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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도서

무섭고 위대한 사자, 그 마지막 뒷모습이 아름답다 <마지막 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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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마지막 사자들>



<마지막 사자들> 표지 ⓒ글항아리


사자와 호랑이. 가장 많이 알려지고 인기도 가장 많은 맹수 중의 맹수, 동물의 왕이다. 위험하기 짝이 없기에 가까이 다가가기 힘들지만, 그래서 그 어느 동물들보다 친숙하다. 특히 사자는 TV 동물 다큐멘터리의 단골 손님이다. 드넓은 아프리카 초원의 고독한 사자는 우리에게 많은 걸 선사해준다. 언제까지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 같다. 조화로운 생태계의 지혜로운 동력자로서. 


충격적인 집계가 있다. 야생 사자의 수가 채 2만 마리가 넘지 않는다는 집계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약 45만 마리였던 사자의 대몰락이다. '절대적'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개체인 사자가 오래지 않아 사라질지도 모르는 것이다. 다른 동물도 아닌 사자라면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충격도 이런 충격이 없다. 


무섭고 위대한 사자, 그 마지막 뒷모습이 아름답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쓴 <마지막 사자들>은 야생 사자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한없이 무섭고 위대하기까지 했던 사자의 모습이, 애처로워 보이고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을 듯하다. 마지막 뒷모습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 사자의 종말은 머지 않아 인간의 종말을, 세상의 종말을 불러올 것 같아 두렵다. 


아프리카 남부에 있는 보츠와나 두바 섬은 탄생한 지 20년 갓 넘은 작은 섬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그 땅에는 사자들이 많다. 그곳에는 세 무리의 사자가 산다. 차로 무리, 스키머 무리, 팬트리 무리. 두바 중심부를 지배하는 무리는 차로 무리다. 그들은 두바 섬에 처음으로 자리 잡았다. 


스키머 무리는 슬며시 섬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그들만의 특별한 사냥법이 있다. 일명 '추격법'인데, 들소가 움직일 때마다 몇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들소가 뒤돌아서 맞서려고 할 때면 안전을 위해 모두 나무가 있는 곳으로 대피한다. 마침내 성치 않은 들소를 찾아내고는 그야말로 집요하게 추격해 사냥을 해내고 만다. 


팬트리 무리는 은밀하기 이를 데 없다. 그들의 전략은 일명 '잠행법'인데, 들소 주변에 숨어서 몰래 다가가는 것이다. 그들은 몸을 숨기고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들소를 놀라게 한 다음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며 사냥감을 물색한다. 


야생 사자의 여러 가지 모습들


이 책에는 이처럼 야생 사자의 여러 가지 모습들이 담겨 있다. 그렇지만 종국에는 똑같다. 쫓고, 추격하고, 살육하는 것. 그것이 사자가 살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쫓고 추격하고 살육하는 지가 다를 뿐이다. 사자는 덤불에서 소통을 가장 잘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단순히 시각이나 청각으로 소통하지 않고 정보를 공유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반복된 경험에 의한 마음 속 지도, 그 지도는 사자를 최고의 사냥꾼이자 사회적 포식동물로 만들었다. 


한편 사자의 사냥감인 들소, 들소는 사자의 맞수이기도 하다. 즉, 서로에게 절대적으로 없어선 안 되는 존재인 것이다. 사자와 들소는 매일같이 함께 춤을 춘다. 같은 리듬으로. 그러곤 마침내 누군가는 죽는다. 들소만 죽는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사자가 죽을 때도 많다. 그런 의미에서 한쪽(사자)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들소는 진화론적 압박을 받으며 더욱 번성하는 것이다. 그들의 격렬한 전투는 '춤'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끝없이 이어지는 그들의 춤, 아름답기 그지 없다. 


아무리 아름답다고 하지만 때론 슬프기 그지 없다. 누군가 죽었을 때, 특히 들소가 죽음을 맞았을 때다. 사자의 타깃이 되기 쉬운 새끼 들소를 지키려고 하다가 죽음을 당하는 들소의 모습은 숭고하지만 슬프다. 거대한 집단 중에 하나의 개체가 죽는 게 뭐 그리 슬프냐고 하겠지만, 그렇게 사냥을 당하는 순간 더 이상 집단이 아닌 개체다. 개체에는 의미 또는 인격을 부여하기 마련이므로, 그들의 죽음에 상처 받기 쉽다. 


사자의 죽음이 더욱 슬프게 다가온다


그래서 사자의 죽음은 더욱더 슬프게 다가온다. 사자가 친숙한 이유 중 하나는, 사자의 사냥이 지극히 적극적이고 능동적이기 때문이다. 죽임을 당하는 입장이 아닌 죽임을 행사하는 입장이기에, 사자에게 인격을 부여하고 동질감이 들기가 쉬운 것이다. 아무리 봐도 죽임을 당하는 초식동물은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언젠가 죽을 운명인 그들이 죽는 것보다, 살아 있음이 당연한 사자가 죽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 사자가 몰락해가는 사실을 더할 수 없는 충격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들의 춤이 계속되길 바란다. 그들의 관계가 지속되길 바란다. 그 아름답지만 무자비한 폭력이 언제까지고 아름답길 바란다. 우리는 그들이 영원하길 바라며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 그들 없이는 우리 또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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