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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진정한 아름다움은 바로 이런 것인가 <바닷마을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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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바닷마을 다이어리>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포스터 ⓒ(주)티캐스트


20세기 일본 최고의 걸작 만화 <바나나 피쉬>. 큰 스케일과, 하드보일드적인 측면, 탄탄한 구성과 스토리, 그리고 완벽한 캐릭터까지. 거장 요시다 아키미의 대표작이다. 필생의 대작은 한 편으로 족할 것을, 그는 21세기에 또 다른 걸작을 들고 왔다. 2006년부터 연재 중인 만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이 작품은 2013 '만화대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1977년에 데뷔해 올해로 40년이 된 요시다 아키미의 그칠 줄 모르는 질주다. 그 질주는 또 다른 거장에 의해 다른 영역으로 옮겨진다. 


또 다른 거장은 다름 아닌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감독이다. 1995년에 데뷔해 20년을 넘긴 그는 누구보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감독으로, 세계가 인정하고 좋아하는 감독이기도 하다. 요시다 아키미의 팬을 자처하는 그는, <바닷마을 다이어리> 원작을 읽는 순간 꼭 영화로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일상의 순간들을 어떻게 그려냈을지. 만화를 보면 영화가, 영화를 보면 만화가 보고 싶어질 것이다. 


네 자매 이야기


'네 자매 이야기'라고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이 영화는, 세 자매로 시작된다. 한 지붕에 세 자매만 살고 있는데, 첫 등장부터 각자 확고한 캐릭터가 보인다. 첫째 사치는 믿음직하고 깐깐하지만 속이 깊고, 둘째 요시노는 사랑에 목 마른 차도녀 스타일이지만 천방지축인 면이 있으며, 셋째 치카는 마냥 좋고 걱정 없이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한 장면 ⓒ(주)티캐스트



이들은 15년 전 자신들과 엄마를 버리고 집을 떠나 다른 살림을 차린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장을 찾는다. 그곳에서 10대 중반의 어린 소녀 스즈를 만난다. 그녀는 나이에 맞지 않게 믿음직스럽지만 어딘지 모르게 수심에 차 있다. 그녀는 다름 아닌 이복동생이었다. 왠지 모르게 스즈에게 마음이 쓰이는 세 자매. 서로 말은 안 해도 알고 있다. 더구나 스즈는 홀로 남아 계모(세 자매와 스즈의 아버지는 3번 결혼했던 것이다.), 이복동생과 같이 살아야 했던 것이다. 헤어지기 직전, 사치는 스즈에게 한 마디를 건넨다. 


"스즈, 우리랑 같이 살래?"

"네."


이렇게 세 자매는 '네 자매'가 되고, 영화는 비로소 온전히 시작된다. 도쿄에서 50km밖에 떨어지지 않았지만, 전혀 다른 세계인 양 독특한 분위기의 바닷마을 카마쿠라에서 말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단연 네 자매가 있고, 그 중에서도 첫째 사치와 넷째 스즈가 주를 이룬다. 속 깊은 사치와 스즈이기에 할 이야기도 숨겨진 이야기도 많을 것 같다. 그렇지만 요시노와 치카가 없으면, 앙꼬 없는 찐빵처럼 허전할 것이다. 그들은 네 자매가 함께 여야 한다. 


완벽하게 전달되는 '일상'


일상을 이야기하고 특별한 순간을 잡아내고 아름답게 풀어나가는 건 언뜻 봐서 쉬울 것 같다. 일단 '일상' 이라는 단어가 주는 당연함과 편안함이 작용할 테고, 그만큼 공감 시키기가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일상이야말로 제일 단순하고 알맹이가 없기 쉽다. 또한 보는 입장에서도 그렇게 생각하기 쉽다. 그래봤자 다 똑같은 이야기인데 뭐가 다르겠는가 하고 말이다. 


일상을 다룰 때 주의해야 할 게 있다. 주입 시키려 하면 안 된다.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 모두가 아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전달 이상의 것을 하려고 하면 안 된다. '이런 일상도 있어. 그냥 한 번 봐봐.'하고 전달만 해주면 되는 것이다. 거기에는 인간이 있어야 한다. 상황이나 사건이 주를 이루는 것보다 사람이 주가 되어야 하고, 만약 상황이나 사건이 주를 이룬다고 하여도 사람이 거기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휴머니티가 있는 일상을 전달해준다면,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아도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한 장면 ⓒ(주)티캐스트



이 영화는 완벽에 가깝다. 네 자매의 일상을 그저 전달해줄 뿐이다. 그런데 거기에 잔잔한 파문이 계속 인다. 어릴 때 아버지가 집을 나가고 그에 따라 어머니 또한 집을 나간 상황, 이복동생을 데려와 같이 살게 된 상황의 기본 배경이 사실 결코 일반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그들의 일상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아름다운 게 아름답다면 당연한 거지만, 그러지 못한 게 맞는 게 아름답다면 너무나 아름답게 보이지 않겠는가? 네 자매의 보이지 않는 아픔이, 보여주지 않는 아픔이 그들을 아름답게 만든다. 오히려 그리도 씩씩하고 밝게, 웃음과 유머가 끊이지 않을 수 있다니. 영화는 이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위해


영화의 배경이 되는 가마쿠라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정경이 한 몫 했음은 당연하다. 중세의 군사·정치 도시로 맹위를 떨치며 '가마쿠라 막부' 시대에 정점을 찍은 가마쿠라는, 에도 시대에 들어서는 한촌으로 전락한 역사가 있다. 이후 다시 관광 도시로 활기를 되찾았고, 지금은 도쿄와 매우 가깝지만 전혀 다른 세계로 유명하다. 단순히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하기 뭣한 것이, 정녕 신비로운 곳이기 때문이다. 고층빌딩도 없고 네온사인도 없다. 동, 북, 서가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남쪽만 만을 향해 트여 있다. 산과 바다의 완벽한 구도를 자랑한다. 참으로 드라마틱한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한 장면 ⓒ(주)티캐스트



이곳에서 촬영을 결심한 감독의 탁월한 심미안은, 이 영화에 완벽히 들어맞았고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을 실감나게 해주었다. 이곳에서 촬영을 하겠다고 결심한 순간 반은 성공한 것이리라. 더불어 극 중에서 '낡고 오래된 집'으로 통칭 되는 네 자매의 집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식물들과 같이 살아가는 전통 가옥. 그런 곳에 꼭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느낌을 자아냈다. 


누가 뭐래도 이 영화는 네 자매 이야기다. 나머지는 그들을 위한 것일 테다. 그럼에도 영화는 그냥 지나치는 법 없이 모든 인물들과 소품들을 챙긴다. 그리고 네 자매는 자연스럽게 그리고 환한 미소로 모든 걸 받아준다. 심지어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도. 


영화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데 꽤 많은 장면을 할애한다. 장례식, 제사, 묘지 장면이 몇 번이나 나오고, 집에서 계속해서 죽은 사람을 위한 공양을 한다. 어떤 종교임을 떠나서, 그런 모습이 좋은 의미로 비춰졌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바로 이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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