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의 격려> 표지 ⓒ생각정거장
2015년에는 ‘아들러 열풍’이 계속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 열풍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되었는데요.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시작이었습니다. 이 책은 일본의 아들러 심리학 제1인자인 철학자와 베스트셀러 저자의 문답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아들러 심리학 철학자와 세상에 부정적이고 열등감 많은 청년으로 포지션 시켰습니다.
이 문답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얻으려 한 건 다름 아닌 ‘행복’입니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행복지수가 최하로 떨어진,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것 같은 지금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어본 콘텐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기계발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아들러에게 영향을 받은 자기계발의 멘토들 책이 불티나게 팔렸던 시대가 지나고 이제야 상륙한 아들러 열풍의 상황은 아이러니하면서도 당연한 결과일 것입니다.
<미움받을 용기>가 소위 대박을 터뜨리고 난 후, 아들러에 관한 책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1년도 안 된 지금 얼추 30권 이상은 출간되었을 겁니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한 사람 또는 한 현상에 대해 이렇게 많은 콘텐츠가 생산되는 건 상당히 드문 일이라 하겠습니다. 그렇다는 건 거기에 독자들을 확실하게 잡아 끌만한 무엇이 있다는 이야기겠죠. 다름 아닌 ‘행복’일 것입니다.
아들러 열풍이 한창이었던 지난 2015년 5월 출간된 <아들러의 격려>는 열풍의 수혜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은 1931년 아들러의 직속 수제자이자 동료였던 W. 베란 울프가 아들러의 연구 자료를 모아 출간했다고 합니다. 원제는 한국 제목과는 전혀 다른 <How to be happy though human>인데요. 그야말로 ‘행복’을 전면으로 내세운 저작이라 하겠습니다. 과연 그는 아들러 심리학을 가져와 행복에 관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했을까요?
본격적으로 책을 다루기 전에 아들러를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아들러, 아들러 하는데 도대체 아들러는 어떤 사람인가? 아들러는 어떤 이론을 만들었나? 그는 유대인으로 태어나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자랐다고 합니다. 그에겐 형과 동생이 있었는데 그 사이에 껴서 고생을 했다고 하네요. 어렸을 때 동생이 죽은 걸 경험하기도 했고요. 한편 그는 매우 낮은 학업 성적을 기록했고 유난히 키가 작았다고 합니다. ‘열등감’이 들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이후 그는 이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고 결국 의사가 되었습니다.
열등감과 행복
이런 그의 삶은 고스란히 그의 이론으로 나타납니다. 그는 프로이트와 함께 활동했는데요. 이들은 기본적인 생각은 유사했지만, 이론을 이루는 결정적 틀이 달랐습니다. 프로이트가 과거의 경험과 타고난 기질만이 그 사람의 정신세계 전체를 결정한다고 했던 반면, 아들러는 개인의 행동에 따라 충분히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죠. 아들러는 인간은 타고난 불안전성을 갖고 있다며 여기서 발생한 ‘열등감’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이 열등감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보았죠. 열등감은 족쇄가 아니라 동기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인간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프로이트가 과거를 빚대어 현재를 해석하려는데 중점을 두었다면, 아들러는 현재에 목적을 두고 과거를 들여다보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과거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고 보았죠. 이는 곧 행복으로 이어집니다.
베란 울프는 <아들러의 격려>에서 이와 같은 아들러의 이론을 독자적 해석과 다양한 임상 사례을 통해 풀어내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고 단언하면서 시작하는데요. 아들러 심리학을 꿰뚫는 제일 중요한 명제일 것입니다. 이 열등감에서 모든 것이 시작됩니다. 이를 설명할 가장 쉬운 사실은 ‘인간은 자신의 부족함을 경험하는 유일한 생명체’라는 것입니다.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은 태어나자마자 독립된 생명체로서의 생활을 시작하지만, 인간은 그러지 못하다는 것이죠. 의존성이 높은 인간, 그 의존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신의 부족함을 점점 더 깊이 인식하게 됩니다. 그리고 인간의 의존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죠. 즉, 인간이 자신의 부족함을 인식하는 건 필수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태생적인 결점, 부족함, 열등감을 인간은 이를 보상하려는 생각이 자연스럽습니다. 베란 울프는 이 보상 작용 중 가장 훌륭한 예를 ‘어떤 결함을 지닌 기관이나 열등감을 보상해 주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라고 합니다. 열등감을 극복하고 보상하기 위해 노력이죠. 책에서는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아이는 요리하는 일이나 식료품을 공급하는 조직에 일생을 바치려 하고, 의사나 장의사 중 가족의 죽음이나 병의 기억을 지닌 사람이 많다고 하는 예를 듭니다. 누구나 다 그렇다면, 저 또한 그런 경험이 있을 텐데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아기였을 때 어른들이 저를 자주 울렸다고 해요. 하도 귀여워서 괜히 만지고 건드리고 했나 봐요.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나이가 어느 정도 된 후 아기가 우는 게 그렇게 싫을 수가 없어요. 아기가 울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르고 달래주어야지요. 아기가 싫어할 만한 행동 말고 아이가 좋아할 만한 행동만 해야지요. 사촌들이 하나 같이 나이 차이가 많이 났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그 사촌들을 참 잘 보았던 기억이 나요. 저하고 같이 놀면 절대 울지 않았죠. 이것도 일종의 보상 작용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한편 베란 울프는 책을 통해 행복을 말합니다. 그러며 행복이라는 목표는 변하지 않지만, 그 목표를 위한 도구는 변한다고 주장합니다. 문제는 도구를 잘못 선택하게 되면, 행복이란 목표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인데요. 그는 허영심과 야심, 질투, 우유부단함, 꾸물거림, 갈등과 죄악감, 완전주의, 경건주의 등을 불행해지기 쉬운 도구로 뽑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도구들 또한 잘 쓰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하는 그입니다.
예를 들면 야심을 사회적으로 유용한 목적을 지향할 때 사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사회적’이라는 말이 중요한데요. 아들러가 창안한 ‘개인심리학’이 개인이 사회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를 위해 노력한다는 측면에서 붙여진 이름이기 때문이죠. 행복 또한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베란 울프는 야심의 측면에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이 세계를 동료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와 같은 굉장히 사회지향적인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런 측면은 현대 사회의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성향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개인주의적인 성향에 환멸을 느끼고 지칠 대로 지친 지금 딱 맞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들러 열풍의 근원지를 여기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프로이트를 부정하다
베란 울프는 이 책을 통해 아들러를 칭송하는 한편 여지없이 프로이트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프로이트를 버려라’, ‘프로이트 정신분석의 함정’, ‘사실 어릴 적 기억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등의 챕터를 통해서입니다. 그 중 가장 강렬한 제목인 ‘프로이트를 버려라’를 통해 베란 울프는 프로이트 이론의 핵심인 ‘성(性)’을 부정합니다. 전면적인 부정은 아니지만 말이죠.
먼저 열등감을 보상하는 방법으로 ‘다른 사람과 사이좋게 살아라’, ‘자신과 사이좋게 살아라’라는 주장을 하며, 특히 두 번째 방법을 내적 보상이라고 명명하며 이를 위해 창조적인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며 프로이트의 이론에 의하면 성적 에너지를 창조적 에너지로 승화시켜 그렇게 내적 보상을 유도한다고 비꼬고 있죠. 그는 성적 에너지를 배고픔이나 갈증, 호흡, 노폐물의 배설과 동급으로 취급하며. 인간의 창조 활동을 설명하는 데 프로이트의 이론은 필요 없다고 단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론이라는 것이 기존 이론을 계속 혁파하며 발전하는 것이라지만, 이런 식의 편협한 부정은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그것이 주를 이루지는 않고 있기에 균형감이 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베란 울프가 책을 통해 시종일관 주장하고 있는 바는, 위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행복이라는 목표에 다다르는 방법에 있습니다. 그는 행복이라는 목표가 정해지면 그를 위해 훈련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 방식을 ‘동료들의 행복과 안정을 위해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얼마나 이상적인 표현인지요! 그리 되기만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이겠습니다.
매력적인 책
이 책의, 나아가 아들러의 이론의 결정적 함정이 바로 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당히 이상적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다른 아들러 관련 책이 아닌 이 책에 한정적일 수 있겠지만, 너무 교훈적인 내용의 나열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라는 것입니다. 물론 기존의 일명 ‘힐링’ 책과는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상당히 구체적인 해결책 내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죠. 이렇게만 하면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여러 면을 아울러 검토해 본 결과, 중간 중간 보이는 조금씩의 어폐에도 불구하고 이 책, 분명 매력적입니다. 세계 대공황 당시 출간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는 사실이 새삼스럽지 않게 다가올 정도로요. 그때 못지않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아들러 열풍이 어찌 보면 당연하게 찾아왔다는 사실이 슬프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한편 역사는 돌고 돈다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경제적 어려움의 시기는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할 테고, 그때마다 사람들은 행복의 의미를 되새기며 어느 때보다 행복을 찾아 헤맬 테죠. 그럴 때면 여지없이 누군가가 이론을 정립하여 사람들에게 소개시켜줄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에 열광하고 위로를 받을 것입니다. 역사의 반복성이야말로 모든 것의 위에 있는 진리가 아닐지, 새삼 반추해봅니다.
아들러의 격려 - W. 베란 울프 지음, 박광순 옮김/생각정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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