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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의 시선으로 한국 현대사를 봐야 한다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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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 표지 ⓒ창비


2015년은 유난히 한국 현대사의 주요한 사건의 기념일이 많다. 광복 70년을 필두로, 한일협정 50주년, 을사조약 110주년, 한국전쟁 65주년 등. 그야말로 한국의 운명을 바꾼 사건들이다. 우리는 이 사건들에 대해, 나아가 한국 현대사의 주요한 사건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모든 이들이 독도를 외치지만 독도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 왜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지? 애증의 대상인 미국이 보여줬던 그 모습들의 이유는 무엇인지? IMF 사태가 터진 진짜 이유는? 우리는 이런 한국 현대사의 주요 쟁점들에 대해 주로 한쪽의 시선으로만 알고 있다. 다른 쪽의 시선으로 볼 생각은 하지 않을 뿐더러, 양쪽의 시선으로 볼 생각은 더더욱 없다. 


흑백논리적 사고가 워낙 강하게 뿌리내려져 있기 때문에, 양쪽의 시선은 중도나 중립이 아닌 '회색분자'의 꼬리표를 남길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게 된다. 그래서 인지 흔히 '선명성'을 외친다. 한쪽을 확실히 선택해야 하고, 그래야 뭘 할 때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양쪽의 시선으로 한국 현대사를 봐야 한다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창비)의 저자는 양쪽의 시선으로 한국 현대사를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정치화되고 신화화된 역사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며 한국 현대사는 둘만 모여도 의견이 갈라진다고 집고 있다. 책은 독도, 과거사 망언, 영토, 식민지 근대화론, 미국, 정전협정, 베트남전쟁, 경제성장, 5·16, 햇볕정책 등 한국 현대사 10가지 주요 이슈를 다룬다. 


이 중에 흥미가 동하는 사건이 몇 개 있다. 식민지 근대화론, 베트남전쟁, 경제성장이다. 평소부터 관심이 있었던 사건도 있고,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어서 더 알고 싶게 된 사건도 있으며, 저자가 말했던 양쪽의 시선에 관한 사건도 있다. 특히 양쪽의 시선에 관한 사건에 흥미가 동하는데, 개인적으로 상대주의적인 관점에서 중도파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의 시선 자체에 관심이 간다. 


저자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해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식민지 시대에 일본이 행했던 수탈, 그리고 일본에 의해 개발된 면모 양쪽 측면을 동시에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며 전 세계 역사 속에 식민지 수탈과 개발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둘은 하나만 오지 않고 필연적으로 같이 올 수밖에 없다는 것. 저자는 여기에서 더 이상 나가지 않는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끝나는지?


베트남전쟁에 관해 알아야 하는 것들


베트남전쟁은 전쟁 그 자체가 세계 현대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 예로 미국은 베트남전쟁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도 지는 바람에 닉슨독트린을 발표하고 금태환을 정지 시킨다. 이로 인해 달러가 가지고 있던 절대적인 지위를 잃게 되고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체제가 흔들린다. 


한편 베트남전쟁 도중에 우리나라는 미국의 요청에 의해 파병을 감행하게 되는데, 사실 이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한국이 스스로 안보를 지키지 못해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군이 다른 나라를 돕기 위해 파병을 한다니? 그런데도 한국이 파병을 결정한 이유는 두 가지라고 한다. 한미동맹과 안보적 문제. 이중 안보적 문제를 보면, 한국군이 파병을 하는 대신 주한미군 감축을 없었던 일로 하는 약속이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베트남전쟁으로 여력이 없어 주한미군을 감축하려 했었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무슨 이유가 있던 간에 우리나라는 베트남전쟁 특수로 경제적 이익을 상당히 볼 수 있었다. 과거 한국전쟁 때 일본이 전쟁 특수로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봤었는데, 우리나라는 이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을 갖고 있으며 그에 대해 당연히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베트남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의 경제, 누가 어떻게 만들었나?


경제성장 부분은 지금의 우리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수십 년 전과 지금이 이어져 있다. 저자는 IMF 사태가 일어났던 이유도 수십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잘못된 경제 위기 해결 때문이라고 말한다. 먼저 알아야 할 것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와 1980년대까지 계속 경제위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1960년대부터 수출을 증가시키기 위해 수출 기업에 혜택을 주는 방식의 정책을 행하다가, 베트남전쟁 특수로 수출이 급증하면서 본격적으로 수출에 중점을 두는 정책이 나타난다. 기업들이 차관을 들여오고 정부가 지급보증을 서주게 되는 것이다. 결국 1969년 이 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조사해 보니 건전한 기업이 하나도 없었다. 기업이 열심히 하지 않아도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주니, 그야말로 남의 돈으로만 편안하게 사업을 했던 것이다. 이 경제위기를 박정희 정권은 사채 동결이라는 반자본주의적 조치를 통해 임시적으로 돌파한다.


1980년은 1961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이 당시 왜 경제위기가 터졌는지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때의 경제위기는 '구조조정'으로 돌파한다. 부실기업들을 상대적으로 건전한 기업들에 떠맡기며 대신 큰 혜택을 주는 방법이다. 이 때문에 본격적으로 재벌이 생기기 시작했다. 


재벌은 1997년의 경제위기로도 연결되는 측면이 있다. 재벌이 커지면서 독과점이 나타났는데, 이들은 국내에서는 엄청난 이익을 보는 대신 상대적으로 세계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본격적으로 자유화가 시작되고 보호무역이 불가능하게 된다. 자연 세계와 상대하게 된 독과점 기업들에게 위기가 닥칠 수밖에 없었다. 이는 특히 금융에 크나큰 타격을 입힌다. 


중립의 시선에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부분들이 있다


책은 이처럼 일반적으로 모를 공산이 큰 역사적 사실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해석하며 한국 현대사를 대할 때 흔히 갈리는 첨예한 대립을 최대한 지양하고자 노력한다. 자신의 그런 주장이 양쪽의 시선에서 모두 안 좋게 보인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렇지만 중립을 자처하는 나의 시선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말이 있었다. 그게 비록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감정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어쩔 수 없는 면이기도 하겠지만, 책의 10가지 이슈 중 '박정희'와 관련이 없는 게 별로 없었다. 적어도 저자가 보기엔 한국 현대사가 박정희라는 거대한 그림자로 덮여 씌어져 있다는 것인데 씁쓸했다. 저자는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박정희 신화를 제대로 보려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게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지 않을지 걱정되는 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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