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머드> ⓒ프레인 글로벌
엄마, 아빠 몰래 집을 빠져나와 친구 넥본(제이콥 로플랜드 분)과 함께 모터보트를 타고 강을 가로질러 무인도로 향하는 엘리스(타이 쉐리던 분). 그들은 나무 위에 걸려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보트에 올라가 내부를 살핀다. 얼마 전에 와서 아지트로 낙점한 곳이었다.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어 급히 뛰어가는 그들 앞에 알 수 없는 발자국이 보인다. 엘리스가 나무 위에서 봤던 발자국이랑 같은 발자국이었다. 의심의 눈길로 그 발자국을 따라 가보니, 얼핏 부랑자 차림의 키가 크고 떡 벌어진 어깨를 가진 한 남자가 권총을 차고 담배를 문 채 낚시를 하고 있다.
그의 이름은 ‘머드’(매튜 맥커너히 분)였다. 알고 보니 나무 위의 보트는 그의 것이란다. 그들은 거래를 한다. 남자한테 먹을 걸 가져다주면 보트를 넘기겠다는 얘기였다. 소년들은 이 거래를 받아들인다.
이렇게 영화 <머드>는 알 수 없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는 시작이다. 제일 큰 이유는 머드란 남자의 정체이다. 그는 왜 권총을 차고 무인도까지 와서 나무 위에 걸쳐 있는 보트에서 생활하고 있는가? 짐작할 수 있는 건,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인상이라는 것. 그리고 행색에 비해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소년들과 같은 지역 출신이라는 것과 계속해서 관계가 이어질 것 같다는 느낌.
영화 <머드>의 한 장면. ⓒ프레인 글로벌
사랑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끝나는 이야기
영화는 소년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무인도로 돌아와 머드에게 먹을 것을 줄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큰 이야기의 줄기가 형성되는 장면들이 차례로 나온다. 머드와 그녀의 연인과의 이야기, 엘리스와 그가 사모하는 상급생 누나 간의 이야기, 그리고 엘리스와 그의 부모님들 사이의 이야기.
먼저 머드의 이야기는 이렇다. 머드는 주니퍼(리즈 위더스푼 분)라는 이름의 여인을 입에 올리며 그녀를 찬양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머드의 목숨을 구해준 장본인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머드는 그녀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결국 머드는 그녀를 위해 살인까지 저질러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주니퍼는 어떤 남자와 얽혀 아주 악질의 일을 겪었던 것이다. 하지만 주니퍼도 머드 때문에 쫓기고 감시당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머드는 그녀를 빼내 도망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편 엘리스는 상급생 누나에게서 첫사랑의 느낌을 받는다. 그는 용기 내어 고백을 했고, 처음에는 좋지 않은 답변을 얻지만 결국에는 나쁘지 않는 답변을 얻어낸다.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엘리스에게 큰 힘이 되어줄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그렇게 엘리스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엘리스는 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것일까? 그는 왜 어린 나이에 사랑을 갈구한 것일까? 그의 사랑은 사춘기에 흔히 시작되는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그 이유는 그의 부모님들 간의 깊은 골에 있다. 사실 엘리스 네는 제대로 된 집에서 살고 있지 않았다. 물 위에 떠 있는 일종의 보트에서 집을 꾸리고 살았던 것이다. 당연히 누구든 그런 집에서 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곳에서의 삶을 더 이상 영위해나갈 수 없다고 생각한 소년의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이혼을 청하면서 도시로 나가려고 한다. 소년에게는 어마어마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엘리스에게 다가온 이런 충격이, 엘리스로 하여금 사랑을 갈구하고 살인자의 부탁을 들어주게 한다. 특히나 살인자 머드의 부탁은 모든 것들이 그의 사랑하는 연인 주니퍼를 위한 것이다. 눈앞에서 사랑이 조각내어 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는 소년은, 그렇게 함으로써 영원한 사랑의 퍼즐을 다시금 맞추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며 자신 또한 사랑을 찾아 사랑을 어루만지며 사랑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위기는 찾아오는 법. 엘리스는 자신이 속한 가족의 사랑에서도, 자신이 직접 존재를 확인하고 있는 사랑에서도, 그리고 제일 믿고 있었던 머드의 사랑에서도(또한 주니퍼의 사랑에서도) 속절없이 배신을 당하는 또는 당한 것 같다는 상황을 연이어 목격한다. 그리고 머드에게 달려가 분노의 외침을 쏟아낸다. 그리고 엘리스는 큰일을 당한다.
“거짓말쟁이! 꼬마 둘을 하루 종일 굴려먹은 거, 혼자서 하는 게 무서워서였죠! 끝이라고 대신 얘기하게 한 것도 무서워서였죠! 사랑한다더니 거짓말이었어요! 아저씨도 주니퍼를 포기했고, 주니퍼도 아저씨를 포기했어요! 결국 다 똑같아! 아저씨를 믿었는데! 모닥불, 십자가, 늑대 눈, 전부 개소리야! 내게 얘기했던 것들 모두 거짓말이었어요! 그녀는 물론이고 우리도 신경 쓰지 않았어요! 상관도 없었겠죠! 우리를 이용했어요! 나를 도둑놈으로 만들고!”
과연 영화에 나오는 사랑의 끝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큰일을 당한 엘리스는 무사할까? 그로 인해 그의 부모님은 다시금 옛날로 돌아갈까?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극으로 끝맺을까? 결정적으로 머드와 주니퍼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죽음을 각오한 사랑은 죽음으로 끝맺을까, 삶으로 귀결될까.
영화 <머드>의 한 장면. ⓒ프레인 글로벌
오히려 창의적으로 다가오는 무(無) 반전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면, 남루한 행색과 함께 권총을 잡고 있는 머드의 모습과 함께 텍스트로 “이것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얼핏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포스터이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머드의 행색 자체가 사랑의 상징과도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는 여러 가지 이야기와 상징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져 있다. 거기에 미스터리한 느낌을 깊숙이 형성시켜 놓았다. 단, 그 미스터리한 느낌은 주인공 머드에게서만 받을 수 있게 해놓았다. 자연스레 그에게로 모든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서 거대한 반전 내지 거대한 배후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문제는 여기서 나온다. 또한 이 영화의 좋은 점 또한 여기서 나온다. 미스터리하고 거친 분위기에 기대하게 되는 그런 거대함을 볼 수 없다는 것과 오히려 이것이 좋게 다가온다는 것. 이건 보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고 본다. 누군가는 다양한 이야기와 상징들이 서로에게 잘 녹아들지 못하고 겉만 훑고 있다고 느끼는 반면, 누군가는 담담하고 감성적으로 그리고 오히려 창의적으로 다가왔다고 느꼈을 것이다. 개인적인 느낌은? 후자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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