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김광석 포에버>
<김광석 포에버> ⓒ박하
"집 떠나와 열차 타고..." 잔잔하게 흘러 나오는 이 노랫말을 듣고 오늘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눈물을 흘린다. 군인이 되기 위해 집을 나오면 어김없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하다. 제대로 끝까지 들어본 적도 없는 이 노래 <이등병의 편지>가 자연스레 생각나는 건 왜일까.
서른이 되면 왠지 이 노래가 생각한다.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아직 직장도 제대로 못잡고 결혼도 못했는데 청춘이 멀어져 간다니. 서글픔의 종류는 다르지만 여하튼 이 노래 <서른 즈음에>는 그 나이 즈음의 청춘들을 한 번쯤은 슬프게 만든다. 이 노래는 2007년 음악평론가들이 뽑은 '최고의 노랫말'로 선정되기도 했다. 반론의 여지가 없다.
이밖에도 <먼지가 되어> <사랑했지만> <일어나> <바람이 불어오는 곳>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부치지 않은 편지> 등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노래를 부른 주인공은 누구일까.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송강호가 "근데 광석이는 왜 죽었데?"라고 물었던 그, 김광석이다.
'김광석', 그는 누구인가?
1월에 세상에 나와 1월에 세상을 떠난 김광석. 19주기 기념작으로 <김광석 포에버>(박하)라는 책이 나왔다. <무한도전-토토가> 덕분에 요즘 90년대 가요가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데, 김광석의 노래는 예외인 것 같다. 당시 TV에 매일 같이 나와서 인기를 끈 대중가수가 아니었기 때문도 있지만, 김광석은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사랑을 받지 않은 적이 없기 때문이 정확하다. 한순간 반짝 하고 사라질 그런 콘텐츠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실 김광석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단지 그의 노래가 좋아서 듣고 있는 것 뿐.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삶을 살았고, 왜 그토록 젊은 나이(33세)에 처자식을 놔둔 채 자살을 택했는지...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어떤 사람이었기에 그토록 좋은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인가. 왜 '김광석 다시부르기'는 끝없이 되풀이 되는가. 그럼에도 도무지 질리지가 않는 것인가.
이 책은 이와 같은 궁금증을 풀어내기에 충분한 텍스트를 제공한다. 살아 생전 김광석과 친분이 두터웠던 저자의 상당히 문학적인, 김광석을 생각하면 자연스레 슬픔이 배어나오는 것인지 싶은 우울함이 가미된 글과 역시 김광석과 살아 생전 두터운 친분 관계에 있던 사람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그의 주옥 같은 노래들 리뷰까지. 알차게 모아낸 것 같다.
특이한 인터뷰 형식
특히 인터뷰 형식은 상당히 특이했는데, 묻고 답하기의 형식은 다른 인터뷰와 같으나 질문이 질문 같지가 않다. 실제로는 질문을 했음이 분명하지만, 지문으로 옮기면서 편집을 한 게 분명하다. 질문의 요지는 그대로 놔두되 방식을 바꾼 것이다. 이런 기법조차 김광석의 이미지와 닮아 있다. 수수하고 조용하고 사색하며 우울한 듯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왜 이렇게 오래도록 김광석 음악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걸까."
"글쎄. 침묵을 알았던 것 같아요. 소리와 음악을 잉태하고 거둬 들이는, 그리고 김광석은 자신의 음악을 쉽사리 열어 보이지 않는 것 같고. 잘 감추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다르게 김광석은 온갖 술자리를 빼놓지 않고 참석하는 마당발이었다고 한다. 언제나 그 특유의 화회탈 웃음으로 사람을 한순간 녹여버렸고, 누구에게나 편안하게 다가갔으며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게 배려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주위 사람들을 끔찍히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김광석은 영원할 것 같다
그런 그는 정작 자기 자신은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일까. 그의 절친들조차 그의 자살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한다.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 사실이었다고 한다. 자살하기 불과 몇 시간 전까지도 조만간 있을 스케줄 얘기, 앨범 발매 얘기, 공연 얘기를 눈을 반짝이며 했다고 하니 말이다. 그래서 그의 죽음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슬픔과 당혹스러움과 분노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 한 켠에 남아 있다.
제목처럼 김광석은 영원할 것 같다. 그의 노래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듣는 사람도 여전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선배·동료·후배 가수들이 그의 노래를 계속해서 다시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평단의 호평과 동료의 애정과 관객의 만족을 모두 잡았다고나 할까? 그렇다면 그는, 그의 노래는 이미 '고전'이다. 고전은 끊임없이 재생산되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바, 그는 영원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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