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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중국의 종말> 중국은 더 이상 싸구려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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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값싼 중국의 종말>



<값싼 중국의 종말> ⓒ와이즈베리

여전히 세계 금융 위기가 맹위를 떨치고 있었을 2010년, 중국 장춘시의 길림대학교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었다. 집을 나서면 고생하는 것이 아무래도 '의식주'인지라, 많은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그 위에 군림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돈'이었다. 벌지는 못하고 쓰기만 하는 형편이었기에 한국에서 철저한 지출 계획을 세운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생필품이, 먹거리를 포함한 모든 제품이 생각 외로 너무나 저렴했던 것이다. 중국산이 싸다는 걸 뼈저리게 실감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었다. 


그렇게 6개월여를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베이징으로 열흘간 휴가를 갔다. 세계적인 대도시 베이징이었지만, 후통(베이징에 산재한 좁은 골목길)에 숙소를 잡아서 그런지 저렴했다. 하지만 중심부로 나가보았을 때,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들어본 얘기로 상하이의 물가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하였다. 실체를 보기 전에 휴가는 끝나고 말았고 한국으로 돌아오고 말았지만, 한국에서 비로소 그 실체를 볼 수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이제 중국산도 결코 저렴하지 않다고 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우리가 먹고 입고 쓰는 수많은 제품들의 대부분이(유명 메이커를 막론하고) 중국산이지만 전혀 싸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2011년 말에는 전 세계 물가가 오르고 있는 이유로 중국의 저가 수출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기사가 나왔고, 2012년 초에는 애플이 중국의 폭스콘 공장의 노동 상황 변화를 꾀해 임금과 노동 복지를 향상시킨다는 기사가 나온 바 있다. 결과는 임금 66% 향상이었다. 이는 곧 중국산 제품 가격의 향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서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중국산 제품 가격 향상에 공헌을 한 '중국 노동자 임금 향상' 부분이다. <값싼 중국의 종말>(와이즈베리)에서 이에 대해 아주 알기 쉽게 설명해 놓았다.


"어마어마한 인구에도 불구하고, 지금 중국에는 일자리가 넘쳐나고 전반적으로 양성평등 의식이 향상되고 있다. 사실 중국 내 기업들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가 가용 인력 부족이다. 고용 가능한 노동자 수보다 일자리가 많은 경우가 허다하다. (중략)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었고 고정적인 일자리, 거처할 집과 일용할 양식을 얻는 일이라면 열악한 조건이라도 감수했던 십여 년 전과 비교할 때 중국 노동자들의 사고방식에 변화가 일어났다. (중략) 확실한 사실은 단 한 가지다. 중국 내 임금, 부동산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은 타국의 물가를 상승시키고 소비지향적인 생활방식을 억제시킬 것이라는 사실이다."(본문 중에서)


중국은 더 이상 예전의 '세계의 공장'도 아니고, 더 이상 값싼 '메이드 인 차이나'도 아니다. 책 제목대로 '값싼 중국'이 종말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그 이유의 핵심을 '값싼 노동력의 종말'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은 더 이상 '생산 대국'이 아니며, 바야흐로 '소비 대국'으로 이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나이키 신발 생산지로 유명한 중국이지만, 소비지로도 세계 2위로 부상하였고, 자동차 판매로는 이미 세계 1위를 기록하였다. 중국의 사치품 시장 역시 세계 2위에 오르며, 소비의 양뿐만 아니라 질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것이다. 불과 20여년 만에 이루어진 변화이다. '상전벽해'라는 말이 이보다 어울리는 상황이 또 있을까. 이제는 기업들 제품의 중국 최초 출시까지도 고려해봐야 한다. 


"중국 내 신제품 출시를 너무 늦추는 실수를 저지르는 회사가 많다. 애플이 중국 내 제품 출시 예정일을 당기기 이전에는 중국의 소비자들이 애플 기기를 사기 위해 한 달이나 기다리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애플의 공식 판매는 휘청거렸다. (중국) 이제 기업들은 중국에 먼저, 또는 적어도 다른 시장에 출시하는 즉시 중국에 출시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포르쉐는 파나메라 세단을 미국에 출시하기 전에 중국에 먼저 출시했다."(본문 중에서)


그러면 왜 중국 노동력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는가? 저자는 그 이면에 '낙관주의'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도 인용했듯이 십여 년 전과 비교할 때 중국 노동자들의 사고방식에 변화가 일어났는데, 정부의 개방과 개혁 정책으로 인해 수십 년에 걸쳐 나라가 진보하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에 중국 국민들 사이에는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가 형성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여기서 더 깊이 들어가 중국을 들여다보면, '문화대혁명'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문화대혁명'이란 끔찍한 경험을 한 중국인들은 안정을 꾀하고 그 안정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중국인의 이런 진짜 모습을 캐치하지 못하는 이상, 중국에서 기업들이 설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저자는 어떻게 알았을까? 중국인의 진짜 모습을?


저자의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세계적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중국 시장전략 관련 자문을 해주는 상하이 소재 시장조사 기업의 창립자이자, 정통 중국통으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중국 경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특이한 점은 그의 아내가 과거 중국 국가 10대 원수 중 한명인 '예젠잉' 장군의 외손녀이라는 점이다.


감수자는 저자의 이런 배경을 보고 책에 대한 신뢰감을 높여준다고 하였다. 맞는 말이다. 중국에서 '꽌시(관계 혹은 연줄)'의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저자의 중국을 볼 수 있는 눈은 다른 외국인뿐만 아니라 중국인보다 더 넓고 깊었을 것이다. 또한 그가 중국이 본격적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중국에 머물렀던 부분도 책에 대한 신뢰에 한 몫 한다고 할 수 있겠다. 외국인으로서의 객관성과 중국인으로서의 주관성이 조화를 이루었다고나 할까?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얘기해보자. 그렇다면 값싼 노동력만 믿고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몇 가지 해결책이 있을 것이다. 임금 상승에 맞게 제품 가격을 높이는 것, 제조 기지를 비교적 노동력이 저렴한 중국 중부(아직 개발이 많이 되지 않았다.)로 옮기는 것, 정리하고 중국을 떠나는 것. 저자는 기업들이 이런 사실을 정확히 주지하고 대처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저자는 중국의 본 모습을 아는 데 필요한 다양한 문화, 계층, 상황들을 분석하고 있다. 중국 여성이 성장하면서, 중국의 젊은 여성들이 소비시장을 리드한다는 점을 캐치했고, 중국 진출 기업들이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는 '꽌시 만능'의 허점을 파고든다. 저자처럼 10년 넘게 중국에 머물면서 가족과 같은 '꽌시'를 맺지 않는 이상, 단순하고 허술한 '꽌시'는 대단히 위험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이밖에도 몇 가지 중국의 변화 키워드를 제시하며, 저자는 중국의 변화를 중국의 다양한 면을 통해 분석하고 있다. 중국 진출 기업들을 위한 친절한 가이드이면서도, 일반 사람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기업들을 위한 경제경영서이자, 일반인들을 위한 역사문화서, 중국통을 위한 중국문화 심층 개론서도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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