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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을 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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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미테이션 게임>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포스터 ⓒ메가박스 플러스엠


천재에 대한 영화를 몇몇 알고 있다. <굿 윌 헌팅> <뷰티풀 마인드> <어거스트 러쉬> <샤인> 등. 앞의 두 영화는 수학 천재, 뒤의 두 영화는 음악 천재를 다룬다. 느낌은 다르다. 이 영화들을 보면 수학 천재는 사람들에게 환멸의 시선을 받는 반면, 음악 천재는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는다. 이 두 종류의 천재 영화를 비교하면 수학 천재를 다룬 영화에 더 애착이 간다. 


수학을 천재적으로 잘 하는 사람이 일반인에게 찬사를 받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일단 그는 '다른 사람', 나아가 '틀린 사람' 취급을 받기 때문에 경외의 시선보다는 환멸의 시선을 받는다. 정신병자 같이 바라볼 때도 있다. 수학에 관해서는 다른 차원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언제 어느 때나 같은 것 같다. 그래서 천재들 자신도 자신이 단지 이상한 사람이라고만 알고 있기도 한다. 


<굿 윌 헌팅>과는 다르게 <뷰티풀 마인드>는 이런 경향의 시선을 잘 보여준다. 천재라서 남들과 다르고, 그러하기에 남들에게 좋지 못한 시선을 받고, 자신은 그걸 의식하지 못한 채 소심하고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게 변해간다. 하지만 그야말로 아무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 위대한 생각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그러나 평범하지 않은 생각과 실행력을 가진 이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은 이런 절차를 충실히 실행한다.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그러나 평범하지 않은 생각과 실행력을 가진 이가 있다. 그의 이름은 앨런 튜링. 그는 어린 시절부터 남들과 달랐고 고독했다. 영화는 그의 어린 시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독일의 악마적 암호 시스템 '이그니마'를 푸는 과정,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난 후 튜링의 감춰진 행적을 쫒는 형사의 시선, 세 개의 시간으로 나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시간순으로 나열되지 않고 교차로 마구잡이로 나왔다 들어간다. 


어린 시절 그는 왕따와 함께 일상적인 구타를 당하기 일쑤였다. 그런 그를 도와주는 한 친구가 있었다. 그는 그 친구에게 남다른 감정을 느끼지만, 그 친구는 결국 결핵으로 죽고 만다. 그야말로 유일한 친구가 사라진 그에게 남은 건 무엇이었을까?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한 장면 ⓒ메가박스 플러스엠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나치독일은 빠른 속도로 유럽을 점령 중이었다. 거의 유일하게 바다 건너 섬나라 영국만이 점령당하지 않고 대항할 수 있었다. 영국은 천재적인 언어학자, 수학자, 체스 챔피언, 퍼즐 천재 등을 모아 나치독일의 암호 시스템 '이그니마'를 풀고자 했다. 그 암호만 푼다면 나치독일의 현재와 미래를 속속들이 알 수 있게 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이었다. 앨런 튜링은 천재 수학자로 팀에 합류해 매일 24시간마다 새롭게 바뀌는 이그니마를 풀고자 최선을 다한다. 과연 풀 수 있을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한참 후 어떤 형사가 튜링의 과거 행적을 추적한다. 그의 행적으로 보아 소련 스파이가 의심되는 이유에서였다. 그를 집적 불러와 취조를 하고 과거 행적까지 낱낱이 팠지만, 돌아온 결과는 소련 스파이가 아니었다. 그렇게 들쑤신 결과 돌아온 답은 '동성애자'였다. 그렇다. 그는 동성애자였던 것이다. 형사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한다. 


'천재'가 아닌 '다름'에 포커스를 맞추다


영화는 다름 아닌 바로 이 '동성애자'에 포커스를 맞춘다. 천재인 것도 모자라 동성애자였다니,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스토리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었다. 지금에야 동성애에 대한 큰 진보를 이뤘지만, 당시만 해도 동성애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불법이었다. 천재는 '다르'지만, 동성애는 '틀린' 것이었다. 그가 전쟁을 종결시키고 1,400만 명의 인명을 구하는 데 큰 일조를 했다고 해도 말이다. 


튜링은 천재들을 모아 놓은 팀 중에서도 단연 튀는 사람이었다. 그는 이그니마에 대항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그 기계는 인간 같이 생각하면서도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또한 일시적이지 않고 계속해서 돌아가는 기계였다. 지금은 튜링 기계라고 불리는 인공지능 기계, 컴퓨터의 시작이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을 해낸' 것이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한 장면 ⓒ메가박스 플러스엠



영화는 시종일관 앨런 튜링을 통해 '다름'에 대해 천착한다. 제목인 '이미테이션 게임'이 그 줄기의 시작이라고 할 만한데, 이 게임을 통해 인간인지 기계인지 판단한다고 한다. 즉, 기계가 인간을 완벽하게 모방할 수 있는지를 기계가 지능을 가졌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로 삼는 것이다. 이 게임은 튜링이 고안했기에 '튜링 테스트'라고도 불린다. 튜링은 이 게임을 자신과 빚대어 말한다. 


"나는 누구입니까. 인간입니까? 기계입니까? 전쟁영웅입니까? 범죄자입니까?"


그는 당시 제2차 세계대전을 종결시키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튜링 기계를 만든 전쟁영웅이자, 동성애자인 범죄자였다. 그리고 지금은 '컴퓨터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한다. 그의 진짜 모습이 무엇이든 그는 그에 합당한 존경을 받지 못했고 단지 남들과 다르다는 것 하나로 멸시만 당했다. 


전쟁영웅도 범죄자도 아닌, 인간을 그리다


오랜 세월이 지나 많은 진보를 이룩한 지금도 남들과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사람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외골수는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으로, 천재는 다른 차원의 사람으로, 비 이성애자는 더럽고 혐오스러운 사람으로, 생각이 트이고 자유로운 사람은 또라이로 비춰지기 일쑤인 것이다. 이런 멸시와 혐오스런 시선을 받기 싫으면 자신을 감추고 어느 누군가를 모방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앨런 튜링은 결국 그렇게 살다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한 장면 ⓒ메가박스 플러스엠



영화는 그런 앨런 튜링을 전쟁영웅으로도, 범죄자로도 그리지 않는다. 인간으로 그리고자 한 것 같다. 그리고 남들과 다르다는 걸 감추고자 하지도 않는다. 달랐기에 위대한 생각으로 인류에게 큰 공헌을 했다고 보고 있다. 그 자신이 결국 불행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게 안타깝지만, 그만큼 그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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