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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도서

'비틀즈'라는 당연한 그 이름을 다시 부르게 해주는 책 <비틀즈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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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비틀즈 100>


<비틀즈 100> ⓒ아트북스

'비틀즈'라는 그룹. 추측하건대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아울러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의 네 멤버도. 비록 그들이 약 50년 여 전에 채 10년도 활동하지 않은 그룹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 이름이 주는 '당연함'에는 참으로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사실 비틀즈를 거의 모르면서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너무나 유명하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다. 예를 들자면, 비틀즈를 조금이라도 알려고 노력했던 사람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비틀즈는 공식으로 데뷔하기 전에 링고 스타가 포함되지 않았었다. 링고 스타는 공식 데뷔를 불과 6개월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기존의 멤버 대신으로 새로 영입된 인물이었다. 그래서 비틀즈의 진정한 출범 해인 1959년부터를 다룰 때 링고 스타는 나오지 않는다. 


얼마 전 '폴 매카트니'의 내한 공연이 취소되었다. 사실 그전부터 비틀즈 특수를 겨냥해 비틀즈 관련 책들이 거의 동시에 몇 권이 나왔다. <비틀즈 100>(아트북스), <폴 매카트니>(안나푸르나), 

<더 비틀즈 솔로>(시그마북스), <더 비틀즈 디스코그래피>(형설라이프) 등이다. 그야말로 출판사들이 합심해서 비틀즈의 모든 것을 다루려는 것처럼 보였다. 


이 중 <비틀즈 100>은 비틀즈를 아주 잘 알고 있는 팬들에겐 기가 막힌 선물이 될 테고, 비틀즈를 대략적으로 알고 있거나 이름만 들어본 정도의 사람들에겐 훌륭한 안내서가 될 테다. 필자의 경우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비틀즈를 약 5%정도 알고 있었다고 하면,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최소 50% 이상을 알게 된 것 같다. 나머지 50%가 이미 알고 있는 50%보다 훨씬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게 흠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어디 가서 비틀즈에 대해 고개라도 끄덕일 수 있을 정도는 된 것 같다. 


이 책은 제목처럼 비틀즈에 관련된 100가지 물건으로 비틀즈를 알아 보는 기획이다. 그러며 연대기에 가깝게 시간 순서로 되어 있다. 저자는 EMI의 홍보 및 언론을 담당하며 비틀즈와 30년간 함께 일했다고 한다. 비록 주로 비틀즈가 해체된 뒤에 전 비틀즈 멤버들의 다양한 솔로 음반을 함께 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비틀즈를 잘 안다고 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저자 또한 비틀즈의 확고한 팬으로써 이 책에 누구보다 많은 공력을 쏟고 관심과 애정을 기울였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비틀즈의 중대한 성취와 기념비적 순간들을 기념하는 중요한 물건들은 무엇이 있을까? 대략적으로 악기, 음반, 계약서, 티켓, 기념품과 개인적 물품들이 있을 것이다. 더 자세히 들어가 보자. 존 레논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그의 특이한 안경이다. 파란색의 둥근 테 안경. 그가 이 안경을 쓴 이유는 시력이 몹시 나빴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명한 브릿 팝 밴드 오아시스의 멤버 노엘 갤러거는 레논이 쓴 것과 비슷한 색안경을 써서 특별한 존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폴 매카트니의 트레이드마크는 무엇이 있을까? 폴은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그룹의 베이시스트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 그는 기타리스트였다. 하지만 비틀즈가 공식 데뷔를 하기 전 베이시스트 서트클리프가 그룹을 떠나면서 레논의 부탁으로 폴이 베이시스트가 된 것이다. 그는 서트클리프의 호프너 베이스를 연주했는데, 마침내 같은 호프너 기타 중에서 자신에 맞는 걸 찾기로 했다. 그래서 그는 30파운드를 주고 바이올린 모양의 호프너 500/1 일레트릭 베이스 기타를 샀다. 이후 1963년 매카트니는 호프너사에서 두 번째 500/1 베이트 기타를 받았으며, 이 기타는 비틀즈가 라이브 공연에서 은퇴하기 전까지 모든 순회공연에 함께하며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다음은 조지 해리슨이다. 기타를 소개해야 마땅하지만, 가죽 재킷을 소개해 본다. 1961년 비틀즈는 검은색 가죽 바지와 가죽 재킷 그리고 검은색 티셔츠라는 무대 의상을 선보인다. 당시 로커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얻었던 가죽 패션이 비틀즈에게도 영향을 끼친 것이리라. 하지만 1962년 비틀즈의 매니저를 맡게 된 엡스타인은 가죽 패션을 재검토하기 시작한다. 리버풀 남쪽으로 가면 환영받지 못한 다는 이유였다. 비틀즈가 돈을 더 많이 벌고 공연을 더 많이 하기 위해서는 가죽옷을 벗고 양복을 입어야 했다. 결국 비틀즈는 '하드한' 이미지를 버리고 '소프트한' 이미지로 탈바꿈한다. 


그렇다면 링고 스타는? 아무래도 드럼이 되어야겠지만, 재떨이가 더 유명하다. 비틀즈의 녹음 기간 동안 애비 로드 제2스튜디오에서 녹음 기간 내내 링고 스타의 드럼 세트 옆에 서 있던 스탠드형 재떨이 말이다. 1960년대에 스튜디오에서의 흡연은 관행이었고 멤버 모두 흡연자였기 때문에 재떨이는 필수품이었다. 사실 이 재떨이는 애비 로드 스튜디오의 역사와 함께 했다고 한다. 1931년에 문을 연 스튜디오에서 활동한 드러머와 피아니스트들의 재떨이로 쓰인 것이다. 


이들의 뒤에는 브라이언 엡스타인이 있었다. NEMS라는 이름의 가게를 하던 그는, 비틀즈의 공연을 보고 열의를 불태웠고 마침내 비틀즈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협상 끝에 비틀즈의 매니저가 된다. 이후 그는 비틀즈가 가장 성공적이었던 나날들에 비틀즈의 역사를 열고 인도한다. 그 자신 또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룹을 관리하는 세계적인 사업가가 되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모든 물건들을 소개하지 못하는 게 너무나 아쉽다. 그 물건들 하나하나에 비틀즈의 숨겨진 이야기부터 아프고 즐겁고 슬프고 재밌는 이야기까지 얻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런 물건들을 보는 순간, 나만의 물건들을 다시 돌아보고 싶어 지기도 한다. 물건에 얽힌 한 사람의 역사는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니다. 


비틀즈의 노래를 듣는 것 만으로 충분히 그들의 팬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들의 음악을 넘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들의 역사를 그들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지는 게 인지상정이겠다. 이 책은 그런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고도 남음이다.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유산이 된 비틀즈. 너무나 큰 성공에 가려진 그들의 진짜 모습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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