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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도서

'쥬라기 월드'와 같이 보면 좋아요 <박진영의 공룡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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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박진영의 공룡 열전>



<박진영의 공룡열전> 표지 ⓒ뿌리와이파리



어렸을 적, 공룡을 동경했다. 몇몇 공룡들은 이름과 생김새를 외우고 다녔다. 머리 크고 앞발이 작은 최강의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 덩치가 산만 하고 목이 엄청 길지만 머리는 작은 브라키오사우루스, 머리에 나있는 세 개의 뿔이 너무 멋있는 트리케라톱스, 머리부터 등을 거쳐 꼬리까지 육각형 모양의 판때기(?)를 달고 다니는 스테고사우루스, 역시 머리부터 등을 거쳐 꼬리까지 갑옷으로 덮인 안킬로사우루스, 돌보다 더 강한 머리를 가진 파키켈팔로사우루스... 2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녀석들이다. 


영화 <쥬라기 공원>이 1993년에 개봉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생각해보니 공룡을 좋아하고 동경하게 된 시절과 겹친다. 나도 <쥬라기 공원>의 수해를 입은 수많은 어린이들 중에 하나였나 보다. '쥬라기공원'이 불미스러운 일로 문을 닫은 지 22년, '쥬라기 월드'로 부활했다는 소식에 설렌 건 비단 나뿐만 아닐 것이다. 영화 <쥬라기 월드>가 개봉해서 역대급 흥행을 기록 중이라고 한다. 어린이는 물론이고 어른들까지 사로잡았을 게 분명하다. 


영화를 보니 길들여지지 않은 공룡이라는 뜻의 '인도미누스 렉스'가 출현한다. 실존하는 공룡은 아니고 영화 속에서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 시킨 공룡이다. 티라노사우루스, 벨로시렙터(벨로키랍토르), 뱀, 갑오징어, 청개구리를 짬뽕 시켰다고 한다. 갑오징어와 청개구리의 유전자 덕분에 위장술을 펼칠 수 있지만, 시력이 형편없다고. 티라노사우루스와 더불어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또 다른 주인공 벨로시렙터는 이번에도 큰 활약을 펼쳤다고. 


영화는 영화일 뿐 전부를 믿진 말자


그런데 <박진영의 공룡 열전>(뿌리와이파리)에 의하면 이 영화의 주인공들에 몇 가지 흠이 있다고 한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시력이 굉장히 좋았고 눈의 구조 또한 전방을 주시하는 데, 즉 먹이를 찾는 데 적합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티라노사우루스의 유전자를 이식한 인도미누스 렉스는 시력이 형편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또 책에 의하면 벨로시렙터(벨로키랍토르)는 실제로 상당히 작다고 한다. 영화처럼 인간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다. 영화에 벨로시렙터를 출현 시키고자 하는데 너무 작지 않은가? 그래서 위협적이지 않고 멋있지 않으니 사람 만큼은 커야 한다는 생각으로 크게 만들었다. 그리고 영화에 나오는 벨로시렙터는 실제로 '데이노니쿠스'라는 이름의 공룡이다. 즉, 데이노니쿠스가 벨로시렙터로 둔갑해 영화에 등장했던 것이다. 


이처럼 <쥬라기 공원> 시리즈는 우리에게 상당한 가짜 정보를 전해줬다. 문제는 워낙 인기를 끌면서 독보적인 공룡 콘텐츠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사실인 양 믿어버린다는 점이다. 1억 년도 더 된 공룡이 어떻게 생겼든지,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었든지,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 알 바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잘못 알고 있다는 건 아예 알지 못하는 것만 못하지 않을까. 


"실제 벨로키랍토르는 큰 거위만 한 몸집에 고개를 높이 들어올린다 하더라도 성인의 허리까지밖에 닿지 않는다. 게다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 빠릿빠릿한 육식공룡은 이름만 벨로키랍토르일 뿐, 사실은 벨로키랍토르와 비슷하게 생긴 데이노니쿠스라는 육식공룡이다. 영화 속 팀은 전혀 다른 공룡에게 벨로키랍토르라고 부르고 있던 셈이다." 212쪽


공룡은 아직 멸종하지 않았다?


저자는 우리나라 최초의 중생대 거대 도마뱀 화석을 학계에 보고한 고생물학자로, 젊은 나이지만 거대하다고 표현할 만한 공룡 지식을 자랑한다. 책에도 그 지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모든 공룡 책에서 다룰 것 같은 주제나 소재는 일절 다루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공룡 관련 최대 주제인 '멸종'에 관련해서는 전혀 의견을 개진하고 있지 않고 있다. 그러며 엄밀히 말해서 공룡은 아직 멸종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책은 주로 19세기 중하순, 20세기 초의 공룡 발견 시기를 다루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초기 공룡의 모습을 보면 우습기 짝이 없다. 공룡 화석을 처음 발견하면 뼈를 맞추고 그림을 그려 복원을 하기 마련이다. 제일 비슷하지 않고 웃긴 공룡은 '스테고사우루스'인데, 이 공룡의 초기 복원도를 보면 꼬리에 난 뾰족한 가시가 몸 전체에 박혀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저자는 이 모습을 보고 거북과 천산갑, 고슴도치를 썩어 놓은 듯하다고 했다. 


초기 복원도의 우습기 짝이 없는 모습은 그만큼 공룡 연구가 활발히 또 정확성을 기해 이루어져 왔다는 걸 의미할 테다. 고생물을 연구하고 복원하려는 건 지금의 인류가 지금의 지구가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중요한 일이다. 다만 그 기저에는 '진화'라고 하는 과학계의 오래된 주류가 자리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하겠다. 


저자는 공룡이 아직 멸종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새가 작은 육식공룡에서 진화했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2006년 닭을 이용해 실험을 했다고 한다. 닭에게 이빨이 나게끔 해주는 유전자를 작동 시키게 한 것이다. 그랬더니 알 속 병아리한테 이빨이 생겼다. 급기야 2009년에는 닭을 이용해 공룡을 만들어보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누가 들어도 웃길 이야기일 것 같은데, 그게 아닌 듯하다. 진행된다면 영화 <쥬라기 월드>가 실현된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반드시 수많은 희생자를 부르는 그 테마파크를? 끔찍하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유전자 조작 윤리 규정 때문에 닭의 공룡화는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에 공표만 되지 못할 뿐 이 프로젝트의 실현 자체는 가능한 것이고, 언젠가 진짜 공룡 닭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지도 모르겠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태어날지 모르는 그 녀석은 어떻게 해야 할까? 테마파크를 조성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특별한 유흥 거리를 만들어줘야 할까?


공룡 연구는 100여 년의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시간 동안 이뤄졌다고 한다. 요즘은 황금기라 할 만하다고 하는데, 지난 100년 동안보다 최근 10년 동안 알아낸 것들이 더 많다고 할 정도이다. 올해 4월에는 '브론토사우루스'가 112년 만에 이름을 되찾았다고 하는데, 필자는 이 이름을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알고 보니 브론토사우루스는 학계에서 금지된 이름이었고 대신 '아파토사우루스'로 불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두 공룡 간의 차이가 밝혀지면서 브론토사우루스의 이름이 부활할 수 있었다. 


수천 만 년 전에 멸종한 공룡의 발견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고생물 발견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다. 어떤 이유든지 지구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인간에 의해 빠른 속도로 동물들이 죽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왠지 모를 씁쓸함이 스치는 현황이다. 당부하고 싶은 건 생물의 소중함을 반드시 담보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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