. 언뜻 이해가 안 되지만, 우리 내부에는 명백히 미생물 공동체들이 존재한다. 우리 각자는 하나의 생태계, 하나의 세계, 나아가 하나의 우주인 것이다. 


우리 삶의 거의 모든 면에 연관되어 있는 미생물


몸속 미생물에 대한 연구는 오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이해는 매순간 일취월장하고 있다는데, 그 이유는 비만, 관절염, 자폐증, 우울증 등 수많은 질병과 우리 몸속 미생물 사이의 관련성이 높다는 게 속속 밝혀지고 있고 밝혀졌기 때문이다. 즉, 미생물이 우리 삶의 거의 모든 면에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Ted 강연을 책으로 옮긴 <우리 몸속의 우주>(문학동네)는 재밌고 알기 쉽게 현재 몸속 미생물 연구의 대략을 알려준다. 


이 책을 보고 제일 와 닿았던 건,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이 따로 있고 시골에서 자란 아이가 더 튼튼하다는 것이다. 모기는 어떤 사람의 냄새를 다른 사람보다 더 좋아하는데 이게 미생물 때문이라고 한다. 그럼 온몸에 항생제를 바르면 모기의 공격을 피할 수 있을까? 정답은 Yes. 미생물을 없애면 냄새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모기와 파리를 더러움의 상징으로 알고 있어서, 모기가 많이 물리는 사람은 땀을 많이 흘리고 잘 씻지 않아 더러운 사람으로 인식되기 일쑤이다. 하지만 그건 바로 미생물로 인한 냄새 때문이었다. 땀을 많이 흘린다고, 잘 씻지 않는다고 피부 위의 미생물이 완전히 바뀌진 않는다. 


모기와 미생물의 관계가 몰랐던 지식을 알게 됨으로서 얻는 소소한 기쁨으로 수렴되는 반면, 시골에서 자란 아이가 더 튼튼하다는 사실은 훨씬 더 중요한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는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꼭 손발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배웠고 그것이 습관화 되었다. 좋은 습관이다. 다만, 그 습관이 단지 습관이 아니고 역으로 올라가 밖이라면 더럽고 좋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 걸린다. 밖에는 수많은 것들이 있고 그것들에는 수많은 안 좋은 것들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린 더 깨끗한 것만 찾게 된다. 그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인 양. 


하지만 책에서는 오히려 반대되는 이야기를 한다. 지나치게 깨끗한 생활 방식 때문에 다양한 미생물을 접할 기회가 차단되고, 그것이 오히려 면역질환을 일으키는 데 안 좋은 역할을 하게 될 거라는 말이다. 반대로 흙을 만지고 논다거나 건강한 사람 또는 동물과 접촉하며 유익하고 다양한 미생물을 접한다면 좋은 예방의학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일부러 악질적인 미생물과 접촉하는 위험한 훈련(?)을 하진 마시라. 


항생제는 독이다?


이 책은 또한 이와는 조금 다른 차원의 이야기도 한다. 조금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장인데, '항생제'에 대한 이야기다. 항생제는 미생물에 의해 만들어진 물질로 다른 미생물의 성장이나 생명을 막는 물질이다. 그래서인지 항생제는 거의 만능통치약처럼 언제 어디서든 두루두루 쓰인다. 그래도 항생제 부작용은 널리 퍼져 있는 편이다. 내성이 생기기 마련인 항생제 사용은, 결국에는 소용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최후의 항생제마저 소용이 없는 '슈퍼 박테리아'가 출현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또한 2050년에는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암이나 당뇨, 테러 등으로 사망하는 사람의 숫자를 능가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무시무시한 발견과 발표다. 


저자는 말한다. 사실 항생제는 독이라고. 다만 인간보다 세균에 더 독성이 강하고 미생물에 필수적인 생명 과정을 표적으로 할 뿐 우리 세포는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냥 위험이 없는 건 아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그러하기에 항생제를 꼭 필요한 경우에만 최소한으로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러면 분명 놀랍기 그지 없는 그 혜택을 온전히 오래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도 미생물임을 자각하고 자연과 조우해야


인간 미생물총 유전자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에 있다. 아는 것이 거의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매일 스스로 미생물총 유전자를 변형하고 있으며, 이러한 일이 무작위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이다. 그건 즉, 우리 몸을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 미생물총 유전자를 제대로 아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알고 난 후에야 연구가 가능하다. 이후 우린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 체중 증가를 막아주는 미생물 공동체를 고안해낼 수 있을까?

- 모기를 물리치는 미생물 공동체를 고안해낼 수 있을까?

- 수많은 질병을 진단할 뿐 아니라 실제로 완치할 수도 있을까?


이렇게 보니, 우리는 더 이상 우리가 아닌 것 같다. 우리 몸속의 미생물 유전자가 우리 자신의 유전자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유전자로 치면, 우린 인간이 아니라 미생물이 셈이다. 그래도 인간임을 견지하고 싶은가? 만물의 영장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은가? 객관적인 지표로는 어림도 없지만, 생태계이자 세계로 존재함으로서, 더불어 살아간다는 생각 아래 견지하고 지켜나가야 하겠다. 그런 한편, 인간을 포함한 이 자연과 이 세계와의 공존도 생각해야 한다. 인간도 어떤 의미에선 미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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