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딸바보가 그렸어>
<딸바보가 그렸어> ⓒ소담출판사
아이들로 돈벌이가 쏠쏠하다고 판단했는지, 육아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본격적으로 생겨나기 전에는 <붕어빵>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아이들의 귀염성을 적극적으로 표출했다. 당시에는 아이들을 이용해 돈벌이를 한다, 인기가 없는 자신을 대신에 아이를 앞세운다 등의 비난들이 속출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귀여운 건 사실이었고 국민들은 이 귀여운 아이들에게 열광했으며 이 아이들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만들기에 이른다. 이제는 케이블을 포함해 거의 모든 방송사에 하나는 포진해 있는 효자 상품이 되었다. 취업도, 결혼도, 아이도 포기하기에 이른 젊은이들의 욕구를 대신해서 채워주며 이른바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아이를 원하는 국가의 바람과 일치해서 일 수도 있겠고.
이런 기조 하에서 볼 때, 이런 프로그램을 과연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님들이 보기나 할까 궁금해진다. 이 프로그램들은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거나, 가지고 싶어도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 또는 손자 손녀를 볼 정도로 나이가 드신 중년 어른들이 볼 거라는 생각이다.
거짓 없는 있는 그대로의 육아 일기
그런데 이런 논조가 마냥 맞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 나왔다. <딸바보가 그렸어>(소담출판사)라는 책이 그런데,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님들에게도 충분히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도움도 되는 책이기 때문이다. 제목처럼 '딸바보'인 한 아이의 아빠가 손으로 직접 그린 4년 간의 육아 일기 만화이다. 예비 아빠에서 아빠가 되고 한 살, 두 살, 세 살, 네 살까지 유머러스한 글과 그림과 함께 실로 거짓 없는 있는 그대로의 육아 일기를 보여준다.
책은 4컷 만화를 볼 때처럼 빨리 읽어 내려 갈 수 있다. 짤막한 에피소드 중심으로, 모든 컷이 아이와 함께 한다. 임신 중이라 많이 힘든 아내와 함께 하는 예비 아빠의 힘들지만 행복한 나날들, '진통 교향곡'이라 명명한 아내와 아이의 일생 최고의 힘든 하루. 저자는 이 날을 아이도 태어난 날이지만 엄마와 아빠로 태어난 날이라 말한다. 가슴 찡한 아이의 세상 나들이다.
그렇게 잠 못 이루는 첫날 밤이 시작되고, 이후 잠 못 이루는 밤은 매일같이 이어진다. 아이는 얼굴이 무겁기 때문에 항상 목을 조심해야 하고, 아이에게 고유의 울음소리가 있으며, 뭘 먹고 나면 꼭 트림을 시켜줘야 한다는 걸 알게 된다. 엄마의 손목이 나가고, 엄마는 모유 때문에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하고, 엄마는 아이와 24시간 붙어 있어야 하기에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된다.
이들 부부는 오랜만에 둘만의 데이트를 가서도 아이가 밥은 잘 먹고 있는지, 잘 놀고 있는지, 다친 데는 없는지 걱정이 앞서 제대로 놀지 못하는 자신들을 발견한다. 가끔은 아이가 얄밉고 속상하고 때려주고 싶기 까지 하지만, 아빠 아빠 하고 부르고 엄마 엄마 하고 부르면 그런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렇게 아빠가 되고 엄마가 되고 가족이 되며 함께 성장해 나간다.
'육아는 육아다'라는 멋진 명제
이 책이 육아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진정한 리얼리티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육아 프로그램들을 잘 보면, 모든 아이들이 예쁘고 모든 아이들이 참 울지도 않고 잘 논다. 육아에 따른 진짜 어려운 점들을 보여주지 않는다. 낮에 자고 밤새도록 깨서 우는 아이들을 비몽사몽 간에 어르고 달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가? 애써 아이를 뿌리치고 아침마다 회사로 출근하는 엄마의 눈물을 보여주는가? 부부가 끝 간 데 없이 싸우다가 아이가 보자 멈추게 될 수 밖에 없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겠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보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거에 로망을 갖게 되었다면 큰 오산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이 책 <딸바보가 그렸어>는 겉으로는 비슷한 포맷을 추구하고 있지만, 그 안의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엄마 아빠의 속마음까지 솔직히 그리고 있다. 하다 못해 이런 말로도 에둘러서 표현해 놓고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우리 딸! (근데 사실 눈에 넣으면 진짜 아파)' 얼핏 유머러스해 보이지만 그만큼 육아가 힘들다는 반증이다.
책은 '육아는 육아다'라는 멋진 명제를 시종일관 강조한다. 무슨 말인고 하면, 아이를 키우는 게 곧 나(엄마 아빠)를 키우는 거라는 것이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나(엄마 아빠)도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이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육아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딸의 성장기이자, 동시에 부모로서의 나의 성장기다... (중략) 육아의 중심에서, 또 생활의 중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엄마 아빠 들에게 이 책이 조그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 육아를 겪을 예비 부모들이 간접적으로나마 이 책으로 육아를 체험해보면 좋겠다는 바람도 든다." (프롤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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