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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은 누구인가> 우리가 알아야 할 중국과 중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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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중국인은 누구인가>


<중국인은 누구인가> ⓒ은행나무



세상 모든 이들이 자신이 진짜라고 말한다. 자신이 만든 제품이야말로 간난고초의 창조 작업 끝에 태어난 진짜라고 말이다. 수없이 많은 것들 중에서 자신의 것을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 뿐이라는 듯이 말이다. 그만큼 가짜가 판을 치고 가짜가 진짜를 이기는 시대이다. 그래서 그렇게 외치는 소위 '진짜' 조차 믿을 수 없는 시대이다. 종종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이 만들어 가짜가 진짜를 이겨낼 때 사람들은 가짜를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다. 


2015년 현재 중국 최고의 IT 기업으로 성장 중인 '샤오미'는 일명 '중국식 애플 짝퉁'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지닌 채로 순항 중이다. 누가 봐도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완벽하게 베꼈다. 대놓고 가짜를 표방한 셈인데, 중국 내에서는 애플을 앞섰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는 애플의 본고장인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 


그런데 샤오미의 스마트폰이 애플의 그것보다 더 좋다는 얘기들이 많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완벽하게 베끼면서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더욱 견고하게 했다. 그러면서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린 것이다. 이미지는 어쩔 수 없겠지만, 실속 만으로 따졌을 때 애플 대신 샤오미를 고를 이유가 충분하다. 정말 무서운 '샤오미'이고, 정말 무서운 '중국'이다. 중국은 세계 최고의 가짜 시장이다. 


중국에 대해 더 알고자 한다


중국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어 <중국인은 누구인가>(은행나무)라는 책을 골라 짚었다. 책에서 저자는 아더 핸더슨 스미스의 저서 <중국인의 특성>을 몇 차례 언급하는데, 중국인 성격의 장단점 26가지 중에 '성실성과 신용의 결여'가 있다고 한다. 이는 세계 최고의 가짜 혹은 짝퉁 시장인 중국의 특성을 나타내는 데 적확하다. 필자도 중국에서 짝퉁 명품을 사본 적이 있는데, 그야말로 진짜 이상의 퀼리티를 자랑했다. 


이밖에도 저자는 위에서 말한 <중국인의 특성>을 통해 중국인의 특성들인 인내심, 강인한 생명력, 지나친 체면치레, 정확성 결여, 완고함, 무딘 신경, 공공심의 결여, 수구적 태도, 서로 시기하고 의심함, 성실성과 신용의 결여 등을 골자로 이야기들을 펼쳐 나간다. 크게 6장으로 중국인, 중국사회, 자본, 문화와 역사, 인물, 고전과 격언을 통해 중국과 중국인을 들여다본다. 


이 책을 통해 중국과 중국인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굉장히 짧게 단상들을 늘여 놓을 뿐이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래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듯싶다. 부담스럽지 않게 그들의 삶을 살짝 엿볼 수 있는 중국과 중국인 탐문의 입문서 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겪었던 또는 주위에서 보고 들었던 사례를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들을 빌려와 소개한다. 


때론 비판으로 때론 칭찬으로 중국인들의 천태만상을 보여주는 저자의 태도는 자못 중국이 그리운 모양세다. 짧게 지나가는 단상들 속에 중국에 대한 진한 관심이 엿보인다. 저자가 살펴본 그들의 삶은 우리와 거의 다를 바 없다. 살아가는 장소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역사가 다르고 정치 상황이 다르고 민족이 다른데 어떻게 같으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정말 다를 바가 없다. 


중국과 한국, 다를 바 없는 두 나라


서민들은 스트레스와 근심에 짓눌려 살아가고, 농촌은 꿈을 잃어가고 있으며, 도시에는 빈민 노동자가 늘어가고 있다. 입시 지옥은 한국보다 중국이 훨씬 심하고,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숨을 끊는 걸 다반사로 한다. 노인과 청년의 대립각은 날카롭고, 한국에 왕처럼 자라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중국에는 황제처럼 자라나는 아이들이 있다. 터무니 없는 박봉에 시달리는 건 두 나라가 어김없이 똑같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식언만 내뱉는 건 또 어떤가. 부정부패가 나라 살림을 좀 먹는 건 또 어떻고. 돈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사람들은? 그렇지만 정직하게 돈을 버는 사람들 또한 존재한다. 명문대를 졸업했지만 돈이 궁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매춘과 매란 행위는? 한편 중국은 가짜를 만들고 한국은 가짜를 즐긴다고 한다. 그렇지만 마음씨 착하고 수수한 서민들의 깊은 정 또한 존재한다. 


이 모든 것들이 중국에 존재한다. 그리고 보면 알겠지만 한국에도 고스란히 존재하는 것들이다.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느낀 중국과 중국인의 본모습인데, 어쩌면 이리도 한국에도 고스란히 통용될 수 있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고 그런 곳인가? 아니면 세계에서 제일 많은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의 한 성 만도 못한 땅과 인구를 가진 한국이, 중국이라는 숲에 있는 나무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중국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


한편 이 책을 통해 현대 중국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있다. 바로 현대 중국의 중요한 인물들인데, 쑨원, 마오쩌둥, 장제스, 루쉰 등의 유명인들은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반면 이 책에서 간단하게나마 소개하고 있는 차이위안페이, 타오싱즈, 담사동, 시중쉰 등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하지만 그들의 업적은 앞의 유명인들을 능가한다. 


차이위안페이를 예를 들면, 그는 마오쩌둥, 덩샤오핑, 저우언라이, 량수밍, 루쉰 등의 현대 중국의 위대한 인물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마오쩌둥은 생전 차이위안페이를 학계태두, 세인의 귀감으로 흠모하였다고 한다. 그는 베이징대학 총장에 취임해 개혁에 박차를 가하며 천하의 인재들을 불러 모았고, '근공검학' 운동을 전개해 젊은 혁명가들에게 학문적, 문화적, 사상적 경험을 쌓게 했다. 지금도 중국 곳곳에는 그의 동상과 길, 학교 등이 세워져 있다. 


중국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매우 힘들지만, 굳이 표현해보자면 '중국은 알다 가도 모르겠다' 정도 일 것이다. 몇 가지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저자는 이를 '숲이 크면 온갖 새가 다 있다'는 경구로 표현하는데, 적확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중국에 관심을 갖고 중국을 다녀와 직접 체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 '애증'의 마음을 갖게 될 것이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중국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좋아하고 중국인의 대륙적 기질 즉 대범한 기질을 좋아한다. 반면 중국과 중국인의 더러운 면면들과 겉과 속이 다른 면모를 싫어한다. 


우리가 알아야 할 중국과 중국인


중국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중국은 더럽고 중국인들은 시끄럽다' 정도로 답해온다. 중국이 세계 최고의 강국이 된 지금, 중국어를 잘해서 중국을 이길 생각을 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중국어가 아닌 중국을 알아야 한다는 사람은 중국어과 교수들한테도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중국과 중국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확한 시선이다. 중국에 진출해 중국을 이기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중국어도 중요하지만, 중국이 어떤 나라인지 중국인이 누구인지 아는 게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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