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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명, 어느 날> "내 생각에 우리는 완전히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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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100억 명, 어느 날>


<100억 명, 어느 날> ⓒ시공사

올해 여름 7월도 중순이 넘어 가는 지금, 아직 장마 다운 장마를 만나지 못했다. 장마가 늦게 찾아 오려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이 장마 기간이 맞고 '마른 장마'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장마 기간임에도 홍수가 아닌 가뭄 비상에 걸렸다는데, 언제까지 계속될지 걱정이 앞선다.  


직접적인 원인은 장마전선이 약해져서 그런 것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기상학자들에 따르면 최근의 한반도 마른 장마의 원인은 바로 지구온난화와 엘니뇨이다. 둘 다 평균 온도의 상승을 뜻하는 용어들이다.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 상승, 수온의 상승. 과연 이 둘의 영향은 '마른 장마'에서 그칠까? 


지구온난화와 엘니뇨가 인류 생존을 위협할 나아가 지구를 위협할 큰 문제로 부각된 지는 이미 오래이다. 꾸준히 증가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메탄 등 각종 온실가스의 양 때문인데, 농업과 토지 이용의 확대 그리고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물건의 생산, 제조 공정, 운송의 결과로 발생한다.(33쪽). 이는 궁극적으로 인구의 증가때문이라고 <100억 명, 어느 날>(시공사)의 저자는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이번 세기가 끝나갈 때쯤에는 지구에 최소한 100억 명 이상의 인류가 존재하게 될 것이라 말한다. 각종 혁명을 통해 현재까지의 증가 추이를 봤을 때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문제는 그로 인해 파생되어지는 각종 문제들이다. 위에서 언급한 지구온난화와 엘니뇨, 그리고 그 때문에 현재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마른 장마'는 여러 (주요한) 문제 중 하나 일 뿐이다.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인구가 늘어날수록 땅, 식량, 물, 에너지 등이 부족할 것이다. 그야말로 인류의 삶에서 절대 없어선 안 되는 것들이다. 


"인구가 늘어나면 물과 식량 수요가 급증하기 마련이다. 더 많은 식량을 얻기 위해 더 넓은 땅에 재배해야 한다. 이로 인해 삼림 파괴가 일어난다. 식량 수요가 늘어나면 식량 생산량과 교통량도 따라서 증가하기 마련이다. 이 모든 것 때문에 에너지 수요도 급증한다. 그렇게 되면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난다. 그에 따라 기후가 급격히 변화하게 된다. 급격한 기후 변화는 물과 음식 그리고 땅에 점점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본문 안에서)


즉 인구가 증가할수록 모든 면에서 제어할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문제들이 속출할 것이란 얘기다. 조금 더 지엽적으로 들어가 보면, 다양한 생물종들을 멸종 시킬 것이고 열대 우림과 삼림 지대에 지대한 손실을 입힐 것이다. 


저자는 인구 증가가 불러올 이 많은 문제들을 하나 하나 짚어가며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는 이유가, 이미 우리들이 수없이 들어서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문제들은 서로 얽히고 설켜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저 문제를 포기 해야 하고 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포기해야 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인구 증가에 따라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게 되면 그 자체로 기후 변화를 가속화시킨다. 식량 생산 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 메탄, 이산화질소와 같은 온실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그 어떤 것을 만들든지 엄청난 물이 소비된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심지어 1리터짜리 생수 페트병 한 개를 만드는 데 4리터 정도의 물이 쓰인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감이 서질 않는다. 


한편 저자는 교통에도 관심을 갖는다. 왜냐하면 교통에 관련된 채광, 산업 공정, 운송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오염 물질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항상 경각심을 일깨우는 자동차의 오염 물질 배출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어떻게 해서는 인구는 증가할 것이고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오는 문제들은 반드시 찾아올 것이며 그 문제들은 서로 얽히고 설켜 있어 풀기가 매우 어렵다는 말을 온갖 데이터들을 동원해 길게 길게 풀고 있다 하겠다. 


여기서 끝나면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책이라고 가감 없이 말할 수 있겠다. 대안을 내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저자는 이 재앙적인 전환 앞에서 2가지 선택 사항이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혁신적 기술을 개발하는 것. 다른 하나는 인류의 활동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 보나마나 첫 번째는 불가능하다 할 것이고, 두 번째를 진짜 대안으로 내놓을 것이다. 


역시 저자는 혁신적 기술을 개발해 이 악몽을 벗어나는 것을 '이성적인 낙관론자'들의 의견이라 치부하며, 다섯 가지 방안인 '녹색 에너지', '원자력', '담수화', '지구공학', '제2의 녹색혁명'을 모두 부정한다. 대부분 지금 당장 방안을 실행해야만 하는데, 그렇게 실행되고 있지 않으며 할 생각도 안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근본적 변화는 무엇인가? 당장 소비를 엄청나게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인들, 산업계가 총동원되어 모든 이의 생활 양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완전한 정답이지만, 그만큼 완전히 말도 되지 않는 주장이다. 모든 이들의 행동 양식을 일시에 바꿔야 한다는 생각은 지극히 파시즘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구나 앞에서 말한 수많은 데이터들을 뒤로 하고, 지극히 평범한 구호 한 마디를 내놓은 채,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내놓지 않고, 저자 자신만 다 알고 옳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듯, 정작 시행은 남들에게 떠 넘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면서 끝에 가서는 이런 변화가 일어날 거라 생각하지 않는 다는 막말을 내놓고 있다. 저자가 책의 끝에서 하는 말은 다음과 같다. 센세이션은 일으킬지 몰라도 신뢰는 저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내 생각에 우리는 완전히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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