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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평전> '박제화된 이순신' 말고 진짜 이순신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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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객관화된 서술을 지향한 <이순신 평전>



<이순신 평전> ⓒ책문

2012년은 임진년으로, 임진왜란이 일어난 해인 1592년으로부터 정확히 420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60년이 1주갑이무로 7주갑이 되는 해이기도 했죠. 그래서인지 많은 이순신 장군 관련 행사들이 줄을 이었고, 책들도 많이 출간되었습니다.


면면을 보면, 올해 초 소설가 김훈의 <칼의 노래> 재출간을 비롯해, '성웅' 이순신의 생애와 리더십에 초점을 맞춘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 이순신과 임진왜란에 대한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는데 공력을 쏟은 <이순신의 전쟁>이 나왔습니다. 이밖에 소설, 역사, 인문, 경제 등의 분야에서 이순신 관련 책 20여 권이 쏟아져 나온 걸 알 수 있습니다. 


작년에도 이에 못지 않게 많은 책들이 출간되었습니다. 또한 그 중에서 어떤 책을 원작으로 해서 얼마 전엔 최민식 주연의 <명량-회오리바다>라는 영화가 나오기도 할 정도입니다. 이순신 장군에게는 비수기란 존재하지 않는 듯 합니다. 


이렇듯 우리나라 역사 인물 가운데 '세종대왕'과 더불어 '이순신'에 대한 관심이 유독 많은 편입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은 그의 업적입니다. 임진왜란, 정유재란 당시 해전에서만 23전 23승의 완벽함으로 나라를 구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웁니다. 그의 인품도 한 몫 하겠네요. 총사령관으로의 카리스마와 백성, 부하들에 대한 애정이 조화를 이룬 그를 좋아하지 않을 한국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여기에 '이순신 성역화 사업'이 방점을 찍게 됩니다. 


"박정희 정권 때인 1960년대 착수한 이순신 성역화 사업은 현충사 성역화와 국민 참배, 탄신기념일 제정, 이순신 이야기 교과서 등재, 수학여행 의무화, 국가 제사, 이순신 영화 제작과 단체 관람, 작품집 국역 및 국보 지정, 동상 건립과 각종 대회 개최 등 전방위적으로 지원한 결과다. - <강원도민일보> 2012.03.12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기획하고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이 디자인하여 화제를 모으고 있는 '성웅 이순신 프로젝트'가 3월 2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렸다. 가로 30미터, 세로 50미터 대형 천위에 국내외 많은 사람들이 난중일기를 직접 붓으로 써서 이순신 장군을 형상화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 <뉴시스> 2014.03.02


있는 그대로의 이순신


이순신 장군에 대한 관심이 많고, 많은 연구가 되는 만큼 논란 거리가 많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정설로 받아 들이고 있는 것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많이 있는 것이죠. 


얼마전 출간된 <이순신 평전>이라는 책에서는, '성웅'이 아니라 '인간'으로써의 이순신에 초점을 맞추고 객관적인 역사적 사료를 통해 고증했습니다.


저자 이민웅 교수는 해군사관학교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해군사관학교 전사전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20년간 교수로 재직하면서 이순신의 진짜 모습을 연구해왔고, 그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그의 성장배경이 결코 가난하지 않았다는 점, 명량해전에서 철쇄를 사용한 적이 없었다는 점, 백의종군 당시 직위해제 차원의 처벌에 불과했다는 점 등을 들어 '인간' 이순신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기존의 위인전이나 TV 드라마, 혹은 이순신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등에서, 이순신이 몰락한 가정형편 때문에 어려운 생활을 했던 것으로 묘사한 것은 역사적 사실과는 다르다. 요컨대 이순신은 명망 있는 사대부 가문에서 나름대로 유복하게 자라면서, 조선 성리학에 기반을 둔 당대 최고의 교육을 받으며 엘리트로 성장했던 것이다." - 제1장 전쟁의 신, 태어나다


"그런데 우리에게 잘못 알려진 사실이 또 하나 있다. '백의종군'은 원래의 계급이 삭직 또는 강등되어 일개 병졸로 근무하는 것이 아니다. 원래의 직책만 정지될 뿐 신분은 그대로 유지한 채 대장을 보좌할 수도 있고, 전투에서 공을 세워 자신의 잘못을 만회하면 복직될 수도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원래 직책의 직무가 일시 정지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백의종군 기간에도 고관일 경우 군관 1~2명의 보좌를 받을 수 있었고, 이동 시에는 말을 타고 다녔으며 출장비나 생활비까지 받을 수 있었다." - 제2장 문과를 접고 무과로


뿐만 아니라 당시 주요 해전의 오류 사항을 바로잡고, 사료를 고증하여 정설을 세워보려고 노력한 모습이 보입니다. 여기에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의 사료를 확인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이해를 도왔습니다. 


객관적 역사 서술 vs 주관적 역사 서술


역사를 서술함에 있어서,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이 섞이기 마련입니다. 승자가 되어 패자의 모습을 바꿔버린다든지, 자국의 역사를 좋게 서술하는 것들이 주관적인 것에 속할 것입니다. 이는 기록으로서의 역사, 즉 과거의 사실을 토대로 역사가 이를 조사, 연구하여 주관적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객관적 역사 서술은 그 자체로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객관적인 시선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죠. 하지만 학자들의 끊임없는 사료 연구와 비판, 회의에 의해 가능하다고 보여집니다. <이순신 평전>의 이민웅 교수가 보여주는 모습이, 객관적인 역사 서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일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매년 4월 28일은 충무공 탄신일입니다. 성역화 작업의 일환으로 탄생한 기일을 정해 기념할 정도로, 이순신 장군은 범접할 수 없는 분이시죠. 소위 그 분의 일생을 '까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류의 우상숭배는 결코 옳은 것일 수 없습니다. 그런 대상일수록 더욱더 모멸차게 파헤쳐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객관적으로 대상을 바라보아 진실된 모습을 진실된 마음으로 존경할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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