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작 열전/신작 도서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또라이' 밖에 없는 19세기 러시아 문학사

반응형




[서평]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현암사

문학을 좋아하지 않거나 즐겨 읽지 않아도, 누구나 마음 속에 품은 소설 내지 소설가가 있을 거라 생각된다. 필자의 경우, 소설은 <호밀밭의 파수꾼>이고 소설가는 '조지 오웰'이다. 같은 영미권이고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으며 주제 및 소재는 달랐지만 결은 비슷했다. 결정적으로 그들이 남긴 작품은 불멸의 이름을 얻어 지금까지도 읽히고 재해석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 문학사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소설 내지 소설가는 누구일까? 2002년에 노벨 연구소가 세계 50여개국 출신 100명의 유명 작가에게 세계문학에서 가장 중요하고 중심적인 소설 10편씩을 꼽아달라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가 셰익스피어, 톨스토이, 도스트예프스키의 작품들을 제치고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한편 그들이 뽑은 100대 작품 중에서 단일 작가로는 도스트예프스키가 4작품으로 가장 맞이 꼽혔고,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카프카가 3작품으로 뒤를 이었다. 세계문학사에서 러시아 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을 단번에 드러내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설문조사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러시아 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몇몇 소설가들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언급했던 도스트예프스키와 톨스토이는 러시아를 넘어 세계 문학사를 양분하고 있다고 해서 크게 틀리지 않고, 체호프는 세계 문학사 최고의 단편 소설 작가로 손색이 없다. 그리고 이들 모두가 존경해마지 않는 푸슈킨은 근대 러시아를 상징하는 인물로 불린다. 


'또라이' 밖에 없는 19세기 러시아 문학사


로쟈라는 필명으로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이현우 교수의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현암사)는 이런 대작가들의 삶과 소설을 그린다. 푸슈킨, 레르몬토프, 고골, 투르게네프,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체호프의 연대기순으로, 이들은 19세기에 활동했던 작가들이다. 저자는 이들 중 제대로 된 사람은 한 명도 없으며, 모두 '또라이'라고 한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바이다. 


러시아하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아시아와 유럽에 걸쳐 있을 정도로 광활한 대지, 너무나도 추워 사람이 살 수 있는가 싶은 시베리아 벌판, 한때 세계를 양분했던 사회주의의 혁명적 발원지, 서유럽에서 발흥한 나폴레옹과 히틀러의 군대를 막아낸 추위와 인해전술, 그리고 이런 극한의 환경으로 인해 발현된 세계와 그 안의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려낸 러시아 문학. 


그렇다. 러시아에서 살면 누구나 '또라이'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일례로 러시아 대작가들의 삶을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나 그 삶 자체가 소설보다 더한 부분들이 많다. 책에서 다루는 작가들은 죽을 때 그 부분들이 유난히 도드라진다. 푸슈킨과 레르몬토프는 결투에 져서 일찍 생을 마감했고, 고골은 정신 착란을 일으킨 끝에 단식으로 자살했으며, 톨스토이는 가출한 뒤 폐렴에 걸려 죽었다. 한편, 투르게네프는 자신이 사랑하는 유부녀 그리고 그녀의 남편과 한 집에 살았고, 도스트예프스키는 사형 직전에 살아난 적이 있다. 과정으로 보든 결과로 보든, 그들은 '또라이'였다. 하지만 이 덕분에 그들의 문학이 더욱 빛날 수 있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쉽고 재밌는 19세기 러시아 문학사


책은 문체와 구성면에서 저자의 강의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인상을 풍긴다. 문체는 강의 때의 말투를 그대로 옮겨 놓았고, 구성은 해당 작가의 삶과 작가의 대표작을 나누어 서술한다. 그리고 맨 앞에서 서문 형식으로 러시아 역사를 간략히 소개해 전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저자는 러시아 문학을 새롭게 보려 하거나 다른 시각으로 보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제대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아니다. 다만 다시 보려하거나 처음 보는 독자들을 위해 최대한 쉽고 재밌게 소개하고 있다.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학자답게 정사와 야사를 배합해 소개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러시아 문학하면 <죄와 벌>, <안나 카레니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처럼 너무나도 방대한 대작이 먼저 생각나곤 한다. 작품의 질을 떠나서 그 양에 압도당하다 보니 제대로 접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이다. 헌데 저자는 그 방대한 저작들의 핵심을 뽑아 쉽게 전달해주고 있다. 묘하게 읽고 싶어지게 만든다고나 할까. 이 책을 보고 나서, 러시아 문학 한 두편 정도는 읽고 싶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는 저자가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우리가 문학을 읽는 이유


우리가 문학을 읽는 이유가 무엇인지 반추해본다. 문학은 인문학(문사철)의 범주에 들어감으로써 인간에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되어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문학을 의무적으로 접해야 하는 건 아닐 것이다. (요즘들어 의무적인 접근이 일상화되어 있지만) 문학에는 우리가 얻을 것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인간이 나오고,  우리가 사는 곳과 다르지 않는 세계(형이상학적으로)가 배경으로 나오지 않는가. 반면 우리가 실행에 옮길 수 없었던, 없는, 없을 생각과 행동이 실행에 옮겨지지 않는가. 때로는 갈 수 없는 곳,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곳이 배경으로 나오지 않는가 말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안도감, 희열, 대리만족 등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문학이 아니고서는, 현실에서 드물게 느끼거나 느낀다해도 절대 문학으로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러시아와 우리나라는 너무도 다른 환경 안에 존재하고 있다. 완전히 다른 세계이다. 어찌 보면 상상 속에 있는 판타지 세계라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러시아의 모든 것을 그들의 문학을 통해서만 느끼고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 문학은 이를 충실히 해냈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