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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터미널>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의 재회, 그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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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터미널>


영화 <터미널> ⓒ드림웍스



해외 여행을 해본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국제 미아'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한 적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연고지 하나 없는 곳에서 집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비행기를 놓친 상황에서 수중에 돈은 없고 카드도 없고 핸드폰 배터리까지 나가버린 상황이라면? 결정적으로 어딘지 모를 그곳에서는 우리나라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면? (물론 어떻게 해서든 집과 연락이 되어서 도움을 청하면 지금 시대에서 불가능한 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그럴 때의 당황스러움, 불안감, 두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들에게 '공항'은 이런 부정적인 느낌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그곳은 언제나 설렘과 기대감, 행복한 긴장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헤어짐과 떠남이 있지만 만남이 있고, 아련함과 애잔함과 안타까움이 있지만 행복과 환희와 행복한 기다림이 있다. 즉, 그곳에서는 온갖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그래서 재밌기도 하고 신기한 곳이다. 


최소한의 재미를 보장하는 공항에서의 흥미로운 설정


영화 <터미널>은 바로 이 공항에서의 흥미로운 설정과 감독(스티븐 스필버그)과 주연(톰 행크스)에 대한 믿음으로 최소한의 재미와 감동을 보장해줄 것 같은 영화이다. 그래서 인지 이 영화는 여러 장르가 조금씩 뒤섞여 있다. 정치, 공포, 코미디, 사회 비판, 드라마, 성장, 우정, 사랑, 상징, 감동까지. 


영화의 초중반까지, 이 영화는 이런 장르를 적절히 섞어 보여주며 거의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선사한다. 공항이란 이런 곳이구나, 공항이 마냥 재밌고 신기한 곳은 아닌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일터일 수도 있구나, 그리고 이곳은 바깥 세상과는 완연히 다른 또 다른 곳이구나. 


빅터 나보스키(톰 행크스 분)는 동유럽의 작은 국가 '크로코지아' 사람으로 뉴욕에 가기 위해 JFK 공항에 입국 심사를 하게 된다. 그런데 그가 미국으로 오던 도중 '크로코지아'가 반군에 의한 쿠데타로 인해 유령 국가가 되었다는 말도 안 되는 소식이 들려 왔다. 그는 말 그대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마냥 저냥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고국의 형편이 정리되어 다시금 국가로 인정을 받아 미국의 비자 승인이 떨어질 때까지 말이다. 그는 67번 게이트를 집으로 삼고 그곳에서 살아간다. 


영화 <터미널>의 한 장면. ⓒ드림웍스


그런데 항공 관리국 이사 프랭크 딕슨(스탠리 투치 분)은 이 사람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가 동유럽 출신이라는 점과, 그가 이곳에서 '살아가게' 되면서 그를 주시하며 계속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조만간 국장 자리에 임명되게 되는데, 어떠한 문제라도 일으키지 않기를 바란다. 완벽주의자인 그의 눈에 빅터 나보스키는 불필요한 존재이다. 


한편 빅터 나보스키는 공항에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기 시작한다. 전혀 모르던 영어를 독학하고, 카트를 이용한 돈벌이에 나서며, 공항 내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또한 자신의 특기를 살려 공항 내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에게는 '인간애'가 있다. 그 인간애로 그는 규정에 묶여 비참한 상황에 빠진 한 러시아인 아버지의 목숨을 구하게 되고 그는 영웅이 되기에 이른다. 그는 한편 여러 사람들과 돈독한 우정을 쌓고 사랑의 메신저 역할도 하며 직접 어느 승무원과 로맨스를 펼치기도 한다. 


초중반과 정반대인 중반 이후의 삐걱거림


영화는 바로 이 지점에서 삐걱대기 시작한다. 그가 영웅이 된 후부터 말이다. 국적 불명의 거지와 다름 없던 그가 믿을 수 없는 기지를 발휘해 단번에 영웅이 되어 명사가 된 것이다. 여기에서 빅터 나보스키는 러시아 인과 러시아 말로 대화를 했는데, 영화 초반에 당연히 공항에 있었을 러시아 통역관과 대화를 나눴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제일 좋은 초중반 부분의 공황 공포, 성장, 우정, 그리고 사랑은 아예 나타낼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억지로 꿰어 맞춘 스토리가 끝까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며 달려 가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영화는 중반이 넘어서부터 줄곧 '기다림'이라는 주제를 억지로라도 표현하려고 발버둥 친다. 기본적으로 빅터 나보스키의 고국으로 돌아가려는 기다림, 그리고 빅터 나보스키의 또 다른 기다림, 빅터 나보스키의 로맨스 상대인 아멜리아 워렌(캐서린 제타 존스 분)의 불륜 상대에 대한 기다림, 빅터 나보스키의 친구들의 사연들, 공항 관리 이사 프랭크 딕슨의 국장 영전의 기다림까지. 


영화 <터미널>의 한 장면. ⓒ드림웍스


결정적으로 빅터 나보스키가 뉴욕으로 가야 하는 이유를 밝히는 장면에서 영화는 진부함의 끝(혹자는 최고의 감동을 선사하는 장면이라 할지도 모르겠다.)을 보여준다. 빅터 나보스키의 아버지는 재즈의 광팬이었는데, 57명의 유명 재즈리스트들의 사인을 받기 위해 편지를 썼다고 한다. 그렇게 56명의 사인은 받았는데, 단 한 명의 사인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빅터 나보스키는 그 한 장의 사인을 받기 위해 뉴욕까지 왔고, 전쟁이 끝나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에서도 돌아가지 않고 무조건 뉴욕으로 가야 하는 것이었다. 


하필 이 상황에서 사랑이 끼어드는 이유를 모르겠다. 아예 로맨스로 가던지, 아니면 감동 코드로 가던지, 그것도 아니라면 공항 관리자들과의 대결 쪽으로 가서 제대로 된 코미디를 보여주던지. 도대체 몇 개의 영화가 이 한 영화에 모여 있는지 모를 정도이다. 모든 걸 담으려다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담지 못한 대표적 사례로 뽑을 만 할 정도의 영화라 하겠다. 차라리 드라마로 만들었다면 훨씬 더 재미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어느 정도 이상의 재미를 보장한다. 단, 이 재미를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는 영화 전체가 아닌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유추하려 하지 말고 오로지 주인공 빅터 나보스키에 집중해야 한다. 소소한 웃음이 계속해서 찾아올 것이다. 감동도 마찬가지이다. 재미와 같이 부분에 집중한다면 아주 소소한 감동이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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